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 갈리아 내전 >
196.
섹스투스군은 노도같이 진격했다.
불시에 습격을 받은 카이사르군은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히스파니아와 이탈리아 북부에서 동시에 몰아치는 6개 군단은 신속하면서도 강했다.
양쪽 방향에서 동시에 밀고 들어와 경계선을 돌파했고, 순식간에 카이사르의 군단을 밀어냈다.
곧이어 갈리아 남부에서 합류해 덩치를 불린 섹스투스군은 무서울 정도의 기세로 공격을 계속했다.
섹스투스는 현명하게도 갈리아 부족들을 자극하지는 않았다.
"나는 오롯이 반역자 카이사르를 본국으로 소환하기 위해 온 것이다. 충실한 로마의 신민인 갈리아의 형제들과는 싸울 마음이 없다. 카이사르의 군단에 합류한 갈리아인들이 있다고 해도 부족에까지 책임을 묻진 않을 것이다."
같은 로마인들끼리 싸우고 있으니 갈리아 부족들도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카이사르가 싸우라고 하면 싸워야겠으나 아직 그런 명령은 도착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갈리아 부족들이 독단적으로 로마군을 공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로마 시민을 죽였다는 독박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비상이 걸린 갈리아 부족들은 급하게 족장 회의를 개최해 논의에 들어갔다.
라인강 북방에 있는 카이사르의 귀에도 마침내 이 소식이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섹스투스는 멈추지 않았다.
가비니우스가 이끄는 기병대 천 명이 하이두이족의 영역 내에 있는 카이사르군의 물자 창고를 기습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기선을 제압당한 카이사르의 병사들은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반격이다. 주제도 모르고 먼저 검을 뽑아 든 걸 후회하게 해주마."
갈리아의 안정을 책임지는 임무를 맡은 라비에누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천의 기병을 우회시켜 섹스투스가 마련해 놓은 후방 보급로를 끊고 수비병력 삼백 중 대부분을 죽이거나 포로로 잡았다.
하지만 실제 전공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해군까지 동원한 섹스투스는 대부분의 군량을 배를 통해 운반했기 때문이다.
그사이에 섹스투스군은 카이사르가 세워놓았던 간이진지를 7개나 더 박살 냈다.
생각보다 예리하지 못한 대처로 섹스투스의 자신감만 더욱 돋워준 꼴이 된 것이다.
"결국 카이사르가 직접 지휘하지 않으면 이 정도인가 보군요."
"어쩔 수 없지요. 총사령관이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뛰어나면 부하들도 자연스레 의존적이 되는 법이니까요."
카이사르가 만들어 놓은 숙영지를 그대로 차지한 섹스투스는 부하들에게 휴식을 명하고 참모들을 막사로 불러들였다.
기선제압은 확실히 해놨으니 앞으로 계획을 점검해볼 차례였다.
가비니우스나 폼포니우스 같은 폼페이우스의 군단장 출신들은 카이사르군의 움직임이 날카롭지 못하다고 평했다.
그리고 섹스투스 역시 그 점에는 어느 정도 동감하는 바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카이사르만이 아니라 그의 부하들도 적게는 5년부터 많게는 8년까지 전장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총사령관이 다른 곳에 있다고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는 건가요?"
"예.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너무 뛰어난 총사령관과 함께 있으면 종종 그렇게 될 때가 있습니다. 저희도 사실 폼페이우스 님의 밑에 있을 때 별다를 게 없었으니까요.
그분께서 하라는 대로 하면 아군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 있으니 그저 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됐습니다. 카이사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자가 쓴 보고서를 읽어보면 전쟁의 대부분은 카이사르가 전략을 수립하고 부하들은 그걸 실행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니 일군을 이끌만한 판단력이 길러지지 않을 수밖에요.
"
카이사르가 갈리아 전쟁을 어떻게 치러냈는지 모르는 로마의 귀족은 없었다.
본래 전쟁을 수행한 로마의 총독이라면 당연히 보고서를 원로원에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보통은 보고서를 의원 모두가 주의 깊게 읽지는 않는다.
그러나 카이사르의 보고서는 예외였다.
그는 자신이 치른 전쟁의 과정을 단순한 보고서 형식이 아니라 마치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풀어냈다.
이는 자신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그의 노림수는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로마의 귀족들은 거의 모두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카이사르의 전기를 흥미롭게 탐독했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갈리아인들을 무릎 꿇리고, 브리타니아를 제패했는지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섹스투스는 이 점이 자신들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고 예상했다.
카이사르가 얼마나 뛰어난 전략가인지 알 수 있었고, 그의 군단 체계나 싸움방식도 전부 사전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님. 당신은 제가 절대로 카이사르를 이기지 못할 거라고 봤겠지만, 그 예상은 틀렸습니다.'
섹스투스는 피아간의 전력 차를 몇 번이고 냉정하게 분석해 보았다.
확실히 자신은 카이사르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 전쟁은 강자가 약자를 반드시 이긴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도저히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강국이 자신보다 못하다고 봤던 소국에게 고꾸라진 사례는 역사에 수없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섹스투스는 충분히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물론 아직 어린 나이에서 비롯된 자만심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폼포니우스와 가비니우스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들의 의견을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현재 카이사르는 본대를 이끌고 이쪽으로 내려오고 있을 겁니다. 라비에누스는 자신의 병력을 이끌고 카이사르와 합류할 생각만을 하고 있겠죠."
"그럼 그들이 본대와 합류하기 전에 공격할까요?"
"저들도 바보가 아니라면 우리가 그렇게 나올 거라는 것쯤은 예상할 겁니다. 그러니 기습에 당하지 않도록 너무 무리하게 쫓으면 안 됩니다. 주변을 정리하고 후방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진군하는 게 좋겠습니다."
확실히 섹스투스는 그나이우스와의 일전으로 성장했다.
이전처럼 무작정 군단을 움직여 적과 싸우려는 모습은 사라졌다.
공격을 가할 때는 저돌적이면서도 부드럽게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처음에는 제대로 하지 못했던 다른 병종들 간의 유기적인 조화도 해낼 수 있게 됐다.
커다란 틀에서의 전략과 실제로 그걸 수행하는 전술을 호응시키는 능력이 몰라보도록 좋아졌다.
그래서일까.
라비에누스는 섹스투스에게 생각만큼 많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뭔가를 해보려고 했던 자신이 역으로 손해를 볼 때가 더 많았다.
게다가 안 좋은 소식들이 꼬리를 물고 날아들었다.
브리타니아로 향해야 하는 배가 때아닌 폭풍우로 항구가 봉쇄돼 제때에 뜨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브리타니아에 주둔 중인 군대를 불러들일 수 없을 것이다.
게르마니아에서 국경을 안정화 중인 군단은 처음부터 부를 여건이 되지 않았다.
반면 섹스투스는 히스파니아와 로마에서 계속 추가 군단을 편성 중이었다.
이들이 전선에 합류하게 된다면 힘의 균형이 순식간에 기울어질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들 속에서도 라비에누스는 자신들이 질 거라는 상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라인강 북방을 시찰 중이던 카이사르가 마침내 본대를 이끌고 모습을 드러낸 까닭이다.
※※※
"가문의 이름만을 물려받은 애송이라고 봤는데 생각보다 제법이었습니다. 그나이우스의 평과는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라비에누스는 카이사르를 만나자마자 솔직한 자신의 감상을 입에 담았다.
카이사르는 쭉 이어지는 라비에누스의 보고에 흥미롭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히스파니아에서 그나이우스와 벌인 일전을 봤을 때는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었는데···역시 어려서 그런가? 성장이 빠르군."
"폼페이우스 님이 어째서 장자가 아니라 차남에게 가문을 물려줬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가진 능력이 비슷했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가 현격하게 벌어질 걸 알았던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난 섹스투스를 직접 보지 못했으니 어떤 평가도 내릴 수 없겠지만. 자네가 1단계를 실패하고 2단계로 작전을 이행한 걸 보면 꽤나 괜찮은 지휘관이라는 건 인정해줘야겠지."
카이사르는 잠시 이전에 이야기를 나눠봤던 그나이우스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보는 자신의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그릇이 작은 이였다.
그런 그와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는 소식에 섹스투스도 별반 다르지 않은 그릇의 소유자일 거라고 봤는데 아마 틀렸던 모양이다.
확실히 지금 밀고 들어오는 섹스투스군의 기세는 카이사르의 당초 예상보다 매서운 면이 있었다.
"갈리아 부족들은 카이사르 님과 섹스투스의 싸움의 결과를 지켜보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지 말고 그들에게 섹스투스의 뒤를 치라고 하면 손쉽게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 갈리아 부족들이 직접 섹스투스군을 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비로마 시민이 로마의 시민권자들을 죽이는 일은 있을 수 없어. 필요하다면 그들을 내 군단으로 징집해서 전장에 투입해야지."
"그럼 이번 싸움에서 갈리아의 조력은 필요 없는 겁니까?"
"물론. 이 기회에 앞으로 나를 따를 부족들과 로마에 있는 귀족들에게 똑똑히 보여주는 게 좋지 않겠나? 폼페이우스의 이름을 물려받은 자라고 해도 이 카이사르의 아성을 위협할 수 없다는 사실을."
라비에누스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사르의 결정은 자만심이나 오만이 아니었다.
갈리아 전쟁의 초창기부터 지켜본 카이사르는 충분히 이 정도의 자신감을 드러낼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섹스투스가 임페라토르와 결전을 치르려고 하겠습니까? 브리타니아와 게르마니아에서 원군이 오지 못하는 이상 저쪽이 시간을 끌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쪽도 필요하다면 갈리아 북방에 있는 부족들을 군단으로 편성하면 그만일세. 그리고 저쪽에서 싸우려고 들지 않으면 현실을 가르쳐주면 그만일 뿐. 그러면 차라리 회전으로 한 방을 노리는 게 자신들에게 승산이 가장 높다는 걸 알게 되겠지."
카이사르는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했다.
임페라토르의 합류로 사기가 오른 카이사르의 군대는 반격에 나섰다.
카이사르군은 이전처럼 기습적인 공격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섹스투스가 야심 차게 일천의 기병을 돌려 척후를 타격하려 했으나 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전과는 판이할 정도로 반응이 달랐다.
병력의 움직임도 신속했고,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진용도 두터웠다.
마치 거대한 요새가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국지전에서의 양상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카이사르는 몇백 단위의 분대를 끝없이 투입해 섹스투스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기습작전으로 결정적인 한 방을 거두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지났다.
소규모 싸움에서 연일 손해를 본 섹스투스의 병력 규모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벌레들이 나뭇잎을 갉아먹듯 알게 모르게 피해가 계속 누적되고 있었다.
총사령관의 역량 차이였다.
카이사르는 마치 수준의 차이를 보여주겠다는 듯 사령관의 막사에서 하루에 수십 명씩 연락병을 돌렸다.
기병들의 기동력을 한계까지 활용해 섹스투스가 차지하고 있던 기지들을 하나하나 깎아나갔다.
파죽지세로 나아가던 섹스투스의 군대는 어느새 제 자리에 멈춰선 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
순조롭게 몰아치던 초반의 기세가 거짓말처럼 꺾여버리자 군단의 사기도 같이 내려갔다.
섹스투스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직접 기병들을 이끌고 나가보았으나, 오히려 카이사르 쪽이 정면으로 싸워주지 않았다.
어느새 손실된 병사들의 수가 한 개 군단의 규모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래도 하늘의 도우심인지 히스파니아에서 급하게 편성한 2개 군단이 섹스투스의 진영에 합류했다.
카이사르의 병력은 6개 군단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었고, 섹스투스의 군단은 7개 군단이 넘었다.
폼포니우스와 가비니우스는 일전을 걸어보는 게 어떻겠느냐 제안했다.
"전쟁에서 잔뼈가 굵은 카이사르는 계속해서 전방위적인 파상공세를 가해올 겁니다. 안타깝지만 아직 섹스투스 님은 카이사르를 따라가기엔 경험이 모자랍니다."
"하지만 그건 회전에서도 별다를 게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카이사르의 진짜 능력은 회전에서 나오는 게 아닐지······."
"그래도 이대로 가면 카이사르에게 당할 뿐입니다. 하지만 병력의 우세를 살려 회전을 한다면 이쪽에도 아직 승리할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가능성이 남아있다니·····."
섹스투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대체 어느새 자신감이 이토록 땅에 떨어져 있었다는 말인가.
싸움을 시작한 지 몇 달이 경과한 것도 아니다.
지금은 저런 소극적인 모습보다는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투지를 불태우고 있어야 할 때였다, 문득 섹스투스의 뇌리를 이전에 두 사람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카이사르의 부하들은 총사령관에 의존하는 면이 강해 독자적인 판단에 약점을 보인다고?'
그 말은 카이사르의 부관들에게만 적용되는 사실이 아니었다.
대체 누가 누구를 비웃고 있었다는 말인가.
폼포니우스와 가비니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폼페이우스의 밑에서 줄곧 전쟁을 수행해온 이들이었다.
그만큼 총사령관의 역량이 전장의 승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런 총사령관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어떤 전쟁에서도 손쉽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해적 소탕 작전에서도, 동방 원정에서도, 쿠시와 악숨을 무너뜨릴 때도 위기다운 위기는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다.
두 사람이 강점을 보이는 건 명령 수행능력이었지 전체적인 판을 짜는 능력은 거의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폼포니우스와 가비니우스의 현 상태가 이해가 갔다.
섹스투스가 그저 그런 지휘관이었다면 여기서 카이사르가 던진 미끼를 물고 회전을 하기로 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을 마주하자 섹스투스의 그릇이 마침내 그 진면목을 드러냈다.
"아니, 회전은 하지 않습니다."
"예? 회전을 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천천히 파먹힐 뿐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갈리아가 사태를 관망하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가 확실히 밀리는 상황이 되면 저들이 어떻게 돌변할지 모릅니다. 자칫 잘못하면 퇴로까지 막힐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퇴로가 막히기 전에 후퇴해야지요."
"예? 후퇴요?"
상상도 하지 못한 발언에 가비니우스의 입이 떡 벌어졌다.
폼포니우스는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카이사르의 병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사실 이전부터 묘한 위화감이 가슴 한구석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전과가 너무 순조롭지 않았나? 그 카이사르가 정말로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고 무방비하게 이렇게 깊숙하게 밀려난 걸까?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줄곧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
"그러나 라비에누스는 꽤 필사적으로 우리를 공격하려 했습니다."
"우리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가늠해 보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지요. 만약 우리의 방비가 허약하다면 굳이 밀려줄 필요가 없으니 그대로 큰 타격을 입혀서 밀어내고, 그게 아니라면 우릴 퇴로가 없는 곳까지 끌어들이려는 노림수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폼포니우스와 가비니우스의 얼굴이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그 말대로라면 자신들은 이제 거의 독 안에 든 쥐나 마찬가지였다.
"후퇴하기 여의치 않은 곳까지 끌어들인 뒤 회전을 강제해서 격파한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그럼 여기서 회전을 거는 건 카이사르의 의도에 휘말린다는 것인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요."
"아뇨, 아직 한 가지 있습니다."
섹스투스의 비장한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가 크게 한숨을 쉰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쪽으로 진로를 뚫고 그대로 배를 타고 히스파니아로 후퇴하면 됩니다. 그리고 장기전으로 몰고 가면 경제력의 차이로 이쪽이 우세해질 겁니다."
< 196. 갈리아 내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