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레벨이 갑이다
31화
이름 : 이서우
하이 레벨 : 55
생명력 : 21,500(+1,110)
마나 : 16,250
공격력 : 2,442
속성 공격력 ▼
물리 방어력 : 1,825
마법 방어력 : 1,460
근력 : 200(+54)
민첩력 : 148(+7)
체력 : 170(+28)
지력 : 50
정신력 : 56
관찰력 : 32
*관찰력 : 약초꾼이 가져야 할 기본 능력이다.
*관찰력이 일정 경지에 이르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보너스 포인트 : 121
‘능력치 자체는 꽤 많이 올랐어. 스텟도 여유분이 꽤 많고.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은데.’
이서우는 캐릭터 창을 보면서 턱을 어루만졌다.
그는 남작과의 대화에서 한 가지 더 부탁을 받았다.
바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시간을 달라고 했고, 남작도 흔쾌히 승낙했다.
이서우는 남작과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 * *
“바쁠 텐데 붙잡아서 미안하네. 하지만 한 가지 더 의논하고 싶은 게 있네.”
“의논요?”
“그렇다네. 나도 최근에서야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확신할 수 없어 자네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어.”
이서우는 살짝 뗐던 엉덩이를 다시 붙였다.
남작이 이렇게까지 낮은 자세로 부탁을 한다면 그건 대박 퀘스트라는 뜻이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도와야지요.”
“고맙네. 자네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네.”
아들을 살렸고, 아내 때문에 소홀했던 마을도 구해 주었다.
다른 모험가들과는 그다지 가까이 지내고 있지 않지만 이서우는 남다르게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남작은 그를 이렇게 친근하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서우는 진중한 얼굴로 경청의 자세를 취했다.
“아내가 그렇게 되고 난 백방으로 치료할 방법을 찾았네. 하지만 소용이 없더군. 한번 물리면 끝이라는 대답만 들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네.”
이서우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부모님을 떠올렸다.
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던 부모님이.
남작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5년을 방황했네. 유명한 치료사에게 조언을 구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지.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치료사에게 보여야 했지만, 자네도 알지 않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렇죠. 잘 압니다.”
“어쨌든 다들 부정적인 말만 하더군. 그때의 절망감이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모를 것이네.”
제다가 아파 힘겨워할 때의 그 표정이 다시 보였다.
이서우는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하지만 알잖는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이서우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공감해 주기를 바랐으리라.
기대하지 않고 한 말이었는데, 남작은 이서우의 표정을 보며 그도 자신과 비슷한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동질감이 느껴져서일까.
남작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말이다.
“아내가 가끔 그러더군. 이제 그만 죽여 달라고. 제다를 볼 자신이 없다고. 그럴 때마다 난 말했지. 내가 죽는 순간까지도 포기할 수 없다고. 그리고 1년 전쯤이었을 거네. 한 어둠의 마법사를 만나게 되었네.”
이서우는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다음에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설마, 내게 부인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라도 찾아 달라는 건 아니겠지?’
치료사도 고치지 못하는 트롤병을 고친 그다.
남작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를 붙잡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서우는 뱀파이어를 많이 상대해 봐서 안다. 그들에게 물리면 끝이라는 것을.
물론 유저들은 예외다.
그러나 NPC에게는 피해 갈 수 없는 일이었기에, 만약 그 부탁을 한다면 거절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결심을 했다.
“그는 내게 말했네. 아내를 물었던 그 뱀파이어만 다시 잡아 올 수 있으면 고칠 수도 있다고.”
“…….”
이서우는 남작이 예상과 다른 말을 하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남작 부인을 물었던 뱀파이어를 잡아 오면 고칠 수 있다고?
어떻게 치료한다는 거지?
도저히 치료 방법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서우는 더욱 남작의 말에 집중했다.
“나도 자네와 같은 반응이었네. 상당히 놀랐지. 혹시 거짓말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어.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확신을 하더군. 하긴, 남작인 내게 거짓말을 할 정도로 간이 크지는 않을 테지.”
“그렇겠죠. 감히 어떤 사람이 남작님에게 거짓을 고할까요. 한데, 그 방법이 뭐라고 하던가요?”
“그 뱀파이어의 피를 정제해서 복용시키면 된다고 했네.”
“아!”
이서우는 혈청을 떠올렸다.
물론 그것과는 다르겠지만, 독사에게 물렸을 때 치료하는 방법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치료 방법을 아는데 왜 절 필요로 하시는 건지요?”
“그 어둠의 마법사가 그랬네. 자신은 치료할 수 없다고, 유능한 치료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설마, 그걸 저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그러네. 아들을 치료하는 것을 보며 확신했네.”
“하지만 그건 누구나…….”
“아닐세. 뛰어난 치료사도 치료하지 못했다네. 그러니 그리 겸손할 필요 없네.”
이서우는 확신에 찬 태도로 말하는 남작을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
트롤병이야 몬스터 레벨이 낮아서 중급에 올라서도 가능했지만, 뱀파이어에게 물렸을 때도 가능할지 알 수 없었다.
뱀파이어의 레벨은 그리 높지 않다. 트롤보다 낮은 놈들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위험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뱀파이어가 더 강하다.
오죽했으면 한번 물리면 끝이라는 말까지 할까.
‘트롤병 치료제가 중급인데, 그보다 더 강력하다면 상급은 되지 않을까? 어느 세월에…….’
중급을 찍는 데도 며칠이 걸렸다.
중급은 시작부터가 만만치 않아서 5시간을 돌려도 경험치가 많이 오르지 않았다.
“부탁하네. 그 뱀파이어를 잡아서 치료제를 만들어 주게.”
-남작이 간곡히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내 무슨 대가든 다 들어주겠네!”
이서우가 갈등하는 듯하자 남작이 더욱 간절히 호소했다.
남작 부인을 치료하라
남작은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15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방법을 찾았다.
그러던 중 한 어둠의 마법사로부터 치료 방법을 얻게 되었고, 그걸 실행해 옮겨 줄 인물을 찾고 있었다.
그때 마침 남작의 아들을 당신이 치료했다.
남작은 고민 끝에 모든 것을 당신에게 털어놓았다.
만약 거절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관계가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난이도 : B
완료 조건 : 남작 부인의 치료.
성공 시 보상 : 5레벨 경험치, 300골드, 중급 강화석 10개.
실패 시 : 7레벨 다운, 남작과의 친밀도 대폭 하락.
보상이 지나치게 좋았다.
55레벨에 5레벨이 오를 수 있는 퀘스트라니.
보통의 난이도 B급보다 훨씬 좋은 보상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컸다.
15년 전에 남작 부인을 문 뱀파이어를 도대체 어떻게 찾을 것인가.
“참, 그 당시 살아 돌아온 경비병들에게 들은 바로는 그 뱀파이어가 다른 자들보다 머리 하나는 컸다고 하네. 특별한 아우라가 느껴졌다고 하니 자네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네.”
급기야 남작은 이서우가 거절할 명분까지 원천 봉쇄해 버렸다.
하지만 이서우는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없었다.
“일단은 저에게 시간을 조금 주십시오. 물론 거절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당연하네. 내가 너무 조급한 마음에 자네에게 부담을 줘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야 당연히 나서야지요. 그러니 오늘은 저에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네.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하게.”
“네.”
남작은 이서우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그를 믿고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가 나간 뒤 이서우는 캐릭터 창을 열어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란셀 님에게 가 봐야 하나.”
역시나 치료제와 관련된 것이어서 가장 먼저 란셀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서우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래, 계속해서 타인에게 의존할 수 없어. 어떻게든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해.”
-이 녀석아! 그것도 못 해? 넌 이미 해답을 가지고 있어!
“헛! 이제는 환청이 들리네.”
이서우는 란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에 화들짝 놀랐다.
“요즘 너무 무리했나.”
고개를 흔들며 란셀의 목소리를 떨쳐 내려는데,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이서우는 ‘짝!’ 소리가 나게 손뼉을 치더니 인벤토리를 열었다.
이서우가 꺼낸 것은 바로 펠렌이 남긴 책이었다.
펠렌은 그 책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하이 레벨이 되었고 마나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말하고 있었다.
시간을 내서 끝까지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급한 퀘스트가 주어지는 바람에 미처 확인을 하지 못했었다.
이서우는 필요한 부분을 찾기 위해 책장을 빠르게 넘겼다.
한 손으로 잡기도 버거울 정도로 워낙 두꺼운 책이어서 한참을 넘겨야 했다.
“있다!”
이런저런 설명들을 지나, 생산 기술에 대한 부분에 이르렀다.
모든 생산 기술은 레벨이 오르면 그에 맞는 것들을 저절로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전직을 하면 고유 스킬이 주어지듯 펠렌의 후예가 되면서 익힐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피를 정제하는 기술도 바로 거기에 속했다.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읽었다.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담자마자 메시지가 떴다.
-혈액을 정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익히시겠습니까?
“그래!”
이서우는 망설이지 않고 해당 기술을 습득했다.
그리고는 생산 기술 창을 열었다.
혈액 정제
필요 재료 : 정제하고 싶은 피+마나.
*강력한 몬스터의 피일수록 마나 소모량이 많아진다.
간단한 설명이지만 이서우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이서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설의 약초꾼이기에 가능한 것이지 평범한 약초꾼이었다면 절대로 익힐 수 없었으리라.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생산직으로 전직한 게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귀족과의 높은 친밀도.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생각보다 상당히 컸다.
그것도 가족 중 둘의 생명을 구해 주게 된다면 그들의 인연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으리라.
“설명으로 유추해 보면 뱀파이어 킹이 분명해. 그 정도라면 퀘스트 완료도 문제없어.”
다른 뱀파이어보다 머리 하나가 크다면 뱀파이어 킹이 거의 확실했다.
뱀파이어 로드는 절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당시 경비병들은 전멸했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경비병이 살아 돌아왔다는 것으로 보아 뱀파이어 킹이 거의 확실했다.
이서우는 하인에게 준비가 끝났다고 전했고, 곧 남작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