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 로마를 위하여 >
158.
삼두 연합 체제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법이 통과되자마자 마르쿠스와 카이사르는 로마 시내로 입성할 준비를 마쳤다.
폼페이우스가 돋보일 수 있도록 개선식 일정을 뒤로 미룬 두 사람이었지만, 그렇다고 평범하게 로마로 들어서진 않았다.
카이사르는 화려하게 장식된 갑옷을 입고 그의 백마에 사자 가죽으로 된 마구를 씌웠다.
호위로 데려온 갈리아 기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로마로 들어오는 그를 보기 위해 시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천천히 팔라티노 언덕으로 올라간 카이사르는 유피테르 신전 앞에서 자신의 승리를 보고하고 신의 축복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원래는 최고 신관이 축복을 내려야 하지만 본인이 본인에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다른 대제관의 도움을 받았다.
사실상 약식 개선식이나 다름없는 광경에 시민들은 그저 열광할 따름이었다.
마르쿠스는 카이사르와 하루 간격을 두고 로마로 들어왔다.
그 역시 카이사르와 비슷하게 자신의 승리를 과시하는 상징물을 앞세웠다.
유피테르의 신전 앞에 선 마르쿠스에게 최고 신관인 카이사르가 축복을 내리는 장면은 수많은 로마인들에게 회자되었다.
귀족파 의원들은 카이사르가 당장이라도 원로원을 박살 내는 정책을 논의할까 노심초사 마음을 졸였다.
카이사르와 마르쿠스는 그런 의원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마르스 평원으로 나가 회동을 가졌다.
다행히도 그들의 첫 사업은 원로원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행정 업무였다.
"세르비우스 성벽을 허물어 버리자고?"
상상도 못 했던 마르쿠스의 제안에 폼페이우스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삼두 연합이 처음으로 어떤 일을 처리할 것인지는 굉장히 중요했다.
시민들에게는 안정감과 만족을 줘야 하고, 귀족들에게는 필요 이상의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세르비우스 성벽의 철거는 이중 어느 쪽으로 봐도 조금 미묘하게 느껴졌다.
"세르비우스 성벽은 공화정이 들어서기 전부터 로마를 지키고 있던 방벽이라네. 400년 이상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성벽을 허무는 건 전통을 파괴하는 행위로 비칠 여지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좀 과민한 사람들은 공화정의 질서를 파괴하겠다는 비유적인 행동으로 해석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도 굳이 성벽을 허물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시민들도 저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어리둥절할 텐데?"
"시민들에게 이 사업의 의미를 이해시키는 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로스트라 연단 위에서 사업의 목적을 설명할 거니까요."
마르쿠스는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도시 정비를 빠르게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지금 로마는 무계획적으로 중구난방 확장된 상태라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세르비우스 성벽이 체계적인 도시 확장 계획에 방해가 된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로마가 작은 도시국가일 때 건설된 이 성벽으로는 현재 수도 로마를 방어하기란 불가능했다.
로마의 규모는 왕정 초기와 비교하면 이미 몇 배나 더 커진 상태였다.
처음에는 성벽 안쪽에 어떻게든 시설을 우겨넣었으나 그럴 수 없게 된 지 이미 100년이 훌쩍 넘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카이사르는 마르쿠스의 의견에 찬성했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원 역사에서도 독재관에 취임한 그는 세르비우스 성벽을 허물어버렸기 때문이다.
"확실히 지금 세르비우스 성벽은 로마의 발전에 저해가 될 뿐, 아무런 기능을 하고 있지 않지. 난 이걸 부수는 데 찬성일세. 거추장스러운 성벽을 밀어버리고 도로를 확장하고, 기반시설을 깐다면 시민들은 당연히 환영할 거라고 보네."
"하지만 세르비우스 성벽은 신성 경계선을 의미하지 않는가."
"마그누스, 신성 경계선은 술라가 기존보다 더 확장했기 때문에 성벽과 거의 일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혼란을 가중하기만 할 뿐이죠. 그렇게 생각하니 철거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군요."
"음···확실히 쓸모도 없는 성벽을 계속 놔둘 이유는 없긴 하지. 외적을 막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도시의 발전을 막기만 할 뿐이라고 하니 나도 철거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군."
폼페이우스 쪽도 찬성으로 돌아섰으니 이제 세르비우스 성벽을 허무는 건 그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확정된 사항이 되었다.
마르쿠스는 로마의 시설들이 상세히 표시된 지도를 탁자 위에 펼치고 앞으로의 구상을 설명해나갔다.
"여기 성벽을 밀어버리고 가도를 확장한다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교통체증은 극적으로 개선될 겁니다. 그리고 시민들도 성벽 안쪽의 시설을 이용할 때 괜히 돌아가야 하는 일이 없어지니 더 이상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면 새로운 성벽을 건설할 위치는 어디쯤으로 잡을 생각인가?"
"성벽을 굳이 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북쪽의 갈리아마저 완전히 평정된 상황에서 로마라는 도시를 성벽으로 둘러쳐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마르쿠스, 자네의 의견이 나와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군. 나도 수도의 안전은 국경선에서 지켜져야지 성벽 안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네. 게다가 성벽이 없는 도시라는 수식어는 이 로마가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안전한 곳이라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될 걸세."
실제로 역사상의 로마는 공화정 말기부터 제정 중기까지 무려 300년 이상을 성벽이 없는 도시로 존재했었다.
로마가 다시 성벽을 쌓기 시작한 건 3세기 무렵 야만족들이 대거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 북부를 침공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성벽이 필요하다는 것은 곧 외적의 위협이 임박했다는 뜻.
마르쿠스는 이번에 자신이 새롭게 바꿀 로마는 최소 500년 이상 성벽이 필요하지 않은 도시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물론 마르쿠스는 단순히 성벽을 허물고 도시를 정비하는 걸로 첫 사업을 장식할 마음은 없었다.
그는 이전부터 줄곧 구상해 왔던 역참 제도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로마는 기존의 행정 제도로 관리하기에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넓어져 버렸다.
이로 인한 행정의 공백을 메우려면 신속한 정보의 전달이 무엇보다 급선무였다.
전화나 전보의 도입은 마르쿠스가 죽을 때까지 불가능할 게 뻔했으니 논외다.
그렇다면 최대한 실현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역시 원나라에서 운용했던 역참밖에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원은 지금의 로마보다도 넓은 영토를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역참 제도를 더욱 발전시켰다.
이는 대제국을 운영해야 할 마르쿠스에게는 아주 좋은 참고 사례가 되었다.
전성기의 원나라는 대칸의 사자가 북경을 떠나면 어느 곳으로 가든 40km마다 역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역사에는 수백 마리의 말이 준비되어 있어 곧바로 새로운 말이 칸의 서신을 가지고 다음 역사로 출발했다.
아무리 인적이 드문 길이라도 70km 안쪽에서는 새로운 역사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역참은 세밀하게 깔렸었다.
말이 지칠 때쯤이면 곧바로 새로운 말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는 약 300km 이상을 하루에 주파하는 게 가능했다.
이를 통해 대칸은 30일 거리에서 떨어진 장소에서 일어난 소란을 단 하루 만에 보고받았다는 기록도 존재했다.
마르쿠스는 이 역참 제도를 로마의 실정에 맞게 변형시켜 적용할 계획이었다.
대략적인 구상안을 들은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는 감탄하면서도 살짝 의구심 섞인 반응을 보였다.
"놀라운 제도를 구상하고 있군. 그런데 그게 정말로 가능하긴 한 건가?"
"엄청난 비용이 들 것 같은데···그리고 그런 제도를 운용하려면 말이 대체 몇 마리나 필요할지 나로선 상상이 가지 않네."
"예. 두 분의 지적대로입니다. 역시 말의 수급과 제도를 운용하기 위한 경제적 부담을 해결하는 게 관건이라고 봅니다."
전성기의 원나라는 이 역참 제도에만 무려 30만 마리의 말을 썼다고 한다.
아무리 로마가 원 역사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졌다고 해도 아직 그 정도의 말을 역참에만 쏟을 정도의 수준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로마는 원나라보다는 해로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굳이 원과 같은 숫자의 말을 갖출 필요는 없었다.
원나라가 역참제도를 계속 유지하지 못하고 붕괴한 원인과 개선방안도 전부 머릿속에 숙지하고 있었다.
다행히 신농법의 도입으로 말의 사료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말들의 육성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브리타니아와 갈리아 지방까지 손에 넣었으니 농토를 개간하면 로마의 식량 생산량은 곧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해나간다면 충분히 로마의 실정에 맞게 도입할 수 있으리라.
마르쿠스의 체계적인 설명을 들은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도 결국 그의 의견에 납득해 주었다.
지금 당장 도입하자는 것도 아니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길게 보며 기반을 다지자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었던 까닭이다.
마르쿠스는 여기에 삼두 연합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개혁에 '모든 것은 로마를 위하여'라는 표어를 붙였다.
대중의 인식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슬로건이었다.
카이사르는 마르쿠스의 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이 직접 연단에 올라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의 연설은 점점 '모든 것은 로마를 위하여'라는 말로 마무리가 되었고, 시민들 역시 '로마를 위하여'라는 말을 외치며 열띤 호응을 보냈다.
사람이란 주변에서 전부 한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하면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믿게 되는 법이다.
이런 편승 효과와 연상 효과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삼두 연합은 착실하게 시민들의 지지를 키워나갔다.
반면, 트집거리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던 귀족파 의원들은 지금의 상황에 내심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들이 볼 때 삼두 연합의 행보는 지금까지는 아주 건설적이었고, 실제로 로마에 도움이 되는 행동만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로원의 권한을 필요 이상으로 뭉개는 일도 없었다.
실제로 키케로가 손을 본 무고죄 처벌 법안은 클로디우스가 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삼두 연합이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건 확실히 귀족파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정국이 나쁘지 않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카이사르라면 좀 더 우리를 압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상식적인 일만을 하니까 역으로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마르쿠스가 카이사르를 잘 견제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 명의 이해가 모두 일치하지 않으면 거부권을 무시할 수 없다는 조항은 확실히 적절한 한 수였습니다."
귀족파 의원들은 카이사르가 갈리아 원정을 겪으며 유순해졌다는 생각 따위는 손톱만큼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건 당연히 마르쿠스가 카이사르의 과격한 정책에 합의를 해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가 뭐든 간에 카이사르가 귀족파를 향해 칼을 휘두르지 못하고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귀족파 내에서는 지금까지 너무 과한 걱정을 했다는 의견들이 서서히 주류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무리 급진적인 정책이 나오더라도 마르쿠스가 거부를 하면 그만인데 너무 과민반응을 했다는 것이다.
카토는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대다수의 의원들은 카토의 걱정을 단순한 기우로 치부하기 시작했다.
"카토는 너무 사서 걱정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게 흠입니다."
"카이사르를 얕볼 수 없는 건 사실이긴 해도 구조상 그가 뭘 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마르쿠스가 막아주겠죠. 우린 그가 도와달라고 할 때 도와주면 되는 겁니다."
귀족파가 이럴진대 민중파의 사정이야 더 볼 것도 없었다.
원로원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현실과 괴리되어 가고 있었다.
※※※※
삼두 연합은 '로마를 위해서'라는 기치를 앞세우고 꾸준히 개혁적인 정책들을 통과시켰다.
물론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삼두는 폼페이우스의 개선식을 최대한 활용해 보기로 했다.
개선식이란 본디 합법적으로 돈을 살포할 수 있는 최적의 행사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로마가 낳은 최고의 전략가 폼페이우스가 마지막 개선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규모를 최대로 키우고 이제껏 없었던 호화로운 행사들을 줄줄이 끼워 넣었다.
역사상 가장 성대하게 열리는 개선식이 되리란 소문이 로마에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폼페이우스로서는 자연히 크게 감격해 하며 동료들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자네들도 개선식을 하고 싶을 텐데 일정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날 지원해주다니 정말 고맙네."
"고맙긴요. 이번 개선식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위대한 폼페이우스의 마지막 개선식이 아닙니까. 당연히 최대한 주인공에게 화제가 집중되도록 해야죠. 이 뒤에 개선식이 또 줄줄이 열릴 예정이라면 아무래도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습니까."
카이사르가 마르쿠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십시오 마그누스. 저나 마르쿠스는 아직 원정을 갈 기회가 최소 한 번 이상은 더 남아있습니다. 이번에 개선식을 치르지 않더라도 다음에 공을 세운 뒤 몰아서 정산하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돌이켜보면 역사상 나만큼 운이 좋은 로마인이 있을까 싶네. 항상 자신을 펠릭스(행운아)라고 칭했던 술라도 나 정도는 아니었을 거야."
폼페이우스는 감회어린 시선으로 마르쿠스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 마르쿠스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이런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네. 언제나 나를 잡아먹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던 원로원과 싸우다가 기력을 다 써버렸을 가능성이 컸겠지."
"아닙니다. 제가 없었어도 마그누스 님은 충분히 원로원의 공세를 이겨내실 수 있었을 겁니다."
"카이사르와 협력했다면 그럴 수 있었겠지만 카이사르와 나를 이어준 것도 자네이지 않은가."
마르쿠스는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사실 크라수스를 제외한다면 마르쿠스의 개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사람은 폼페이우스가 맞긴 했다.
원래 그는 젊었을 때의 눈부신 업적이 무색하게 말년에는 카이사르에게 밀려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내전에서도 원로원 의원들의 등쌀에 못 이겨 회전을 걸었다가 다 이긴 전쟁에서 참패를 하는 등 굴욕을 겪었다.
거기에 자신의 클리엔테스인 이집트에서 배신당해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칼에 찔려 숨을 거두었다.
이날은 다름 아닌 폼페이우스의 생일이었다.
로마가 낳은 일대의 영웅치고는 너무나 허망한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마르쿠스와 만나게 된 폼페이우스는 원 역사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가장 큰 결점이었던 정치력을 마르쿠스가 채워주니 마지막까지 빛나는 로마의 영웅으로서 남아있을 수 있게 됐다.
거기에 '태초에 다다른 자', '문명의 정복자' 같은 더없이 영광스러운 칭호까지 얻었다.
이미 폼페이우스의 명성은 과거 한니발을 무찌른 아프리카누스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시민들도 당연히 폼페이우스의 개선식에 아낌없는 환호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폼페이우스의 개선식은 세 개로 분할되어서 치러지기로 결정됐다.
지중해의 수호자로서 지금까지 로마의 식량 안전을 확실히 책임진 것, 쿠시 왕국 정복, 그리고 악숨 왕조의 복속에 대한 개선식이었다.
첫 번째 개선식에는 지금까지 폼페이우스가 치른 업적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개선식에는 나일강의 수원을 밝혀내고 바다처럼 광대한 호수, 라쿠스 폼페이아를 발견한 업적이 강조됐다.
쿠시와 악숨에서 가져온 무수한 금은보화가 아낌없이 뿌려졌음은 물론이다.
시민들은 문자 그대로 은화의 폭우에 휩싸여 로마가 낳은 불세출 영웅의 이름을 칭송했다.
"지금까지 내가 본 그 어느 개선식보다도 성공적이로군."
카이사르는 마지막 개선식이 끝나고 유피테르 신전으로 들어가는 폼페이우스를 지켜보며 감상을 입에 담았다.
"동감입니다. 마그누스 님의 마지막 개선식에 딱 어울리는 마무리가 됐군요."
"시민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기뻐하는 듯했고, 원로원 의원들의 얼굴도 썩 나빠 보이진 않았네. 자네가 볼 땐 어땠지?"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 확실히 귀족파 의원들의 눈에서 근심 어린 기색이 많이 사라졌더군요."
"자신들에게 해가 될 일은 하나도 하고 있지 않으니까."
저 멀리서 시민들이 '로마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경례를 하는 게 보였다.
원래 오른손으로 왼쪽의 가슴을 툭툭 두드리는 로마의 경례는 군대에서 주로 사용됐지만, 요새는 도시에서도 흔하게 보였다.
카이사르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모호한 미소를 흘렸다.
"생각보다 훨씬 더 인기가 좋군."
"대중들은 원래 저런 걸 좋아합니다."
마르쿠스의 뼈있는 한 마디에 카이사르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대중은 원래 그런 속성을 지니고 있어."
카이사르는 드디어 로마에 도착했다는 손주들을 보기 위해 마르쿠스와 함께 저택으로 발길을 돌렸다.
노예들을 멀찍이 뒤에 물리고 여유롭게 언덕길을 올라가던 와중 카이사르가 문득 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꽤 오래도록 저 아래로 펼쳐진 시내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멈춰 서서 기다리는 마르쿠스의 귓가에 카이사르의 감회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드디어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군. 그렇지 않나?"
"맞습니다. 그 날 타베르나에서 장인어른을 처음 뵌 지 벌써 20년 가까이 흘렀는데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마르쿠스가 뒤로 손짓을 하자 재빠르게 다가온 노예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잔에 포도주를 따라 두 사람에게 건넸다.
카이사르가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로마를 굽어보며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우리도 한 번 외쳐볼까? 로마를 위하여."
마르쿠스도 마주 잔을 들어 올려 카이사르의 잔에 가볍게 부딪혔다.
호선을 그린 그의 입가에서 카이사르와 같은 구호가 새어 나왔다.
"로마를 위하여."
< 158. 로마를 위하여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