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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43화 (43/341)

# 43

레벨이 갑이다

43화

이서우는 자이언트 트롤 3마리를 칭칭 묶어 서둘러 다론 마을로 향했다.

‘그 많은 몬스터들이 아르곤 산맥을 넘으려 한다니.’

이서우가 급히 서두르는 이유였다.

짐작은 했었다. 아르곤 산맥 남쪽 지역을 모두 수복하려 한다고 했을 때부터 불길했다.

‘남작님에게 일단 알려야 해.’

이서우는 다론 마을을 들렀다 곧장 루테인 마을로 갈 생각이었다.

마을에 도착하니 경비대원들이 이서우를 알아보고 바로 통과시켜 주었다.

일반 유저가 트롤을 달고 왔다면 절대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란셀 님!”

“아오, 이 녀석아. 귀청 떨어지겠다.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소리까지 지르냐.”

“자이언트 트롤 잡아 왔어요.”

“보고 있다. 꽤 센 놈도 하나 잡아 왔구나. 잘했다.”

-퀘스트 ‘자이언트 트롤을 생포하라’를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약초 바르기’를 습득하셨습니다.

이서우는 약초 바르기를 얻었다는 메시지에 힘껏 주먹을 움켜쥐었다.

어떤 능력을 발휘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전투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참, 어르신.”

“왜 그러느냐?”

“아르곤 산맥에서 쫓겨난 몬스터들이 이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뭐? 그놈들이 왜?”

이서우는 자이언트 트롤 대장에게서 얻은 정보를 이야기해 주었다.

포박당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던 대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발설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이서우의 고문에 결국 모든 것을 실토하고 말았다.

공포를 이기지 못해 다 말한 것이 부끄러웠다.

같이 포박당한 자이언트 트롤 2마리가 마치 다 안다는 듯 안쓰러운 눈빛으로 대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르곤 산맥 일대는 펠렌 님이 이미 조치를 취해놓았다. 곳곳에 약초가 발려 있어 넘어오기 힘들어.”

“자이언트 트롤들은 이 근처까지 왔잖아요.”

“그거야 원래 자이언트 트롤은 아르곤 산맥 남쪽 지역에 도 일부 살고 있던 녀석들이니 그런 것이고. 자이언트 오우거 이상급은 못 넘어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서우도 펠렌을 믿지만, 뭔가 찝찝했다.

논리적으로 설명은 안 되는데, 이번 사건이 간단하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하세요.”

“그래, 알았다.”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오늘은 그냥 가는 것이냐?”

말 상대를 해 달라는 뜻이다.

대놓고 말하기는 자존심이 상하는지 에둘러 말했다.

“어르신도 얘들 상대하셔야죠.”

“하긴, 그것도 그렇구나.”

“너무 막 몰아붙이지는 마시고요.”

“걱정 마라. 난 그렇게 잔인한 사람이 아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란셀의 번뜩이는 눈빛을 보니 이서우가 가고 나면 자이언트 트롤들의 곡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그럼 다음에 뵐게요.”

“그래, 어여 가 보거라.”

이서우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반담에게 갔다. 그도 상황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다.

반담도 란셀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래도 이서우가 하는 말이었기에 일단 조사를 해 보겠다고 했다.

다론 마을에서의 일을 마무리한 이서우는 루테인 마을로 향했다.

거래 중개소를 잠시 들를까 했으나 루테인 마을에서 한꺼번에 정리하기로 했다.

가는 동안 지루한지 캐릭터 창을 살폈다.

레벨이 올랐으니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해 보려는 것이다.

상태 창에는 익숙한 능력치들이 나열되어 있었지만 그 수치는 이전과 달랐다.

이서우는 향상된 능력치만 보고 있어도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서우는 인벤토리에서 약초 바르기 스킬 북을 찾았다.

“아, 이런 실수를!”

약초 바르기 스킬 북을 꺼내는데 뱀파이어 킹의 반지와 목걸이가 보였다.

아이템을 얻었을 당시엔 남작 부인을 치료하느라 바로 확인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바쁘게 움직이느라 깜빡 잊고 있었다.

이서우는 아이템을 확인했다.

뱀파이어 킹의 반지

등급 : 희귀

착용 레벨 : 100

공격력 : 455

근력 : +10

암흑 속성 공격력 : +500

뱀파이어 킹의 목걸이

등급 : 희귀

착용 레벨 : 100

공격력 : 910

근력 : +20

암흑 속성 공격력 : +1,000

추가 옵션이 2개로, 썩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텟 옵션이 100레벨 장비의 평균치여서 크게 높은 값에 팔릴 아이템은 아니었다.

물론 영웅이나 다른 고레벨 아이템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이서우에게는 엄청난 돈이었다.

이서우는 루테인 마을에 가서 팔기로 하고, 약초 바르기를 익혔다.

-약초 바르기를 배우시겠습니까?

‘그래.’

-약초 바르기를 익혔습니다.

약초 바르기

초급 1레벨.

최하급 공격력 상승 약초액 생산이 가능하다.

최하급 방어력 상승 약초액 생산이 가능하다.

*약초 바르기 기술 레벨에 따라 더욱 다양하고 더욱 높은 등급의 약초액을 생산할 수 있다.

“오오오!”

이서우는 약초 바르기에 대한 설명을 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공격력이 얼마나 상승하는지는 모르지만, 추가로 능력이 상승한다는 것만으로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이서우는 약초액이 얼마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높여 주는지 살폈다.

‘둘 다 100이네. 이거 팔아도 꽤 짭짤하겠는데?’

공격력이든 방어든 한쪽으로 몰면 200이 오른다.

최하급은 지속 시간이 고작 15분밖에 안 되지만 약초액은 마나 물약보다 더 인기를 누릴 수도 있었다.

‘이건 진짜 나밖에 못 만드는 거니 무조건 대박이다.’

이서우의 입가에 더욱 진한 미소가 번졌다.

루테인 마을로 가는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 * *

루테인 마을에 도착한 이서우는 일단 거래 중개소부터 갔다.

남작에게 가면 또 여유가 없게 될 것 같아서 미리 정리를 하려는 것이다.

먼저 뱀파이어 킹의 액세서리부터 확인했다.

목걸이는 3천 골드가 넘었고, 반지도 1,500골드가 넘었다.

‘와, 진짜 고렙들은 엄청나게 돈질을 한 거구나.’

희귀 등급이 이런데 영웅 장비면 얼마나 비쌀까.

모르긴 몰라도 개당 억 단위는 충분히 될 것이다.

과거에 비해 돈 가치가 많이 떨어졌지만 서민들에게 1억은 여전히 큰돈이었다.

‘하긴, 랭커들이야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대다수겠지.’

게임만으로는 절대로 그 정도의 골드를 모을 수 없다.

평범한 유저들은 100레벨에 영웅 등급은 꿈도 꾸지 못한다. 기껏해야 옵션 1개짜리 희귀 아이템만 살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자수성가 타입의 유저들이라도 월 400만 원 이상은 만질 수 있다는 거다.

최저 시급은 1만 5천 원이 조금 넘지만 영세업자들은 대부분 1만 원 정도 지급한다.

불법이지만, 별다른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그거라도 받기 위해 일을 한다.

주휴 수당도 받지 못해 급여는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물론 게임은 하루 12시간은 투자해야 하니 시급으로 따지만 400만 원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이서우는 아이템을 올리고, 약초액 재료를 대량 구입했다.

마나와는 달리 1개를 만드는 데 재료비만 10실버 이상이 소요되었다.

100개 분량을 우선 제작했다.

‘다 좋은데, 개당 완성되는 시간이 엄청 기네.’

하급 마나가 10초 정도인데 약초액은 거의 1분이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정리를 마친 이서우는 남작 성으로 갔다.

“그렇지 않아도 반담이 연락을 해 왔네.”

“그랬군요.”

“하지만 몬스터들이 아르곤 산맥을 넘어오기는 쉽지 않을 거야. 오랫동안 그런 조짐은 전혀 없었으니까.”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그동안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 벌어져서요.”

“가끔 자이언트 트롤이나 오우거가 그런 행동을 하네. 크게 문제 될 건 없으니 너무 염려하지 말게.”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서우가 염려스러운 얼굴을 하자 남작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자네가 좀 살펴봐 주게.”

“살펴보라는 말씀은…….”

“맞네. 아르곤 일대를 조사해 달라는 뜻이네. 자네가 이 일을 하면 난 인원을 안 써도 되니 좋고 자네는 걱정을 덜 수 있으니 서로서로 좋은 일이 아니겠나.”

아르곤 산맥을 살펴라

남작은 마을을 걱정하는 당신의 마음에 감화되어 아르곤 산맥을 살펴볼 결심을 했다.

난이도 : C

완료 조건 : 아르곤 산맥 일대를 조사해서 몬스터의 동향을 파악하라.

성공 시 보상 : 3레벨 경험치, 200골드, 중급 강화석 3개.

실패 시 : 5레벨 다운.

이번 퀘스트는 딱히 실패할 확률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친절하게 페널티가 언급이 되어 있었다.

이서우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흔쾌히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이것 참, 내 정신 좀 보게. 매번 자네가 오면 차도 한 잔 대접을 못 했구먼. 바쁜 줄은 알지만 차나 한 잔 마시고 가게.”

“네.”

제작 시간이 남아 있어 이서우는 흔쾌히 수락했다.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차네.”

“대륙이라면…….”

“아, 우리도 외부랑 교류를 하네. 물론 1년에 몇 번 되지도 않고 와이번을 통한 물물교환을 하는 정도이지만,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것은 아니라네.”

“그렇군요.”

지상으로 가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아르곤 산맥이 워낙 높고 험해, 피해 없이 넘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왕복으로 오가는 와중에 몇 사람만 죽어도 남작에게는 큰 손해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와이번을 이용한 교류였다.

“자네는 곧 루테인 마을을 벗어나겠지?”

“그건…….”

남작도 안다, 모험가들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이곳을 떠난다는 사실을.

그동안은 그러거나 말거나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된다고 여겼는데, 이서우가 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다.

“괜찮네. 난 자네 앞길을 막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네. 단지 한 번씩 찾아 주게. 그것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힘이 될 것이네.”

“그건 염려 마십시오.”

“고맙네.”

이서우는 남작에게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였다.

-서우야, 바쁘냐?

-왜?

-야, 빨리 나와라.

-무슨 일인데?

-그럴 일이 있으니 어서 나와. 종명이랑 나도 지금 종료한다.

-어, 알았어.

박민수가 다급히 말하자 이서우는 강한 궁금증이 일었다.

보통 이렇게 앞뒤 다 자르고 다그치는 경우는 없었다.

“남작님,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허허, 내가 바쁜 사람을 붙잡고 있었구먼.”

“아닙니다. 결과는 조만간 보고드리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하게.”

“네.”

이서우는 인사를 하고는 남작 성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완료된 제작물을 찾은 뒤 곧바로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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