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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4화 (14/341)

# 14

레벨이 갑이다

14화

남문을 벗어난 이서우는 자신보다 낮은 레벨의 몬스터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코볼트와 놀, 코볼트 전사를 잡으며 빠르게 30레벨을 찍었다.

이서우는 안전한 지역으로 가서 얼른 액세서리를 착용했다.

캐릭터 창 정보가 몇 가지 더 바뀐 것을 확인한 이서우는 자세한 내용을 살피기 위해 깜빡거리는 부분을 터치했다.

그러자 여러 가지 속성 공격력에 대해 자세히 나왔다.

다른 속성들은 ‘-’라는 기호가 있었지만 불 속성에는 +50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어.”

골드는 대부분 써 버렸지만 스텟이 증가하자 힘이 늘어났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서우는 빠른 걸음으로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가는 길은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30레벨대 몬스터들은 여러 마리를 상대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40레벨 초반부터는 2배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한참 몬스터를 잡으며 이동하던 이서우는 안전한 자리를 찾아 휴식을 취했다.

“확실히 갈수록 렙 업이 빡세네. 레벨도 빨리 올리고, 장비도 좀 괜찮은 걸로 사야 속도가 더 빨리 붙겠네.”

목적지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캐릭터 창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서우는 느리다고 투덜거렸지만, 다른 유저들이 그의 레벨을 봤다면 핵을 썼다며 당장 신고한다고 소란을 떨었을 것이다.

32레벨이 된 캐릭터를 보니 몇 시간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대충 6킬로미터 정도는 온 것 같은데, 트롤이 몇 레벨대였더라.’

40레벨대 중후반 지역을 이제 막 벗어나고 있으니 대충 50대 이상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다른 지역의 트롤은 70레벨 이상이 많지만 유독 다론 마을 근처가 약간 낮은 레벨을 형성하고 있었다.

자정이 지났다.

몬스터들도 야간에는 활동 영역이 좁아지기 때문에 이동이 조금 더 편해졌다.

하지만 몬스터들이 밤 시간에는 작은 소리에도 반응한다.

군집 생활을 하는 몬스터가 근처에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챙챙챙.

이서우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팩 돌렸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였지만,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서우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건, 상위 경비대원의 복장과 비슷한데.’

식시귀 토벌대에 참여하면서 대장이 입고 있던 갑옷을 보았다.

가죽으로 만들었지만 상당히 고급스럽고 성능도 뛰어난 갑옷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런 고급스러운 장비와 비슷하다면 저들도 보통 인물은 아니리라.

이서우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밤이 깊었지만 달이 밝아 꽤 멀리까지 보였다.

3명의 사내가 30마리가 넘는 오크와 대치 중이었다.

사내들은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소년 1명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었다.

‘일단 구하고 보자.’

보지 않았으면 모르되, 이미 봤기에 대검을 빼 들었다.

이서우는 사내들을 두 겹으로 싸고 있는 오크들 중에서 가장 바깥쪽에 있는 녀석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오크와의 거리는 대략 10미터.

놈은 사내들에게 집중한다고 이서우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서우는 대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오크의 목을 땄다.

꾸-.

짧은 비명 소리에, 주변에 있던 오크들이 놀라 쳐다보았다.

하지만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이서우의 대검이 그의 목을 벤 뒤였다.

비명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오크 둘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오크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서우의 존재에 화들짝 놀라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이서우는 시계 방향으로 빠르게 오크들을 처치해 나갔다.

첫 번째 오크는 몰래 기습을 해서 쉽게 처치할 수 있었지만, 두 번째 오크부터는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

서너 차례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야만 해서 빠르게 처치하지 못하고 3마리만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오크들의 입장에서 보면 순식간에 당한 일이어서인지 우르르 한군데로 뭉쳤다.

떨어져 있으면 당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이서우는 크게 도약을 해서 사내들을 몰아붙이고 있는 오크 하나를 더 처치했다.

그러자 근접해 있던 오크들마저도 사내들에게서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오크를 처치하셨습니다.

-242,000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크의 뼈를 획득하셨습니다.

-오크의 가죽을 획득하셨습니다.

-2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근력 스텟이 100에 도달했습니다.

-근력에 영향을 받는 모든 스킬의 능력이 향상됩니다.

-삑! 근력에 영향을 받는 스킬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격과 관련된 모든 움직임에 마나가 소모되지만, 소모되는 마나에 비례해서 대미지는 증가합니다.

-모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기에 마나 소모도 모든 무기에 적용됩니다.

-근력 스텟이 증가하면 소모되는 마나도 증가합니다. 하지만 마나의 소모가 클수록 대미지가 커집니다.

-단, 순수 근력 스텟이 100이 되기 전까지는 원래 낼 수 있는 힘의 절반만 적용이 됩니다.

이서우는 정신 사납게 뜨는 메시지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마지막 메시지를 듣고 얼른 캐릭터 창을 열어 근력 순수 스텟을 100까지 올렸다.

30개의 보너스 스텟이 사라졌지만 온전한 대미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순수 스텟 100.

일반 유저들은 민첩력과 체력에도 비중을 높게 두기 때문에 1차 전직 레벨인 50은 되어야 가능한 수치였지만, 하이 레벨인 이서우는 훨씬 낮은 레벨에서 도달하고도 보너스 스텟이 65개나 남아 있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네. 다행히 가벼운 상처라서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직 남은 오크들이 많았다.

사내들은 도움의 손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완전히 마음을 놓지 못했다.

“제가 처리할 테니 방어에 전념하세요.”

“네? 하지만…….”

이서우는 사내들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근력 순수 스텟이 100을 넘기고 나니 대검이 더욱 가볍게 느껴졌다.

힘도 넘쳐흘러서, 모든 것을 다 벨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오크를 단숨에 베어 버렸다.

약한 목이나 팔이 아니라, 몸통 전체를 절반으로 갈랐다.

마나를 확인하니 100이 소모되었다.

오크들은 이서우의 괴력에 놀라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서우의 대검은 더욱 잔인하게 춤을 췄다.

마나가 쑥쑥 빠져나갔지만 아직까지 여유는 있었다.

피가 튀며, 비명 소리가 한동안 이어졌다.

10여 마리의 오크가 순식간에 죽었고, 남은 오크들은 그 틈에 줄행랑을 쳤다.

두려움에 떨던 사내들은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착각에, 멍한 시선으로 이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30마리가 넘는 오크를 단신으로 쳐부수다니!

실제로는 10여 마리를 죽인 것이지만 그들의 눈에는 30마리 이상을 한순간에 쳐부순 것처럼 느껴졌다.

이서우는 오크들을 뒤쫓을까 하다가 레벨 업 소식까지 들어서 그냥 두었다.

“괜찮으십니까?”

“네? 네,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별말씀을요. 한데, 이 오밤중에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그게 사실은…….”

이서우가 말을 걸자, 사내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이곳에 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들은 다론, 루테인, 포르틴 마을을 관리하는 남작의 사병이었다.

남작은 세 마을 중 가장 크고 인구가 많은 루테인 마을에 주로 머무르는데, 그에게는 아들 하나와 결혼으로 출가한 딸 둘이 있었다.

남작의 아들은 평소 몬스터에 관심이 많았고 검술에도 재능이 있었다.

마침 생일을 맞은 남작 아들은 소원을 말해 보라는 남작의 말에 숲속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고민하던 남작은 가장 뛰어난 호위 셋을 붙여 보냈다.

하지만 남작 아들이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자며 보챘고, 결국에는 길을 잃어 이곳까지 흘러들어 왔다고 했다.

“모험가이신 것 같은데, 이렇게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미래의 영주님을 도와 드릴 수 있어서 저로서도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남작 아들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서우는 귀족이 머리를 숙이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비록 남작이지만 세 마을에서는 왕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그가 고개를 숙이니 이서우도 예의를 한껏 갖추었다.

“저기, 모험가님.”

“편하게 말씀하세요.”

“죄송한 말인 줄은 알지만, 괜찮으시다면 저희를 마을까지 보호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바쁘시다는 걸 알지만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다가 간절한 마음으로 당신에게 호소합니다.

‘그래, 비록 말단에 있는 귀족이지만 인연을 맺어 둬서 나쁠 건 없겠지.’

다론 마을에서 볼일이 끝나면 루테인 마을로 이동을 해야 한다. 미리 인연을 만들어 두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마을 입구까지는 힘들고, 안전한 지역까지는 호위를 해 드리겠습니다. 단, 몬스터가 나타나면 제 말에 무조건 따라 주셔야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도와주겠다는 결심은 했지만 사병이라도 된 듯 마을 입구까지 친절히 데려다줄 생각은 없었다.

이미 3명의 호위가 있으니 30레벨대 몬스터 지역까지만 가도 충분했다.

제다를 호위하라

제다를 안전한 곳까지 호위하라.

난이도 : D

완료 조건 : 루테인 마을 영역 내 제다가 만족하는 곳까지 호위.

성공 시 보상 : 1레벨 경험치, 20골드.

실패 시 : 2레벨 다운.

‘생각보다는 보상이 괜찮네.’

어디부터가 루테인 마을의 영역인지는 모르지만, 단순한 호위 퀘스트치고는 보상이 괜찮았다.

“루테인 마을은 어느 방향입니까?”

“그것이, 잘…….”

길을 잃었다는 말에 예상은 했다.

이서우는 이곳이 다론 마을 남쪽 약 6킬로미터 지점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루테인 마을은 다론 마을의 동쪽에 위치한 곳이어서, 그들은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트롤이 출몰하는 지역과 가까워서인지 주변에 다른 몬스터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트롤 영역에서 조금 멀리 벗어나자 몬스터들이 득실거려 생각보다 이동속도가 느렸다.

결국 루테인 마을의 끝자락에 도달하는 데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나 소요되었다.

“여기부터 루테인 마을 영역입니다.”

“생각보다 꽤 오래 걸렸네요.”

“다론 마을보다 규모가 꽤 큰 곳이니까요.”

사실 이서우는 큰 불만이 없었다.

다량의 몬스터를 처치하면서 레벨도 어느덧 36이 되어 있었다.

요구 경험치의 폭이 훌쩍 늘어나면서 이제는 동렙 몬스터라면 100마리가량은 잡아야 하니 레벨 업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겠지만, 몬스터를 잡는 속도가 빨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나마 이쪽 지역은 강한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지 않아 다행입니다.”

“그런가요.”

호위 병사 중 하나가 안도하며 말했지만 이서우는 아쉬웠다.

루테인 마을이라면 다론 마을보다는 확실히 강력한 몬스터들이 존재할 테니 미리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다시 수십 킬로미터를 가는 동안 몬스터를 간간이 만날 수 있었다.

가장 강력한 몬스터는 오우거였는데, 레벨이 80대여서 그런지 이서우도 마나를 2천 이상 쓰고서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보상은 짭짤했다.

‘역시 레벨 차는 무시 못 하네. 다수의 오우거와 만나면 곤란하겠어. 조금만 기다려라. 얼른 1차 전직 끝내고 다시 찾아오마.’

“휴우, 정말 대단하십니다. 우리 셋이 겨우 잡는 녀석인데, 모험가님은 쉽게 잡으시는군요.”

“덩치만 크고 둔한 녀석이어서 그런 거지 제 능력이 특출난 것은 아닙니다.”

이서우는 향후 더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니 겸손한 태도를 유지했다.

루테인 지역은 정말 넓었다.

그나마 안전한 지역까지 가는 데, 그렇게 이동하고도 하루가 더 걸렸다.

‘이렇게 넓으니 몬스터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지.’

하지만 30레벨대 지역으로 오자 몬스터들의 개체 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구나.’

당초 5시간 정액을 끊고 다시 5시간을 더 연장했다. 하지만 그러고도 시간이 모자랐다.

‘이 상태로는 돌아갈 시간이 모자란데.’

이서우는 살짝 고민에 빠졌다.

접속 가능 시간이 2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뉴 월드에서는 12시간을 지속할 수 있지만, 돌아가는 데도 며칠이나 걸릴 테니 몬스터가 활보하는 곳에서 강제 종료가 될지도 모른다.

“모험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는 안전하니 우리끼리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퀘스트 ‘제다를 호위하라’를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이 50 상승했습니다.

-제다와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루테인 마을의 병사들이 당신을 알아보고 인사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루테인 마을에서 종료하고 내일 접속해서 트롤을 잡아야겠네.’

접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걱정했는데 중간에 멈추지 않아도 되어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제가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한데, 혹시 루테인 마을까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요?”

“이제부터는 안전한 곳이니 대충 5시간 정도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러면 오늘 하루는 마을에서 신세를 좀 져야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같이 가시죠.”

“네.”

이서우는 하는 수 없이 루테인 마을에 잠시 머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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