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2. 라인강 북상작전 (213/326)

  < 212. 라인강 북상작전 >

  212

  바야투르는 갈리아를 초토화하고 복속시키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현대의 파리에 해당하는 센강의 시테섬에 머물며 갈리아의 목초지를 분배해 나갔다.

  북부 대부분은 천태선우 소유의 목초지로 삼고 나머지 자잘한 지역을 여러 부족들에게 나눠주었다.

  남부는 초기에 큰 공을 세운 선우 알탄에게 상당 부분을 떼어주고, 나머지 지역을 다른 세 선우에게 분배하기로 했다.

  몇 달 정도 안정화만 시키면 흑토 평야에 있는 게르들과 가족들을 슬슬 이동시켜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생각만 할 뿐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바야투르의 지낭이자 네 명의 선우 중 한 명인 바트자르갈 역시 같은 생각인 듯 보였다.

  "흑토에서 갈리아까지 오려면 게르마니아를 지나쳐야 하는데 길이 그리 좋지가 않습니다. 울창한 숲에 소수의 로마군이 매복하고 있기만 해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아직 반항적인 갈리아 부족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래. 숲에서 싸우는 건 우리의 장기가 아니지. 갈리아를 완전히 안정화시킨 뒤에는 게르마니아 지역을 어떻게든 손보기는 해야 할 텐데."

  "알탄이라면 전부 죽이고 태워버리자고 하겠죠."

  "그 녀석이라면 정말로 할지도 모르니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을 하면 큰일 날 수도 있어."

  아무리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해도 정말로 다 죽여 버리면 정복하는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런 살육광이 보스포루스를 그대로 놔뒀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군요. 당연히 초토화시킬 줄 알았는데요."

  "어느 게 더 이득이 되는지 분간을 못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야. 그 정도로 멍청했다면 내가 그 녀석을 그 자리에 두지 않았겠지."

  "그렇군요. 그럼 갈리아 남부는 당분간 이대로 그에게 맡겨두실 생각이십니까?"

  "적이 히스파니아와 알프스 방어선을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안정시켰어. 북제를 얕본 건 아니지만, 예상보다도 더 수완이 좋은 자인 모양이더군. 일단 알탄에게는 병력을 보충하라 일러뒀으니 조만간 연락이 오겠지."

  로마의 발 빠른 대응은 의외였으나, 완전히 상정 외의 일은 아니었다.

  갈리아를 완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 뒤, 게르마니와 흑토 평원을 온전히 잇기만 한다면 문제 될 건 없다.

  로마군의 대군이 북상하고 있다는 보고를 들은 건 그로부터 며칠 뒤의 일이었다.

  재빠르게 추가 정찰병을 편성해 조사해본 결과 적의 병력 규모는 대략 20만이라는 추가 보고가 올라왔다.

  적이 드디어 결전에 나선 것인가 생각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적의 대군은 라인강을 거슬러 올라오며 진지를 구축하는 것만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보고만으로는 자세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바야투르는 직접 5만 대군을 이끌고 나가보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보인 건 강 건너편에서 쉴 새 없이 삽질을 하고 있는 로마군이었다.

  슬쩍 다가가 보려고 했으나 바로 화살 세례가 쏟아져서 쉽지 않았다.

  전투를 해보려고 해도 적의 수가 워낙 많아 일단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집결 가능한 모든 병력을 소집해라. 적의 반응을 한 번 봐야겠다."

  두 명의 선우가 이끄는 병력이 추가로 합류했다.

  하지만 역시 로마군은 싸워주지도 않았고 계속해서 방어만 굳히고 삽질만 할 뿐이었다.

  선우 중 한 명인 오트곤바야르가 부대를 이끌고 우회해 강을 도하해서 건드려 보았지만 후방 방어도 철저해 공략이 힘들었다.

  심지어 초조함을 참지 못한 부족장 한 명이 무리하게 접근했다가 적의 기습에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이거야 원, 저 겁쟁이 자식들이 진지에서 아예 나오질 않으니 싸움이 되지를 않는군."

  라인강을 완전히 뒤집어엎을 기세로 공사 중인 로마군을 바라보던 바야투르의 머릿속에 돌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바트자르갈, 지금 당장 알탄에게 연락병을 띄워라. 히스파니아와 알프스의 방어병력이 얼마나 헐거워져 있는지 상세히 조사해 보라고. 그리고 직접 와서 보고를 올리라고 전하도록"

  "그쪽의 방비를 소홀히 하고 있다면 병력을 집중해 뚫으시겠다는 거로군요."

  "그래. 어느 한쪽이라도 방어가 약해져 있으면 전군을 집중해 그대로 돌파하면 된다. 갈리아 놈들을 앞세우면 우리 측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겠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바야투르는 로마군이 방어선을 허술하게 놔두지 않았을 거라 반쯤 확신했다.

  다른 지휘관이라면 몰라도 카이사르가 그렇게 뒤를 내다보지 못하는 작전을 짰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카이사르의 의도도 짐작이 간다.

  아직 심증에 불과할 뿐이지만 대처방안을 생각해둘 필요가 있었다.

  바야투르는 따로 연락병들을 뽑아 갈리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부족장들에게 보냈다.

  전령의 보고가 돌아오기까지 바야투르와 흉노 기병대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로마군의 행동을 관찰했다.

  흉노의 대병력이 있든 말든 로마군은 신경도 쓰지 않고 묵묵히 참호를 파고 목책을 세울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조사가 끝나자 명령대로 알탄이 직접 올라와 보고를 올렸다.

  "천태선우님, 피레네와 알프스의 병력은 거의 빠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아무래도 놈들이 이번에 아주 작정하고 병력을 동원한 듯싶습니다."

  "피레네와 알프스의 방어선이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고?"

  천태선우의 지낭 바트자르갈은 명성답게 알탄의 말을 듣자마자 카이사르의 의도를 읽어냈다.

  "천태선우시여! 놈들이 우리를 가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바야투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이런 대규모의 전략을 이리도 무식하게··· 아니, 확실하다고 해야겠군. 자신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이 정도의 엄청난 자원을 소비하는 것이겠지."

  한자리에 모인 네 명의 선우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것이··· 대제국의 저력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오트곤바야르의 말에 다른 선우들도 동감이라는 듯 질린 표정을 지었다.

  심복들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본 바야투르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한마디를 툭 던졌다.

  "철수한다. 갈리아는 포기하고 최대한 빠르게 라인강을 도하해 흑토 평원으로 돌아간다."

  "예?"

  "지금 무슨 말씀을······?"

  "여기서 그냥 물러난다는 말씀이십니까?"

  바트자르갈을 제외한 선우들이 전원 경악으로 눈을 치떴다.

  어떻게 얻은 갈리아 땅인데 이렇게 쉽게 포기를 한다는 말인가.

  특히 가장 많은 목초지를 분배받은 알탄의 불만이 컸다.

  "아무리 적들이 많은 군대를 동원했다고 해도 우리가 이대로 물러나는 건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게 아닐까요?"

  "자네 지금 천태선우님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인가?"

  바트자르갈의 반박에 잠시 움찔한 알탄이었으나 이번에는 쉽사리 물러나지 않았다.

  "아니, 막말로 저게 중원 놈들의 장성도 아닌데··· 저런 허접한 방어선 따위야 전군을 동원해 짓밟으면 되지 않나."

  "자네는 그러니까 강을 끼고 있는 20만의 대군에게 정면에서 들이받자는 건가?"

  "아니, 누가 정면으로 싸우자고 했나? 강을 건너서 놈들의 배후를 치자는 거지."

  "누구는 머리가 없어서 그런 방법을 떠올리지 못한 줄 아나? 뒤로 돌아가면 그쪽은 숲 지대가 대부분이라 대군을 운용하기 힘들다는 걸 모르지는 않겠지? 앞으로 강, 뒤로는 숲을 두고 방어선을 구축한 20만 대군에게 들이받자는 말인데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지··· 쯧쯧."

  바트자르갈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자 알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가 쾅 소리 나게 탁자를 치며 삿대질을 했다.

  "닥쳐라! 나는 천태선우께 의견을 제기한 것이지 네 놈의 의견 따위를 물은 게 아니다!"

  "뭐라고? 대가리에 학살과 방화밖에 없는 또라이가 감히 누구에게······."

  두 사람이 대놓고 드잡이질을 벌이려는 찰나, 바야투르의 낮은 목소리가 게르 안에 내려앉았다.

  "시끄럽다."

  퍼뜩 정신이 든 알탄과 바트자르갈이 황급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천태선우시여!"

  "죄송합니다. 못난 꼴을 보였습니다."

  "일어나라. 지금은 한가롭게 말싸움을 벌이고 있을 시간이 없으니."

  바야투르는 긴장한 선우들을 한 번 슥 둘러보고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저들이 진지를 구축하기 전에 공격을 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때가 늦었다. 놈들은 지형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으니 우리 쪽에 별 이점이 없다. 전군을 동원해 억지로 공격한다면 설령 이기더라도 이쪽의 피해 역시 어마어마할 것이다. 아무리 계산해도 수지가 맞지 않아."

  "하긴, 여기서 적들과 공멸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로마 놈들에게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거겠군요."

  로마가 이번에 어마어마한 전력을 투입했다고는 해도, 그게 그들이 가진 힘의 전부는 아니었다.

  아직도 동방에는 섹스투스와 마르쿠스가 이끄는 대규모 병력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지금 단계에서 필요 이상의 병력 소모는 자제해야 했다.

  "그럼 그냥 이대로 강을 건너서 흑토 평야로 돌아가 재정비하는 겁니까? 그런데 저들이 라인강 쪽에 저렇게 진을 쳐놨으니 앞으로 다시 갈리아로 진입하긴 쉽지 않을 텐데요."

  "갈리아로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다. 우리가 다음에 공격할 곳은 바로 이곳!"

  오트곤바야르의 염려를 가볍게 흘려넘기며 바야투르는 지휘봉을 번쩍 치켜들며 지도를 거세게 내리찍었다.

  지도를 찢고 탁자에 박힌 지휘봉의 끝이 파르르 떨렸다.

  그 아래로 보이는 지역을 확인한 선우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스······."

  "그래. 다음 상대는 바로 남제의 아들이다."

  "그리스는 로마 본토 못지않게 부유하고 풍족한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놈들이 순순히 우리와 싸워주겠습니까? 성에 틀어박혀서 수비만 굳히고 있으면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지 못하도록 해야지. 이미 계획은 다 세워두었다."

  알탄을 제외한 다른 선우들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바야투르가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그저 믿고 따르면 될 뿐이다.

  다만 아직 미련을 다 떨쳐내지 못한 알탄만이 조심스럽게 이견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대로 퇴각해 버리면 병사들의 사기에 영향이 가지 않을까요? 저희의 밑에 들어온 자들에게 체면도 서지 않을 테고요."

  "어째서 사기에 영향이 간다고 생각하지? 우리는 실질적으로 그 무엇도 손해를 본 게 없거늘."

  "···예?"

  "생각해 보아라. 이 전쟁에서 우리는 로마군의 3개 군단을 괴멸시키고 그들의 장비와 군기까지 손에 넣었다.

  그리고 갈리아를 약탈하면서 많은 물자를 덤으로 얻었지. 로마 놈들과 싸우면서 죽은 이들이라고 해봐야 태반이 갈리아와 게르마니아에서 잡은 노예군들이고 우리 군의 손해는 거의 없었다.

  반면 로마는 우리를 쫓아내기 위해 저토록 엄청난 자원을 퍼부어가며 발악을 하고 있지 않느냐. 우리가 놈들이 만든 우리에 갇혀서 피해를 봤다면 패배라고 할 수 있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

  바트자르갈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야투르의 말을 거들었다.

  "첫 원정에서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은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적의 소모가 우리보다 훨씬 컸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무엇보다 이다음의 싸움을 위한 좋은 미끼를 마련해 놓았으니까요."

  "그 말대로다. 그러니 가슴을 펴고 귀환하도록 하자. 적은 한나라보다도 더 강력한 세계 최강의 대국. 단 한 번의 원정으로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고는 처음부터 생각지 않았으니."

  게르에서 나온 바야투르는 그대로 말 위에 올라 고삐를 잡아챘다.

  그리고는 뒤따라 나오는 알탄을 바라보며 쾌활하게 웃으며 농을 던졌다.

  "자네는 정 내키지 않으면 갈리아에 남아있던가 로마 놈들의 진지를 한 번 뚫어보도록 하라. 물론 지금 따라오지 않으면 두고 갈 것이다."

  "다, 당연히 갑니다! 저 알탄, 천태선우님과 함께 지금 바로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이것 보게. 내 이래서 자네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까. 이리 귀여운 반응을 보여주니 말일세. 하하하!"

  흉노의 선우 중 한 명을 두고 귀엽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세상에 바야투르 한 명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다른 이가 이런 말을 했다면 그 어느 나라의 왕이더라도 즉시 갈아 마셔버렸겠으나, 바야투르는 예외였다.

  그 정도로 선우들과 흉노 전사들이 천태선우에게 바치는 충성심은 대단했다.

  그들은 퇴각 명령이 떨어지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로마군과 멀찍이 떨어져 라인강을 벗어났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미리 준비했던 만큼 신속하기 이를 데 없는 후퇴였다.

  한 번 뒤를 쳐볼까 생각했던 카이사르였으나 워낙 상대방의 움직임이 빨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기습을 해도 큰 피해를 주긴 힘들었을 테고, 라인강 방어선을 완성하는 게 더 급선무라고 여겼으니 아쉽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의 노림수를 바로 간파하고, 조금의 망설임조차 보이지 않고 바로 몸을 빼버린 바야투르의 판단력에는 솔직히 감탄이 나왔다.

  그러니 더더욱 바야투르가 이끄는 기병대가 다시는 라인강을 넘지 못하도록 방비를 철저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카이사르는 부하들을 독려해 결국 라인강 끝까지 방어선을 깔아버린 뒤, 갈리아를 탈환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오랜 난민 생활을 끝내고 드디어 삶의 터전으로 돌아간 갈리아인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흉노를 라인강 밖으로 쫓아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로마 역시 환호하며 카이사르와 그의 병사들의 업적을 칭송했다.

  하지만 솔직하게 웃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영웅이라 불리며 찬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카이사르 휘하의 군사들이었다.

  "쓰읍, 전쟁 시작부터 끝까지 삽질만 하고 참호만 세웠을 뿐인데 갈리아를 구한 영웅들이니 뭐니 하니 어이가 없군."

  "갈리아의 구원자? 로마의 영웅? 내가?"

  위대한 업적을 일궈낸 주인공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찬사를 전해 들으면서도 그저 어안이 벙벙해 할 뿐이었다.

  "고향가면 뭐라고 말해야 되지...내가 삽을 들었더니 적들이 물러가더라?"

  자신들의 땅을 되찾은 갈리아 전사들 또한 나름의 반응을 보이며 격동을 표했다.

  "흉노 놈들 올때는 그렇게 다 때려부수더니 싸우지도 않고 다 튀어버렸다고?......왜? 진짜 다 도망간 거 맞아?"

  "그러게. 갈리아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로마에서 우리를 갈리아의 구원자네 로마의 영웅이네 부른다는데 이걸 믿지 않을 수도 없고..."

  "어, 어쨌든 우리가 고향을 되찾았다! 우, 우와아아!"

  "와아아! 이겼다!"

  갈리아 전사들과 로마 군단병들 모두 손에 든 무기, 아니 삽을 내려놓곤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눈물은 어째선지 갈리아를 되찾았다는 기쁨의 눈물이라기 보단 안도의 기색이 훨씬 더 짙었다.

  환호성이 한 박자 늦게 터져 나온 것 같았지만, 어쨌든 카이사르는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이번 전략의 효율을 검토해 보았다.

  이참에 아예 엘베-도나우강에도 무한 참호 방어선을 구축해 게르마니아를 탈환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계획은 지휘관 회의에서 운을 떼자마자 모든 군단장들과 대대장들이 결사반대를 해 실행으로 옮기진 못했다.

  "임페라토르시여! 놈들이 어차피 오지도 않을 숲에서 방어선을 구축하는 건 효율이 좀 떨어집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곧 놈들이 동쪽을 노릴테니 차라리 알프스 방어선을 더욱 굳히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게르마니아는 전쟁이 끝난 뒤 천천히 복구해도 늦지 않습니다!"

  카이사르는 마지막으로 베르킨게토릭스를 돌아보았으나, 그마저 딴청을 피우며 슬쩍 시선을 피해버렸다.

  카이사르는 결국 입맛을 다시며 엘베-도나우 방어선 전략은 잠정 연기했다.

  그래도 한 마디 하는 건 잊지 않았다.

  "알프스 동부의 방어가 우선이니 이건 잠정 연기하도록 하지. 그래도 방어선 확충은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니 다들 염두에는 두고 있도록."

  이렇게 갈리아만이 아니라 카이사르의 군단병들도 구원을 받으며 탐색전의 성격을 띤 전초전은 끝이 났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이게 끝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전화의 불씨는 완전히 꺼진 게 아니다.

  단지 갈리아에서 타오르던 전쟁의 겁화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그리고 그게 어느 지역에서 다시 맹렬하게 불이 붙을지는 훤히 내다볼 수 있었다.

  '섹스투스가 과연 그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카이사르의 수심 어린 눈동자가 머나먼 동쪽, 신들의 전설과 찬란한 문화의 역사로 충만한 그리스의 대지를 향했다.

  < 212. 라인강 북상작전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