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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50화 (50/341)

# 50

레벨이 갑이다

50화

이서우는 포르틴 마을 북동쪽에 위치한 해안가로 갔다.

해안가에는 강한 몬스터들의 거의 없다.

있어도 어부들에게 크게 위협이 되지 않고,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괜찮다.

50레벨이 넘는 몬스터들도 있지만 주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어촌이 피해를 받을 일은 거의 없었다.

한데, 최근 이상 현상이 일어나면서 바다가 변하고 있었다.

이서우는 마쿠스의 말을 떠올리며 속도를 높였다.

어촌에 도착하자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숲에 있는 강한 몬스터들은 해안가로 일절 오지 않고, 바닷가에 사는 몬스터들도 인적이 있는 곳까지는 침범하지 않아 비교적 안전했다.

이서우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마쿠스가 일러 준 촌장의 집으로 갔다.

마을 입구에서 쭉 직진을 하면 나온다고 했는데,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분위기가 너무 조용한데.’

이서우는 촌장의 집까지 가는 내내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설마 촌장이 없는 건 아닐까 했는데 다행히 있었다.

“누구시오?”

“마쿠스 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촌장이 고개만 빼꼼 내밀고는 경계의 눈빛으로 이서우를 바라보았다.

마쿠스라는 이름이 나오자 그제야 촌장은 방문을 열고 나왔다.

“마쿠스 대장이 사람을 보낸다고 했는데, 혹시…….”

“네. 제가 마쿠스 님이 보낸 사람입니다.”

“정말인가? 몇 명이나 왔는가?”

촌장은 한껏 기대감 어린 얼굴로 재촉하듯 물었다.

마을이 힘든 상황이기에 도움이 꼭 필요했다.

“저 혼자 왔습니다.”

“뭐? 자네 혼자 왔다고?”

“네.”

이서우의 대답에 촌장은 실망 어린 얼굴이었다.

하지만 촌장은 이서우의 명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다. 아직은 그의 명성이 어촌까지 미치지는 못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미 절반 이상 떠났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이서우는 힘들어하는 촌장에게 고통을 더 주기 싫어서 그냥 돌아가려 했다.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경비병들이 갔던 코스를 둘러보면서 문제점을 찾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이, 이보게!”

“네?”

이서우가 너무 냉정하게 돌아간다고 하자 촌장은 급히 그를 불렀다.

마쿠스가 이유가 있어서 보냈을 텐데 대놓고 무시를 했으니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이다.

“미안하네. 그동안 너무 두려움에 떨면서 지내다 보니 그만 안 좋은 모습을 보였구먼.”

“아닙니다. 단지 촌장님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말씀하는 게 고통스러우시다면 굳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네. 자네도 바쁠 텐데 우리를 위해 왔으니 나도 성의를 보여야지.”

이서우는 천천히 고개만 끄덕였다.

촌장은 지난 일을 떠올리는지 눈동자가 흔들리면서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런, 미안하네. 주책맞게 감정 조절도 못 했구먼.”

“아닙니다.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촌장이 다시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70년을 살았네. 한데, 난 그런 일을 생전 처음 보았지. 처음에는 내가 헛것을 보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네. 마침 정기적으로 조사를 나온 경비병들에게 말했지. 하지만 그들도 처음에는 내 말을 믿지 않았네. 일정이 바쁘게 움직여 그냥 돌아갔는데, 모두 실종되었다고 하더군.”

“믿을 수 없다고 하셨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게…… 변했네.”

“네?”

“해안으로 올라온 몬스터들이 육지형으로 변했다는 말이네. 그리고 숲으로 사라졌네.”

“바다 몬스터가 육지 몬스터로 변했다고요?”

“……그러네.”

촌장은 자신이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지 불신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혹시 생김새는 보셨나요?”

“그게, 너무 멀어서 제대로 보지를 못했네. 하지만 해변가로 나올 때는 분명 키가 크지 않았는데, 사라질 때는 훨씬 컸다네. 멀리서도 그게 확인될 정도였어.”

“원래는 기어 다니는 녀석일 확률이 높다는 말씀이시군요.”

“추측하기로는 그러네. 가까이에서 보려 했지만 혹시라도 들키면 어떻게 될지 몰라 차마 다가갈 수가 없었네. 이놈의 노안 때문에…….”

“괜히 자극해서 더 큰 위험을 초래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건 정말 잘하신 거예요.”

이서우의 말에 축 처진 촌장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았다.

아마 사라진 경비병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못해 계속 마음에 남았으리라.

“혹시 마을 사람들은 괜찮나요?”

“불행 중 다행히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네. 사라진 사람도 없고. 하지만 자네가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게 있네.”

“……?”

이서우는 또 알아야 할 게 있냐는 얼굴로 촌장을 쳐다보았다.

촌장이 긴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그놈들이 다시 네발로 기어서 바다로 돌아갔다는 사실이네. 밤이어서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달빛에 비친 모습은 분명 땅을 기는 형상이었네.”

“바다에서 애써 육지로 갔는데,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라…….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그게 나도 의문이네. 그런데 이상한 게 또 있었네.”

“또요? 그게 뭔가요?”

“뭔가 좀 서두른다는 느낌이랄까. 느낌은 그런데, 바다로 사라지는 속도는 느렸네. 육지로 갈 때보다 말일세. 마치 기력이 빠진 것 같다고나 할까.”

“바다에서 나올 때랑 들어갈 때의 시간이 어땠나요?”

“육지로 갈 때는 오전이었고, 들어갈 때는 해가 진 뒤였네.”

“몇 번이나 보셨어요?”

“내가 본 건 총 여섯 번이네. 그런 현상이 세 번째일 때 마을 사람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네.”

“가장 마지막에 본 게 언젭니까?”

“그제였네. 어제오늘은 이상하게 아무 이상이 없었어.”

“그렇군요.”

이서우는 턱을 어루만지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의문이 드는 점이 많았다.

왜 갑자기 바다에 사는 몬스터들이 육지 몬스터화되었으며, 실컷 변화를 해 놓고 왜 다시 바다로 돌아갔을까.

“일단 몇 가지 걸리는 게 있긴 한데, 정확히 하기 위해 경비병들이 갔던 곳을 조사해 봐야겠습니다. 그동안 최대한 외출은 자제해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네.”

“그럼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얼마나 걸리겠나?”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정말인가?”

“네. 그러니 안심하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려 주세요.”

말 한마디에 금방 불안감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누군가 도움을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이 생기는지 얼굴의 그늘이 조금은 가셨다.

이서우는 조사대가 간 방향을 묻고는 천천히 그들의 뒤를 쫓았다.

‘흔적을 찾기 힘드네.’

관찰력이 있어 뭔가 발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스텟 수치가 낮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많이 지나가서 그런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하루를 보냈군. 첫날은 무사히 넘겼다는 뜻인데.”

한참을 가던 이서우는 모닥불을 피운 흔적을 찾았다.

몬스터들이 낮에 육지로 올라왔다고 했으니 첫날부터 당하지는 않았다는 증거였다.

“이걸로 확인해 보면 되겠네.”

이서우는 대충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를 계산해서 그 지점까지 빠르게 이동했다.

오차 범위를 생각해 주변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혹시나 해서 더 넓은 곳까지 다 살폈지만 모닥불은 보이지 않았다.

“사고는 둘째 날에 벌어진 건가.”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닥불 없이 숲에서 밤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면 몬스터 습격인데, 그렇게 따지더라도 밤새 몬스터와 싸움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정말 최악의 상황이어서 그랬다면 주변에 분명 큰 흔적이 남았어야 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살펴봐야 할지 윤곽이 나왔다.

하지만 혼자 살피기에는 범위가 넓어 하루가 꼬박 소요되었다.

처음에는 슥슥 지나치면서 확인했고, 횟수를 거듭하면서 보다 자세히 살폈다.

시작부터 자세히 살피면 오히려 지쳐서 효율이 떨어진다.

반복적으로 조사를 하다 보면 하나씩 처음 봤던 것과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이건…….”

이서우는 땅이 뒤집힌 흔적을 찾았다.

범위가 생각보다 좁아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발로 탁탁 지면을 차며 확인했다.

“확실해. 누군가 여기를 손댔어.”

이서우는 대검으로 조심스럽게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한참을 파고 들어가자 공간이 보였다.

“이런 곳에 땅굴을 팠을 줄이야.”

이서우는 허리를 숙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굴을 보며 잠시 갈등했다.

혹시라도 함정이면 생매장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

이서우는 허리를 숙인 채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갈수록 공간이 넓어졌다.

허리를 펴도 될 정도여서 대검을 뽑아 들었다.

좁은 공간에서 싸우는 것이 그에게는 상당히 불리했지만 맨손보다는 나았다.

“뭐, 뭐지?”

한참을 들어가는데, 갑자기 공간이 넓어지더니 정체불명의 물체들이 보였다.

짙은 색에 긴 타원형의 모양이었는데 길이가 2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1~2미터 간격으로 놓여 있었는데 얼핏 봐도 100여 개는 되는 것 같았다.

이서우는 천천히 다가갔다.

그가 움직이자 바닥이 살짝 출렁거렸다.

잠시 멈춘 이서우는 잠잠해지자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가자 물체의 내부가 보였다.

“헉!”

깜짝 놀란 이서우는 얼른 타원형 물체의 껍질을 잘라 냈다.

그러자 내부가 드러났다.

“제길!”

누에고치처럼 생긴 물체 안에 있던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이서우는 그가 누군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봐요!”

키가 180은 되어 보이는 사내였는데, 너무 말라서 40킬로그램이 겨우 넘을 것 같았다.

“누, 누구…….”

“마쿠스 대장님에게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아, 대장님.”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이럴 게 아니라, 어서 나가셔야 합니다.”

“네? 그게 무슨…….”

그때였다. 땅이 들썩거리며 요동쳤다.

이서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노, 놈들의 새끼들입니다!”

“새끼들이라고요? 그리고 놈들이라뇨.”

이서우는 사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재차 물었다.

하지만 사내는 워낙 상태가 좋지 않아 쌔액거리는 숨소리를 냈다. 얼굴만 보면 당장이라도 목숨이 끊어질 것처럼 위태로운 상태였다.

하지만 경비병은 힘을 내어 입을 열었다.

“혹시 지금이 낮입니까, 밤입니까?”

“낮입니다.”

“아, 안 돼! 어서 나가야 합니다. 놈들이 곧, 곧 들이닥칠 겁니다.”

다 죽어 가는 얼굴을 하고 있던 사내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이서우는 사내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는 이미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저, 전 이미 트, 틀렸습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 어서 빨리…… 아악!”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내며 말하던 경비병이 갑자기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를 시작으로, 바닥에 꽂혀 있던 타원형의 주머니들도 마찬가지로 땅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점도가 높은 액체가 출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땅속에서 끊임없이 들렸다.

이서우는 대검을 땅속으로 박아 넣었다.

탁!

마치 단단한 바위에 막힌 듯 대검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잠시 후, 땅속에서 1미터 정도 되는 물체가 툭툭 튀어나왔다.

온 사방에서 튀어나와 순식간에 동굴 안을 채워 버렸다.

이서우는 뒤로 얼른 물러났다.

“저건…….”

이서우는 모습을 드러낸 생명체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닌자거북이?”

거북이가 두 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서 있는 것을 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닌자거북이였다.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워낙 많이 리메이크되어 모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양손에 몽둥이를 쥐고 있어 오해하기 딱 좋았다.

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이서우는 침착하게 대검으로 거북이들을 상대해 나갔다.

1미터 정도의 작은 크기여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등껍질째 잘라 버렸다.

-거대 괴물 거북이 새끼를 처치했습니다.

-121,000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거대 괴물 거북이 새끼 등껍질을 획득하셨습니다.

-1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이서우는 형편없는 경험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잡는 건 쉽지만 마나 대비 효율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는 이곳을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게다가 가는 통로가 워낙 좁아 그냥 가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이서우의 대검이 허공에서 춤을 췄다.

묵직한 대검의 움직임이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휘두르는 것보다 더 가벼웠다.

대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반드시 흔적이 남았다.

거북이 새끼들의 껍질이 점점 쌓여 갔다.

겁을 먹은 거북이 새끼들이 갑자기 천장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서우는 코웃음을 치며 벽을 밟고 도약해 처치하려 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갑자기 온 동굴이 크게 흔들린 것이다.

드드드드드드!

어찌나 진동이 심한지 지면을 밟고 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이서우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새끼들이 구원 요청을 보냈구나!’

이서우는 당황하지 않고 활력차와 마나 물약을 복용하며 몬스터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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