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 다시 로마로 >
154.
카이사르의 서신을 든 쿠리오가 로마에 도달한 건 아우렐리아의 장례식이 막 끝났을 무렵이었다.
장례식이 늦어진 이유는 민중파와 귀족파가 장례 절차에서 의견 대립을 보였기 때문이다.
카이사르의 장인인 피소는 아우렐리아를 위해 국장을 치를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청했다.
물론 귀족파는 이를 반대했다.
이건 아무런 근거 없이 어깃장을 놓은 건 아니었다.
"친애하는 피소, 카이사르가 겪은 비극은 우리도 참으로 애통하나 여인에게 국장을 치러준 전례는 지금까지 없습니다. 전통에 엄격한 이들은 이걸 국가를 모욕하는 행위라 받아들일 겁니다."
귀족파에서 반대에 앞장선 사람은 역시 카토였다.
키케로 역시 국장에는 난색을 보였다.
"선례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여인을 국장하고 마르스 평원에 유골을 안장한 사례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귀족파의 반대에도 민중파는 국장을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민중파의 수장인 카이사르의 모친상이다.
이를 국장으로 진행한다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이 장례식에 참석하겠는가.
그리고 단지 정치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아우렐리아는 이런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선례가 없으면 만들면 되지요. 여인은 국장을 하면 안 된다고 어디 법에라도 적혀 있습니까?"
"명문으로 적혀 있지는 않더라도 관습과 전통이 있지 않습니까."
"하, 세월이 흐르면 명문화된 법조차 변화하는 법인데 영원한 관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아우렐리아 님은 로마 모든 여인들의 귀감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모범과도 같은 분이었다는 말입니다. 이런 분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지 않는다면 로마가 여성들을 무시하고 탄압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민중파는 카토의 반대를 무시하고 장례 절차를 표결에 부쳤다.
의원들의 6할 이상이 국장의 찬성에 표를 던졌다.
그렇게 한 차례 논쟁이 있고 난 뒤에야 장례식이 열렸다.
원래 고인의 눈을 감겨주고 입에 동전을 물려주는 건 가족이 해야 할 일이지만, 아우렐리아의 직계 비속은 현재 로마에 없었다.
결국 카이사르의 아내 칼푸르니아가 아우렐리아가 뱃사공 카론의 배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앉기를 기원하며 입에 데나리우스 금화를 물려주었다.
포로 로마눔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시민들이 집결했다.
카이사르의 인기도 인기였지만, 아우렐리아는 평민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은 여인이었다.
지체 높은 귀족임에도 수부라에서 평민들과 더불어 살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카이사르를 훌륭히 키워냈다.
자식 교육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로마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칭송을 받을 이유가 충분했다.
게다가 장시간 로마를 비우는 일이 많았던 카이사르를 대신해 그녀는 베스타 여사제들과 함께 여러 종교 행사를 주관해 왔다.
여느 원로원 의원의 장례식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쿠리오가 굳이 부추기지 않아도 시민들은 카이사르가 장례식에 오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했다.
로마의 최고 신관이 정작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추도를 하지 못한다니 얼마나 모순적인 일인가.
쿠리오는 이런 분위기를 틈타 여러 가지 공작을 했다.
뛰어난 웅변능력으로 카이사르의 발탁을 받은 그는 원로원 회의에 참여하기 전에 일단 민회의 연단에 섰다.
친우인 클로디우스에게 부탁해 연설의 기회를 얻은 그는 눈물을 흘리며 카이사르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얼마 전 우리 로마의 위대한 어머니 아우렐리아 님의 장례식이 국장으로 치러졌습니다.
수많은 귀족들과 시민들이 그분의 명복을 빌며 장례에 참가했지만 정작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야 할 인물은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모든 인생을 바쳐서 훌륭히 양육한 아들이 정작 어머니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못한 것입니다. 카이사르는 원정을 치르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카이사르 님의 원정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상태였습니다. 브리타니아와 갈리아는 완전히 평정되었고, 그 기쁨을 충분히 맛보기도 전에 충격적인 비보를 맛보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카이사르 님은 군단의 사기에 영향이 갈까 봐 부하들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셨습니다.
"
쿠리오의 연설을 듣는 시민들의 표정에 진한 안타까움이 서렸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쿠리오는 목청을 가다듬고 드디어 본론을 꺼내놓았다.
"우리는 로마를 위해 헤아릴 수 없는 공을 세운 영웅을 이렇게 대우해서는 안 됩니다. 카이사르가 이룬 업적을 보십시오.
우리는 이제 갈리아 야만족들이 로마로 쳐들어올 수도 있다는 공포에서 영원히 해방되었습니다. 그런 카이사르가 자신의 어머니의 유골이 마르스 평원에 매장되는 것조차 보지 못하는 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그가 로마로 들어오려면 총독의 자리도, 군단을 지휘하는 권한도, 심지어 개선식의 권리마저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는 카이사르 개인의 손해가 아닙니다. 몇 년에 걸쳐 북방에서 싸워온 군단병들이 개선식이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입니다.
카이사르 님은 아직 군단의 지휘권을 내려놓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 라인강 너머에 있는 게르만족들이 갈리아인처럼 로마를 노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어머니의 죽음에서 억지로 눈을 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로마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영웅이 이런 비극을 맛보아야 하는 겁니까? 이게 정상이라고 보십니까, 여러분!
"
"우우우!"
"말도 안 된다!"
"그렇습니다!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민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로마의 위대한 영웅 카이사르가 자신의 권한을 유지한 채 로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행사한 뒤에 다시 로마를 위해 북방에서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쿠리오의 절절한 호소에 시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시민들의 의견은 이제 완전히 카이사르 쪽으로 기울었다.
쿠리오는 당당하게 원로원 회의에 참여해 민회에서 했던 것과 비슷한 요지의 연설을 쏟아냈다.
카토는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했으나 밀려오는 해일에 돌팔매질을 하는 정도의 영향력밖에는 행사하지 못했다.
이미 여론을 등에 업은 카이사르의 요구는 귀족파가 애쓴다고 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키케로는 머리를 쥐어짜 낸 끝에 카이사르와 마르쿠스에게 동시에 특혜를 주는 쪽으로 법안을 발의하자고 귀족파를 설득했다.
당연히 거부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마르쿠스가 로마로 온다고 해도 아직 한 가지 문제점이 남아 있었다.
그가 정말로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를 견제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카이사르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비불루스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물었다.
"마르쿠스가 군권을 쥐고 있긴 하지만 그건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 역시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정말로 제대로 된 견제가 가능할까요?"
"마르쿠스가 지금까지 보여준 걸 떠올려보십시오.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여준 거로만 따지면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 둘 모두를 능가할 수는 없지요. 특히 카이사르의 군단은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그가 군사행동을 일으키기라도 하면 로마는 그걸 막을 수가 없어요."
키케로와 카토도 이 부분만큼은 제대로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귀족파가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압박감은 카이사르의 세력이 위치한 장소였다.
솔직히 지배하고 있는 영역만 보자면 카이사르가 점령한 곳은 다른 두 사람에 비하면 가치가 떨어졌다.
폼페이우스는 서방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곳 중 하나인 그리스를 거느리고 있었다.
마르쿠스는 로마의 최고 곡창지대인 아나톨리아와 이집트를 거느렸고 거기에 메소포타미아 평야까지 손에 넣었다.
반면 카이사르가 점령한 땅은 야만족들이 들끓는 갈리아와 브리타니아에 불과했다.
물론 굉장히 기름진 땅이라 개간하면 높은 생산력을 자랑하게 되겠지만, 아직은 미개발된 땅에 불과했다.
그러나 문제는 카이사르의 군단만이 유일하게 육로를 통해 로마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마르쿠스의 군대는 로마로 돌아오려면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다.
이건 폼페이우스도 마찬가지였으니 어떻게 상쇄가 된다고 쳐도 카이사르는 이야기가 달랐다.
지금도 갈리아 키살피나에 주둔하고 있는 그의 군단은 로마를 바로 아래로 굽어보고 있었다.
물론 카토를 제외하면 카이사르가 정말로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올 거라는 생각을 하는 이는 없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혹시나 모른다는 압박감이 의원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아무리 마르쿠스를 부른다고 해도 이게 쉽게 해소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르쿠스를 부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카이사르나 폼페이우스의 말을 거절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겁니다. 최소한의 균형을 맞춰 놓아야 우리도 뭘 할 수 있지요."
"그건 키케로, 당신의 말이 옳습니다. 다만 마르쿠스를 부르긴 해야지요. 하지만 그 혼자서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를 부담하기엔 짐이 너무 무겁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최선을 다해 도와줘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 대항한다면 민중파도 쉽게 주도권을 쥐진 못할 겁니다. 다행히도 폼페이우스는 이제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이니 우리를 적극적으로 압박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카이사르로군요."
하필 가장 위험한 자가 가장 빠르게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했다.
귀족파는 골이 지끈지끈 아파오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메텔루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클로디우스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쳐대는 그 개자식을 어떻게든 손봐야 합니다."
"아···그렇군요. 그자도 있었지요."
신경 써야 할 게 너무나 많다 보니 미처 클로디우스에게까지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있었다.
키케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턱을 긁적였다.
"그래도 재판의 변호는 제가 맡아드리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하신지요?"
"지금 내 가슴을 가득 채우는 건 불안이 아니라 분노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얼마든지 나와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재판에서 무죄가 뜬다고 하더라도 내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시민들은 나를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공공연히 비난하고 있어요. 대체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냔 말입니다."
"그건 정말 유감입니다. 클로디우스는 아마 우리들의 위신에 금이 가게 하려고 이런 짓을 꾸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치도 모르는 놈이···하긴 그러니까 귀족의 이름을 버리고 평민이 되는 길을 선택했겠지."
메텔루스가 재판에서 패소할 일은 없어 보였지만 클로디우스가 크게 손해를 볼 일은 없었다.
재판이 불리하다 싶으면 소를 취하하고 배상금을 지불하면 된다.
로마에서 유명한 부호인 클로디우스라면 법적으로 명시된 배상금 따위는 얼마든지 지불하더라도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귀족파 의원들은 클로디우스의 이런 행동이 민중파의 전략의 일환일 거라 의심했다.
사실과는 달랐지만, 이런 의심이 팽배해지는 것만으로도 양 세력 간의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귀족파는 일단 급한 대로 마르쿠스를 부르고 보자는 것까지는 의견이 일치했다.
키케로는 민중파에 선수를 뺏기기 전에 먼저 법안을 발의해 표결에 부쳤다.
법률의 내용은 복수의 속주를 관할하는 총독은 필요한 경우 임페리움을 한시적으로 정지하고 로마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여러 속주를 관리하는 만큼 로마와 의견 조율을 해야 하는 일이 많을 거라는 게 이 법안을 발의한 이유였다.
당연히 이게 완전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한 명의 총독에게 복수의 속주를 관활하게 하는 건 해당 지역에서 커다란 전쟁이 있을 때나 생기는 특수한 경우였다.
이건 누가 봐도 카이사르와 마르쿠스에게 폼페이우스와 같은 권한을 주기 위한 법안이었다.
민중파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넙죽 찬성표를 던졌다.
"급한 일은 마무리됐으니 이제 한숨 돌릴 여유가 나겠군."
표결이 전부 끝난 뒤 칼비누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혼잣말을 했다.
그래도 원로원 의원 모두가 내심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로마의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카이사르와 마르쿠스가 도착하기 전까지 특기할 만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클로디우스는 또 한 번 대형 사고를 터트렸다.
이번에는 귀족파의 일원이자 차기 집정관 후보로 거론되는 아헤노바르부스를 고발한 것이다.
"아헤노바르부스는 법무관직을 지내는 동안 부정축재를 저지르고 시민들을 선동해 폭력을 저지르려 했습니다. 이에 저는 호민관의 권한으로 그를 법정에 회부하는 바입니다."
귀족파는 말도 안 되는 짓거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실 아헤노바르부스는 정말로 뇌물을 받긴 받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로마의 고위 정무관들이라면 의례로 받는 정도의 액수만을 받았을 뿐이다.
이걸로 뇌물죄를 적용한다면 법의 철퇴를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대 로마에서 청렴한 관리란 뇌물을 아예 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선거비만 회수할 정도로 돈을 받는 사람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폭력선동죄라는 죄목도 어처구니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아헤노바르부스가 한 것은 클로디우스가 선동으로 끌어모은 불량배들을 불법적인 조직이라 규정한 게 다였다.
클로디우스는 이걸 선량한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해 이들을 탄압하려는 시도였다고 주장했다.
귀족파가 이런 폭거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민중파 놈들이 벌써 자신들의 세상이 왔다고 착각하고 있나 봅니다."
"이런 방자한 행위를 계속 두고 본다면 클로디우스는 언제까지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우리를 찔러 볼 겁니다. 저들의 기세를 한 번쯤 꺾을 필요가 있습니다."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가 로마에 들어온 뒤에는 늦습니다. 지금 쳐야 합니다."
카토는 폭력은 안 된다고 동료들을 타일렀으나 이미 흥분으로 눈이 뒤집힌 귀족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클로디우스가 동료 호민관을 시켜 귀족파 의원 한 명을 더 고발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됐다.
카토와 키케로도 분노가 폭발한 동료 의원들을 더는 억누르지 못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민중파는 클로디우스를 억제하려 해보았지만 그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심지어 친우인 쿠리오에게조차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결국 귀족파 내부에서도 클로디우스의 조직에 맞서기 위해 폭력배를 운용하자는 말이 나왔다.
호민관 출신의 평민 귀족 티투스 안니우스 밀로가 귀족파의 눈에 낙점 됐다.
뒷골목의 무뢰배들을 끌어모은 밀로는 임시로 설치된 재판장을 모조리 때려 부수고 다녔다.
클로디우스도 이를 두고만 보지는 않았다.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들을 동원해 밀로의 세력과 대놓고 패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민중파와 귀족파는 이 혼란을 수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원로원에서 충돌하며 갈등을 더 키우기만 했다.
유일하게 이 정국을 수습할 수 있는 폼페이우스는 개선식 준비로 마르스 평원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었다.
삽시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린 로마는 날이 갈수록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지금은 폭력단을 앞세워 간접적인 싸움을 벌이는 정도였지만 언제 직접 대결로 격화될지 몰랐다.
로마로 바로 돌아오려던 카이사르도 이 사태를 보고 받고는 잠시 상황을 관망하기 위해 멈춰 섰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드디어 마르쿠스가 탄 배가 항구도시 브룬디시움에 정박했다.
마르쿠스는 로마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소동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법률로 총독에게 보장된 호위들을 이끈 채 가도를 타고 로마로 북상하기 시작했다.
그 소식을 들은 카이사르도 망설이지 않고 소수의 호위만을 대동한 채 루비콘강을 건넜다.
혼돈이 내려앉은 로마가 이 사태를 수습할 영웅의 귀환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 154. 다시 로마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