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6. 종결과 시작 (177/326)

  < 176. 종결과 시작 >

  176.

  테오도로스와 아킬라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구에서 중무장한 병사들을 거느리고 다가오는 마르쿠스를 그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

  대치하고 있던 클레오파트라와 테오도로스의 군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무기를 내렸다.

  "마르쿠스 메소포타미쿠스······."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병사들의 전의가 급격하게 사그라졌다.

  마르쿠스의 얼굴을 모르는 병사들도 그 이름은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판금 갑옷으로 무장한 로마군은 비록 소수라고 해도 이집트의 군대를 기세로 완전히 압도했다.

  예상외의 상황을 마주한 테오도로스는 머리가 완전히 새하얘졌다.

  안티오키아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 어째서 소수의 병력만을 데리고 온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도 절망에 빠지거나 좌절하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니 자신들에게 있어서 유리하면 유리하지 불리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시노에는 마르쿠스의 여자. 그렇다면 아무리 마르쿠스가 객관적으로 사태를 수습하려고 해도 아르시노에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밖에.'

  평정심을 되찾은 그의 눈에 반사적으로 로마군을 제지하려는 병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멈춰라!"

  주춤주춤 무기를 겨누려던 병사들이 테오도로스의 외침에 멈칫했다.

  클레오파트라의 군대도 다가오는 로마군에게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테오도로스가 작은 목소리로 아킬라스에게 속삭였다.

  "병사를 보내 아르시노에를 데려오라고 명령하게. 우리보다는 그녀가 이야기를 하는 게 제격일 테니."

  "알겠습니다."

  아킬라스가 눈짓을 보내자 병사 한 명이 황급히 말을 타고 사라졌다.

  아르시노에가 올 때까지 시간을 끌기로 마음먹은 테오도로스가 조심스럽게 마르쿠스에게 다가갔다.

  "위대한 로마의 총독이시여, 알렉산드리아까지 왕림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미리 기별을 주셨다면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했을 텐데 부득이하게 이런 식으로 맞이하게 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환영식 따위는 어찌 되든 상관없네."

  마르쿠스의 목소리엔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테오도로스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어떻게든 마르쿠스의 비위를 맞추려 했다.

  이 모습은 양측의 병사들에게는 물론 전투가 멈춘 걸 알고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떼 지어 모인 시민들에게도 전부 보였다.

  굴욕적이었으나 테오도로스에게는 어떠한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실제로 클레오파트라의 군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병사들을 물리고 직접 앞으로 나선 클레오파트라는 마르쿠스의 앞에서 허리를 숙이진 않았어도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예. 처리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 장례식과 즉위식에 얼굴을 비치지 못한 걸 용서해 주십시오. 조금 늦었지만 이집트의 파라오로 즉위한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총독님의 축하를 받으니 불안했던 마음이 한결 놓이는군요."

  클레오파트라가 우아한 미소와 함께 눈웃음을 지었다.

  그 친근한 모습에 병사들과 시민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일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한 테오도로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총독님, 이번 일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 알렉산드리아에는 분열의 씨앗을 심어 도시를 혼란으로 몰고 간 대역 죄인이 한 명 있습니다."

  "나도 알고 있네. 그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내가 직접 온 거니까."

  "저희는 아르시노에 님을 섬기는 신하들입니다. 그분께서 곧 당도하셔서 상세한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릴 겁니다. 클레오파트라는 거짓으로 점철된 여인입니다.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됩니다."

  마르쿠스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에 멀리서 다가오는 아르시노에의 모습이 보였다.

  테오도로스가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파라오시여,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클레오파트라가 마르쿠스 총독에게 무슨 말을 해놓은 것 같습니다. 파라오께서 이 분위기를 뒤집어주셔야 합니다."

  "맡겨만 두게."

  거의 떠밀리다시피 마르쿠스의 앞으로 나선 아르시노에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어째서 이렇게 늦게 오셨습니까."

  그녀는 스스로 마르쿠스의 품에 안기다시피 파고들며 서럽게 흐느꼈다.

  파라오의 체통을 손상하는 행위였으나 테오도로스는 오히려 이게 낫다고 보았다.

  사랑하는 여자의 눈물 앞에서 칼 같은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남자는 없는 법이다.

  클레오파트라가 어떤 거짓말을 했어도 아르시노에의 눈물 한 번이면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아르시노에의 입에서 나온 말은 테오도로스의 기대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것이었다.

  "제가 얼마나 수치와 모멸을 당했는지 아시나요. 방금까지도 저 간악한 자들에게 붙들려 자신들의 말에 따르지 않는다면 절 욕보이겠다는 협박을 듣고 있었습니다."

  "······?"

  순간적으로 아르시노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테오도로스는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다.

  아킬라스 역시 누가 아르시노에를 협박했는지 찾아보기라도 하려는 듯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당연히 그들의 뒤에는 멀뚱멀뚱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서 있는 병사들밖에 없었다.

  그리고 조금 전만 해도 아킬라스에게 충성을 바치던 병사들의 눈에는 짙은 불신과 경악이 서려 있었다.

  파라오를 강제로 협박해 자신들의 뜻대로 휘두르려고 했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대역죄가 아닌가.

  뒤늦게 아르시노에의 말이 자신들을 가리키고 있다는 걸 깨달은 테오도로스가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

  "이게 지금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클레오파트라를 몰아내자는 데에 합의를 한 건 당신이 아닙니까. 스스로 우리를 따라나섰으면서 갑자기 어째서 거짓말을 하는 겁니까!"

  "바로 저런 식의 말을 하지 않는다면 제 몸을 욕보이고 목숨도 보장해주지 않겠다는 협박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저는 귀족들과 클레오파트라 사이를 중재할 방법이 없을까 해서 테오도로스를 궁으로 불렀을 뿐인데 저를 납치해서는 강제로······."

  거기까지 말한 아르시노에는 울먹거리면서 마르쿠스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입에서 자연스레 쌍욕이 터져 나왔다.

  사실 아르시노에의 지금까지의 행보에는 어색한 점이 꽤 많았다.

  자신의 정당성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클레오파트라와는 반대로 그녀는 대중의 앞에 나선 적이 거의 없었다.

  반드시 연설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리 의욕이 느껴지지 않는 말로 적당히 상황을 넘어간 게 대다수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폭로가 터졌으니 아르시노에 쪽의 말에 힘이 실리는 게 당연했다.

  사실 냉정히 따져보면 그녀의 말도 조금 이상하긴 했으나, 그런 사소한 문제는 파라오의 눈물 앞에서는 어떤 효력도 없었다.

  아르시노에는 누구보다 순수한 프톨레마이오스 왕가의 혈통이며 무엇보다 그 아름다운 외모로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런 파라오를 강제로 납치해 협박까지 했다고 하니 시민들의 눈이 뒤집히지 않는 게 이상했다.

  상황을 전부 파악한 마르쿠스가 클레오파트라의 뒤에 서 있는 옥타비우스에게 힐끔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효과적인 수단이긴 한데···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격하잖아.'

  그래도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상대방이 대응할 수 없도록 몰아쳐야 했다.

  마르쿠스는 아르시노에의 어깨를 부드럽게 안아주며 시민들을 둘러보았다.

  "친애하는 알렉산드리아의 시민 여러분. 나는 이집트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선대 파라오와 나눈 바 있소. 그리고 그의 유언장에도 나의 권리가 언급되어 있는 걸로 아오.

  나는 파라오의 권위를 인정하며 그들에게 어떤 압력도 가할 생각이 없었소! 그들이 무탈하게 성장해 훌륭히 이집트를 이끌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이라 믿었기 때문이오. 나는 파라오의 후원자로서 지금 일어난 이 참담한 사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

  "그러니까 이건 모함이라니까! 우리는 함정에 빠진 거야! 클레오파트라와 아르시노에가 짜고 이집트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란 말이다! 시민들이여, 속지 마라! 저 간악한 두 여왕은 서로 짜고 이 나라를 로마의 발아래에 가져다 바치려고 하고 있다! 저 두 사람은 파라오가 아니라 남자에게 홀린 배신자에 불과해!"

  마르쿠스는 간단하게 이 주장을 반박했다.

  "터무니없는 모함이로군. 방금 그 주장으로 자네들의 신뢰도는 이제 완전히 바닥을 치게 됐네. 클레오파트라와 아르시노에는 확실히 나와 가까운 사이가 맞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역대 그 어느 프톨레마이오스보다 이집트의 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알렉산드리아가 로마에 제공하는 식량의 부담이 어째서 줄었다고 생각하지? 두 파라오가 아직 공주의 신분에 불과할 때부터 나에게 끊임없이 요구하고 협상을 했기 때문이다.

  "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비사에 시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파라오들이 로마의 총독과 친하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이집트를 위해 공주 시절부터 그렇게 노력했다는 걸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 아는 사람이 없는 게 당연했다.

  이건 마르쿠스가 지금 즉석에서 지어낸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뒤가 잘 맞는 거짓말이었기 때문에 효과는 상당했다.

  마르쿠스는 여기에 추가로 결정타를 꽂아 넣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알렉산드리아의 혼란을 수습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한 가지 중대한 사실을 시민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기 위해서였소. 이 역시 그대들이 경배해야 마땅할 파라오가 이룬 성과 중 하나요. 그렇소! 나는 키프로스를 다시 이집트의 손에 돌려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하오."

  키프로스는 원래 이집트의 영토였으나 클로디우스가 이를 거의 반강제로 로마에 합병시켰다.

  이 때문에 분노가 폭발한 시민들에 의해 아울레테스가 파라오의 자리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다.

  마르쿠스는 이걸 다시 이집트에 돌려줄 모든 절차를 끝마친 상태였다.

  사실 키프로스를 이집트에 돌려준다고 해도 키프로스가 로마의 그늘에서 빠져나가는 건 아니었다.

  키프로스를 소유하게 될 이집트가 이미 마르쿠스의 영역이었던 까닭이다.

  로마가 키프로스를 탐냈던 이유는 어차피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수많은 재화와 금은보화였다.

  그것들은 이미 로마의 국고로 전부 환수되어 금화 한 닢도 남아 있지 않았다.

  로마 입장에서는 이미 내용물을 홀랑 벗겨 먹었으니 선심 쓰듯 다시 땅을 돌려줘도 손해를 볼 건 없었다.

  그래도 이집트의 입장에서는 반강제로 빼앗겼던 영토를 다시 되찾는 것이다.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를 주도했다는 클레오파트라와 아르시노에에 대한 충성심도 한층 더 올라갔다.

  누가 봐도 두 사람이 로마에게 이집트를 넘기는 게 아니라 마르쿠스를 꼬드겨 각종 이권을 넘겨받는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마르쿠스의 발표에 환호하며 파라오와 그의 이름을 소리 높여 찬양했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려는 테오도로스와 아킬라스를 제지한 건 다름 아닌 지금까지 그들을 따르던 병사들이었다.

  "이 멍청한 놈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속아서 주인을 배신하겠다는 거냐!"

  "이미 모든 일이 탄로 났습니다. 그냥 순순히 인정하시고 죗값을 치르십시오."

  "다른 건 몰라도 파라오를 강제로 납치하고 협박한 건 용서받을 수 없는 대죄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아르시노에 님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단 말입니다."

  "여기서 항복하면 네놈들이라고 무사할 것 같으냐 이 답답한 놈들아!"

  테오도로스의 말에 반응을 보인 몇몇 귀족들과 병사들이 저항을 해보려 했지만 그것도 헛된 몸부림으로 끝났다.

  판금 갑옷을 입은 로마의 보병들이 무기를 휘둘러 반항하는 병사들을 가볍게 찍어 눌러 제압했다.

  전투다운 전투도 벌어지지 않았다.

  귀족들은 그저 로마군의 전투력이 이집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신들의 몸으로 증명해 보였을 뿐이다.

  테오도로스와 아킬라스, 그리고 마케도니아의 귀족들은 결국 한 사람도 도망치지 못하고 포박당했다.

  정식 재판을 열 필요조차 없었다.

  마르쿠스는 항구 앞의 광장에 귀족들을 줄줄이 꿇어 앉히고 즉결 처분을 내렸다.

  로마의 총독이 자국의 귀족들을 심판하는 광경에 시민들은 환호를 보냈다.

  언뜻 보면 말도 안 되는 이 모습에 항의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르쿠스의 엄숙한 목소리가 광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호루스의 화신이자 위대한 아문-라의 자손인 파라오의 뜻을 대행해 나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가 판결을 내리겠다. 대역죄인 테오도로스를 비롯한 마케도니아 귀족들은 용서받을 수 없는 대죄를 저질렀다. 첫째,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파라오의 권위를 깎아내리고 모함했다. 둘째, 이를 통해 자신의 반란을 정당화하고 심지어 이걸 위해 파라오 아르시노에를 강제로 납치해 생명을 위협하고, 성스러운 옥체를 더럽히려 했다."

  "거짓말이야!"

  테오도로스의 필사적인 외침에도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귀족들이 항변하면 할수록 싸늘한 시선만이 날아들 뿐이었다.

  마르쿠스는 그 뒤로도 온갖 죄목을 붙여 마케도니아 귀족들을 규탄했다.

  길고 긴 죄목이 나열되는 동안 시민들은 계속해서 연신 사형을 연호했다.

  마르쿠스는 시민들의 바람을 그대로 들어주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파라오를 겁간하려 한 죄. 이것만으로도 극형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위대한 파라오의 이름으로 선언한다. 반란을 일으킨 귀족들은 전원 처형하고 그들의 재산은 국고로 환수한다. 마케도니아 귀족들을 제외한 병사들은 간악한 계략에 넘어갔을 뿐이니 일체 책임을 묻지 않겠다."

  반란에 가담했던 병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그들은 자비로운 파라오의 결정과 이 혼란을 수습한 마르쿠스의 존재에 감사해 했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지긋지긋한 내전이 드디어 끝났다는 데에 기뻐하며 춤을 췄다.

  혼란스러웠던 도시의 분위기는 빠르게 진정됐다.

  무너졌던 공공건물도 대부분 빠르게 복구되었다.

  클레오파트라는 상당히 오래 지속된 시가전 때문에 피해를 본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해 주었다.

  그리고 정식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보는 집회용 광장에서 키프로스를 이집트에 반환한다는 정식적인 조약이 체결됐다.

  이제 클레오파트라와 아르시노에에게 반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시민들도 두 파라오가 무엇을 하든 전폭적으로 믿고 따르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르시노에는 클레오파트라가 전후처리를 하는 동안 마르쿠스의 옆에 찰싹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마르쿠스 님, 당분간 이집트에서 푹 쉬다가 가시는 게 어때요? 제가 배도 준비했어요. 같이 나일강을 유람하면서 이집트의 아름다운 전경에 취해 봐요. 지금까지 너무 고생하셨으니 조금쯤 쉬셔도 되잖아요."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마르쿠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급하게 이집트를 안정시킨 이유는 엄밀히 말해서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의 밑 준비에 불과했다.

  뒤가 안정되어 있지 않다면 앞으로 마주해야 할 대격변의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발목을 잡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르쿠스의 시선이 자연스레 다음의 목적지, 로마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섹스투스를 불러주십시오. 지금 바로 로마로 출발해야겠습니다."

  < 176. 종결과 시작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