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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악당이 되었다-28화 (28/125)

제28화

“마법에는 크게 3가지 재능이 있는데, 이를 나누면 타고난 마나량, 인지력, 제어력이다.”

이안은 마법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를 설명했다.

마나량과 인지력, 제어력. 마법을 사용하는 데 필수적인 능력이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마나는 기계를 작동할 때에 동력, 인지력은 기계의 기능 숫자, 제어력은 기계의 출력쯤으로 볼 수 있었다.

이를 설명하고도 이안은 각기 그 재능을 타고나면 뭐에 유리하고, 뭐에 불리하고, 그런 걸 알려주었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요모조모 따져보며 내 경우는 어떤지 그림을 그렸다.

나는 동그라미, 엑스, 엑스였다.

많은 마나량을 타고났지만, 그 마나량에 비해 인지력과 제어력은 다소 부족했다.

그래도 평균보다는 나았지만, 이안 같은 꼭대기에서 보기엔 다 그게 그거일 수준이었다.

마법을 주 무기로 사용하기엔 미흡했다. 다행히 거드는 용도로만 사용할 예정이라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것도 이안을 기준으로 해서 부족한 거지 내 마법 재능은 충분했다. 하지만 이 마법 하나만 믿기엔 많은 위험이 따라왔다.

검술과 마법, 그리고 원작에서 알고 있는 지식을 적당히 버무린다면 최소한의 위험부담으로 중간은 갈 수 있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이 정도면 괜찮지.

나는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안이 말했다.

“애석하게 여길 것 없다. 누구라도 세 재능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마나를 택할 테니. 너는 가장 괜찮은 재능을 손에 쥔 것이다.”

세 가지 재능을 싹 다 타고난 놈이 말하니 배알이 뒤틀렸다.

“이제부터 네 재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줄게.”

이안의 등 뒤에서 12개의 마탄이 떠오르며 원을 그리며 회전했다.

그것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저편에 허수아비를 격추했다. 그 속도가 쾌속하고 궤적이 어지러워 시선을 따라가는 일도 어려웠다. 눈알이 핑핑 돌았다.

“나도 그렇게 하라고?”

“아니, 네게는 무리다. 네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니 꿈도 꾸지 말라는 의미로 보여준 거지.”

“아, 그래.”

“너는 이렇게.”

이안은 전보다 몇 배는 많은 마탄을 생성했다.

족히 100개는 됐는데, 그것들이 일제히 진동하며 우웅거리니 위압감이 있었다. 맹수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처럼 절로 사람을 긴장시켰다.

마탄이 움직였다.

내가 할 수 없는 운용이라며 모든 마탄이 서로 다른 경로를 그린 것과는 다르게 궤적은 수수했다.

모든 마탄은 곧은 직선을 그리며 허수아비를 격추했다.

하지만 위력은 그보다 강렬했다.

철제 허수아비는 마탄이 부딪칠 때마다 좌우로 몸을 흔들었다.

두두두두두!

거듭된 마탄의 충돌.

허수아비는 몸을 벌벌 떨며 휘청였다. 그게 춤을 추는 형상이라 킥 웃음이 나왔다. 그를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거는 할 수 있는 거고?”

“그래.”

“그러면 해볼까?”

무작정 마탄을 뽑아냈다.

이안과는 다르게 마탄이 저마다 크기나 모양 따위에 차이가 생겼다. 개의치 않았다. 이게 남에게 뽐내려는 공연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다치게 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화살이 좀 못생기면 어떤가? 잘 날아가기면 하면 됐지.

마탄의 수는 20가량. 이를 허수아비를 향해 발포했다.

“아.”

마탄을 쏘면서 깨달았다. 이전에 이안이 마탄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과 내가 한 게 뭐가 다른지 이해했다.

마탄을 표적을 향해 직선으로 쏘면 여러모로 간단했다. 마법을 시전하고 발포하면 끝이었다.

그러나 마탄의 경로를 바꾼다면 마법의 난이도가 몇 배로 상승했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채 마법에 관여해야 하니 까다로웠다.

펑! 펑! 펑!

내가 쏜 마탄 중 몇은 명중했고, 몇은 빗나갔다. 이를 보고 이안이 평했다.

“처음치고는 나쁘지 않네. 다음번에는 탄환 조절에 조금 더 신경 쓰도록.”

이안 치고는 후한 칭찬이었다.

“잠시만. 한 번만 더 해볼게.”

“그럴 필요 없다. 마나가 다 회복된 다음에….”

이안의 말을 무시한 채 움직였다.

[신데렐라 랩소디]에는 등장하지 않은 방법이지만, 다른 글에서는 인지력을 키우는 방법이 등장했었다.

내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했던 그거. 마나를 뿜는 마석을 눈 감고 찾았던 거.

그러한 방법으로 미세하게나마 인지력을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오랫동안 반복했다.

마탄을 뽑는다. 이안과 비교하면 퍽 소박했다.

하지만 마탄의 숫자는 사소한 부분이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그 수를 줄였다. 우선 마탄의 크기와 모양부터가 똑같았다.

흐음.

이렇게 하는 건가?

이안은 실시간으로 마탄의 발포 방향을 틀었으나 거기까지는 무리였다.

나는 마탄을 쏘기 전 미리 궤적을 설정했다. 하나는 완만한 곡선. 하나는 직선. 나머지 둘은 직접 조종한다.

투아아앙!

마탄을 쏘았다.

발포 직전에 경로를 지정해둔 두 발은 시야에서 지웠다. 남은 건 두 발. 거기에 집중했다. 자꾸 통제를 벗어나려는 마탄을 강제로 붙잡았다. 거기에 힘을 실었다.

“아!”

의도한 바는 아니었는데, 마탄이 가속했다. 마탄에 마나를 싣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출력 강화가 있었다.

마탄은 각자 다른 선을 그리며 허수아비를 때렸다. 명중이었다. 네 발 다.

“훌륭하군.”

“네 덕이지 뭐.”

“그래, 내 덕이 맞다. 내가 잘 가르친 덕이지.”

이제는 애한테 유머 감각도 생겼는지 신기해 표정을 살피니 한없이 진지했다.

그는 순수하게 자기가 마법을 잘 가르쳐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맞는 말이지만, 이렇게까지 내색하는 건 어색했다. 그러면 이유가 뭘까?

단순히 자기한테 고마워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내 판단은 조금 달랐다.

자기가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느냐는 의미겠지.

그럴듯한 추리였다.

디마겐을 잡기 위해서는 아가레스한테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이안을 설득했다.

그 후, 나는 이안을 대신해 아가레스를 만났고, 사정을 설명했다. 아가레스는 우리를 돕길 거부했지만, 그건 한 번뿐이었다.

이안 입장에서는 내가 게을러 보일 수도 있는 노릇.

“알았어. 알았다고. 하면 되잖아. 하면.”

그는 내게 또다시 아가레스를 찾아가라 강요하고 있었다. 어디를 날로 먹으려 하냐면서.

“뭘 말이냐?”

“능청 떨지 마. 이따가 다시 가볼 테니까.”

“어디를?”

“됐다. 됐어. 그만하자.”

* * *

지난번 아가레스는 유달리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내가 일부러 헛소리를 찍찍 해대는데도 반박하지 않고 동의했던 걸 보면 뭔가 특별한 일이 있던 게 맞았다. 그게 뭘까?

찬찬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얼추 알 것 같았다.

거대 괴수 수렵 개론.

내가 그 과목에서 만점을 따낸 것에 흡족해했다.

그가 해당 과목 자체에 흥미가 있고, 좋아해서? 그런 거라면 내가 1등을 빼앗은 꼴이니 그리 만족해하지는 않았을 터.

그때 대화를 상기하니 내가 그 과목을 열심히 수학했다는 게 중점이었다.

“으음….”

북부는 척박한 오지. 농작물이 쉬이 자라지 않을뿐더러 늘 상 외부의 침입을 방비해야 한다.

여러모로 괴로운 땅이었다. 아가레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 헤맸다.

북부는 적이 많은 땅.

아가레스가 마족이라 칭하는 이종족들이 있었고,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마물이 그러했다.

거대 괴수는 마물 중에서도 여러 요인으로 몸집이 거대해진 놈들을 일컫는 단어였다.

이종족들은 말이라도 통하지 마수들은 사람을 보면 무작정 공격해대는 살아있는 재앙이었다.

마수들의 손에 북부의 영지민과 병사들이 죽는 건 흔한 일이었다.

“이거네.”

내가 수업에서 만점을 따낸 걸 보고 아가레스가 곡해했다.

나 또한 마수를 잡는 데 관심이 있는 줄로만 알고 있다.

“괜찮은데.”

상황을 곰곰이 따져보니 구태여 오해를 교정해줄 필요는 없을 듯했다.

일이 내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나는 수업이 끝난 직후 아가레스에게 찾아가 말했다.

“지난번, 북부에 숨은 흑마법사에 대해 이야기했던 걸 기억하십니까?”

아가레스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지겹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콧방귀를 끼더니 대답했다.

“또 그 소리인가? 말 끼를 못 알아듣는군. 그때 충분히 설명을 해줬을 텐데.”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제안을 해보려 합니다. 그때에는 제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구했지요. 이번에는 다릅니다. 흑마법사를 잡는 데 협조해주신다면,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네가 나를 도와? 뭘 말이냐?”

나는 거대 괴수 수렵 개론의 교재를 툭툭 두들겼다.

“언젠가 북부의 마물을 쓸어버릴 생각이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가레스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그는 입가를 힘껏 끌어올린 채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구나. 네 뜻은 가상하고, 실로 괜찮은 제안이야.”

“그럼….”

“네게 실력이 있다면 말이야. 그런데 과연 네가 도움이 될까?”

“예?”

아가레스는 내가 했던 것처럼 교재를 손으로 툭툭 쳐댔다.

“네가 가진 지식이 풍부하다 해도 실전에서 써먹기엔 난감하다. 더욱이 너는 마물 사냥에 나가본 경험이 없을 터, 첫 실전부터 네가 지휘를 맡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럼 네가 뭘 할 수 있느냐?”

“…….”

아가레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수박도 한 손으로 들 듯 거대한 손을 내 어깨에 얹으며 말했다.

“전투 중에 네 머리는 아무짝이 쓸모가 없다. 더욱이 네 전투력이라면 더 별 볼 일 없고. 그런데 네가 무슨 수로 나를 돕겠다고?”

아가레스의 표정은 몹시 진지했다.

게다가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나는 쓸모가 없는 거 같았다. 말로써 그를 설득하는 건 어려울 듯해 나는 능청스레 웃으며 말했다.

“에이,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별 도움 안 될 게다.”

“에이. 그래도 요만큼. 요만큼은 도움 되지 않겠습니까? 저 그래도 칼질은 좀 하는데, 진짜 요만큼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나는 손가락을 살짝 벌리며 작은 틈을 만들었다.

그러자 아가레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없는 것보다 낫기야 하겠지.”

옳다 구니.

손뼉을 짝 치며 맞장구쳤다.

“예! 이거 보십시오. 저도 도움이 되는 거 맞지 않습니까? 아가레스님이 저를 한 번 도와주시면, 저도 아가레스님을 한 번 도와드리는 거. 공평하지 않습니까?”

아가레스는 나를 밀쳐내며 말했다.

“공평한 건 서로 한 번씩이라는 거뿐이지 않나? 그게 말도 안 된다는 건 너라도 알 텐데. 일에 드는 수고가 다르고, 감수해야 할 게 다르다.”

그렇긴 하지.

내 쪽에 너무 유리한 제안.

나는 미안한 척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무리한 소리였다는 건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흥. 죄송할 거까지야. 그래도 오늘 대화는 그때보다는 유쾌하군. 그 흑마법사보다도 네가 더 내 계획에 도움이 된다면 네 제안에 응하지.”

“예. 다시 생각해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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