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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흔들리는 균형 (186/326)

  < 185. 흔들리는 균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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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저를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린 겁니까? 전 이곳에 끌려올 만한 짓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나이우스는 언제라도 도주할 수 있도록 무게중심을 뒤로 둔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대놓고 경계를 받는 입장이었으나 카이사르는 딱히 그를 탓하지 않았다.

  "최대한 정중하게 데려오라고 했는데 라비에누스가 자네를 억지로 끌고 왔나?"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따라오지 않는다면 어떤 불이익이 닥칠지 모른다는 말을 듣긴 했습니다."

  "그건 협박이 아니라 내가 라비에누스에게 자세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일세. 난 자네를 해코지할 마음은 없으니 안심하게."

  카이사르가 손수 포도주를 따라 그나이우스에게 건넸다.

  그나이우스는 고개를 숙여 보일 뿐, 받아든 잔에는 입조차 대지 않았다.

  카이사르는 내심 전혀 대범하지 못한 그나이우스의 그릇에 한숨이 나왔으나,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저를 부른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라비에누스가 사실과 다른 소리를 했을까 봐 말씀드리는데 저는 갈리아에 분란을 일으키려 한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그건 사소한 오해와 사고가 겹친······."

  "딱히 변명하지 않아도 되네. 난 자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건 사실이 아니라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기회를 박탈 당하고 동생에게 모든 걸 빼앗겼으니 어찌 분한 마음이 들지 않겠나. 게다가 그 동생의 능력이 자신과 비교해서 그리 특출나게 보이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부드러우면서도 신뢰감 넘치는 목소리에 그나이우스의 경계가 다소 허물어졌다.

  여전히 쭈뼛거리긴 했어도 아까처럼 당장이라도 도망가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진 않게 되었다.

  "그럼 카이사르 님께서는 아버님의 유언이 잘못되었다고 보십니까?"

  "내가 마그누스의 깊은 속을 어찌 다 헤아리겠나. 하지만 그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간에 자네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되었지. 그 점에 있어서는 조금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네."

  "···저는 최소한 히스파니아나 북아프리카 정도는 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마하니 모든 걸 동생에게 몰아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확실히 그렇긴 해. 나였다면 자네에게 히스파니아를 떼어주고 나머지를 섹스투스에게 맡겼을 텐데."

  카이사르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자 그나이우스의 눈에 일말의 기대가 서렸다.

  그는 어느새 손에도 대지 않던 포도주를 조금씩 홀짝이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저를 이해해 주신다고 하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혹시 저를 여기까지 부르신 이유가······?"

  "일단 자네가 섣부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자제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네. 지금 자네는 머리에 피가 너무 쏠렸어. 조금 진정하고 냉정하게 계획을 세워야지 그렇게 들이받아서야 아무런 결과도 낼 수 없을 걸세."

  "···저도 제가 하려는 게 상책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상책이 아닌 게 아니라 하책 중에서도 하책일세. 갈리아 부족들을 자극해 히스파니아와 충돌시킨다? 이게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했나?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자네가 거기서 뭘 할 수 있겠나. 오히려 지금 한창 로마화가 진행 중인 갈리아 속주에 악영향만 미칠 뿐일세. 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총독의 입장에서 내가 직접 자네를 잡아다가 로마에 넘겨서 재판을 받게 했을 것이야."

  카이사르의 서늘한 어조에 그나이우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확실히 카이사르의 말은 틀린 구석이 없었다.

  그래도 그나이우스는 아예 바보는 아니었다.

  약간 다혈질적인 기질 때문에 가려져 있긴 해도 꽤 명석하다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부터 카이사르가 자신을 쳐내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건 짐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자신의 편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예전의 그나이우스는 모든 걸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지금은 달랐다.

  이집트에서 대실패를 겪고 동생에게 후계자 자리를 빼앗긴 뒤, 이전의 오만함이 한풀 꺾인 덕분이다.

  "제가 허튼짓을 하지 못하도록 구금하기 위해 데려온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카이사르 님의 지혜를 빌려주십시오. 제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이라면 카이사르 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글세··· 내가 자네를 동정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도와준 건 사실일세. 하지만 그걸 넘어서 자네를 밀어줄 이유가 있다고 보는가?"

  "제가 섹스투스를 견제하는 게 카이사르 님의 세력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만약 제가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면 최소한 히스파니아 지역은 카이사르 님에게 넘겨드리겠습니다."

  히스파니아는 갈리아와 바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카이사르의 입장에서도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은 지역이었다.

  만약 카이사르가 히스파니아까지 손에 넣는다면 로마의 북쪽은 오롯이 카이사르 한 명의 세력권이 된다.

  게다가 히스파니아의 풍부한 광산자원도 들어오는 것이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그나이우스가 성공적으로 섹스투스를 압박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카이사르는 아직 그나이우스의 능력을 그리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

  "내가 자네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모양새는 취할 수 없네. 굳이 이 이유를 설명하진 않아도 되겠지?"

  "예. 당연히 그 정도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섹스투스는 정당하게 가장의 권리를 획득했고, 귀족파에서도 그 자리를 인정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카이사르 님이 대놓고 제 편을 든다면 귀족파와 정면으로 대립하는 형태가 될 텐데 그런 부담은 피하고 싶으시겠죠."

  "그래, 최소한 그 정도의 통찰력은 있으니 다행이로군. 자네 말에 한 가지만 정정해 준다면 난 귀족파가 어떻게 나오든 아무런 관심도 없네. 쇠약한 원로원 따위야 이미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으니까. 다만 마르쿠스와는 대립하고 싶지 않을 뿐일세."

  "로마를 둘로 나누는 거대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이해합니다. 다만 만약 카이사르 님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면 로마 전체가 카이사르 님의 손에 들어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나이우스의 조심스러운 예측에 카이사르가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속이 뻔히 보이는 말로 날 떠볼 생각은 말게. 확실히 말해두지만 자네를 위해 내가 마르쿠스와 대립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게야. 물론 마르쿠스 역시 마찬가지 생각일 테고. 조금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일단 현실을 인식하고 있게. 자네와 섹스투스에게 그 정도의 가치는 없어."

  그나이우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가 이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저만이 아니라 섹스투스도 그렇다는 말씀입니까?"

  "난 역참을 통해 로마의 소식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전해 듣고 있네. 그중 대다수는 자네의 동생의 동향에 관한 정보일세. 그리고 내가 볼 때 자네 동생은 위대한 아버지의 뒤를 잇기엔 조금 역부족인 모양이더군."

  "당연합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섹스투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제가 한 번의 실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건 자네의 착각일세. 자네는 단순히 실수를 했기 때문에 밀려난 게 아니야. 폼페이우스는 다른 삼두와의 관계를 고려해 마르쿠스와 척을 진 자네를 쳐내고 동생을 중용한 것일 테니. 내가 아까 말했다시피 실수를 만회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조금 냉정한 결정이라 할 수 있겠지."

  그나이우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집트에서의 행적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그나이우스의 실수였다.

  자신이 어째서 그런 추태를 보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는 그때의 일로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제 두 번 다시는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래야지. 자네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면 난 자네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을 테니까. 그래도 자네가 이전과는 달라진 듯하니 나도 한 가지 방도를 알려주겠네. 히스파니아를 손에 넣게. 내가 거기까진 티가 안 나게 도와주지."

  "저, 정말이십니까?"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빈말 따위는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네. 자네도 결국 마그누스의 아들이고 히스파니아는 알게 모르게 로마에 많은 불만이 쌓여 있네. 세르토리우스의 반란 이후 로마가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주고 있거든. 로마화가 잘 되어가고 있는 모범적인 속주인데 이런 대우를 받는 건 그리 적절한 처사가 아니지.

  게다가 대놓고 친 그리스적인 정책을 펼치는 섹스투스와 달리 자네는 마그누스를 따라 히스파니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히스파니아 시민들은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잘 아는 자네에게 더 호감을 가지고 있을 걸세. 이런 점을 적절히 파고든다면 자네가 히스파니아를 손에 넣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테지.

  "

  "하지만 또다시 반란을 일으킨다면 로마에서 군단이 파병될 텐데요."

  카이사르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언제 반란을 일으키라고 했나? 그냥 히스파니아의 유지들과 섹스투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자네의 편으로 끌어들이기만 하게. 그리고 그걸로 섹스투스를 압박하게. 내가 민중파 의원 몇몇과 다리를 놔줄 테니 그들을 설득해 도움을 받으면 수월할 거야."

  "민중파가 제 편을 들어줄까요?"

  "당연하지. 지금 섹스투스가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나. 다름 아닌 귀족파의 영수 마르쿠스가 아니던가.

  민중파의 대다수 의원들은 지금 상당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네. 섹스투스가 저러다가 은근슬쩍 귀족파에 붙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의 눈길로 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란 말일세. 만약 자네가 민중파 의원들에게 확신을 주기만 하면 자네의 편을 들어줄 의원들은 의외로 꽤 될 거야.

  "

  "만약 그렇게 되면 귀족파는 섹스투스의 편을 들겠군요. 일이 생각보다 더 커지는 거 아닙니까?"

  "그래 봐야 대리전에 지나지 않지. 나나 마르쿠스가 직접 움직일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게나."

  그나이우스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가 가장 걱정하고 있던 건 마르쿠스의 개입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섹스투스를 치려고 해도 마르쿠스가 섹스투스의 편을 드는 이상 자신에게 승산은 없었다.

  하지만 카이사르가 마르쿠스를 묶어둘 수만 있다면 자신에게도 승산은 있었다.

  "카이사르 님의 조언대로 해보겠습니다. 결코 폐는 끼치지 않을 테니 앞으로도 저에게 지혜를 빌려주십시오."

  우수한 장기말을 손에 넣은 카이사르는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그대로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젊은이를 향해 몇 가지 계책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

  마르쿠스는 그나이우스가 히스파니아에서 암약하는 동안 그에게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서 그나이우스는 마르쿠스의 안중에도 없었다.

  그가 어떤 일을 벌이든 그건 섹스투스의 문제이지 자신의 문제가 아니었던 까닭이다.

  그보다 우선해야 할 문제는 지금 산더미처럼 많았다.

  "카렌 왕국에서 슬슬 보고가 올 때가 됐는데 아직인가?"

  마르쿠스는 서류 더미에 얼굴을 파묻은 채 펜을 쥔 손을 멈추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셉티무스가 없으니 일의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래도 셉티무스까지 데려왔다면 동방의 행정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을 테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대신 새롭게 마르쿠스의 진영에 합류한 레피두스가 큰 도움이 되었다.

  푸블리우스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했던 레피두스는 거기에서 마르쿠스의 눈에 들어 최근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는 사투르니누스의 손자이자 반란을 일으켰다가 폼페이우스에게 진압당한 그 레피두스의 아들이었다.

  원래 레피두스 가문은 로마에 반란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클리엔테스를 거느리고 있던 명문가였다.

  하지만 반란 이후 가문의 세력은 급속도로 쪼그라들었고 집정관을 연달아 배출했던 건 이미 과거의 영광이 된 지 오래였다.

  레피두스의 형인 파울루스는 카이사르의 편에 붙는 걸 선택했으나, 레피두스는 원래 역사와는 달리 마르쿠스의 밑으로 들어가는 걸 선택했다.

  이건 로마에서 상당히 특이한 일로 여겨졌다.

  본래 대다수의 명문가문은 다른 가문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는 경우는 있어도 종속의 관계를 맺지는 않았다.

  그래서 브루투스도 마르쿠스를 존경하고 따랐으나 아예 그의 밑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레피두스는 쇠락해져 가는 자신의 가문을 일으키려면 마르쿠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마르쿠스는 뿌리 깊은 명문가문인 레피두스를 기꺼이 맞아들였다.

  형과 달리 정치와 행정에 일가견이 있는 그는 단기간에 동방 속주의 수석 재무관까지 올라갔다.

  물론 그 대가로 지옥 같은 서류작업에 함께해야 했으나 출세를 위한 길이라 여기고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에 막 도착했다고 합니다. 읽어보시겠습니까?"

  "펼쳐서 옆에 올려줘. 이것만 처리하고 바로 볼 테니까."

  "알겠습니다."

  마르쿠스는 서명을 한 서류 다발을 레피두스에게 넘기고 레피두스가 펼쳐둔 보고서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이상한데······."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아무런 문제도 없어."

  마르쿠스가 대꾸했다.

  "그러니까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아. 왜 이렇게 잠잠한 거지?"

  "예? 문제가 없다면 좋은 게 아닌가요? 카렌 왕국은 얼마 전만 해도 유목민들이 쳐들어와 난리가 나지 않았습니까. 잠잠해졌다면 그건 축하할 만한 일이 아닌지요."

  "쳐들어온 유목민들을 격퇴하긴 했지만 아예 뿌리를 뽑아버린 건 아니니까. 분명 추가적인 행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잠잠해."

  마르쿠스는 카렌 왕국으로 쳐들어온 유목민들이 자신들의 터전에서 쫓겨난 자들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단순히 약탈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아예 거기에 눌러앉아서 새로운 터전을 꾸리려 한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동쪽에서 밀려들어온 다른 부족들에게 밀려 어쩔 수 없이 카렌 왕국으로 쳐들어온 거라면 이런 행동이 이해가 갔다.

  그래서 마르쿠스는 이집트로 가기 전에 수레나스에게 3개 군단을 주고 카렌 왕국 동쪽의 정황을 살펴보라 지시를 내렸다.

  분명 동쪽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들어온 보고는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다는 것이었다.

  혹시 모르니 추가적인 조사를 해보겠다는 말이 덧붙여져 있었으나, 별다른 문제가 발견될 것 같지는 않았다.

  아귀가 들어맞지 않았다.

  퍼즐 조각이 하나가 빠진 것처럼 영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푸블리우스에게 몇 가지 더 일러두는 거였는데······."

  원 역사와는 달리 지금은 실크로드가 훨씬 더 발전해 있었으니 동북방의 유목민족들이 탐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로마라는 이름이 수백 년은 더 앞서서 북방 유목민들의 귀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다른 사안에 정신이 팔려 별다른 대비를 하고 있지 않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책이었다.

  "수렌 왕국 쪽이 잠잠하다면 게르만 동편의 상황이 어떤지 좀 봐야겠는데··· 아무래도 진지하게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겠군."

  상황에 따라서는 섹스투스가 삼두의 후계자에 어울리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 따위는 신경 쓸 가치조차 없을 정도의 커다란 사건이 터질 수도 있다.

  종이 한 장을 가져오라고 이른 마르쿠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다른 어떤 문제보다 우선해 처리해주기를 바란다.

  서신의 가장 뒤에 붙은 어구에 마르쿠스의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 185. 흔들리는 균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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