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레벨이 갑이다
39화
신성의 목걸이
등급 : 영웅
착용 레벨 : 1
공격력 : 1,456
근력 : +29
빛 속성 공격력 : +300
생명력 +3,000
*거래 불가.
*하루에 한 번 생명력을 100퍼센트 회복시켜 주는 ‘퍼펙트 힐’ 시전 가능.
“헐!”
남작에게 목걸이를 받자마자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선물을 준 사람 앞에서 대놓고 확인하는 것도 어색해서 성을 벗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나오자마자 이서우는 바로 아이템을 확인했는데, 그야말로 ‘헉’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한 가지 큰 단점이 있었다.
“뭐야, 거래 불가잖아.”
착용 레벨도 만족스럽고 옵션은 더더욱 만족스러운데, 거래가 되지 않았다.
‘거래만 되면 대박인데.’
착용 레벨 1에 옵션도 높고, 거기다 하루에 한 번 퍼펙트 힐까지 시전이 가능하다.
감히 현존하는 최고의 목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정도 옵션이라면 수천만 원, 아니, 어쩌면 억 단위까지 가격이 올라갈지도 몰랐다.
이서우는 아쉬움에 한숨 쉬며 반짝이는 목걸이를 쳐다보고는 착용했다.
공격력은 그야말로 대폭 올라갔고, 생명력도 소폭 상승해 마음이 든든했다.
이서우는 거래 중개소로 갔다. 방어구가 자꾸 마음에 걸려 바꾸려는 것이다.
방어구를 교체하려고 갔는데 습관적으로 마나 물약부터 검색하게 되었다.
‘그새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났네. 다행히 1골드 70실버 이하로는 안 내려가니 2골드에 쭉 팔면 되겠어.’
이서우는 300개만 빼고 1천 개를 올렸다.
최소 구입 개수는 10개로 설정했다.
시간이 지나면 가격은 더 내려갈 수도 있지만 1골드에 팔아도 많이 남기 때문에 이서우에게는 전혀 손해가 아니었다.
60레벨 희귀 방어구를 검색한 이서우는 계산을 끝내고 착용하고 있던 것들을 싹 팔아 치웠다.
시세보다 몇 골드라도 싸게 내놔서인지 금세 팔려 나갔다.
잠깐 사이 마나 물약도 팔리면서 700골드가 더 들어왔다.
계산을 해 보니 착용하고 있는 것을 되팔면 무기도 바꿀 수 있었다.
결국 이서우는 무기는 영웅급으로 하고, 방어구와 액세서리는 모두 평균 수준의 희귀 등급으로 맞추었다.
싹 정리를 하니 수중에는 100골드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지갑은 비록 홀쭉해졌지만 캐릭터 창의 수치는 빵빵해졌다.
이서우는 캐릭터 창의 능력치 중 상승한 부분만 따로 살펴보았다.
생명력 : 33,550(+2,960)
마나 : 23,850
공격력 : 4,930
속성 공격력 ▼
물리 방어력 : 2,707
마법 방어력 : 2,119
근력 : 223(+72)
민첩력 : 155(+7)
체력 : 174(+28)
지력 : 50
정신력 : 100
관찰력 : 40
*관찰력 : 약초꾼이 가져야 할 기본 능력이다.
*관찰력이 일정 경지에 이르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보너스 포인트 : 137
“아름답네. 아름다워.”
이서우는 늘어난 수치를 보며 한껏 미소를 지었다.
전투 보조 아이템은 지금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기고 더 이상 구입하지 않았다.
망설일 것 없이 남작을 만나 지하로 가겠다고 말했다.
주의 사항 몇 가지를 더 들은 그는 바로 지하 입구를 지났다.
“제다가 있을 때는 그나마 덜 심심했는데.”
옆에사 쉴 틈 없이 조잘대는 게 당시에는 조금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혼자 들어오니 그때가 떠올랐다.
이서우는 잠시 제다를 생각하며 피식 웃고는 거침없이 이동했다.
그가 목표로 하는 곳은 지하 최하위층.
이동에만 전념하니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벽을 누르자 그그긍 하는 소리를 내며 돌문이 열렸다.
멀리 남작 부인을 묶어 두었던 쇠사슬이 보였다. 고개가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발걸음을 옮기며 시력을 높였다.
뱀파이어로 변한 남작 부인이 머물던 곳이어서 그런지 빛이 거의 없었다.
벽도 시커먼 것이, 가까이 가야만 제대로 구분할 수 있었다.
이서우는 벽에 돌출된 부위로 갔다.
횃불을 놓아두는 자리였는데, 주인을 잃고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벽을 타고 횃불 자리를 만지면서 이동하자 그중 하나가 작동했다.
이윽고 벽이 스르르 옆으로 밀리며 비밀 통로가 나타났다.
이서우는 가파른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없는 어둠의 공간이었다.
갈수록 너무 어두워 벽을 잡아야만 했다.
‘이럴 때 라이트 마법이 필요한데 말이야.’
빛이 간절했지만 적응이 되자 시야가 점점 넓어졌다.
벽을 잡고 가지 않을 정도가 되자 이서우는 조금 더 속도를 냈다.
한참을 내려가서야 문이 나왔다.
이서우는 트롤 때를 떠올리며 대검을 뽑아 들었다.
문이 열리고 시커먼 공간이 이서우를 맞았다.
경계를 하며 조심스럽게 들어갔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폭이 5미터 정도 되는 긴 복도만 보일 뿐이었다.
팟! 팟! 팟! 팟! 팟!
이서우가 복도 끝을 향해 몇 발짝 움직이자 천장에서 불이 들어왔다.
마치 LED 전등이라도 설치해 둔 것처럼 밝은 빛이었다.
‘뭐지?’
갑자기 밝아지자 눈이 부셔 왔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청각에 집중했다.
다행히 주변은 조용했다.
잠시 후 시야가 돌아왔다.
“문이네.”
긴 복도 끝에 커다란 문이 보였다.
이서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라도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 것을 염려해서였다.
‘펠렌이라는 이름 때문에 내가 너무 경계했나?’
전설적인 인물이 만든 곳이라는 생각에 지나치게 소심하게 행동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았다.
하지만 대륙에 이름을 떨친 인물이라면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괜히 방심해서 위험에 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문 앞에 서자 메시지가 들렸다.
-이곳은 나의 후예에게만 허락된 곳이다. 호기심에 온 것이라면 당장 돌아가라.
‘펠렌의 목소리인가? 근데 란셀 님과 너무 닮았는데? 하긴, 그분께 배웠다고 하니 목소리마저 영향을 받은 것일지도.’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들은 목소리니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었다.
이서우는 벽을 만지고 두드리며 혹시 비밀 장치가 있는지 살폈다.
한데, 갑자기 벽에 지름 한 뼘 정도의 구멍이 생겼다.
이서우는 구멍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았다.
안을 아무리 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머리가 들어갈 크기는 아니어서 손을 살며시 가져갔다.
“설마 잘리는 건 아니겠지?”
누구나 보이지 않는 구멍에 손을 집어넣으려면 걱정이 될 것이다.
혹시나 싶어 대검을 먼저 넣어 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손으로 직접 느끼기 위해 팔을 집어넣었다.
대검으로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도 했고, 펠렌의 후예라는 타이틀이 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팔을 넣어서 여기저기 만져 보는데 갑자기 손등이 따끔거렸다.
이서우는 재빨리 팔을 빼냈다.
그그그그긍.
손등에 난 피를 닦아 내는데, 거대한 문이 열렸다.
“DNA 확인 같은 건가? 근데 피로 후예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하는 거지?”
이서우는 펠렌이라는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그는 왜 이런 공간과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일까.
문이 활짝 열리자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커다란 공간이 나타났다.
들어가자마자 온 사방이 밝아졌다.
바닥, 벽, 천장에서도 빛이 뿜어져 나왔다.
300평 정도 되는 공간이었고, 천장의 높이도 10미터가 넘었다.
쾅!
이서우가 안으로 들어가자 문이 거칠게 닫혔다.
열어 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되돌아갈 수 없도록 해 놨네. 이곳을 스스로 뚫고 나가라는 뜻인가.’
이서우는 방 곳곳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틈이 없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참으로 오래도 걸렸다.
짧은 문장을 끝으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뭐가 오래 걸렸다는 거지?”
대상이 없어 혼자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수백 년 전의 인물이니 그에게 대답해 줄 리가 없었다.
-내 뒤를 이을 놈이 이제야 나타났으니 하는 말이 아니더냐.
“헉!”
이서우는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두리번거렸다.
-지금쯤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겠구나.
‘에이, 뭐야. 내 반응을 미리 예측하고 한 말이잖아.’
정말 펠렌이 살아 있는 줄 알고 놀란 이서우는 아쉬워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곳에 들어왔다는 것은 나의 후예라는 뜻이겠지. 혹시라도 이곳에 내가 남긴 물건이 있을 거라 여기고 왔다면 그냥 돌아가는 게 좋을 것이다.
“…….”
펠렌은 바로 돌직구를 날려 버렸다.
그의 말대로 잔뜩 기대를 한 게 맞다.
전설적인 인물이니 실로 엄청난 장비나 보물을 남겼을 거라 여겼다.
한데, 아무것도 없다고?
-물질에 구애받지 않는 걸 보니 역시 나의 후예답구나.
“아니, 문을 열어 줘야 나가죠.”
이서우는 어이가 없어 토로하듯 말했지만 펠렌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래, 바로 그런 정신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물질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천재들은 괴짜가 많다더니 펠렌도 그 과인가 보네.’
이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살아 있었다면 상대하기가 란셀보다 더 까다롭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명심해라. 강해질수록 힘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너의 강함을 알게 되면 인간들은 그 힘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나쁜 놈들. 오죽했으면 그놈들을 피해 내가 이런 첩첩산중까지 왔겠느냐. 여긴 진짜 심심한 곳이다.
목소리에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서 이서우는 반사적으로 ‘지금은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아주 재밌는 곳이 되었습니다.’라는 말을 뱉어 낼 뻔했다.
-너와 나의 인연은 사실 오래전부터 예정이 되었다. 그래서 난 널 위해 몇 가지를 준비했다. 그래도 내 후예인데, 어디 가서 맞고 지내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 아마 쪽팔려서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널 교육시키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른 유산들은 나의 흔적을 따라오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팟!
펠렌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강렬한 빛이 이서우를 때렸다.
영문도 모른 채 당한 일이어서 피할 틈도 없었는데, 다행히 고통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빛이 사라지자마자 메시지가 들렸다.
펠렌의 것이 아니라 평상시 들리는 시스템 메시지였다.
-펠렌의 대검을 획득하셨습니다.
“헉! 펠렌의 대검?”
이서우는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에 크게 놀랐지만 얼른 인벤토리를 열어 대검을 확인했다.
펠렌의 대검
등급 : ???
착용 레벨 : 1
공격력 : 3,000
근력 : ???
민첩력 : ???
체력 : ???
정신력 : ???
관찰력 : ???
생명력 : ???
마나 : ???
추가 옵션
???
???
???
*거래 불가.
*펠렌의 후예만 착용 가능.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성장하는 아이템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펠렌의 장비 세트를 착용해야 한다.
*펠렌의 장비 세트는 펠렌의 흔적을 쫓아가면 찾을 수 있다.
“헉!”
이서우는 공격력만 보고도 깜짝 놀랐다.
비록 등급은 나타나 있지 않지만 능력이 향상되면 성장한다고 했으니 레벨을 올리다 보면 알아서 드러날 것이다.
무기를 받자마자 바로 착용했다.
공격력 수치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이서우는 대검을 가볍게 휘둘러 보았다.
“와, 엄청 가볍네.”
손잡이를 포함해 2미터가 넘는 길이에 검 면의 폭은 한 뼘 정도였다.
양쪽 날이 상당히 날카로워, 베는 것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투박해 보이는 외형이었지만 이서우에게는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이제 첫 여정이 시작되었다. 바라기는 네가 나의 모든 흔적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가라! 가서 멈춰 버린 전설을 이어 나가라!
팟!
대검을 기분 좋게 휘두르고 있는데 비장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묵직한 음성이었다.
그리고 강렬한 빛이 온 사방을 에워쌌다.
눈이 부셔 도저히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졌다.
“밖……이네.”
쏴아아아아아아!
이서우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