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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동방에서 일어난 일 (192/326)

  < 191. 동방에서 일어난 일 >

  191.

  마르쿠스는 푸블리우스가 한나라령을 벗어났을 때쯤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했다.

  그의 도착을 환영하기 위해 아르시노에와 클레오파트라가 직접 항구까지 마중을 나왔다.

  항구에서부터 왕궁까지 길게 늘어선 인파는 마치 왕의 도착을 반기는 것만 같았다.

  마르쿠스가 이집트에서 현재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르쿠스에게 대표로 인사를 건넨 사람은 두 파라오 가운데 아르시노에였다.

  남다른 눈썰미를 가진 마르쿠스는 지금 이집트의 국정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단번에 꿰뚫어 보았다.

  '의외인걸? 클레오파트라가 아르시노에에게 밀린 건가?'

  단순한 느낌 정도가 아니라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는 모양새부터 살짝 티가 났다.

  클레오파트라의 뒤에 도열해 있는 사람들은 주로 이집트 원주민 출신의 신관들이었다.

  반면 아르시노에의 뒤에 도열해 있는 사람들은 마케도니아 혈통의 귀족들부터 신관들까지 상당히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마케도니아 귀족들의 권력이 사실상 사라지긴 했어도, 알렉산드리아의 행정은 아직 저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았다.

  이들은 스스로 권력을 잡으려고 하기보다는 권력자에게 붙어서 콩고물을 얻어먹으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들이 아르시노에에게 붙었다는 건 곧 클레오파트라가 아닌 아르시노에를 이집트의 실권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개인의 능력으로만 따지자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 리가 없다.

  마르쿠스는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전적으로 자신 때문이었다.

  고위 귀족들을 찍어낼 때 마르쿠스는 그들에게 희롱당할 뻔한 아르시노에를 구해주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그리고 아르시노에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에게 안기기까지 했었다.

  안 그래도 파라오들은 마르쿠스의 여인이라는 소문이 파다한데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자연히 알렉산드리아의 시민들과 중간관리자들은 아르시노에를 마르쿠스의 여자라고 여기게 됐다.

  사실 이집트의 통합을 위해 여러 정책을 펴내고,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운 사람은 아르시노에가 아닌 클레오파트라였다.

  일반 시민들은 몰라도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이들은 모두가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럼에도 상당수가 아르시노에에게 붙은 건 이미 이집트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어느 한쪽으로 확 기울어 버리면 곤란한데.'

  마르쿠스가 바라는 건 두 자매가 균형과 조화를 지키면서 이집트를 통치해나가는 것이었다.

  만약 클레오파트라 쪽으로 추가 기울었다면 눈치 빠른 그녀가 수완 좋게 컨트롤을 했겠지만, 아르시노에는 아직 그런 능력이 조금 부족했다.

  '그래서 내가 부탁한 일을 그렇게 빨리 처리했었나 보군.'

  클레오파트라는 현재 업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업적이 아니라 마르쿠스와 엮일만한 일종의 이벤트가 필요했다.

  로마의 대도서관 건립에 도움을 준 사람은 전적으로 클레오파트라였으니 아마 좋은 구실이 되리라.

  대강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한 마르쿠스는 클레오파트라에게 안내를 부탁해 알렉산드리아 박물관으로 향했다.

  클레오파트라가 서신에 적은 대로 그녀는 이미 서적의 분류를 전부 끝내놓았다.

  그리고 마르쿠스가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있는 주제와 관련된 책들은 따로 빼놓는 섬세함도 보여주었다.

  "대단하군요. 아무리 그래도 조금 미진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흠잡을 데가 없는 일 처리입니다."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마르쿠스 님을 알렉산드리아로 오라는 서신을 보내진 않았을 거예요."

  "덕분에 제 예상보다 1년은 일찍 도서관이 완공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건설하고 싶었는데 정말 다행이네요."

  "알렉산드리아에도 로마가 도서관을 만든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답니다. 대다수는 내심 헛된 시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요."

  "헛되다고요?"

  클레오파트라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산드리아에 남은 몇 안 되는 자존심 중 하나죠. 로마는 강하고 실용적인 기술들은 이미 알렉산드리아보다도 뛰어나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안 될 거야 하는 뭐 그런······."

  "알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리스권도 아직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물론 저는 마르쿠스 님이 하시는 사업이니 분명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이상의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답니다. 물론 그건 알렉산드리아가 더 이상 지식의 보고가 아니게 되는 것이니 조금 안타깝지만요."

  "그 말씀대로입니다. 전 지금 로마에 올라가는 건물들이 천 년이 아닌 이천 년이 지나도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만들 겁니다. 후대의 후손들이 그걸 보고 감탄하며 지금 우리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천 년이라··· 쿠푸 파라오의 대피라미드가 아마 이천 년 하고도 오백 년 정도가 더 지난 건물일 텐데 그 정도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만드시려는 거군요."

  무의식적으로 이천 년 뒤의 현대를 생각하고 있던 마르쿠스는 클레오파트라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새삼 인류의 문명 발전 속도가 얼마나 급격하게 가속도가 붙는지 실감이 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시간대에서는 마르쿠스로 인해 산업혁명이 천 년쯤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어쩐지 조금 아쉽게도 느껴졌다.

  잠깐의 상념에서 벗어난 마르쿠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클레오파트라 님이 아르시노에 님과 힘의 균형을 맞추려면 그만한 업적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파라오께서는 로마의 역사··· 아니, 인류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시설을 만드는 데 일조하신 겁니다. 내일이라도 시민들을 광장에 불러모으신다면 제가 직접 감사 연설을 하겠습니다."

  "역시 눈치채고 계셨나 보군요. 그래 주신다면 저야 정말 감사하죠."

  "감사라니요. 사실 이렇게 상황이 번거롭게 된 건 제가 깔끔하게 뒤처리를 하고 떠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원래 이집트에 좀 더 남아서 여러 가지로 조정을 했어야 하는데 급하게 떠난 주제에 신경을 써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폼페이우스 님의 부고는 저도 들었습니다. 그 정도 일이 터졌다면 어쩔 수 없지요. 이렇게라도 와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클레오파트라가 화사하게 미소 지으며 살짝 앞으로 다가왔다.

  훅 하고 끼쳐드는 은은한 향기가 왠지 모르게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클레오파트라와 아르시노에는 더 이상 어리기만 한 소녀가 아니었다.

  두 사람 다 이집트에서는 살아있는 여신이라 불리며 그 아름다움으로 칭송받는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순간 살짝 마음이 동했던 마르쿠스는 머쓱함을 숨기기 위해 자신이 사전에 준비해온 화제를 꺼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한 건으로는 이미 넘어간 균형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진 못할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생각하고 있는 비장의 수단이 있어요."

  "그게 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음··· 아직 구상만 하고 있을 뿐이라 말씀드리긴 조금 어렵네요."

  클레오파트라는 슬쩍 마르쿠스의 시선을 피했으나, 그 동작이 상당히 자연스러워 별다른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르쿠스는 그런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럼 나일강의 수위를 예측하는 방법을 사용해보도록 하죠. 제 계산대로라면 못해도 내년이면 바로 효과가 나올 겁니다."

  "나일강의 수위를 예측한다는 게 설마 범람의 유무를 미리 예언이라도 한다는 건가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클레오파트라 님이 사전에 말한 대로 일이 흘러간다면 아마 여론은 단숨에 클레오파트라 님에게 기울 겁니다. 물론 너무 그래서야 곤란하니 이 예지는 두 분의 파라오가 함께 있어야 받을 수 있다고 발표하십시오. 그러면 힘의 균형도 얼추 자연스럽게 맞춰질 겁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걸 대체 어떻게 사전에 알 수 있냐는 거죠."

  만약 사전에 예언한 것과 다르게 결과가 나오면 곤란해지는 건 클레오파트라였다.

  안 그래도 아르시노에에 비하면 지지가 밀리는데 가짜 예언까지 하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되리라.

  마르쿠스는 그런 클레오파트라의 불안감을 날려버릴 정도의 확신을 담아 단언했다.

  "지금까지 제가 허튼 말을 단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었습니까. 믿어주십시오. 안타깝지만 올해와 내년 나일강은 범람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식량의 저장량을 늘리고 앞으로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2년 연속으로 범람을 하지 않는다니··· 확실히 그게 정말이라고 그걸 사전에 맞힌다면 이집트의 모두가 저희 자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겠네요."

  이집트의 풍부한 농업력은 전적으로 주기적 범람을 일으키는 나일강의 환경에 기반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일강이 범람하지 않는다면 지력이 고갈된 토지로는 제대로 된 농작물을 지을 수 없다.

  그래서 이집트는 나일강 한쪽에 범람의 수위를 재는 기구를 설치해 두었다.

  거기에서 수위가 어떻게 오르는지 가늠해보면 대략적으로 올해 어느 정도의 범람이 있을지 예상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걸 아예 1년, 2년 전부터 예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만약 이를 해낸다면 그 누가 클레오파트라와 아르시노에의 신성성에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문제는 대체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냔 것이었으나, 마르쿠스는 출처를 알려주지 않았다.

  당연히 마르쿠스도 그런 세세한 사건과 연도를 전부 기억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집트의 범람 기록이 최저점에 달해 흉년이 들었다는 것 정도는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미리 확인을 해보니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앞으로 알렉산드리아는 2년간의 기근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 부분을 잘 해결해 주기만 하면 이집트의 통치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방법은 알려줄 수 없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신성을 믿으니 그냥 지혜의 여신에게 계시를 받았다는 정도로 둘러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거짓말을 의심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클레오파트라조차도 마르쿠스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녀는 마르쿠스를 서방세계의 오시리스라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더 쉽게 납득했다.

  아직 현대인의 지성이 남아있는 마르쿠스로서는 어안이 벙벙한 일이었으나, 이 시대에선 아직 신의 말이 모든 법률과 상식보다도 위에 있었다.

  ※※※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클레오파트라와 조율을 마친 마르쿠스는 알렉산드리아의 시민들 앞에서 연설하는 시간을 가졌다.

  로마에 도서관을 건립하는 데 있어 알렉산드리아 시민들의 협조에 감사하고, 특히 클레오파트라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는 요지의 연설이었다.

  그러나 이 한 번으로 클레오파트라의 세력이 단숨에 커지지는 않았다.

  클레오파트라의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일을 잘하는 유능한 군주였다.

  아무리 일 처리가 뛰어나 봐야 결국 지지를 받는 건 마르쿠스의 여자로 인식되고 있는 아르시노에였다.

  이 판을 뒤집기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마르쿠스가 알려준 내년과 내후년의 기근은 무엇보다 효과가 확실했으나 적어도 내년까지는 기다려야 했다.

  클레오파트라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녀는 아르시노에가 연 환영연회에서 승부수를 던져보기로 결심했다.

  "마르쿠스 님, 이건 제가 직접 공수한 키프로스산 포도주 중에서도 최고급품이에요. 왕궁에도 지금 몇 병 없는 국보급 포도주랍니다."

  아르시노에가 언제나처럼 마르쿠스의 옆에 찰싹 붙어 애교를 부렸다.

  그녀는 자신이 현재 어떻게 주변에 인식되고 있는지 알았기 때문에 이전보다도 더 거침이 없었다.

  한 잔 들이켠 마르쿠스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지금까지 마셔본 포도주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향이 좋군요. 아르시노에 님께서도 한잔하시죠."

  마르쿠스가 아르시노에의 잔에도 포도주를 따라주었다.

  그녀가 좋아하며 잔을 입에 가져가려는 사이 클레오파트라가 다가와 마르쿠스의 옆에 앉았다.

  "저도 같이 자리에 끼어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이거 술이 맛있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쭉쭉 들어가는군요."

  "요새 신경 쓰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한 잔 쭉 하시고 고민 같은 건 털어버리세요."

  클레오파트라가 연신 마르쿠스의 빈 잔에 포도주를 채워주었다.

  아르시노에도 질세라 술잔을 받고, 또 따르자 분위기는 어느새 왁자지껄 시끄러운 자리가 되었다.

  원래 마르쿠스는 술에 취할 때까지 마시는 법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의 말대로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는지, 평소보다 들어가는 술의 양이 많아졌다.

  술이 들어가니 조금씩 흥취가 돋고 여러 가지 화제가 안줏거리로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세 사람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건 지금까지의 추억이었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게 언제였었나.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에 가깝게 흘렀으니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이긴 하다.

  그동안 생각해 보면 정말 별의별 일들이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클레오파트라와 아르시노에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순간, 마르쿠스는 또다시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거 아무래도 취기가 너무 올라온 거 같은데. 슬슬 일어나 봐야겠군.'

  자고로 술은 너무 많이 마시면 언제나 후회를 불러오는 법이다.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술을 마실 생각은 추호도 없는 마르쿠스는 침실로 가겠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클레오파트라가 잽싸게 옆에 다가와 침실까지 부축해주겠다고 나섰다.

  마르쿠스는 고맙다고 말하고 쏟아지는 졸음을 억누르며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아이고 머리야.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중간에 잠깐 기억이 끊긴 마르쿠스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따스하게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건장한 신체가 아침 햇살을 받아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나 취했으면 옷을 전부 벗어버리고 잤다는 말인가.

  마르쿠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이불을 걷어냈다.

  그런데 이불의 틈새로 근육이 붙은 자신의 신체와는 전혀 다른 얇고도 유려한 곡선을 지닌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깜짝 놀란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그의 팔에 뭔가 물컹한 감촉이 잡혔다.

  그것도 오른쪽과 왼쪽 양쪽 방향에서 전부.

  가슴이 철렁해진 마르쿠스는 천천히 양옆을 둘러보았다.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사실이 된다고 하던가.

  그곳에는 마르쿠스와 마찬가지로 얇은 옷가지 하나 걸치지 않은 아르시노에와 클레오파트라가 색색거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잠깐 동안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마르쿠스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그 자세 그대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내 조금씩 정신이 돌아온 그의 머릿속에 사고 쳤다 하는 생각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하··· 이런······."

  < 191. 동방에서 일어난 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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