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 이집트의 선택 >
169.
파라오의 장례식은 우선 파라오의 시신을 미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집트인들은 시신이 멀쩡해야 육신을 떠난 혼이 무사히 부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모든 지식을 동원해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보존시키고 무덤에 안장한 것이다.
파라오의 시신이 매장되는 곳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파라오가 살아가는 사후세계의 궁전이었다.
여기에 안치되는 미라를 만드는 데만 해도 이집트의 모든 기술이 총동원됐다.
심장을 제외한 몸의 모든 내장을 빼내 송진과 향료를 섞어 넣고 건조시켜 부패를 막았다.
물론 하층민들의 미라에는 이런 수고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 당시 유향은 가격이 만만치 않아 어지간히 부유한 귀족들이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레오파트라와 아르시노에는 마르쿠스에게 원정이 끝나면 유향의 가격이 내려갈 거라는 말을 미리 전해 들었다.
그래도 시중에 공급되는 가격은 절반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마르쿠스는 유향을 파라오에게 적정가에 공급하고, 파라오는 이집트 전역에 유향을 팔아 안정적인 수입과 함께 막강한 권위를 얻게 될 것이다.
유향은 이집트의 모든 종교의식과 고위층의 미라를 만드는 데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왕권 강화를 위한 그림은 이렇게 이미 원정 전부터 계획되어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다만 마르쿠스도 아울레테스가 갑자기 죽어버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원 역사대로라면 지금이 딱 수명이 다한 시기이기는 했지만, 당장 카이사르의 어머니 아우렐리아만 해도 2년 이상을 더 살지 않았던가.
아울레테스를 둘러싼 환경도 많이 바뀌었으니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만약에 사태를 대비해 아르시노에와 클레오파트라가 무사히 파라오로 즉위할 수 있도록 대비를 해놓긴 했다.
아울레테스의 장례식이 다가오자 클레오파트라와 아르시노에를 공동 통치자로 임명한다는 유언이 공개되었다.
유언장에는 아울레테스의 인장뿐만이 아니라 그걸 지지한다는 마르쿠스의 서명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던 것이긴 해도 두 공주가 파라오로 즉위한다는 건 이제 기정사실이 되었다.
"지금부터 위대한 파라오 아울레테스께서 사후세계로 향하는 강을 통과해 영원의 생명을 얻는 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제사장이 예법에 따라 아울레테스의 미라에 순서대로 부적을 올려 두었다.
파라오의 장례행렬은 알렉산드리아의 시민들 전체가 동원될 정도로 웅장했다.
파라오의 미라는 억센 소가 끄는 배 위에 올려진 채로 무덤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장례복을 입은 상객들은 애도의 말을 읊으며 그 뒤를 따랐다.
아르시노에와 클레오파트라는 아울레테스의 시신이 들어갈 무덤 앞에서 미라를 기다렸다.
악사가 곡을 연주하며 무희가 신혼의 춤을 추는 가운데 아르시노에가 향불에 불을 밝혔다.
클레오파트라는 제사장을 대신해 직접 아울레테스의 미라를 똑바로 세우고 미라의 입을 여는 개구의식을 행했다.
이 개구의식이야말로 미라가 부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절차였다.
귀족들은 이걸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이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장례식이 마무리된 뒤에는 이어서 새로운 파라오의 즉위식이 열렸다.
이 즉위식은 알렉산드리아가 아닌 멤피스에서 열렸다.
"나 클레오파트라는 전 이집트의 파라오로서 이집트의 번영을 위해 온몸, 온 마음을 바쳐 매진할 것을 선언하노라."
"나 아르시노에는 전 이집트의 파라오로서 이집트의 영광과 국민의 통합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파라오로 즉위하는 두 공주에게서는 알렉산드리아는 물론 마케도니아와 관련된 것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멤피스의 사제들은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새로운 파라오가 강조한 통합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까지 2등 시민으로 밀려나 있던 이집트 원주민들을 다시 중용하겠다는 뜻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반대로 알렉산드리아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무너질까 봐 불안해했다.
이들을 달래주기 위해 아르시노에는 확실하게 못을 박아놓았다.
"알렉산드리아의 시민권을 지닌 이들은 지금과 완벽히 같은 권한을 누릴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알렉산드리아가 이집트의 모든 특권을 독식하지는 못할 것이다."
당연히 반발하는 세력들이 쏟아져 나왔다.
즉위식을 끝낸 아르시노에와 클레오파트라는 알렉산드리아로 돌아오자마자 수많은 마케도니아 귀족들의 방문을 받았다.
"파라오시여, 당신은 마케도니아의 유산을 철폐하려는 것입니까?"
"내가 언제 철폐한다고 했는가? 그랬으면 가장 먼저 자네들이 누리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시민권부터 박탈했겠지."
클레오파트라의 신랄한 말에 마케도니아인 귀족의 대표로 온 재판장은 어이없다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알현실은 이제 마케도니아스러운 느낌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방에 비치된 호화로운 가구는 물론 보석과 황금으로 가득한 바닥과 벽도 전부 이집트풍이었다.
심지어 파라오의 옥좌와 장식품들마저 전부 동물의 머리 모양이 달려 있었다.
그리스와 마케도니아는 전통적으로 동물을 숭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프톨레마이오스 왕가의 파라오들은 마케도니아와 이집트의 신을 섞어서 탄생시킨 세라피스라는 신을 숭배했다.
또한 이집트의 공식 행사에서는 이집트의 복식을 입었어도, 마케도니아인을 접견할 때는 마케도니아의 복식을 입는 게 암묵적인 관례였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와 아르시노에는 그런 관례조차 사뿐하게 무시했다.
두 사람은 다리의 선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얇은 천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누가 봐도 전통적인 이집트의 복장이었다.
스스로를 마케도니아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재판장에게는 이건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파라오시여, 당신은······."
"그 전에 우선 예의부터 표하거라. 너는 지금 파라오의 앞에 서있는 것이다."
아르시노에가 재판장의 말을 자르고 대제사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제사장이 황금색 지팡이로 바닥을 둔탁하게 울리며 능숙한 마케도니아어로 외쳤다.
"아문-라의 딸이자 호루스의 화신, 이시스의 환생이시며 상하 이집트의 여왕이시며 사초와 벌의 주인이신 두 분 파라오께 경의를 표하시오!"
"파라오시여! 두 분께서는 정녕 알렉산드리아의 여왕이 아니라 짐승들의 왕이 되려는 것입니까!"
"말이 안 통하는군."
클레오파트라가 턱짓을 하자 이집트인의 옷차림을 한 환관들이 강제로 재판장을 꿇어 앉혔다.
재판장은 자신을 무릎 꿇리는 사람들이 마케도니아 혈통의 환관들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악했다.
"자네들마저 마케도니아의 긍지를 버렸단 말인가!"
"마케도니아, 마케도니아. 대체 언제까지 이미 쇠락한 나라의 이름을 부르짖을 텐가."
클레오파트라가 한심하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네는 그토록 입에 달고 사는 마케도니아에 한 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가? 자네는 이집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집트인이야. 이제 슬슬 현실을 받아들여야지."
"그런 말도 안 되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 아니 우리는 마케도니아나 알렉산드리아만의 왕이 아니다. 상하 이집트의 주인이자 살아있는 호루스의 화신. 그게 바로 나와 내 동생이다. 이 사실을 부정할 테냐?"
재판장은 입술만을 달싹거릴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를 따르는 마케도니아 혈통의 알렉산드리아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만은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여기서 파라오를 부정하는 건 빼도 박도 못하는 반역행위다.
게다가 지금의 파라오는 이전의 파라오들과는 가지고 있는 힘이 차원이 달랐다.
무려 로마의 최고 권력자이자 동방의 주인이 두 사람의 뒤에 있는 까닭이다.
설령 반역이 성공해 두 파라오를 몰아낸다고 해도 곧바로 로마군이 성난 파도처럼 들이닥칠 것이다.
이미 베레니케 때 그런 전적이 있지 않았던가.
재판장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전혀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소심하게 이빨을 드러내는 것 정도였다.
"이건 좋지 않은 선택입니다. 분명히 언젠가 제 말이 옳았다고 느끼실 때가 올 겁니다."
"나는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리고 지금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해. 아직 깜짝 놀랄만한 변화들이 많이 남았거든. 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자네와 자네를 따르는 이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테니 잘 생각해보고 현명한 처신을 하도록."
여기서 뭔가를 더 벌이겠다는 선언에 재판장은 아연실색하며 알현실을 떠났다.
재판장이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과 함께 자리를 떠나자 아르시노에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신하들에게 퇴장을 명했다.
"진짜로 이렇게 막 나가도 되는 거야?"
아르시노에의 물음에 알현실 구석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옥타비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입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로마와의 관계를 제외한 이집트의 모든 건 파라오의 뜻대로 하셔야 한다고요."
"그래도 마케도니아 혈통은 지금도 알렉산드리아의 고위층을 전부 독식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더욱 더 그들을 찍어눌러 놔야지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의 권력 기반이 확고 자리 잡고 있는 이상 두 분의 권력 팽창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환관들을 쳐내도 그 자리를 바로 새로운 마케도니아 귀족들이 메우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들을 쳐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수의 특권층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이상 왕권은 일정 수준 이상 커질 수 없습니다.
"
"공화국 출신이면서 날카롭네······."
아르시노에의 감탄사에 옥타비우스가 피식 웃었다.
"권력의 본질이란 어느 체제에서든 비슷합니다. 그게 시민에게서 나오나, 귀족에게서 나오나, 왕에게서 나오나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런데 마르쿠스 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이렇게 멋대로 해도 되는 건가?"
"아르시노에 님, 당신은 파라오이십니다. 마르쿠스 님이 파라오의 행사에 일일이 간섭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마르쿠스 님의 입장에서도 두 분 파라오께서 이집트의 모든 권력을 손에 쥐는 걸 더 원하실 겁니다. 그래야 이집트의 도움이 필요할 때 더 원활히 협상할 수 있으니까요."
"아하, 그렇구나. 그래도 우리 역시 따지고 보면 마케도니아 핏줄인데 조금 심경이 복잡하네."
아르시노에가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씁쓸함이 묻어 나왔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는 단호하게 옥타비우스의 의견을 지지했다.
"아니, 마케도니아 세력은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어."
"나도 머리로는 이해 한다니까? 우리의 권력 강화를 위해서······."
"그것만이 아니야. 자존심 덩어리인 이집트인들이 로마를 더 잘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지. 그렇지, 옥타비우스?"
"눈치채셨습니까? 역시 다르시네요."
옥타비우스가 솔직하게 감탄사를 흘렸다.
클레오파트라가 눈을 가늘게 뜨며 혀를 찼다.
"일부러 알아차리라고 티 나게 행동했잖아. 아르시노에에게 잔뜩 바람을 불어넣은 것도 그렇고. 나와 아르시노에의 궁에 찾아오는 귀족들을 쭉 보아하니 도저히 못 써먹겠다는 판단이 든 거 아니야?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고 싶다고 한 건 당연히 핑계였을 테고."
"핑계까진 아니고 엄연히 진심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앞의 내용까지는 딱히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뭐야, 지금 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아르시노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클레오파트라는 그런 동생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옥타비우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네가 대충 어떤 의도로 일을 벌이려는지는 알겠는데 이게 마르쿠스 님의 뜻과 합치한다고 보장할 수 있어?"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마르쿠스 님은 두 분이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하실 겁니다. 로마와 적대하겠다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만 아니라면요."
"그분을 꽤나 잘 파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데?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아마 다른 사람들 이상으로는 그분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악하고 있다면 조금 내려다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옥타비우스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이해하고 있다, 혹은 동감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클레오파트라는 말없이 옥타비우스를 쳐다보았다.
왠지 묘한 패배감이 들어 심경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상념을 짜증 섞인 아르시노에의 목소리가 깨트렸다.
"아니, 두 사람만 알아먹게 말하지 말고 나도 좀 알려달라니까? 그래서 뭘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옥타비우스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짓고는 재빠르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습니다."
"괜찮아. 그러니까 뭘 하려는지 일단 알려줘. 그래야 나도 혹시 모를 실수를 방지할 수 있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쉽게 설명해 드리죠. 아르시노에 님은 집단의 결속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응? 글쎄···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행사나 축제를 개최하는 거?"
"그것도 효과가 있겠지만 조금 다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적을 만드는 겁니다."
아르시노에의 커다란 눈이 두세 번 깜빡였다.
뭔가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안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속내를 짐작한 옥타비우스는 곧바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전쟁입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아무리 평소에 다투던 자들이라도 사이좋게 손을 맞잡고 적국에 맞서게 됩니다. 이는 국가가 아니라 민족이나 집단에게도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적의 존재는 집단의 결속을 공고히 하고 서로를 뭉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니까···옥타비우스 네 말은 마케도니아의 기득권층을 이집트인의 적으로 만들라는 뜻이야? 분열된 여러 세력을 결집해 이집트를 하나로 합치기 위해서?"
"정답은 아니지만 상당히 근접했습니다. 마케도니아 세력이 통합에 찬성한다면 그냥 그대로 두면 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로마의 비호 아래에서 이집트는 더 번창할 텐데 새롭게 생겨날 이득을 원주민들에게 나눠주는 게 무엇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궁중 복식과 문화를 이집트식으로 바꾸는 것쯤이야 그들에게 실체적인 불이익이 가는 것도 아닌데요.
"
"그건 그렇긴 한데···그래도 심리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좀 그렇지 않을까?"
"그렇겠지요. 그러니까 방금 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재판장도 그런 반응을 보인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 자들이 바로 통합을 가로막는 적이 되는 겁니다."
클레오파트라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혀를 찼다.
"어차피 마케도니아 혈통이라고 해도 모두가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니야. 알렉산드리아 시민들 중에는 빈민들도 있고,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는 자들도 있으니까. 오히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건 이쪽이라고 봐야겠지."
"그렇습니다. 그런 자들에게는 적절히 당근만 던져주면 됩니다. 가난한 시민들은 파라오가 이집트 문화를 숭상하든 아니든 별 관심이 없습니다. 등 따습고 배부르게만 해준다면 파라오가 세라피스든 아누비스든 누구를 숭상해도 아낌없이 환호를 보내주겠죠."
"그동안 소외됐던 이집트 원주민들이나 이집트 혼혈인들은 우리를 진정한 파라오라 부르며 떠받들 테고. 반대하는 건 권력을 쥐고 있는 소수의 귀족들뿐. 사람들의 적의를 결집하는 과녁으로는 제격이겠네."
"예. 그리고 그건 어디까지나 계획의 첫 단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두 분께서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이번 기회를 통해 하려는 일은······."
이어지는 옥타비우스의 설명에 아르시노에와 클레오파트라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깃들었다.
두 사람의 입은 이후로도 한동안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
클레오파트라와 아르시노에가 추진하는 개혁은 온 이집트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 소식은 당연히 이집트로 출발할 준비를 끝마친 마르쿠스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에 딱 맞춰서 옥타비우스가 보낸 서신이 마르쿠스의 앞에 도착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게 준비를 끝내놓았습니다만."
마르쿠스는 셉티무스의 물음에 서신을 내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편지를 읽고 있는 눈에는 흡족함이, 목소리에는 흥미로움이 묻어 나왔다.
"출발은 당분간 보류다. 아무래도 재미있는 일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도 장단을 맞춰줘야지."
< 169. 이집트의 선택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