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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악당이 되었다-33화 (33/125)

제33화

그걸 알고 있는가?

마나와 체력에는 각기 한계가 있었다. 누군가가 밤새도록 마법을 연습하고, 근육을 단련하기를 희망한다고 해도 그건 불가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고 한들 바닥난 마나와 체력으로부터는 아무것도 건질 수 없었다.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훈련량과 적당한 휴식이 필요했다. 뭐든지 과한 건 문제를 일으켰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몸속에 마나홀이 텅 빈다면 마법을 발현하는 건 고사하고 시전조차 불가했다.

대게 견습 마법사들이 그러했는데, 가진 마나가 너무 적어 집중력을 다 소모할 때까지 마법을 시전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내게 남들보다 풍족한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돈이었다.

이곳에는 마나 포션이라는 게 있었다. 무슨 황금이라도 들어갔는지 보통의 포션보다도 2배쯤 값이 비싼 물건이었다.

흔히들 급속도로 상처를 회복시켜주는 포션을 여벌 목숨이라고 칭했다. 그만큼이나 귀하다는 뜻이었는데, 그렇다면 마나 포션은 어떨까?

그건 한 부대의 목숨을 좌지우지했다.

마나 포션은 부대에 배정된 마법사가 접전 속에 마나가 다 닳았을 때에 마지막 탄환이었다.

마수 토벌과 같은 생사가 엇갈리는 사선에서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 처할 때쯤 피눈물을 흘리며 사용하는 포션이었다.

꼴깍꼴깍.

나는 마나 포션의 뚜껑을 따고 내용물을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값비싼 가격과는 다르게 맛은 밍밍했다. 탄산이 빠진 탄산수 같은 맛에 표정을 찡그리고 있으니 깡통 상태였던 마나홀이 서서히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화르륵!

손바닥에 불을 피웠다.

원소 마법의 속성은 크게 다섯이었다. 물. 불. 바람. 땅. 번개. 흔한 클리셰를 그대로 따랐다. 보통 원소 마법을 중점으로 다루는 마법사들은 불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왜?

효율이 뛰어난 탓이었다.

내가 봐도 그랬다. 물이나 바람, 땅 따위의 원소를 이용해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형태를 빚어야 했다. 그걸 화살이든 창이든 어느 형태로 만들거나 적어도 뾰족하게 깎기라도 해야 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생산성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때려 박는 게 아니라면 그러했다.

하지만 불 원소만은 달랐다. 물덩이를 던져봤자 옷이 젖을 뿐이지만, 불을 던지면 옷에 불이 번지고 피부를 태우고 생명체를 죽였다.

잠시라도 가만있지 못하는 유치원생 같은 번개를 제외하면 말도 못 하게 효율적이었다.

나는 마탑의 연습실에 들어와 마나가 다 빠질 때까지 불을 피우고, 마나 포션을 먹기를 반복했다.

오늘만 해도 괜찮은 저택 하나를 살 돈을 깨 먹었다. 막대한 지출이었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내가 강해지는 게 우선이야.”

다 잘 먹고 잘살자고 하는 일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내 무력을 단련하는 데에 쩨쩨하게 구는 게 멍청한 거지. 난 얼마든지 낭비할 준비가 돼 있었다.

난 이안과 연습했던 마탄을 만들었다. 이에 마나의 속성을 변화해 화염탄을 만드려 했으나 실패했다. 마탄은 그대로 흩어졌다.

마탄 자체를 화염으로 바꾸는데 왜 자꾸만 실패하는지 골몰한 끝에 답을 내렸다.

내가 원소 마법에 미숙한 탓이었다.

마탄을 만들고 쏘는 거야 이안과 함께 오랫동안 연습했지만, 원소 마법은 달리했다. 이안이 봐준 건 잠깐이었고, 거진 독학으로만 배웠다. 게다가 그 기간도 짧았으니 숙련도가 낮을 수밖에.

이를 극복하고자 온종일 원소 마법을 가지고 장난쳤다.

손바닥 위에 불꽃을 가지고 쥐불놀이를 하듯 흔들어도 보고, 괜스레 입으로 바람을 불어 흔들기도 했다. 그렇게 마나가 다 빠져나갈 때까지 하고 나면 조금은 감이 왔다.

보통의 마법사라면 하루에 두세 번만 해도 마나가 다 빠져 못할 훈련이었지만, 나는 이를 돈으로 극복했다.

마나가 비었으면, 마나 포션을 먹으면 되는 일. 물 대신에 마나 포션을 마시며 오늘 하루를 보냈다.

금일은 수업이 없는 주말인지라 새벽에 일어나 검술과 웨이트를 끝내고 마탑에 들어와 몇 시간이고 이 짓을 해댔다.

“지루해 죽겠네.”

처음에는 신기했다.

이곳 사람들이야 마법이란 게 자연스럽고 지당한 일일지 몰라도 내게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새로웠고, 신비로웠으며 신선했다.

마법을 시작하고, 진도를 나갈 때만 해도 그랬다.

며칠째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으니 스스로에게 나는 즐거워하고 있다고 세뇌를 하는 일도 고단했다. 이젠 불꽃만 봐도 지긋지긋했다,

“이쯤 했으면 됐겠지.”

마탄은 마나로 만든 하나의 탄환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의 위력은 무엇이 결정하는가? 탄환이 얼마나 단단한가, 탄환의 날아가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가 따위였다. 그럼 화염탄은? 단단함과 탄속에 한 가지를 더했다. 부딪쳤을 때의 폭발력.

마탄에 불꽃을 입혔을 뿐인 화염탄은 이 폭발력이 부족했다. 진짜 화염탄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연습했던 게 다 이를 위해서였다.

불덩이를 영창했다.

허공에 불꽃이 구체의 형태를 이루며 이글거렸다. 어찌 보면 화염탄과 동일했지만, 이건 그저 공 모양의 불일 뿐이었다. 화염탄에 비해 탄속이 느렸고, 폭발력도 볼품없었다.

이를 가공했다. 그와 동시에 화염구를 압축하며 그간 내가 왜 실패했는지 깨달았다.

여태껏 화염탄을 영창할 때에 나는 그 형태에 집중했다. 어떻게든 화염탄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게 아니었다.

진짜 신경 써야 할 건 그 성질이었다.

폭발하는 탄환. 화염탄의 본질.

이를 상기하며 화염탄을 영창한다. 화염탄의 형태는 관여하지 않았다. 탄환이 폭발하기만 한다면 어떻게 되어도 괜찮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화염탄은 여태 만들려 했던 그 모양으로 나타났다.

화염탄을 허수아비를 향해 발포한다.

마나 포션으로 몇 번이고 마나홀을 리필했지만, 내 집중력에는 한계가 찾아온 탓일까?

알싸한 현기증에 다리가 풀릴 것만 같았다. 그와 동시에 화염탄은 쾌속하게 질주해 허수아비를 격추했다.

파아아앙!

발끝에서부터 두피까지 전류가 달린 듯 짜릿했다.

성공적인 영창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쥔 채 허공을 팔꿈치로 찍고, 무릎을 튕겼다.

하지 못했던 걸 할 수 있게 되는 건 퍽 재밌었다.

나는 이 감각을 잊지 않게 3번 더 연습했고, 그중 2번을 성공한 다음 기숙사로 돌아가 취침했다.

* * *

다음날에도 이걸 연습했다.

일찍 일어나 검을 휘두르고, 쇳덩이를 밀고 당긴 다음 마탑에 연습실에 들어섰다. 반나절가량 화염탄을 연습했다. 마지막에는 10번을 시도했는데, 9번을 성공했다.

훌륭한 성과였다.

* * *

월요일 새벽. 빠르게 식사를 마친 다음 빠르게 체력 훈련을 한 다음에 빠르게 마탑의 연습실에 들어섰다.\

마법을 10번 시전해서 9번 성공했다는 것은 10번 시전하면 1번은 실패한다는 걸 뜻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목숨의 경각에 달하는 위기에서 내게 남은 마나는 고작해야 화염탄 한 발을 영창할 수준일 때, 10퍼센트 확률로 마지막 일발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10번 시전하면 10번 성공할 때까지 내 마음은 불편할 테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마법을 틈틈이 마법을 연습했다. 집중력이 한계에 달했던 어젯밤과는 달리 푹 자고와 그런지 유달리 성공률이 높았다. 다행히도 마법에 실패하는 경험 없이 경쾌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의실에 찾아가 수업을 받았다.

그후.

카타리나의 개인 교습. 그녀는 나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체격이 좀 좋아졌는데? 요즘 잘 먹었나 봐?”

“예, 신경 좀 썼습니다.”

“그럼 오랜만에 실력 한번 볼까? 그동안 얼마나 늘었는지 검사하자고.”

“지금 바로 말입니까?”

“어. 바로.”

파아아앙!

“괜찮은데?”

카타리나의 덤벼보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힘껏 달려들었다. 그녀는 내 실력을 궁금해한다.

그러니 공격을 피하기보다는 맞설 터였다. 그렇다면 상대가 막아냈을 때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것.

무게를 실을 수 있는 수직베기.

시작부터 몸속에 마나를 터트리며 강한 힘을 뽐냈다.

그간의 마법 연습 중에 마나에 대해서 깨달은 바가 약간이지만은 있었다. 그 덕에 발경을 할 때 요령을 얻었고, 더 큰 힘을 낼 수 있었다.

쿠와아아앙!

원심력을 그대로 받은 검, 그 무게를 그대로 실어 위에서 아래로 카티라나를 때렸다.

그녀는 한 손으로 쥔 검을 가져다 대는 듯한 동작으로 막아냈는데, 입꼬리를 씰룩였다. 뭘까. 뭐가 즐거운 걸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표정을 읽었다.

내 성장에 만족했구나.

이해했다. 내가 보기에도 고작 몇 달 만에 이룬 쾌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신 성장이었다. 이에 카타리나는 만족했다. 그러면? 더 보고 싶을 거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을 터다.

회피는 없다. 그리고 반격을 시도한다면 최소한 두 검격 이후였다.

최소한 두 검격 동안은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공격을 받아줄 것이다.

그러면 내가 할 것은?

두 번의 검격 안에 카타리나의 자세를 무너뜨리고 승기를 가져올 것.

그 방법은?

통상적인 칼질에는 나와 카타리나 사이의 벽을 깰 수 없었다.

검을 어떻게 휘두르더라도 카타리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카타리나의 발을 밟았다. 밟은 발의 다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카타리나는 내 검을 쳐냈다.

카아앙!

서로의 사이에 불똥이 튀었다. 그녀의 검이 지나가자마자 나는 검을 한 손으로 고쳐 쥐었다.

남은 한 손을 뻗어 손바닥으로 카티리나의 배를 때렸다. 그녀는 콧방귀를 끼며 맞아주었다. 내 손찌검 따위야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그건 사실이었다. 내가 손바닥으로 암만 때려 바야 카타리나에게는 기별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마법을 사용한다.

화염탄.

손바닥에서부터 불꽃이 공기를 태우며 등장했다. 불꽃은 뭉치며 카타리나의 옷을 태우며 출격을 준비했다.

발포.

난 화염탄을 쏘았다.

퍼어어엉!

카티리나는 밟히지 않은 발로 날 뻥 걷어찼다. 난 그대로 몸이 반쯤 뒤집히며 뒤로 날아갔고, 그 탓에 화염탄의 조준이 빗나갔다. 화염탄은 바닥에 처박혔고, 폭발했다. 카타리나는 그걸 보더니 질렸다는 듯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이게 미쳤네. 야, 마법은 언제 배운 거야? 누구한테 배운 건데.”

“배운지 얼마 안 됐습니다. 배우기는 친구한테 배웠고요.”

“허, 참. 잽도 안 되는 놈이 날 이겨 먹으려 하길래 재밌어서 받아주니까, 네가 돌았지? 야. 그거 맞았으면 어떡하게?”

“전력을 다하라 하셨지 않습니까?”

“스읍. 그럴 거면 마법도 쓸 수 있다고 말을 해주던가. 아니다. 됐고, 그보다 마법은 왜 배운 거야? 내가 말했잖아. 하나에 집중하라고.”

“취미 생활입니다.”

카타리나는 턱을 긁적이다가 말했다.

“그래, 네가 알아서 하겠지.”

나는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마법 없이 다시 해볼까요?”

“아냐. 됐어.”

카타리나는 주먹으로 내 팔뚝을 쳐댔다.

“그만하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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