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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동방으로 (162/326)

  < 161. 동방으로 >

  161.

  카이사르와 마르쿠스가 떠날 때가 다가오자 로마의 정계는 또다시 어수선해지려는 조짐을 보였다.

  그래도 대다수의 의원들은 카이사르가 게르마니아로 떠난다는 것에는 적잖은 안도를 표했다.

  원정길에 오른 이상 카이사르는 앞으로 최소 2년 이상은 로마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설령 원정에 성공한다고 해도 마르쿠스 역시 그와 비슷한 군공을 쌓은 후 돌아올 테니 균형의 추가 확 기우는 일은 없으리라.

  무엇보다 카이사르가 수도를 비운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원들은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 기분이었다.

  그가 없는 동안 차분하게 세력을 기르고, 카이사르와 맞설 방도를 마련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카토와 키케로는 뭔가 찝찝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상해.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어.'

  지금 삼두 연합의 행보에 불만이 있느냐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정책은 합리적이었고, 원로원의 권한을 크게 헤치지도 않았다.

  삼두 연합이 원로원에 간섭한 일이라고 해봐야 초창기에 감찰관과 함께 부패한 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한 게 다였다.

  이것도 엄격하고 공정한 조사를 통해 민중파와 귀족파의 의견을 둘 다 취합해 실행에 옮긴 사안이었다.

  결과적으로도 자격이 정지된 원로원 의원은 귀족파 셋과 민중파 셋으로 균형을 맞추었다.

  공석 역시 임의로 배분한 게 아니라 가장 오래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자들에게 우선권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원로원이 손해를 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살면서 뇌물을 안 받을 수는 없지만, 삼두가 쳐낸 의원들은 어디까지나 도를 넘은 자들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사과정에서 불법으로 자금을 세탁한 의원들은 20명이 넘게 나왔었다.

  카이사르는 처음에는 그중 12명의 자격을 박탈하자고 했으나 마르쿠스가 이를 절반으로 줄였다.

  원로원에서 추방된 여섯의 비리는 팔이 안으로 굽을 수조차 없을 만큼 심각했다.

  키케로조차 같은 귀족파 의원들의 변호를 거절했을 정도였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지켜보면 볼수록 일련의 돌아가는 흐름이 뭔가가 이상했다.

  뭐가 이상하냐고 묻는다면 이거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계속해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마르쿠스는 분명 카이사르의 행동에 계속 제약을 걸고 있긴 했다.

  대다수의 귀족파 의원들은 굉장히 만족해하고 있었다.

  마르쿠스가 나바테아 왕국을 병합하려는 것도 카이사르가 게르마니아 원정으로 군공을 얻는 걸 상쇄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납득이 갔다.

  '그래도 왠지 꺼림칙하단 말이지.'

  이게 혼자만의 느낌이었다면 단순한 과민반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카토와 키케로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귀족파 최고의 석학 두 명이 모두 이렇게 느낀다는 건 분명 어딘가 이유가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갔던 마르쿠스의 집에 방문을 끊었다.

  마르쿠스는 그것만으로도 키케로와 카토가 자신에게 의구심을 품은 걸 알아차렸다.

  그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5년쯤 뒤면 몰라도 아직 의심을 받아서는 곤란하지. 차라리 떠나기 전에 이렇게 돼서 다행이군."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래도 키케로와 카토는 아직 마르쿠스를 완전히 의심하는 건 아닌 듯 보였다.

  그냥 어딘지 모를 찝찝함을 느끼고 추이를 지켜보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아직 수습이 가능하다.

  마르쿠스는 즉각 삼두 회의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그냥 무시하면 되지 않나? 어차피 이제 원로원이 뭘 하든 판을 뒤집지는 못할 텐데?"

  폼페이우스의 시큰둥한 반응에 카이사르마저 동의를 표했다.

  "내 생각도 같네. 결국 시민들은 우리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원로원조차 과반수 이상이 우리의 편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일세. 모두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건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말게."

  "그건 그렇긴 합니다만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사안을 그냥 두고 보는 건 제 성미에 맞지 않습니다."

  "하긴 자네는 원래 조심성이 많았지. 그럼 자네가 원하는 대로 하게."

  거의 모든 점에서 완벽한 카이사르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건 지나친 자신감이었다.

  그가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적을 과소평가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판단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정확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마음을 놓는 경향이 있었다.

  영웅은 본래 대범한 법이라지만 가끔 보면 너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기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이런 성향 덕분에 원 역사에서 연달아 도박처럼 보이는 승부에서 승리를 따냈지만, 반대로 허무하게 암살을 당한 것이리라.

  마르쿠스는 절대로 그런 최후를 맞이할 마음은 없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원로원에서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

  눈앞의 보이는 적보다는 언제 어디서 덮쳐올지 모르는 암살의 칼날이 수백 배는 더 위협적이다.

  마르쿠스는 자신을 향한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원로원에 권한 한 가지를 더해주었다.

  바로 원로원의 젊은 신진 의원들을 속주 감찰관으로 임명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직책을 만드는 근거도 명쾌했다.

  그는 원로원 회의장에서 열띤 목소리로 이 자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저번 감찰 결과를 통해 우리는 도를 넘은 부패가 원로원을 점점 좀먹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과연 원로원 의원들이 특히 더 탐욕스러운 것일까요?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반도 밖으로 나가면 부정부패와 비리는 훨씬 더 만연해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저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알고 있지 못할 뿐입니다."

  키케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마르쿠스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일세. 속주를 감찰하는 제도가 없는 건 아니지만 빠져나갈 방법이야 많지. 실제로 의원직을 박탈당할 정도의 비리를 저지른 이들은 대부분 속주에서 착복을 하지 않았나. 그들과 결탁한 현지의 토호들이 얼마나 해 먹고 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군."

  "맞습니다. 그러니 속주와 관련된 인사만을 전문적으로 감찰하는 인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걸 젊은 의원들에게 맡기는 이유는 광활한 속주를 발로 뛰어다니려면 그만한 체력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젊은 의원들은 속주에 연줄이 없을 테니 유착 관계를 형성할 염려도 적을 테고요."

  "속주 감찰권이라면 상당한 실권을 보장하는 직책일 텐데 그걸 온전히 원로원의 젊은 신예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인가? 총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

  속주에 관한 모든 권리는 본래 전적으로 총독의 관할이다.

  총독은 자신이 다스리는 속주에 입법, 사법, 행정, 군사, 외교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절대적인 권한을 지닌다.

  "당연히 총독은 감찰 대상에서 제욉니다. 그들에 대한 감찰이 필요하다면 임기가 끝난 뒤 원로원의 감찰관들이 수행할 테니까요.

  속주 감찰관들이 할 일은 현지 귀족들의 불법 행위를 감시하는 게 주 업무가 될 겁니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유의미한 견제가 될 겁니다. 물론 젊은 의원들에게도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고, 무엇보다 자연스레 청렴함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원로원으로서는 이견이 있을 리가 없었다.

  마르쿠스가 이 감찰관들의 추천권을 원로원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쾌재를 불렀다.

  그 어느 사회에서든 감찰과 감사는 막대한 실권을 보장하는 핵심 장치였다.

  물론 마르쿠스가 일방적으로 원로원에게만 좋은 정책을 통과시킨 것은 아니었다.

  추천은 원로원이 한다지만 실제로 임명은 집정관과 삼두연합이 하기로 되어 있었다.

  원로원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배제할 수 있다는 데에 만족했지만, 사실 그건 별 효과가 없었다.

  후보의 대상이 되는 젊은 의원들은 대부분이 마르쿠스나 카이사르에게 심취한 사람들이었던 까닭이다.

  물론 골수 공화주의자들도 상당수 있었으나 그런 사람들은 다른 속주로 보내버리면 그만이다.

  게다가 속주 현지에서 부정을 일삼는 귀족들을 견제하는 건 마르쿠스에게도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었다.

  겉으로는 원로원의 체면을 세워주고 실리는 삼두 쪽이 챙겨갈 수 있는 묘수였다.

  마르쿠스는 여기에서 끝낼 마음이 없었다.

  그는 속주 감찰제도에 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자고 카토와 키케로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들어줄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두 사람의 의견을 채용해 법안의 초안을 만들었다.

  회의가 거의 마무리 될 무렵, 마르쿠스는 두 사람을 저택으로 부른 진짜 이유를 입에 담았다.

  "제가 동방에 가 있는 동안 아버지와 두 분께서 제 빈자리를 대신해 삼두의 한 축을 담당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크라수스 님만이 아니라 우리 둘까지?"

  "예. 아버지께서는 연세가 있으셔서 혼자서 모든 걸 처리하시긴 무리입니다. 그러니 두 분께서 도와주신다면 저도 마음 놓고 로마를 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가 우리의 간섭을 허락할지 모르겠는데······"

  "이미 이야기는 다 됐습니다. 카이사르 님쪽에서도 대리인을 두 명 정도 내세우는 걸로 서로 합의를 봤죠. 일을 확실히 처리하느라 말씀드리는 게 늦어졌습니다."

  마르쿠스가 주변을 슬쩍 둘러보더니 은밀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역시 로마를 이끌어나가는 건 우리 원로원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르쿠스로부터 직접 이런 말까지 듣자 키케로와 카토의 의심이 봄눈 녹듯 싹 사라졌다.

  둘은 내심 마르쿠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원로원을 위해 이권을 챙겨주고 있는 사람에게 오해를 품은 게 부끄러웠던 것이다.

  마르쿠스는 로마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원로원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었는데 자신들은 어째서 그의 진심을 곡해했다는 말인가.

  자책감이 그들의 가슴을 가득 메웠다.

  이렇게 된 이상 마르쿠스의 기대에 부응하는 걸로 빚을 갚을 수밖에 없다.

  키케로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만 주게. 내 반드시 자네가 돌아올 때까지 카이사르가 원로원을 집어삼키지 못하게 막겠네."

  카토도 단호하게 말을 보탰다.

  "우리 걱정은 말고 나바테아 병합에 힘써주게. 시리아의 남쪽 경계까지 안정시키면 우리의 국경에 사각이 없어지게 될 테니."

  "그럼 저는 두 분만 믿고 있겠습니다."

  마르쿠스는 저택 밖으로 나가는 카토와 키케로를 몸소 배웅해 주었다.

  가마를 타고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뒤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묘한 빛을 번뜩였다.

  이번에는 잘 넘어갔지만 결국 한 번 시작된 의심은 언제라도 다시 터지기 마련이다.

  '뭐,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다시 돌아올 때까지만 시선을 돌리면 그만이니까.'

  어차피 키케로와 카토처럼 안정 지향적인 성격은 막무가내로 뭔가를 밀어붙일 수 없다.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도 있으니 원로원이 주도권을 잡는 일 따위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그들은 그저 로마를 이끌어나가는 건 자신들이라고 믿고 있기만 하면 된다.

  원래 진실이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행복할 때가 더 많은 법이다.

  ※※※※

  로마에서 모든 볼일을 끝낸 마르쿠스는 브룬디시움으로 향했다.

  카이사르는 마르쿠스보다도 이틀 일찍 로마를 떠나 먼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폼페이우스는 기침을 하면서도 마르쿠스를 배웅해 주기 위해 시내 밖까지 따라왔다.

  모두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배를 탄 마르쿠스는 다시 안티오키아에 상륙했다.

  일정을 딱 맞추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늦지도 않았다.

  마르쿠스가 궁에 돌아왔을 때는 다나에가 출산한 지 하루가 지난 뒤였다.

  "몸은 좀 어때?"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은 다나에는 누운 채로 마르쿠스를 맞이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조심스레 안고 있는 마르쿠스를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죽겠···어요. 아이를 세 명, 네 명씩 낳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워요."

  "원래 처음이 가장 힘들다고 하잖아. 그리고 이 아이가 다른 신생아들보다 훨씬 더 체형이 크다고 하더라고. 아마 그래서 더 힘들었을 거야. 정말 고생했어."

  다나에가 손을 짚고 상체를 일으켰다. 아직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로마에 가신 일은 잘 해결됐나요? 저 때문에 무리해서 돌아오신 건 아니시죠?"

  "당연하지. 완벽히 처리하고 왔어. 알잖아? 내 능력."

  마르쿠스 농담에 다나에의 표정이 눈에 띄게 편해졌다.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흘리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저 때문에 괜히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내가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 그나저나 나 없이 지내는 동안 불편한 점은 없었지?"

  "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너무 잘해주려고 해서 살짝 부담스러웠던 때도 있어요. 아르시노에 님이 수발을 들어주겠다고 하시는 걸 말리느라 혼났다니까요."

  "···잘 부탁한다고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해달라고는 안 했는데."

  아무리 마르쿠스의 아이를 가졌다고 해도 다나에는 그의 아내가 될 수는 없는 몸이었다.

  최대로 봐줘야 정부인 그녀가 차기 파라오로 유력한 왕족에게 시중을 받는 게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다행히도 이 광경을 어이없게 지켜보고 있던 클레오파트라가 한 소리를 해주었다.

  다나에를 곤란하게 할 마음은 없었던 아르시노에는 다음부터는 자신이 아닌 시종을 보내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차라리 일을 하는 게 더 좋았어요.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려니 무료하기만 하더라고요. 율리아 님도 돌아오셨으니 저도 다시 업무에 복귀해도 될 것 같은데······."

  "안 돼. 최소한 2주는 산후조리를 하면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권고 사항에 적혀 있단 말이야."

  "그게 어디서 만든 권고 사항인데요?"

  "···하여튼 바로 다시 일하는 건 무리야. 아이도 돌봐줘야지."

  "네."

  다나에는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마르쿠스가 무슨 일인지 물으려던 찰나 다나에가 먼저 말을 이었다.

  "···역시 딸인 게 더 좋았겠죠?"

  "응?"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한 마르쿠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나에는 마르쿠스의 품에서 자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아들이면 나중에 신경 쓸 게 많아지니까요. 상속권이 없다고 하더라도···잘못하면 여러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을 것 같고. 딸아이였다면 아무런 걱정 없이 귀여움만 받으며 클 수 있었을 텐데."

  "난 또 뭐라고. 그런 이야기였어?"

  마르쿠스는 품에 안긴 아들을 안은 채 천천히 다나에에게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다나에의 옆에 앉은 그가 곤히 자고 있는 어린 아기를 그녀의 앞에 보여주었다.

  "상속권이 없을 뿐 이 아이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아이야. 네가 걱정하는 일 따위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지 않을 테니까 바보 같은 고민은 하지 마. 네 아이의 아버지를 좀 더 믿어줬으면 좋겠어."

  "예. 그렇게 할게요."

  다나에의 눈가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아직 산후의 후유증이 다 풀리지 않은 초췌한 얼굴이었지만, 두 눈동자에는 다시 원래의 총기가 돌아왔다.

  한동안 다나에와 함께 있으며 그녀의 마음을 달래준 마르쿠스는 집무실로 돌아왔다.

  셉티무스가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와 함께 그를 원망스러운 미소로 맞이해주었다.

  "유람은 즐거우셨습니까?"

  "유람이라니···어째 말에 가시가 돋친 것 같다?"

  "결코 마르쿠스 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자면서 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닙니다."

  "···미안하다. 너도 오늘까지만 나오고 앞으로 2주 동안은 아무 일도 하지 말고 푹 쉬도록 해."

  일하고 싶다고 성화를 부리던 다나에와는 정반대로 셉티무스의 얼굴에 화색이 만연해졌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책상 위에서 한 뭉치 서류를 골라 마르쿠스의 앞에 가져왔다.

  "가시기 전에 명령하셨던 일은 전부 제대로 수행했습니다. 나바테아 왕국과 그보다 더 남쪽에 위치한 사막 부족들에 대한 정보입니다."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볼까."

  "나바테아에게 선전포고를 하실 겁니까?"

  마르쿠스는 받아든 서류를 느긋하게 넘겨보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쪽이 하는 거 봐서."

  < 161. 동방으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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