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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로 떨어진 S급 헌터-122화 (122/150)

122화 거울 (3)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가 아이리에게 다가갔고, 무언가를 얘기했다는 것만 알았다. 무슨 이유로 그녀가 얘기를 섞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이 사람은 깨끗한 사람이 아니었다. 세상에 털어서 안 나오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그것보다 구린 사람들은 냄새가 난다. 이건 많은 사람을 만나 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나는 아이리에게 가기 전에 그에게 먼저 갔다. 아이리와 칸나는 이미 내가 온 걸 알아차리고 있었고, 나를 힐끔거렸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녹색 모자의 차림새를 더 보았다. 난 그가 밥을 먹는 때 옷차림을 뒤져 보았다.

그의 옷깃을 들추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확 젖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내 손길은 바람과도 같은 거다. 난 그저 그의 옷깃이 열리는 걸 상상했다.

칼날. 난 그걸 확인하고 슥 다시 돌아갔다. 옆에 있는 사람이 그의 젖힌 품을 지적했다.

“옷이 좀 벌어져 있습니다.”

“응? 왜 그러지?”

왜긴 왜야. 내가 했으니까 그렇지. 난 그들을 뒤로하고 아이리와 칸나에게 돌아갔다. 아이리는 입가를 닦고 내게 물었다.

“왜 그렇게 변태처럼 그래?”

“그냥, 좀 질이 안 좋은 친구 같은데요.”

“그런가? 괜찮은 사람 같은데.”

“왜요? 그것보다 무슨 얘기를 했어요?”

아이리에게서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다시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꽃을 파는 어린 여자였다. 뭐야, 여기는 왜 이렇게 잡상인이 많은 거야.

그녀는 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내가 간 이후로도 파인애플을 파는 사람이 한 명 더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와 똑같은 옌시 사람이.

조금의 시차를 두고 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나가고 몇 분 뒤에 들어왔다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가 있나? 난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이런 사람들은 각자의 구역이 나뉘어 있을 텐데. 시간대도 나뉘어 있고.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그렇다면 저들이 이렇게 연달아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르겠다. 꽃 장수는 다시 테이블을 돌았다.

“꽃 하나 사실래요?”

“괜찮아요.”

꽃 장수는 미련 없이 우리 테이블을 떠났다. 하지만 내가 쫓아갔던, 그 옌시인을 쳐 냈던 사람의 테이블에 도달하자 그녀는 급변했다.

“꽃 하나 사실래요?”

“거참, 오늘 진짜 잡상인 많네. 주인, 여기 관리 안 해?”

“꽃 하나 사세요.”

“미친년아, 안 사. 안 산다고.”

“하나 사시죠?”

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건 분명한 시비조였다. 원래 악의는 당하는 사람이 가장 잘 느끼기 마련이다.

강매를 당한 사람은 테이블을 쾅 치면서 일어났다. 한눈에 봐도 덩치가 배는 되는 남자가 꽃 장수 여자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진짜 죽고 싶어? 너네 뭐야? 다 같이 한통속이지?”

“무슨 소리 하시는 건가요?”

꽃 장수 여자는 냉소를 보냈다. 난 그때 봤다. 그녀의 능숙한 손놀림을. 그가 흥분에 가득 차서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그가 식사를 하고 있던 것에 무언가를 뿌린 걸.

“놔줘요. 아니면 신고할 거예요.”

“신고하면 어쩔 건데? 시민권은 있냐? 거렁뱅이 새끼들이.”

점점 상황이 악화되었다. 하긴, 아이리의 말대로라면 지금은 3스택이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이렇게 강매를 당하면 화가 날 거다. 물론 저 사람은 좀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것 같지만.

“그만합시다.”

녹색 모자의 남자가 말했다. 하지만 그는 손님에게 말하는 게 아니었다. 명백히 시선은 꽃 장수 여자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눈을 깔았다.

이건 분명히 조작된 상황이다. 그녀는 이미 그가 할 말을 알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 능숙한 것으로 보였다.

“제 잘못은 아니지만 제가 이 식사를 사 드리죠. 아니, 여기 있는 모든 분에게 식사를 사 드리겠습니다.”

녹색 모자의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그는 사람에 대해 능숙했다. 어떻게든 사람을 밑에 부리는 사람이 분명했다. 분위기를 어떻게 환기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의 완벽한 분위기 환기에 남자는 화를 내기 멋쩍어졌다. 남자는 꽃 장수의 멱살을 쥔 손을 강하게 내치면서 다시 상에 앉았다.

“뭔가 어색하네.”

“느꼈어?”

칸나가 말했다. 아이리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딱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다. 사람의 악의라는 건 말이다.

난 아이리를 바라보았다. 이 흉흉한 악의의 광경에서 음식을 우물거리는 아이리는 너무나도 순수하고 귀여워 보였다.

“…왜?”

“그냥요. 많이 드세요.”

“에퍼리.”

아이리는 다시 입을 닦고 말했다. 그녀의 눈빛이 나를 노려보았다.

“여기서 뭐가 벌어지고 있는 거야?”

“뭐가요?”

“난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너는 잘 알아.”

아이리는 포크와 칼을 내려놓았다. 가지런히, 책상 끝에 맞춰서. 나도 그녀와 몇 번 식사를 해서 안 거지만, 저건 그녀의 식사 시간이 끝났다는 걸 알리는 것이었다.

“네가 그런 눈빛으로 바라볼 때는 뭔가 나 모르게 무슨 짓을 하겠다는 거야.”

“그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잘못됐지. 난 지금 너랑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잖아?”

난 그때 상상력을 작동했다. 왜냐하면 꽃 장수에게 성을 낸 사람이 밥을 먹으려고 하기에. 그의 쟁반이 땅으로 엎어지고 쨍그랑 소리가 났다. 뭔지는 몰라도 꽃 장수 여자가 그렇게 좋은 걸 넣었을 리가 없다.

다시 작은 소란이 일었지만, 그녀는 그쪽을 한 번 힐끗 보고 나를 다시 보았다.

“…네가 했지?”

“네.”

“왜?”

아이리는 말을 붙였다.

“그냥은 없어.”

그냥이라고 말하려던 내 혀가 쏙 들어갔다. 그녀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니, 난 지금 그녀와 운명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아무리 뒷조사를 열심히 하고 루트를 안다고 한들 막상 실행해야 하는 건 아이리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난 최대한 그녀에게 안 좋은 걸 보여 주기 싫었다. 이게 얼마나 모순된 일인지도 알았다.

“꺄아아악!”

“저, 저거 뭐야?”

나와 아이리가 기 싸움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다시 소란이 일었다. 손님이 엎은 쟁반, 정확히 말하면 식사에서 무언가 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서 바닥이 타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그 이유가 뭔지 알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알 리가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바로 주방에 항의를 하고, 어떤 사람들은 밖으로 구토를 하러 갔다. 난 바로 아이리를 안심시켰다.

“아가씨가 먹은 식사에는 없어요. 안심해요.”

“그건 알아. 난 널 믿으니까. 네가 옆에 있는데 그 정도도 안 알려 줄 리가 없잖아.”

아이리는 평온하게 말했다. 아니, 그래도 내가 잠깐 나갔다 온 시간도 있는데. 평온한 사람은 아이리와 녹색 모자 무리뿐이었다. 식당이 어수선해졌을 때, 녹색 모자가 일어나서 우리 테이블에 왔다.

“이런, 여기서 식사하는 건 어렵게 됐군요. 제가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어떠십니까?”

아이리가 날 바라보았다. 난 안다, 그녀는 내가 안 된다고 하면 갈 것임을. 또 된다고 해도 갈 것임을. 그 감정은 이해할 수 있었다.

문득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녀의 꿈에 들어가기 전에는 몰랐을 생각. 그녀는 생각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내가 그녀를 걱정하는 건 그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겠다는 결정을 속으로 내린 건 그녀 나름의 선택일 것이다.

그게 그녀에게 안 좋은 선택이라고 해도 난 존중해야 할까? 난 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생각이 깊으시군요.”

“잠깐만요.”

그녀는 계속 날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겐 그저 허공을 보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난 심사숙고한 다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누구의 선택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나는 그녀의 생각을 끝까지 읽었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서로를 향한 생각의 끝에서 나온 답이라고 할까.

“그래요.”

“좋은 선택이십니다.”

그렇게 우리는 녹색 모자의 남자를 따라가게 됐다. 이 선택이 옳은 선택일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옳은 결과로 만들기에는 서로 하기 나름일 것이다.

* * *

그는 꽤 고풍스러운 저택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마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마차도 넓어 나와 칸나도 편히 앉을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는 거실로 안내되었다. 마차 옆에서 목석처럼 앉아 있던 남자가 차를 우리고 아이리와 녹색 모자에게 건넸다.

“귀족분의 가문을 물어보면 실례겠죠?”

“그게 중요한가요?”

“그럼요. 저희한테는 아주 중요하답니다.”

녹색 모자는 껄껄 웃었다. 그는 개인적인 공간에 들어오자 조금 더 편해진 듯 아이리에게 노골적인 질문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당신의 관심사는 무엇이죠?”

“글쎄요?”

“돈, 명예, 뭐 그런 것 있지 않습니까. 저희는 그걸 충족시켜 줄 수 있답니다. 보통 귀족분들은 명예를 좋아하시죠.”

“저도 명예는 중히 여기는 편이에요.”

“그렇군요.”

마치 고객의 니즈를 캐치 한 상인처럼 박수를 딱 쳤다. 그는 바로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당신의 명예를 만들어 드릴 수 있죠.”

“명예를 만든다고요?”

“그럼요.”

녹색 모자는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눈짓을 했고, 남자는 사라졌다. 그는 차를 다 마시고 탁상에 내려놓았다.

“오늘 참 잘 오셨군요. 식사는 그곳에서 하시죠. VIP 룸에서는 꽤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니까요. 원래라면 VIP 룸은 이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만.”

“뭔지 설명은 해 줘야 되는 건 아닐까요?”

“듣는 것보다는 보는 게 낫고, 보는 것보다는 느끼는 게 낫습니다.”

녹색 모자의 묘한 말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그와 함께 시간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리는 날 바라보았다. 뭔가, 질문을 원하는 건가.

아니면 그녀는 내 입을 대신하려는 걸 수도 있다. 나는 그녀의 배려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불법적인 건가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리의 입이 열린다. 녹색 모자는 바로 답해 줬다.

“네.”

당당하긴. 근데 원래 완전히 불법적인 세상에 있는 사람들은 더 당당한 면이 있었다.

“지금 이 공간에 있는 사람이 백 명은 넘네요.”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이리는 당황스러울 법도 하지만 내 말을 잘 옮겨 주고 있었다. 난 이때라고 생각했다.

“저는 옌시로 넘어가고 싶은데, 어떻게 방법이 있을까요?”

“…오, 아가씨하고는 꽤 좋은 거래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죠.”

녹색 모자는 모자를 다시 고쳐 썼다.

“원래라면 할인된 가격에 모시려고 했는데, 이거 제가 오늘은 서비스해 드리죠. 쉽지 않은 겁니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불온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건 아이리도 느끼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아까 녹색 모자를 보좌하던 사람이 와서 무언가가 준비됐음을 알렸다.

“가시죠.”

“네.”

우리는 대저택 뒷문을 통해 나갔다. 대저택의 뒷면엔 거대하고 험준한 산이 있었다. 아마 저 산을 등산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난 습관처럼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집의 뒷면이 눈에 들어왔다.

더럽고, 벽의 칠이 벗겨지고, 창문이 여러 군데 깨져 있었다. 정면에서 봤을 땐 유서 깊은 고택처럼 보였지만, 뒤에서 보니 완전한 폐가가 따로 없었다. 그 폐가풍의 벽면에서 나오는 을씨년한 기운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뒤통수를 채는 모양이었다.

아이리는 그것을 보고 표정이 변할 뻔했지만,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녹색 모자를 따라갔다. 정원 한가운데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이 있었다.

“어두우니 조심하시지요.”

계단을 반도 안 내려갔는데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렸다. 100명은커녕 천 명은 될 것 같다. 아마 이 지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깊은 것 같았다.

“살려 주세요!”

“제발 꺼내 줘요!”

“먹을 걸 줘!”

“야이, 씨발 새끼야!”

별의별 소리가 다 들린다. 곧 지하가 밝아졌다. 눈이 지하 특유의 어두움에 적응하여 많은 것이 보인다. 지하로 통하는 계단은 나선처럼 꼬여서 계속 존재했고, 층마다 철창살이 사람들을 동물처럼 가두고 있었다.

예상한 바였다. 아이리는 여전히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예상했다는 바였다.

“오호. 생각보다 화를 안 내시는군요.”

“지금은 그럴 사정이 있거든요.”

“어쨌든 좋습니다.”

아이리의 말에 녹색 모자는 갸우뚱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 말은 나만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곳에 온 건 그녀와 내가 한 무언의 합의로 인해서다. 그러니 나와의 합의 없는 화는 안 내겠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의 아우성 속에서 우리는 계속 지하로 향했다. 다음 층이라는 건 딱히 없었다. 그냥 여기는 하나의 지옥이었다. 한 20분을 걸었나, 그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계단을 내려가는 걸 멈출 수가 있었다.

계단을 다 내려간 우리 눈에 들어온 건 원으로 된 케이지였다. 마치 격투장의 링 같은 느낌이었다. 바닥에는 혈흔이 있고 좌우대칭으로 문이 나 있었으니까. 우리는 위에서 케이지 주변을 볼 수 있었다. 케이지 옆에는 관객석이 아주 좁게 준비되어 있었다.

하나 그 좌석에는 모든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아이리는 그중에서 아는 사람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아스헌 백작이군.”

“아시는군요. 그 말로 적어도 아스헌 백작보다는 상위의 작위를 가진 사람으로 알겠습니다.”

녹색 모자의 말에 아이리는 말실수를 했다는 듯 바로 입을 닫았다. 아이리는 무심코 날 바라보았고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여 줬다. 이 정도 실수는 사람이라면 하는 거니까.

“여기는 제가 하는 시연회 같은 곳입니다.”

“무슨 시연회? 사람 시연회?”

“네.”

녹색 모자는 당당했다. 살짝 목소리 톤이 조절되지 않는 아이리를 보면서 녹색 모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강한 척을 하는 사람의 약점을 파헤친 것 같은 비열한 웃음이었다.

“귀족이니까 알고 계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하인들의 용모는 귀족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요. 하인은 귀족에게는 팔찌, 목걸이, 반지보다 중요하죠. 더 크고 아름다우니까요.”

녹색 모자는 침묵하는 아이리에게 더 신나는 듯이 말했다.

“오늘 보여 줄 하인은 그런 점에서 많은 분이 탐을 내셨죠. 하지만 제값을 치르려는 분이 없어 팔지 못했죠. 그 친구를 데리고 있은 지 2년이 됐습니다. 저와도 정이 들었죠.”

녹색 모자는 박수를 쳤다.

짝, 짝!

그와 함께 좌우의 철문이 동시에 열렸다. 우측 철문에서는 팔이 여섯 개에 키가 2미터는 넘어 보이는 괴수가 나왔고, 좌측 철문에선 조용하다가 은빛 머리를 길게 풀어헤친 사람이 나왔다. 몸집이 작았다. 아이리보다 좀 더 작은 정도.

“…이런.”

나는 먼저 그 사람의 정체를 알아채고 나도 모르게 실수를 했다. 칸나와 아이리에게만 들리는 말이었지만, 그건 분명한 실수였다. 아이리가 날 스쳐본 다음 다시 케이지 안을 바라보았다.

곧 그 사람, 그녀의 정체를 아이리도 안 것 같았다. 아이리의 몸이 커다랗게 떨렸다. 난 그녀의 어깨를 잡았지만 그녀는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해할 수 있었다. 철문에서 나온 건 누구도 예상 못 한 사람이었으니까.

그 사람은 바로 아이리의 동생, 예프린 라피테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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