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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최후의 원정 (148/326)

  < 147. 최후의 원정 >

  147.

  쿠시 왕국을 점령한 폼페이우스는 곧장 남동쪽의 악숨으로 진군했다.

  이제 막 신생국을 벗어난 악숨은 무섭게 힘을 불려나가고 있었지만, 아직 전성기를 맞이하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로마가 쿠시 왕국을 쳤을 때부터 악숨의 귀족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로마의 속국이 될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저항할 것인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토론이다.

  논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쿠시 왕국을 무너뜨린 폼페이우스가 나일강을 가로질러 진격해 왔다.

  쿠시 왕국이 50일 만에 무너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악숨은 혼란에 빠졌다.

  폼페이우스가 진군을 개시함과 거의 동시에 군량을 가득 실은 대규모 선박이 메로에에 도착했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군함에 오른 폼페이우스의 군단은 악숨의 영토까지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로마 군단이 코앞까지 당도하자 결국 악숨도 결단을 내렸다.

  급하게 끌어모은 4만 5천의 대군이 수도 앞의 평야에서 로마군과 결전을 벌이기로 했다.

  공성전을 하지 않은 이유는 수도 악숨이 공성전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였기 때문이다.

  "평원으로 나와준다면 이쪽은 고맙지."

  폼페이우스는 악숨의 도전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본래 완벽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결전에 임하지 않는 게 그의 성향이다.

  회전을 벌이더라도 반드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둔 뒤에 싸우는 걸 선호했다.

  사실 폼페이우스는 역대 최고라 평가받는 전략 수립 능력에 비해 전술적인 임기응변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평균적인 로마 장군은 가볍게 넘을 정도는 됐지만, 카이사르나 한니발 같은 역사에서 손에 꼽힐만한 자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완벽하게 이겨놓은 전투만 치르는 것도 내심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역사에서 카이사르에게 대패한 파르살로스 회전도 폼페이우스는 끝까지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폼페이우스가 이번엔 악숨 왕국의 군대와 초전에 결판을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완전히 대등한 조건에서 회전을 벌인다면 패배할 요소가 단 하나도 없다."

  쿠시 왕국군과 전투를 벌인 뒤 얻은 결론이었다.

  현재 마르쿠스의 지원을 받은 폼페이우스의 군단은 기존의 로마군보다 훨씬 강력해진 상태였다.

  질 좋은 강철로 만든 로리카 세그멘타타로 무장한 보병과, 등자와 합성궁을 사용하는 기병은 이제 로마군의 상징처럼 굳어졌다.

  로마군의 압도적인 강화는 폼페이우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평야에서 로마군과 부딪친 악숨의 대군은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아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4만 5천 중 3만 5천의 군사가 죽거나 포로로 잡혔다.

  로마군의 피해는 그 100분의 1조차 되지 않았다.

  이 충격적인 결과가 수도에 당도하자 악숨은 쿠시와 마찬가지로 싸울 의욕을 잃어버렸다.

  악숨 왕국이 뭔가를 하기에는 폼페이우스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

  상황이 불리하다는 걸 직감한 귀족들은 오히려 로마의 편에 붙기 시작했다.

  쿠시 왕국의 귀족들이 시민권을 얻고 기존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이 요소였다.

  건국된 지 100년밖에 지나지 않은 왕조다.

  귀족들의 충성심이 깊을 리가 없었다.

  결국 악숨 왕국은 쿠시 왕국보다도 더 빠르게 로마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의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나일강 일대와 홍해는 완벽히 로마의 수중에 들어오게 됐다.

  폼페이우스는 곧바로 로마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악숨에 눌러앉아 여려가지 활동을 벌이며 자신의 명성을 더욱 드높였다.

  우선 조사대를 파견해 나일강의 원류를 파악하는 작업을 개시했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나일강의 근원을 파악한다는 의미는 이 시대에도 많은 의미를 가졌다.

  나일강은 크게 백나일과 청나일의 두 지류를 가지고 있는데 청나일의 흐름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폼페이우스의 조사대는 나일강의 커다란 물줄기가 에티오피아 고원의 타나호에서 발원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나 백나일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파악하는 작업은 꽤 오래 걸렸다.

  원주민들에게서 저 머나먼 남쪽에 바다처럼 광대한 호수에서 강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를 타고 쭉 올라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이라 했다.

  폼페이우스의 지원을 받은 탐험대는 몇 달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식량을 지니고 탐사에 나섰다.

  원 역사에서는 빅토리아 호수라고 불리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거대한 호수가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탐사대가 그곳을 라쿠스 폼페이아(폼페이우스 호수)라고 명명하는 건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뒤의 일이었다.

  폼페이우스의 보고서를 받은 로마는 엄청난 열광에 휩싸였다.

  전쟁이 시작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원정이 마무리됐다는 승전보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성과에 시민들은 물론 원로원조차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두 개의 왕조를 복속시키고 나일강과 홍해를 완벽히 장악한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영웅 폼페이우스의 이름을 소리 높여 칭송했다.

  동방을 평정한 위대한 영웅이 드디어 아프리카까지 평정한 것이다.

  로마인들에게는 신비의 대상이던 나일강의 비밀을 파헤친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원로원은 폼페이우스의 공적을 기려 '문명의 정복자'. '태초에 다다른 자'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내려주었다.

  시민들은 환호하고 원로원은 또다시 15일의 감사제를 열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렇듯 겉으로 보기에는 화기애애해 보였지만, 사실 원로원의 분위기는 살얼음판에 가까웠다.

  민중파야 폼페이우스의 위대한 승리에 열광하고 있었으나, 귀족파는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폼페이우스가 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 전쟁이 끝날 줄은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머나먼 남쪽에서 두 왕조를 상대하는 건데 어느 정도는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대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폼페이우스의 승전보가 먼저 도착해 버린 것이다.

  기세등등한 민중파는 연일 귀족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 했다.

  "최후의 원정을 영광스럽게 장식한 폼페이우스 마그누스에게 개선식을 허가해줘야 합니다!"

  카이사르의 장인 피소의 열정적인 외침에 민중파 의원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귀족파 의원들은 별다른 반박도 하지 못한 채 얼굴만 찡그릴 뿐이었다.

  크라수스는 뒤늦게라도 아들을 보고 와야겠다며 동방으로 간 상황이었고, 카토는 진즉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해 자리를 비운 지 오래였다.

  덕분에 현 원로원에는 적극적으로 민중파에 대응할만한 논객이 키케로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자연스레 귀족파 의원들의 시선이 키케로에게 집중됐다.

  그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폼페이우스가 개선식을 원한다면 당연히 허가해줘야 합니다. 안 될 게 있겠습니까. 그에게 부여된 임페리움을 반납하고, 히스파니아와 새롭게 편성된 속주의 총독 자리를 반납하면 당연히 개선식을 열어줘야지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요구요!"

  전직 집정관인 칼비누스가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임페리움을 반납하는 건 당연하지만 속주의 총독 자리까지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개선식이 끝난 뒤 다시 총독으로 부임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임페리움을 반납한다는 건 곧 총독의 자리를 내려놓는다는 뜻입니다. 그걸 별개로 구분해서 보는 건 말이 되지 않죠. 당장 크라수스 님만 해도 개선식을 치르기 위해 임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도 동방의 총독 자리를 포기했습니다. 이렇게 전례가 확실히 있는데 당연히 예외를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 예외를 이번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폼페이우스 님이 이 로마에 얼마나 막대한 공을 세웠습니까. 가져다준 이득은 또 어떻고요. 그런 위대한 장수가 마지막 원정을 마친 겁니다.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예우를 해줘야지요."

  민중파 의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요란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키케로에게 은혜도 모른다는 비난이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그래도 그는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원리원칙을 강조했다.

  "당연히 폼페이우스의 공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한다면 역대 로마의 그 누구보다 화려한 개선식을 치러줘야겠지요. 지금까지 그의 공을 치하하는 의미에서 3일 내내 개선식 행사만 치른다고 해도 이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질서와 법을 파괴하는 형태로 특혜를 주는 건 반대입니다."

  "그런 거야 특별법을 입안해서 통과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로마에 있는 동안만 폼페이우스 님의 총독직과 임페리움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고, 로마를 나간 뒤에는 다시 권한이 부활한다는 법을 만들면 되지요. 이러면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단순히 한 사람만을 위해 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건 공화정의 질서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런 무른 생각이 바로 독재자를 만들고 왕을 탄생시키는 겁니다."

  "어허, 왕이라니요! 지금 우리가 폼페이우스 님을 왕으로 만들 생각이라도 있다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이렇게 계속 개인을 특별시 하여 편의를 봐주면 공화정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겁니다."

  피소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까지 그쪽도 마르쿠스 메소포타미쿠스의 편의를 계속 봐주지 않았습니까. 우리한테만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건 좀 아니지요."

  "마르쿠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법에서 벗어난 특혜를 누린 적이 없습니다. 폼페이우스와의 비교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현명하고 덕이 높은 피소, 마르쿠스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마르쿠스가 법의 범위에서 벗어난 특혜를 누린 걸 한 가지만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려고 했던 피소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키케로의 말이 다 사실이었던 까닭이다.

  그래도 현재 민중파의 기세는 키케로의 말 몇 마디로 꺾일만한 게 아니었다.

  지금 시민들의 지지는 명백히 민중파를 향해 있었다.

  폼페이우스의 승전보 때문만이 아니다.

  브리타니아를 공략 중인 카이사르 역시 연달아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카이사르는 이미 브리타니아 본토의 8할 이상을 점령한 상태였다.

  최후까지 저항을 이어나가는 부족의 숫자는 이제 단 2개밖에 남지 않았다.

  갈리아에 이어서 브리타니아까지 제패하는 엄청난 군공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제 다음은 게르만의 차례라는 말까지 돌고 있었다.

  전쟁을 했다 하면 이기고, 해가 지나면 국경선이 넓어지니 신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라는 날개를 거느린 민중파의 입지는 이제 확실히 귀족파를 압도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키케로의 뒤를 받쳐줘야 하는 카토가 부재중이라 회의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힘들었다.

  키케로가 한마디를 하면 저쪽에서는 다섯 마디, 열 마디가 날아드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키케로 의원은 계속해서 공화정의 가치를 강조하는데 공화정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입니까. 바로 시민들의 지지입니다. 저는 이 법안을 민회에 붙여 시민들이 결정하도록 만드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떤 결론이 나와도 시민들의 뜻이라 받아들이고 수긍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시민들의 지지가 중요하긴 해도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다수의 대중은 감정이나 군중심리에 이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투표를 붙이면 백이면 백 위대한 폼페이우스에게 특권을 주는 쪽으로 가자는 결론이 나올 겁니다. 그렇지만 그게 항상 옳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시민들의 불안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 원로원이 있는 게 아닙니까. 이런 중차대한 상황을 민회에 넘기는 건 직무유기나 마찬가지입니다.

  "

  "그럼 어쩌자는 말입니까. 여기에서 아무리 떠들어 봐야 결론이 나오지 않을 텐데 그러면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 뿐 아닙니까."

  원로원에서 투표를 한다고 해봐야 집정관 중 한 명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만이다.

  지금 집정관은 귀족파와 민중파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거부권이 행사될 수밖에 없었다.

  키케로는 이 점을 사용해 최대한 지연 작전을 피려 했지만, 민중파 의원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키케로의 노림수를 간파한 그들은 이 안건을 민회에 상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물론 귀족파 입장에서 절대 찬성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키케로의 말대로 현재 시민들의 생각은 단순했다.

  '로마의 위대한 영웅에게 특혜 한 번 주자는데 그게 그렇게 문제냐?'

  거의 9할 이상의 로마 시민은 현재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민회에서 투표가 들어가는 순간 귀족파는 패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폼페이우스가 총독직을 유지한 채 로마에 들어오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귀족파가 진짜로 걱정하는 건 폼페이우스가 아니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카이사르였다.

  그에게는 이런 선례가 만들어지면 그걸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수완과 힘이 있었다.

  게다가 카이사르가 쌓고 있는 실적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게 문제였다.

  갈리아를 완전히 평정한 것만 해도 놀라운데 로마의 발길이 한 번도 닿지 않았던 브라티나아까지 수월하게 점령을 마치고 있다.

  만약 폼페이우스에게 특혜를 허가해 준다면 카이사르는 당연히 같은 대우를 받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면 원로원은 거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았다.

  전공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댄다?

  그러면 게르만을 공격해서 전투에서 몇 번 이겨주면 그만이다.

  원로원은 이제 카이사르의 군사적 능력이 폼페이우스의 밑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갈리아와 브리타니아를 동네 불량배 때려잡듯 제압한 카이사르가 게르만에게 대패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카이사르를 옥죌 수 있는 막대한 빚이라는 요소도 이제 의미가 없었다.

  전쟁을 통해 엄청난 이득을 본 카이사르는 이미 그가 지고 있는 빚의 대부분을 청산한 상황이었다.

  막대한 권력과 부를 쌓은 카이사르가 로마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귀족파 의원들에게는 엄청난 위협이었다.

  무엇보다 카이사르에게는 폼페이우스에게는 없는 막강한 정치력이 있었다.

  여기에 갈리아 총독직을 유지한 채로 돌아온다면 누가 그를 막을 수 있겠는가.

  키케로는 자신의 말이 포로 로마눔 광장에 전부 걸리게 된다는 사실조차 개의치 않고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민회에 이 법안을 올리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저는 제 정치 생명을 걸고 이 일에 엄중히 대처할 것입니다! 저는 절대로 공화정이 무너지는 모습을 두고 보지 않겠습니다! 민회에 이 법안을 상정하려면 저를 밟고 가셔야 할 것입니다."

  키케로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뜻을 같이하는 귀족파 의원들과 함께 자리에 드러누웠다.

  이 정도로 완강하게 거부를 하니 민중파도 더 이상 밀어붙이지는 못했다.

  피소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허···이다지도 완강히 반대를 하다니. 알겠습니다. 이 안건은 다음에 다시 논의하도록 합시다."

  결국 원로원 회의는 며칠 동안 아무런 성과도 없이 지지부진 길어지기만 했다.

  피소는 귀족파 의원들을 설득하는 걸 포기하고 초강수를 두었다.

  바로 자신의 편인 호민관 클로디우스를 이용해 직접 민회에 법안을 올리도록 요구한 것이다.

  당연히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는 클로디우스는 호민관의 권한으로 민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그는 위대한 폼페이우스가 또다시 원로원 의원들의 시기와 질투로 개선식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선동까지 끼얹었다.

  아직 이전에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는 로마 시민들은 당장 귀족파 의원들을 맹렬히 성토하며 들고 일어났다.

  이 일의 여파는 생각보다 크게 번졌다.

  뒤끝의 화신인 클로디우스는 아직도 키케로에게 품은 원한을 잊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있었던 보나 여신제와 관련된 재판에서 키케로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걸 되갚아줄 기회만 벼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판단한 클로디우스는 연일 포로 로마눔에서 키케로를 성토하는 연설을 했다.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지금 일어나는 일을 믿을 수 있습니까. 그 위대한 폼페이우스가, 우리 로마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마지막까지 영웅적인 활약을 펼치고 돌아오는 그에게 원로원이 어떤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똑똑히 보십시오. 그들은 그저 질투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질투의 중심에는 바로 키케로가 있습니다!"

  클로디우스는 포로 로마눔 한복판에 붙어 있는 악타 디우르나를 가리키며 결연하게 부르짖었다.

  "그자는 그릇된 세치 혀로 시민들은 감정적이라 중대한 결정을 맡길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제 말이 의심된다면 저기 가서 한 번 읽어보십시오.

  그자가 한 말이 고스란히 적혀있습니다. 누구보다 공화정을 사랑한다고 한 자가 사실은 시민들을 얕잡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로써 키케로가 원하는 공화정이란 결국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사회였다는 게 증명됐습니다. 대체 우리 로마가 언제부터 그런 나라가 된 것입니까. 공을 세운 영웅을 핍박하고, 원로원에 편하게 틀어박혀 앉아 그 영웅을 질시하는 법안이나 내놓는 자들에게 우리가 언제까지 끌려다녀야 합니까!

  "

  "옳소! 폼페이우스는 로마로 돌아와서 개선식을 치를 자격이 있소!"

  "총독 자리를 유지하면서 개선식을 치르는 게 뭐가 잘못됐다는 거냐!"

  "추하다, 키케로! 비겁하다, 원로원!"

  투표에 들어간 민회는 당연하게 모든 선거구의 만장일치로 폼페이우스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클로디우스의 선동에 넘어간 시민들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팔라티노 언덕에 있는 키케로의 저택까지 몰려가 분노를 쏟아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키케로는 급히 몸을 피해 로마를 떠났다.

  귀족파는 완전히 찌그러진 채로 민중파의 눈치만 살피며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로마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온 키케로는 고심 끝에 진로를 잡았다.

  그의 발길이 향한 곳은 안티오키아로 향하는 배편이 있는 항구도시, 브룬디시움이었다.

  < 147. 최후의 원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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