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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2차 동방원정 (151/326)

  < 150. 2차 동방원정 >

  150.

  파르티아를 공격하라는 원로원의 공식성명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다.

  폼페이우스의 동방 원정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전쟁을 하냐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시민들은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구호를 외쳤다.

  "파르티아를 용서하지 마라!"

  시민들이 뿜어내는 분노가 불꽃처럼 로마 전역을 뒤덮었다.

  계약과 신의를 중시하는 로마인들은 그 무엇보다도 배신을 용납하지 않았다.

  로마의 패권을 인정하겠다고 약속하고 왕위에 오른 동맹국의 왕이 총독 암살을 모의한 건 가장 질이 나쁜 배신이었다.

  게다가 그 대상이 다른 누구도 아닌 모든 로마 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마르쿠스였다.

  마르쿠스 덕분에 극적으로 개선된 환경에서 살게 된 로마 시민들은 지금 당장 군단을 파견하라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전쟁의 신 마르스의 신전 앞은 격앙된 시민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거렸다.

  동방에서 군대를 편성하면 즉각 자원하겠다고 하는 자들도 급증했다.

  이건 단순한 원정이나 전쟁이 아니었다.

  감히 로마에 칼을 들이댄 괘씸한 배신자를 심판하는 성전이었다.

  분노의 외침이 바다를 건너 시리아의 안티오키아까지 닿았다.

  마침내 로마의 목소리에 마르쿠스가 호응했다.

  "원로원과 시민의 총의를 받들어 나 마르쿠스 메소포타미쿠스가 파르티아에게 그들이 저지른 죄를 묻겠다."

  군단이 편성되고 전쟁 물자가 차곡차곡 준비되기 시작했다.

  이미 메소포타미아가 마르쿠스의 수중에 있었기에 이집트나 아나톨리아에서 군량을 수송할 필요도 없었다.

  마르쿠스의 움직임에 파르티아도 발칵 뒤집혔다.

  로마와 전쟁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가망이 없는 싸움이었다.

  귀족들은 바로 몇 년 전에 로마에게 처참하게 패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때 패배로 국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파르티아는 아직 기병 전력을 완전히 회복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수도로 모인 귀족들이 사나트루케스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대체 샤한샤께서 어떤 일을 벌이셨기에 로마인들이 저렇게 날뛴다는 말입니까."

  "정말로 로마 총독을 암살하려 하신 겁니까?"

  파르티아인들은 로마가 어째서 저렇게 분노를 보이는지도 한동안 파악하지 못했다.

  사나트루케스가 마르쿠스를 암살하려 했다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도통 믿을 수가 없었다.

  사나트루케스는 마르쿠스의 뒷배를 통해 왕좌에 앉은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마르쿠스를 암살하려 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대다수는 로마가 전쟁을 위해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가져다 붙였다고 분개했다.

  그러나 로마가 내세운 명분이 사실이라고 믿는 파르티아인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로마가 진짜로 핑계를 댈 거였다면 더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었겠지. 이렇게 어설픈 거짓말을 구실로 쳐들어오진 않았을 거다."

  안 그래도 최근 메소포타미아에 있던 귀족들이 대거 숙청당한 참이다.

  그들이 사나트루케스의 사주를 받아 마르쿠스를 암살하려다가 발각됐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였다.

  당연히 사나트루케스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혐의를 철저히 부인했다.

  그는 자신을 의심하는 귀족들을 향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내가 마르쿠스를 암살하려 했다고? 천만에!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내가 어째서 한다는 말인가. 마르쿠스가 암살당하면 대체 내가 무엇을 얻는다고."

  "그러면 이건 철저하게 로마가 조작을 한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물론. 이건 로마가 우리를 완전히 집어삼키려고 음모를 획책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서 메소포타미아를 가져간 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우리의 남은 영토마저 손에 넣으려는 것이다."

  귀족들의 표정이 암담함으로 물들었다.

  정보에 따르면 마르쿠스는 이미 8개 이상의 군단을 편성해 진군을 개시했다고 한다.

  로마군과 맞서 싸울 생각을 하니 그저 눈앞이 깜깜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로마와 우리 사이에는 자그로스산맥이 있지 않습니까. 로마라고 해도 대규모 보급 부대를 계속 보내기란 힘들 겁니다."

  젊은 귀족 몇몇이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았으나, 이는 곧바로 다른 귀족에게 반박당했다.

  "로마가 굳이 자그로스산맥을 넘을 필요가 어디 있소. 그냥 강을 타고 남쪽의 바다로 나와 돌아오면 그뿐인 것을. 해로를 통하면 보급을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러니 로마 놈들을 막는데 자그로스산맥은 그렇게까지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게 맞소."

  "행군이나 보급에도 문제가 없다면 우리가 대체 저들을 어떻게 이긴다는 말입니까."

  귀족들의 아우성에 사나트루케스도 혀를 찼다.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은 그는 대체 어째서 일이 이렇게 흘러갔을까 한탄했다.

  해명과는 반대로 마르쿠스의 암살을 주도한 건 사실 그가 맞았다.

  동기는 명백했다.

  마르쿠스가 살아있는 이상 파르티아는 영원히 메소포타미아를 수복할 수 없을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언젠가는 파르티아도 로마의 손아귀에 들어갈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있었다.

  저번에 자그로스산맥까지의 영토를 모조리 빼앗겼을 때 확실히 실감했다.

  마르쿠스가 있는 이상 사나트루케스는 진정한 샤한샤가 될 수 없다.

  만약 마르쿠스가 폼페이우스처럼 나이가 든 노장이었다면 그가 늙어 죽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르쿠스는 사나트루케스와 반 세대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참을성 있게 기다려 봐도 사나트루케스 본인이 먼저 노환으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암살이란 극단적인 수단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준비는 철저히 했다.

  설령 실패해도 자신이 배후에 있다는 게 드러나지 않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마르쿠스는 사나트루케스의 수완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로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괜한 짓을 했다는 자책감과 함께 마르쿠스를 죽여야 한다는 선택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로마가 우리를 치기로 한 이상 겁먹고 있기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모두 지혜를 모아 이 난관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자."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됐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말이었다.

  사나트루케스가 책임을 지고 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일단 사나트루케스가 암살을 모의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로마와 싸우고 싶지 않은 귀족들은 내심 마르쿠스가 시원하게 증거를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럼 왕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이 가망 없는 전쟁에서 발을 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럼 일단 병력을 어떻게 구성하고 누가 이끌 것인지 논하도록 하지요."

  본심이 어떻든 귀족들은 사나트루케스의 말대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강화를 맺기 위해서라도 우선 자신들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의를 지켜보는 사나트루케스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졌다.

  이 난국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바로 그렇다라는 답을 내놓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

  마르쿠스가 군대를 이끌고 출병하자 안티오키아에는 평소보다 한적한 느낌이 감돌았다.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는 걸 감안한다면 많이 안정된 상태라고 볼 수도 있었다.

  "지금쯤 마르쿠스 님은 파르티아의 영토에 들어가셨을까?"

  아르시노에가 따뜻한 음료수로 입술을 축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음료수에 꿀을 타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 배를 타고 간다고 하셨으니까 지금쯤 이미 파르티아의 영토를 유린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 넌 어떻게 생각해?"

  클레오파트라의 시선이 공주들과 조금 떨어져 앉아 있는 옥타비우스에게 향했다.

  머리카락을 긁적이는 그의 표정은 평상시와는 다르게 조금 자신감이 떨어져 보였다.

  "저는 군사 쪽에는 영 문외한이라···공주님들의 의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긴 힘들 겁니다."

  "어라, 그래? 세상에 모르는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못하는 분야가 있었나 보구나."

  "세상에 그런 사람은 마르쿠스 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옥타비우스가 가볍게 쓴웃음을 짓고는 자신의 앞에 놓인 잔에 직접 포도주와 물을 따랐다.

  아르시노에와 클레오파트라, 옥타비우스라는 일견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조합은 최근에 꽤나 자주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마르쿠스가 직접 자신의 옆에 두기로 결정한 소년의 재능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종종 옥타비우스를 식사에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때마다 그가 지닌 통찰력과 지식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옥타비우스도 클레오파트라를 유익한 대화상대로서 꽤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르시노에와도 어울릴 일이 많아졌고, 세 사람은 이렇게 종종 식사를 같이하고 담소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사소한 신변잡기부터 정치적인 영역까지 상당히 다양했다.

  "그런데 언니는 왜 아직까지 안티오키아에 있는 거야? 키케로 님이 돌아갔을 때 같이 가도 됐던 거 아니야?"

  "지금 로마 분위기를 보렴. 마음 놓고 유학 생활을 할 상황이 아니잖니. 키케로 님도 다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내가 옆에 있으면 괜히 방해만 될 수도 있고. 여기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로마가 좀 잠잠해졌다 싶으면 돌아갈 생각이야."

  "하긴, 괜히 혼란스러운 곳을 기웃거리다가 불똥을 맞을 필요는 없지."

  아르시노에가 보기에도 지금 로마에 돌아가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았다.

  옆에서 과일을 집어 먹으며 대화를 듣고 있던 옥타비우스가 대수롭지 않은 어조로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어차피 곧 있으면 마르쿠스 님도 로마로 돌아가실 테니 그때 같이 가면 되지 않을까요? 저도 그때 함께 갈 생각입니다."

  "응?"

  "뭐?"

  클레오파트라와 아르시노에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던 아르시노에는 이내 피식 웃으며 손을 휙휙 저었다.

  "우리 똑똑한 옥타비우스도 의외로 로마 정치 체제를 잘 모르나 보네? 마르쿠스 님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로마로 못 돌아가."

  "맞아. 로마의 총독은 자리를 반납하지 않는 한 로마의 신성경계선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어."

  "네 원칙대로 하면 그게 맞죠. 하지만 그 원칙은 이미 폼페이우스 님에 의해 깨졌습니다. 그게 바로 지금 로마가 이렇게 시끄러워진 원인이었고요."

  클레오파트라는 옥타비우스가 하려는 말을 바로 이해했다.

  그녀가 미심쩍은 얼굴로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넌 그럼 설마 마르쿠스 님도 그런 특혜를 요구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 파르티아를 정복한 군공을 앞세운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아니요. 어째서 마르쿠스 님이 그런 권리를 요구하겠습니까. 저쪽에서 제발 와달라고 할 텐데 굳이 먼저 나설 필요는 없죠."

  "저쪽에서 먼저 와달라고 한다니?

  아르시노에가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딘가 알 것도 같았지만 확 와닿는 느낌은 없었다.

  옥타비우스는 바로 그녀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폼페이우스 님이 총독직을 유지하고 로마로 들어오는 이상 이제 곧 로마로 귀환할 카이사르 님도 당연히 같은 권리를 요구할 겁니다. 그리고 카이사르 님과 한배를 타고 있는 폼페이우스 님과 민중파는 이를 기꺼이 수락하겠지요. 귀족파가 아무리 반대하려고 해도 이 흐름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귀족파가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예. 미치도록 불안하겠죠. 아무리 명예와 권력, 부가 있더라도 창칼로 무장한 상대가 바로 앞에 있다면 그런 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방패가 되어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할 겁니다."

  "아하, 그렇다면 로마에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마르쿠스 님 한 명밖에 없지."

  "그리고 마르쿠스 님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게다가 냉정히 봤을 때 급한 건 귀족파지 마르쿠스 님이 아닙니다. 그분은 파르티아를 점령한 뒤에도 느긋하게 점령지 재편성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겁니다. 그러는 동안 로마에서는 폼페이우스 님의 개선식이 열릴 테고, 카이사르 님도 브리타니아 정복을 끝내고 돌아올 준비를 하겠죠."

  그 뒤의 이야기는 굳이 옥타비우스의 입으로 듣지 않아도 쉽게 상상이 됐다.

  귀족파는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마르쿠스를 로마로 부를 수밖에 없다.

  마르쿠스가 원하지 않는다면 사정을 해서라도 모셔 가려 할 것이다.

  민중파도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의 군공을 내세우며 특별법을 통과시킨 이상 마르쿠스를 예외로 둘 수는 없다.

  "마르쿠스 님은 이런 걸 다 내다보시고 파르티아 원정에 나서신 걸까? 아마 그렇겠지?"

  "정확히 말하면 이런 흐름은 훨씬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을 겁니다. 아마도···메소포타미아 귀족들이 암살을 꾸미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계획된 일이 아니었을까요."

  "···그때부터 다 계획된 거였다고?"

  "어디까지나 제 예상입니다. 공주님께서는 처음에 어째서 마르쿠스 님이 암살을 모의한 파르티아를 치지 않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하지만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어떨까요? 그분의 결정이 충분히 납득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르시노에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녀는 처음에 암살 사건의 전모를 들었을 때 로마 시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분노를 표출했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동생처럼 대놓고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누구 못지않게 화가 난 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정작 당사자인 마르쿠스는 메소포타미아 귀족들만을 쓸어버리는 걸로 넘어갔다.

  어째서 파르티아를 가만히 놔두는 거냐고 물어봐도 때가 아니라는 아리송한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그때는 마르쿠스가 너무 명분에 얽매이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막상 지금 상황을 보니 그때 섣불리 치고 나가지 않은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진짜로 이 모든 게 계획된 흐름이었다고 한다면 확실히 납득이 갔다.

  "하지만···정말로 그런 게 가능한가?"

  "전 처음에 파르티아 전쟁을 뒤로 미루는 건 이해가 갔습니다. 어차피 폼페이우스 님의 원정이 끝난다면 자연스럽게 파르티아쪽으로 로마의 시선이 돌아갈 테니까요. 그런데 솔직히 저도 지금의 흐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맞아. 마르쿠스 님도 폼페이우스 님의 원정이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고 하셨어. 수레나스와 내기를 했었는데 져버렸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어."

  "하지만 시기의 문제였을 뿐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을 겁니다. 마르쿠스 님은 그냥 일이 이렇게까지 빨리 진행될 거라고 예상 못 하셨던 거겠죠. 대략적인 계획은 이미 구상하고 계셨을 겁니다. 정말로 대단한 분이십니다."

  옥타비우스는 감동과 환희에 젖은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마르쿠스에게 완전히 경도된 것처럼 보였다.

  "역시 마르쿠스 님. 호루스의 눈을 가진 그분이라면 당연히 세상 만물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었겠지. 난 옥타비우스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해."

  아르시노에는 활짝 웃으며 옥타비우스의 말에 맞장구쳤다.

  반면 클레오파트라는 옥타비우스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자신이 받은 충격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딱히 마르쿠스의 노림수에 경악해서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고작 열 살이 조금 넘은 꼬마가 마르쿠스의 계획을 이렇게나 제대로 짚어냈다는 점에 소름이 돋았다.

  '총명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감동에 젖은 아르시노에와 옥타비우스는 마르쿠스가 신과도 같은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떠들었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의 눈에 비친 옥타비우스 역시 충분히 괴물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클레오파트라 이상의 통찰력을 지닌 저 아이가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하게 될지 좀처럼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자신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꼬마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될 거라고는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애초에 지금 보이는 저 모습이 그의 진심인지도 제대로 분간이 가지 않았다.

  완전히 마르쿠스의 추종자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것인가.

  마르쿠스는 그 재능을 진즉 꿰뚫어 봤으니 옥타비우스를 옆에 두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머릿속에 있는 미래의 구상은 어떤 모습일까.

  거기에서 이집트와 아르시노에, 그리고 클레오파트라 자신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작은 기대감이 그녀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 150. 2차 동방원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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