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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49화 (49/341)

# 49

레벨이 갑이다

49화

“이번 문제는 참으로 중요한 사안이어서 절대로 발설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염려 마십시오. 지금까지 남작님과 있었던 일은 그 어떤 것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게 인간이 아닌가. 물론, 난 자네가 어떤 상황에서도 그러지 않을 거라 믿네.”

이서우에 대한 믿음이 여전하다는 것을 언급하면서도 혹시 상황의 변화 때문에 발설할 것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남작 지휘 아래에 있는 NPC라면 그의 걱정이 당연한 것이지만 유저들은 한 번 죽으면 그뿐이다.

접속 페널티는 받겠지만, 친밀도가 떨어져서 퀘스트를 더 이상 받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이곳과 포르틴은 정기적으로 주변 조사를 한다네. 다론 마을의 경우는 반담이 있어 안심도 되고, 강한 몬스터들도 없다네. 있어도 개체 수가 많지 않아 거의 오지도 않지. 트롤들의 경우는 내가 이곳에 오고서도 처음 겪은 특이한 경우였다네. 하지만 루테인과 포르틴은 다르네.”

“혹시…….”

이서우는 남작의 말과 표정 등으로 미루어 보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이서우가 말을 흐리자 남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가 생각하는 게 맞네. 조사를 나갔던 경비병들이 모두 실종되었네.”

변고가 생겼을 거라고는 여겼지만 모두가 실종되었다니.

이서우는 상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사라졌나요?”

“100명이 넘네.”

루테인 마을에서도 100명이면 엄청난 숫자다.

하물며 그보다 열악한 포르틴 마을에서는 오죽할까.

‘이벤트가 진행되면 포르틴 마을은 큰 피해를 입겠어.’

이서우는 이번 일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평상시였다면 인원을 더 많이 뽑아 진상을 조사했겠지만, 최근 자네 말처럼 몬스터들이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네.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나니 걱정이 되는구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니 남작으로서도 심히 우려가 되었다.

혹시라도 몬스터들이 집단을 이루어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저를 붙잡으신 것은, 제가 그 조사를 진행하시기를 바라시는 것이겠지요?”

“그러네. 혼자 보내는 것이 못내 미안하지만, 지금은 인력을 뺄 수가 없어.”

“남작님의 마음,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염려 마십시오. 제가 반드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 오겠습니다!”

“역시 자네야. 이렇게 자네가 날 도와주니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지 모른다네. 이럴 줄 알았으면 딸 하나 더 낳는 건데. 아니, 아내에게 말해 입양이라도 해 오자고 해야겠어.”

위기의 순간이지만, 이서우가 협력한다는 말에 크게 안도하는 남작이었다.

그를 보며 이서우는 역시 리더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리를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으면 심각한 위기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리더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모두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라진 경비병들에 대해 조사하라

포르틴 마을의 경비병들은 주변을 조사하기 위해 완전무장을 한 채 움직였다.

한데 며칠이 되지 않아 그만 소식이 끊기고 말았다.

부족한 인원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경비대장 마쿠스는 당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남작은 당신이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조사해 주길 원한다.

마쿠스에게 가서 더욱 자세한 내용을 들어라.

난이도 : B

완료 조건 : 사라진 경비병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성공 시 보상 : 5레벨 경험치, 500골드, 중급 강화석 3개.

실패 시 : 7레벨 다운, 남작과의 친밀도 하락.

이서우는 난이도가 B급인 것에 쾌재를 불렀다.

94레벨이니 퀘스트 중에 몬스터만 적당히 처치하면 완료 즉시 100레벨이 된다.

‘남들과 2차 전직이 다르게 진행되겠지만, 일단 100레벨이 돼야 2차 전직 기회도 주어지겠지.’

이서우는 2차 전직을 서둘러 매듭짓고 이벤트 때 더 좋은 성적을 내리라 다짐했다.

“남작님이 두 다리 쭉 뻗고 주무실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하겠습니다.”

“고맙네. 그리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게. 그러다 자네가 다칠까 걱정이야.”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를 어찌할 정도의 몬스터는 없을 것입니다.”

남작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는 이서우를 보며 든든한 미소를 지었다.

남작 성을 빠져나온 이서우는 포르틴으로 이동하면서 오랜만에 캐릭터 창을 살폈다.

9레벨이나 올랐는데 제대로 확인도 하지 못했다.

이름 : 이서우

하이 레벨 : 94

칭호 : 전설을 잇는 자

*제작 성공 시 높은 등급이 될 확률이 증가한다.

*제작 성공 시 숙련도 경험치가 50퍼센트 증가한다.

*제작 시간이 50퍼센트 단축된다.

*다른 생산 기술을 습득해도 모든 혜택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생산 기술 레벨에 따라 모든 혜택이 상승한다.

명성 : 850

직업 : 전설의 약초꾼

펠렌의 후예로 모든 약초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전설의 약초꾼이 되면 죽은 사람도 살려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이 레벨 특성 스킬

-약초 바르기

-???

……

-???

생명력 : 55,280(+2,960)

마나 : 45,550

공격력 : 8,086

속성 공격력 ▼

물리 방어력 : 3,000

마법 방어력 : 2,890

근력 : 310(+57)

민첩력 : 310(+7)

체력 : 185(+28)

지력 : 50

정신력 : 100

관찰력 : 47

*관찰력 : 약초꾼이 가져야 할 기본 능력이다.

*관찰력이 일정 경지에 이르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보너스 포인트 : 51

‘근력 순수 스텟이 아직 좀 부족하네.’

이서우는 늘어난 수치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마나를 보니 하루 종일 사냥을 해도 될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이벤트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통찰력을 얻으려면 스텟이 얼마나 돼야 할까? 완전히 다른 개념인 것 같으니 300은 돼야 하려나.’

관찰력이 생기면서 적의 빈틈이 잘 파악되고, 상대가 어디로 공격해 올지도 이전보다 훨씬 잘 알게 되었다.

수치가 낮은데도 효과를 확연히 느낄 정도이니 통찰력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관찰력에 투자할 스텟이 없었다.

홀로 이동하니 포르틴 마을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을 오버하고 말았다.

식사 때를 거르지 않겠다고 했는데, 마을 사람들과 이동하는 데만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바람에 늦어지고 말았다.

이서우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안전지대에서 종료했다.

“휴우, 엄청나게 집중해서 했구나.”

8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는 것을 깨달은 이서우는 천천히 스트레칭을 했다.

밥을 먹고 재활 훈련을 위해 병원으로 갔다.

주말 내내 무리를 했으니 뭉친 근육을 풀어 줘야 했다.

총 1시간에 걸친 코스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니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게 보였다.

이서우는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주문하고는 택시에 올랐다.

그가 도착하고 조금 지나면 바로 물건이 오리라.

집에 도착한 이서우는 대부업체에 연락을 넣어 원금 2천만 원을 갚았다.

방식은 이전과 동일했고, 증거를 철저히 남겼다.

-고객님, 어디 로또라도 맞으셨나 봅니다? 아니면 글로벌사 측에서 빵빵하게 보상금을 주던가요?

“그건 당신과 상관없을 텐데요. 그것보다, 이제 3억 남았죠?”

-네. 정확하게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계시는군요. 저로서는 환영할 일이군요.

“그것도 조만간 갚을 테니 우리를 귀찮게 하지 마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돈만 꼬박꼬박 주시면 아무 말썽 일으키지 않습니다.

이서우는 더 이상 말을 섞기 싫은지 얼른 전화를 끊었다.

부모님이 그래도 그동안 빚을 갚아서 3억이 남았지, 방치해 뒀다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이벤트가 정말 절호의 기회야!”

레벨 100을 찍고 2차 전직만 마무리하면 점수를 갈퀴로 쓸어 담을 자신이 있었다.

랭커들이 조금 신경 쓰이지만 점수 산정 방식이 고레벨 몬스터를 잡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에 희망을 걸었다.

‘1등이면 전설 무기와 액세서리를 얻을 수 있어. 그거면 빚은 다 갚을 수 있다!’

목표가 생기니 눈빛이 달라졌다.

주문한 생필품들이 도착해 정리를 끝내고 저녁까지 든든히 먹었다.

이서우는 가볍게 몸을 푼 뒤 접속 베드에 누웠다.

이제는 뉴 월드에 접속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포르틴 마을의 한적한 곳에서 로그인을 한 이서우는 곧장 마쿠스에게로 갔다.

상황이 어떤지 아직 자세히 몰라 그에게 직접 들어야 했다.

이미 이서우가 방문할 것을 알았는지 경비병들도 호의적으로 그를 대했다.

이서우가 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마쿠스는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직접 오신 걸 보니 다행히 남작님께서 빠른 조치를 취해 주셨군요.”

“저를 믿고 맡겨 주셨으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네. 일단 이 지도를 봐 주십시오.”

마쿠스는 집무실 가운데 놓인 큰 테이블로 이서우를 안내했다.

테이블에는 커다란 지도가 펼쳐져 있었는데, 3분의 2가량이 이서우가 속한 카이젠 제국이고 북쪽이 엘사둔 제국이었다.

카이젠이 더 큰 이유는 아르곤 산맥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이서우가 본 몇몇 지도에는 전부 카이젠 제국만 그려져 있었는데, 이곳에는 모든 곳이 다 나와 있었다.

두 제국의 탄생 배경은 그다지 특별할 게 없었다.

처음에는 수많은 왕국을 이루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왕국들은 덩치를 키웠고, 북쪽은 엘사둔 왕국이 하나씩 집어삼키면서 영역을 넓혔다.

남쪽도 마찬가지였는데, 가장 강한 카이젠 왕국이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그렇게 덩치를 불려 가다가 제국임을 선포했고, 그 이후로 그들은 전쟁이 아니라 서로 교류를 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했다.

수백 년 동안 두 제국은 뒤로는 힘을 키우며 앞으로는 화평을 이야기했다.

오랜 세월을 지나왔으니 그 속에는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마는, 이서우는 그리 깊이 있게 알려고 하지는 않았다.

이서우는 처음 보는 지도를 눈에 잘 담아 두었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포르틴 마을 북쪽에 위치한 아르곤 산맥을 살핍니다. 루테인 마을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고 있죠. 이번에는 북동쪽 해안가를 시작으로 500킬로미터 정도의 범위를 조사할 순서였는데, 한 달 정도의 일정이었습니다. 한데, 사흘 만에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지요. 수색을 해야 하는데 몬스터들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여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랬군요.”

“한데, 어부들에게서 이상한 소문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상한 소문이라고요?”

“네.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으니 알려 주세요.”

“네, 그게…….”

이서우는 퀘스트에 도움이 될까 싶어 귀를 쫑긋 세운 채 마쿠스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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