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 새로운 시작 >
160.
"가라! 베어버려!"
"카푸아 놈들에게 지지 마라!"
"로마 놈들의 콧대를 꺾어버려!"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관중들은 시합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마르쿠스와 카이사르에 대한 관심도 단숨에 옅어졌다.
'굉장한걸.'
마르쿠스의 눈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훑었다.
그가 동방에 가 있는 동안 검투사 시합의 인기는 한층 더 좋아진 듯했다.
남자들만이 아니라 여자들 역시 상당수 눈에 띄었다.
한 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여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지르는 게 눈에 띄었다.
마르쿠스보다 더 오랜만에 로마로 돌아온 카이사르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공적으로는 금욕적이어도 사적으로는 누구보다 쾌락을 즐기는 그는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챙! 채애앵!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를 안주 삼아 간식과 포도주를 즐기고 도박에도 아낌없이 판돈을 걸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검투 시합보다 수준이 현격히 올라갔군."
"카이사르 님이 마지막으로 검투 경기를 본 게 8년은 족히 넘지 않으셨습니까. 당연히 많은 변화가 있었죠."
"자네가 있는 동방 속주에서도 검투사 시합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순조롭게 풀리고 있나?"
"예. 아직 시작단계이긴 해도 만족스러운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문의 지면 하나를 검투사 시합 홍보에만 쓰고 있으니 파급효과도 굉장히 좋고요."
경기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카이사르의 고개가 천천히 옆으로 돌아갔다.
"그 신문이라는 것 말인데 이전에 회의에서 보여줬던 그 견본이 정말로 며칠 만에 수 천부씩 찍혀 나오는 건가?"
"물론이지요. 제가 설명해 드린 인쇄기와 금속활자를 사용하면 그리 어려운 게 아닙니다."
"놀랍군. 그렇다면 그걸 언제쯤 로마로 들여올 예정인가?"
"당분간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 대량으로 찍어낸 책을 아티쿠스의 출판사를 통해 판매하려는 계획은 있지만, 인쇄기를 로마로 가지고 오는 건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카이사르가 살짝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아까 전까지 그렇게 재미있게 즐기던 검투 시합은 이미 안중에도 없는 기색이었다.
"고민할 필요조차 없는 문제라네. 난 자네가 인쇄기를 민간에 보급할 거라고 했다면 제정신이 맞는지 의심부터 했을 걸세."
"역시 위험부담이 너무 크시다고 보는 건가요?"
"큰 정도가 아니지. 사회의 기반과 구조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봐야 하네. 단순히 인쇄기만 있으면 쓸모가 없을 테지만 자네는 이미 종이까지 대량생산할 기술을 갖춰놓지 않았나."
"예. 사실 저도 카이사르 님과 비슷한 걱정을 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고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아니 지금보다 더욱더 보안에 힘을 쓰게. 자네가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인쇄기를 들여서는 안 되네."
카이사르는 대중들이 너무 멍청해서도, 반대로 너무 총명해서도 안 된다고 보았다.
안 그래도 지금 로마는 식량 생산량이 폭증하며 생활이 여유로워지고 있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여기서 인쇄술로 책까지 널리 보급되면 어떻게 될까.
마르쿠스는 역사를 통해 이게 어떤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지 대강 알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사전지식 없이 지식의 보급이 가지고 올 위험성을 간파한 카이사르의 식견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었다.
"어렵게 완성 시킨 기술이 아깝긴 해도 어쩔 수 없죠. 동방에 돌아가는 대로 보안 수준을 더 올리도록 하죠. 기술을 유출하려는 자가 잡히면 본보기를 보이는 것도 좋을 테고요."
"탁월한 선택일세. 시민들이 누릴 활자는 우리가 엄선한 자료들만으로 충분하네. 그 이상은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 돼."
두 사람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검투 경기의 승패도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로마 출신의 검투사가 수십 합의 부딪침 끝에 기어코 카푸아 검투사의 방어를 무너뜨린 것이다.
푸확!
"와아아아!"
사방에서 터진 함성에 대화를 나누던 마르쿠스와 카이사르의 시선도 자연히 경기장으로 돌아갔다.
비틀거리는 카푸아 검투사는 몇 번인가 무기를 더 휘둘러보았으나, 더이상 싸움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자리에 쓰러졌다.
재빠르게 경기장 위로 모습을 드러낸 진행요원들이 부상당한 검투사를 들것에 실어 사라진다.
승리한 검투사는 세레모니를 하며 관객들의 갈채와 함성을 유도했다.
물론 탄식을 흘리는 이들이 없지는 않았다.
카푸아에서 응원을 온 원정 응원단과 돈을 걸었다가 잃어버린 사람들의 입에서는 진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어서 목청이 좋은 진행자가 경기장 가운데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지는 시합은 카푸아에서 온 강자인 두 자루 쌍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무밀로와 로마 검투사 서열 6위이자 방패술의 달인인 베르소의 대결이 되겠습니다! 참고로 현재 배당은 일 대 일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승부! 지금부터 원하시는 쪽에 마음껏 돈을 걸어주십시오!"
이미 1승을 거둔 로마 시민들은 이번에도 아낌없이 로마 검투사의 승리에 돈을 걸어댔다.
잠시 열광하는 사람들을 빤히 바라보던 카이사르가 천천히 입술을 뗐다.
"우리도 로마를 떠나기 전에 이렇게 화제가 될 만한 사건 하나 정도는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할 수만 있다면 그러는 게 좋겠죠. 그런데 특별히 그럴 만한 거리가 있을까요?"
"검투 경기, 검투사···시민들의 인기······."
혼자서 중얼거리던 카이사르의 입가에 이내 진한 미소가 걸렸다.
"마르쿠스, 언제나 자네의 곁에 함께 다니는 스파르타쿠스 말인데. 해방 노예 신분이겠지?"
"예. 자유민 신분이 된 지 이제 이십 년 정도 지났을 겁니다."
"그런데 리베르투스는 군 복무를 할 권리가 없지 않나? 용케도 백인대장까지 올라갔군."
"로마 최고의 검투사였으니까요. 여론을 등에 업은 그가 군대에 입대하는 걸 반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로마의 자유민은 크게 태생적 자유민인 인제누우스와 해방 노예인 리베르투스로 구분된다.
리베르투스 역시 로마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인제누우스와 비교하면 몇 가지 권리가 제약되어 있었다.
가장 큰 차별점으로는 피선거권이 없었고, 선거권 역시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해방 노예의 핏줄들은 인제누우스로 편입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노예에서 해방된 당사자는 출세하는 게 구조적으로 거의 불가능했다.
카이사르는 검투사 경기의 엄청난 인기를 보고 이걸 좋은 선전거리로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군대에 들어가서 백인대장까지 오른 예외를 허락받았다면 일이 더 쉽게 풀리겠군. 이참에 스파르타쿠스에게 새로 신설한 훈장을 주고 군단장으로 임명하는 게 어떻겠나. 군공은 이미 충분히 세운 걸로 아는데."
"스파르타쿠스를 군단장으로 세운다고요? 그게 가능할까요?"
기나긴 로마의 역사를 통틀어 봐도 해방 노예의 핏줄이 아니라 해방 노예 본인이 로마군의 군단장이 된 건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전통과 법에도 민감한 이들 중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카이사르가 경기장의 전경을 손으로 슥 훑으며 한 줄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이 자리를 이용해야지. 결승전의 폐막식 때 스파르타쿠스를 이 무대에 세우는 걸세. 로마가 낳은 역대 최고의 검투사가 폐막식 무대에서 공훈을 인정받아 군단장에 임명된다. 이보다 좋은 그림이 어디 있겠나? 그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낼 수 없을걸?"
"묘안이로군요. 확실히 엄청난 선전거리가 되겠어요. 무엇보다 일 년의 최대 행사인 결승전의 마무리로도 완벽하게 어울린다는 게 훌륭해요. 그날은 아마 열광의 도가니가 될 겁니다."
스파르타쿠스가 로마에서 가지는 이름의 무게는 아직도 어마어마했다.
그의 행보는 검투사 사회에서는 하나의 전설과도 같았다.
오롯이 자신의 실력만으로 비천한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나 명문 귀족의 오른팔 자리까지 올라갔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 탁월한 실력과 영웅적인 면모로 검투사들의 처우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로마의 군대에 들어가 백인대장으로서 화려한 군공을 세운 것도 세간에서는 상당한 화제가 됐었다.
여기에서 군단장에까지 취임하게 된다면 어떤 말이 오고 갈지는 훤히 예상됐다.
"스파르타쿠스는 로마의 관용과 해방 노예의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가 될 걸세. 지금까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해방노예 검투사 출신의 로마 군단장."
"스파르타쿠스는 트라키아 출신이기도 하니 속주민들에게도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
로마는 이미 전대 파라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해 로마 시민으로 만드는 등, 적극적인 동화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스파르타쿠스의 군단장 취임은 이 동화정책의 측면에서 봐도 아주 효율적인 한 수였다.
"새로 신설하는 훈장은 상징성을 위해 독수리 장식을 새기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 최고로 용맹한 병사에게만 내리는 훈장이라고 하면 그림이 제법 잘 살 것 같은데."
"전 대찬성입니다. 그렇다면 훈장 수여는 누가?"
"아무래도 자네가 하면 너무 자기 사람을 챙긴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으니 나나 마그누스가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스파르타쿠스는 예전에 마그누스의 동방 원정에 참가했던 적도 있으니 그가 훈장을 주는 게 좋을 것 같네. 마그누가 이런 자리를 마다할 리가 없을 테니 흔쾌히 수락하겠지."
마르쿠스는 카이사르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다.
로마를 떠나기 전에 시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놓을 필요가 있는 건 사실이었다.
거기에 스파르타쿠스의 그간 노고를 이렇게나마 치하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이 정도면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헌신과 노력에 충분한 보답이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
로마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검투사 대항전 결승전은 역대 최고의 흥행을 거두며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는 폐막식 역시 발 디딜 틈새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원로원 의원들은 물론 기사계급과 고위층의 자녀들, 거기에 결승전에 참가하지 못한 검투사들까지 눈에 띄었다.
평상시에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삼두 연합이 이 폐막식을 빌려 중대한 발표를 하겠다고 미리 예고를 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모여주신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지금까지 멋진 시합을 펼쳐준 검투사들에게도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대신 경기장 한가운데에 선 마르쿠스의 목소리가 사위를 울렸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는 주황색 비단에 금실로 수를 놓은 토가를 입고 마르쿠스의 옆에 서 있었다.
폼페이우스는 아직 눈 밑에 다크서클이 조금 남아있었으나 이전처럼 피로해 보이지는 않았다.
"와아아!"
삼두 연합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시민들의 함성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마르쿠스야말로 이 검투사 시합을 발전시킨 장본인이라는 걸 로마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열광적인 환호가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어서 폐막식을 장식하는 갖가지 공연과 무희들의 춤이 이어졌다.
관객들에게는 음료수와 간단한 요깃거리가 무료로 제공되었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이번 결승전에 대한 감상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내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다시 앞으로 나온 마르쿠스는 타오르는 시민들의 열망에 기름을 붓듯 깜짝 발표했다.
"지금까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자리가 없어서 보고 싶은 경기를 제대로 관람하지 못한 경험이 다들 한 번씩은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이제 내년부터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그토록 기다리시던 그 초대형 원형 경기장이 내년부터 개장될 예정이니까요."
"우오오오!"
"이제 더는 경기장 앞에서 밤을 새우지 않아도 되겠구나!"
콜로세움의 정식 명칭은 캄프누스 마르쿠스로 명명되었다.
마르쿠스가 꼭 이 이름을 짓고 싶었다고 강력히 주장한 결과물이었다.
"검투사 경기는 로마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는 검투 경기를 통해 지금까지 수많은 영웅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그 모든 영웅들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이름인 스파르타쿠스가 또 한 번 영광의 날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기념비적인 순간을 여러분들과 함께 누릴 수 있어 기쁘기 그지없는 심정입니다."
마르쿠스가 손짓하자 화려한 갑옷 위에 진홍색 망토를 걸친 스파르타쿠스가 천천히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스파르타쿠스의 전설적인 경기들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환호는 열광을 넘어 거의 광기에 이르렀다.
마르쿠스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폼페이우스와 자리를 교대했다.
폼페이우스는 독수리 문양이 새겨진 관을 들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스파르타쿠스에게 다가갔다.
마르쿠스의 열띤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스파르타쿠스는 로마군에 입대한 뒤로 그 어느 병사도 따라갈 수 없는 많은 공을 세웠습니다. 동방에서는 수많은 적들을 물리치고 위기에 빠진 동료 병사의 목숨을 구해 시민관을 수여 받은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백인대장으로서 누구보다 용맹하게 병사들을 이끌고 로마의 영광을 위해 싸워왔습니다. 그는 로마군을 위해서라면 그 어느 전장에라도 거리낌 없이 달려갔습니다. 갈리아에서 적의 장수를 베었고, 파르티아에서도 수많은 적을 쓰러뜨려 로마군의 위업을 보여주었습니다.
"
마르쿠스는 여기서 말을 끊었다.
이다음에는 폼페이우스의 차례였다.
그는 극도로 엄숙한 표정으로 좌중을 한 차례 둘러본 뒤 입술을 떼었다.
"그래서 저는 모든 로마 시민을 대표하여 이 위대한 용사에게 로마군 그 자체를 상징하는 훈장을 수여하고자 합니다. 이 훈장을 받은 이는 설령 원로원 의원이 아니더라도 군단장을 맡을 자격을 가지게 됩니다. 스파르타쿠스가 영광스러운 그 첫 사례가 될 것입니다!"
누구의 입에서도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시민들은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지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원로원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스파르타쿠스는 간결하게 앞으로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겠으며, 이 모든 영광을 자신을 지지해준 로마의 시민들에게 돌리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그 누구든 로마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쳐 헌신하는 이들에게는 그에 마땅한 보상이 따를 것입니다! 로마를 위하여!"
폼페이우스가 오른손으로 자신의 심장을 거세게 두드리자 마르쿠스와 카이사르도 똑같은 행동을 취했다.
시민들이 차례로 자리에서 일어나 삼두 연합을 향해 경례했다.
"로마를 위하여!"
수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우렁차게 구호를 외치며 발을 쿵쿵 구르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이렇게 스파르타쿠스는 로마 역사상 처음으로 탄생한 독수리 훈장의 초대 수상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삼두 연합은 이 여세를 몰아 카이사르의 게르마니아 원정과 마르쿠스의 나바테아 원정까지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 앞에서 원로원은 그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서 있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삼두가 의견을 합치한 이상 그들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마르쿠스는 무심한 시선으로 그들을 천천히 훑어 보았다.
카토도, 키케로도 그다지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시민들과 함께 그저 삼두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는 것.
원로원은 앞으로도 점점 이런 모습으로 전락하게 되리라.
< 160. 새로운 시작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