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레벨이 갑이다
26화
“대장님!”
“아이고, 대장님이라뇨. 그런 말씀 마세요.”
“아닙니다. 총대장님도 인정하신 일입니다. 대장님은 저희들의 영원한 대장님이십니다!”
북문에 도착한 이서우는 경비대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 덕분에 피해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서우는 어색하기만 했다.
“대장님,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루테인 마을에 가 볼까 해서 나가려던 참입니다.”
“역시! 루테인 마을도 형제 마을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참, 대장님!”
“네?”
인사를 끝내고 마을을 나서려는데, 경비대원이 이서우를 불렀다.
“혹시 소식 들으셨습니까?”
“소식……이라뇨?”
“루테인 남작님의 아드님이 트롤병에 걸리셨다고 합니다.”
“트롤병요?”
“네. 트롤들이 재생력을 이용해 만든 몹쓸 병인데, 우리들 같은 경비대원이 아니면 이겨 내기 힘들거든요. 한번 걸리면 꽤 고생을 해야 하는 병이고, 자칫 후유증이 클 수 있어서 위험하죠. 아마 겁을 먹고 도망간 트롤들이 루테인 마을 근처에 가서 꼬장을 부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다 님이 사냥을 워낙 좋아하셔서 몬스터와 접촉할 일이 많으니까요.”
“그렇군요. 제다 님은 괜찮나요?”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계속 안 좋아지고 있어서 루테인 마을의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뛰어난 치료사가 있으니 금세 낫겠지요.”
“그래야죠. 아마 곧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겠어요?”
“대장님께서 걱정해 주시니 분명 좋은 소식이 들릴 겁니다. 아차, 내 정신 좀 봐. 제가 대장님을 너무 붙들고 있었네요.”
“괜찮습니다. 그럼 다론 마을을 잘 부탁드립니다.”
“네, 대장님!”
이서우는 대원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는 북문을 나섰다.
남작의 아들에 대해 잠시 생각하던 이서우는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타르타의 심장과 피로 만든 치료제라면 트롤병을 충분히 고칠 수 있겠지만, 괜히 나서서 치료사의 자존심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고 여긴 것이다.
“와, 진짜네.”
이서우는 곧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들이 다 초록색 이름으로 반짝였다.
채집물과는 또 다르게 약초는 약초꾼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이서우는 가면서 하나씩 약초를 캤다.
-초장초酢漿草를 획득하셨습니다.
초장초(괭이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옥산살, 구연산, 숙신산, 타닌 등이 함유되어 있어 잎과 줄기는 신맛이 난다.
치질, 옴, 피부병에 생잎을 찧어서 바르거나, 햇볕에 말린 전초를 달인 물로 환부를 씻어 내면 가려움이 완화된다.
그 밖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흔한 것들은 어떤 효능이 있고, 숙련도가 오르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만 채취했다.
조금 더 가자 또 초록색이 반짝였다.
박주가리
해독, 발기부전, 폐결핵, 종기, 뱀·벌레에 물린 상처 등에 쓰인다.
꽃이 필 때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리거나 생풀을 쓴다. 말린 것은 잘게 썬다.
가는 내내 약초를 캔다고 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거기다 50레벨 이상인 몬스터까지 잡으면서 간다고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덕분에 레벨은 올랐지만 효율이 떨어져, 루테인 마을에 접어들었을 때는 소량만 캤다.
-약초 채집 숙련도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약초 채집 숙련도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초반이어서 그런지 채집 숙련도는 금세 올랐다.
하지만 3레벨부터는 속도가 급격히 더뎌졌다.
생산 기술 목록
물약 제조 : 초급 1레벨 0퍼센트.
제조 가능한 물약
-최하급 생명력 회복 물약.
각종 채집 목록
광물, 광석 채집 숙련도 : 상급 10레벨.
기타 채집 숙련도 : 상급 10레벨.
약초 채집 숙련도 : 초급 3레벨 33퍼센트
생산 기술은 익히지 않아 물약 제조만 있었지만, 채집은 기존에 있던 것과 약초 채집이 더해져 3개의 항목이 있었다.
오우거 지역은 채집 숙련도가 낮아서 채집물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사냥만 미친 듯이 했다.
레벨이 오르고 전직으로 능력치가 많이 상승해서, 이제는 오우거를 잡는 게 수월했다.
하지만 레벨 업 요구 경험치가 워낙 높아서 20마리를 잡았는데도 겨우 50퍼센트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오우거는 단독 행동을 하고, 워낙 띄엄띄엄 돌아다니기 때문에 재생성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마을로 이동했다.
남문에 도착한 이서우는 경비병의 검문을 받았다.
이름을 대자, 고압적이던 경비병의 자세가 확 바뀌었다.
“다론 마을의 영웅이시군요. 신원은 확인이 됐으니 통과하셔도 됩니다!”
“네. 수고하세요.”
제다와 같이 왔을 때는 통과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지금은 50레벨이 되어야만 루테인 마을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했다.
루테인 마을은 역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다론 마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잠재적 고객님들이 이렇게 늘어나 주시니 좋네.’
이서우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물약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유저들을 살폈다.
전투보다는 생산 기술에 관심이 많은 유저들은 대부분 제작으로 레벨을 올리고, 만든 아이템을 파는 일을 반복하면서 숙련도를 올려 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판매하는 것은 대부분 생명력 회복 물약과 내외상 치료에 탁월한 물약, 공격력과 방어력을 아주 소폭 증가시키는 물약 등이었다.
‘역시 마나 회복 물약은 없네.’
거래 중개소까지 싹 훑어본 이서우는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생산 기술 창을 열었다.
사냥을 나서기 전에 숙련도를 올리고 아이템을 제작해 팔아 보려는 것이다.
이서우는 가장 먼저 통증을 완화시켜서 생명력 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을 만들기로 했다.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현재로서는 만들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재료는 갈퀴덩굴과 소리쟁이.
각각 하나씩만 필요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완성이 되니 완전히 누워서 떡 먹기였다.
-최하급 생명력 회복 물약이 완성되었습니다.
-최하급 생명력 회복 물약이 완성되었습니다.
-물약 제조 기술 레벨이 올랐습니다.
두 번의 완성으로 레벨이 올랐다.
3레벨부터는 조금 시간이 더 걸렸고, 그 이후로는 수차례 제조를 해야만 레벨이 올랐다.
5레벨이 되자 한 번 완성으로 3퍼센트도 올라가지 않아 그만두었다.
초급 5레벨이 되니 해독 작용을 하는 물약을 만들 수 있었다.
박주가리와 엉겅퀴를 넣고 또 열심히 제조를 돌렸다.
한참 동안이나 계속해서 완성되었다는 말이 떴고, 7레벨이 되었을 때 드디어 이서우가 원하는 것이 나왔다.
‘흐흐흐.’
이서우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일단 무슨 재료가 필요한지,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부터 살폈다.
-솔잎+식초.
재료는 아주 간단했다.
하지만 식초가 없었다.
이서우는 잡화 상점으로 갔다.
가격도 저렴해 식초 하나에 1브론즈밖에 하지 않았다.
온 김에 솔잎도 왕창 샀다. 아주 흔해서, 고작 20브론즈밖에 들지 않았다.
이곳에 온 김에 이서우는 거래 중개소에 들러 생명력 회복 물약을 팔기로 했다.
개당 10브론즈에 100개를 모두 올려 두었다.
물약 자체가 귀해서 최하급도 꽤 쏠쏠했다.
해독 물약도 팔아 버릴까 하다가 5브론즈밖에 하지 않아 그냥 두었다. 혼자 사냥하려면 꼭 필요했다.
이서우는 경매장 근처에 가서 열심히 물약을 제조했다.
물건 자체가 없으니 가격이 어느 정도일지 몰라 경매장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최하급 마나 회복 물약을 완성했습니다.
-최하급 마나 회복 물약을 완성했습니다.
……
계속해서 물약이 쏟아져 나왔다.
따지고 보면 효과는 정말 별게 없었다.
최하급 마나 회복 물약
15분 동안 마나 자연 회복 속도가 조금 빨라진다.
조금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중요한 것은 버퍼 없이 마나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마나 물약 1~2개 사용하는 것으로는 큰 차이가 없겠지만 오랜 시간을 사냥하려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효과를 발휘한다.
같은 시간에 남들은 열 번 스킬을 쓸 걸, 열한 번 쓸 수 있다면 어떨까.
고작 한 번이니 필요 없다고 거들떠보지도 않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15분에 한 번이라도 1시간이면 네 번이다.
한 번 접속하면 사흘을 사냥할 수 있으니 수십 마리를 더 잡을 수 있다.
값이 조금 나가더라도 사람들은 환호할 것이다.
특히 앞서가는 사람들은 랭킹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무조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재료를 다 쓰니 초급 레벨 8이 되었다.
그나마 이서우는 완성이 즉시 되니 이 정도지, 다른 유저들 같았으면 하루 종일 해도 겨우 5레벨이 끝이었다.
경매장 메뉴를 열어 물약을 등록하고 수량을 지정했다.
일단 얼마에 팔릴지 몰라 전부 다 넣지는 않고 100개만 했다.
시작가는 10브론즈, 즉시 구매가는 1골드, 판매 종료는 24시간으로 설정했다.
아무리 마나 회복 물약이 존재하지 않아도 1골드에 팔리지는 않을 거라 여겼지만, 즉시 구매가를 일부러 낮출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서우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최하급이라고 중저 레벨만 사용할 거라는 고정관념이다.
물건을 올리고 창을 닫으려는데, 입질이 왔다.
“헉!”
시작가에 맞춰서 가격을 제시한 것이라 여겼는데, 물약 1개가 즉시 구매가에 팔렸다.
“이걸 1골드에 사 가네.”
이서우라면 사지 않겠지만, 사람들이 마나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우편함을 열어 돈을 찾으려는데 또다시 알람이 들렸다.
“뭐지? 내가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했나?”
이서우는 물건을 내려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등록을 위해서는 수수료가 들기 때문에 보류했다.
고작 2개가 팔린 것으로 모든 물약이 1골드에 팔린다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래, 아마 테스트를 해 보려는 거겠지.”
한데,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개당 1골드에 남은 수량이 순식간에 팔려 나간 것이다.
이서우는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한참을 서 있었다.
‘아차, 이럴 게 아니라 다시 올려야지.’
언제 그랬냐는 듯 이서우는 싱글벙글하며 100개를 또 올렸다.
시작가는 10브론즈였지만, 이번에는 즉시 구매가를 2골드로 바꾸었다.
“응? 왜 반응이 없어?”
물건을 올린 지 5분이 지났는데 아무런 메시지도 들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나온 아이템이라 길드들도 난리가 났지만, 테스트를 통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여러 길드에서 실험을 했는데, 그들이 내린 최하급 마나 회복 물약의 가치는 10실버였다.
10실버만 해도 결코 낮은 가격은 아니지만 1골드에 팔리다가 낙찰가가 10실버에서 올라가지 않으니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가치가 낮아진 것은 전투 상태가 되면 회복량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나마 평화 상태에서는 확실히 효과가 있어 휴식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가격이 꽤 높게 책정된 것이었다.
‘그래, 10실버가 어디야. 수익률이 이 정도면 대박이지. 사냥이나 가자.’
이서우는 사용할 것만 제외하고 나머지 500개를 전부 경매장에 올려 버렸다.
한껏 기대를 했다가 기대감이 팍 떨어졌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이서우는 마을도 둘러볼 겸 NPC를 만나러 다니면서 혹시라도 퀘스트가 없는지 살폈다.
하지만 NPC들은 이서우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1시간쯤 돌아다녔을 때였다.
접속을 종료하고 가입한 사이트에서 루테인 마을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하나 고민하는데,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