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
레벨이 갑이다
52화
“그럴 수가…….”
포르틴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이서우는 마쿠스를 찾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차근차근 설명했는데,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크게 좌절하는 모습이었다.
이서우가 없었다면 아마 마쿠스는 눈물을 쏟았으리라.
“남작님께 소식을 좀 전해 주십시오.”
“네. 그럼 전 이만…….”
남작에게 전달을 해야 완료가 되는 것이어서 이서우는 곧장 루테인 마을로 향했다.
남작도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분노의 감정과 슬픈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무려 100명이다.
비록 그들과 많은 시간은 보내지 못했지만 허망하게 죽었다는 사실이 슬프고 고통스러웠다.
-퀘스트 ‘사라진 경비병들에 대해 조사하라’를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5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중급 강화석 3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메시지가 떴지만 이서우는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100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남작이다. 그 앞에서 어찌 경거망동할 수 있을까.
이서우는 남작이 감정을 다스릴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이런, 내가 못난 모습을 보였구먼.”
“아닙니다.”
“어쨌든 정말 힘든 일을 해 주었네.”
“그저 그들을 살리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이서우는 조금만 빨리 도착했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물론 그가 이야기를 전달받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들었다.
“아닐세. 자네는 최선을 다했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런 결과를 만들어 냈겠나. 오히려 자네가 그들의 복수를 해 줘서 너무 고맙다네.”
이서우는 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남작과 헤어졌다.
또 다른 퀘스트로 이어지지 않아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친밀도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어 기회는 언제든 있었다.
-물약 제조 결과물이 1만 개에 도달하셨습니다.
-반복된 물약 제조의 결과로 자동 제조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자동 제조?’
이서우는 예상치 못한 메시지에 생산 기술 창을 열어 확인했다.
자동 제조
전투 시에는 제조가 중단되었다가 평화 모드일 때 자동으로 제조가 진행된다.
설정에 따라 제조가 완료되었을 때 자동으로 인벤토리에 있는 재료로 연속 제조가 가능하다.
‘오, 이거 좋네.’
이서우는 그동안 평화 모드 때마다 수시로 제조를 걸었었다.
계속 신경 쓰는 게 귀찮았는데, 자동 제조를 활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이서우는 자동 제조를 설정하고 바로 사용했다.
생명력 : 61,070(+2,960)
마나 : 51,340
공격력 : 8,106
속성 공격력 ▼
물리 방어력 : 3,006
마법 방어력 : 2,890
근력 : 315(+57)
민첩력 : 312(+7)
체력 : 188(+28)
지력 : 50
정신력 : 100
관찰력 : 49
*관찰력 : 약초꾼이 가져야 할 기본 능력이다.
*관찰력이 일정 경지에 이르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보너스 포인트 : 81
물약 제조 : 중급 5레벨 58퍼센트
약초 채집 숙련도 : 초급 7레벨 88퍼센트
약초액 제조 : 초급 7레벨 37퍼센트
밸런스 숙련도 : 4레벨 25퍼센트
100레벨이 되어 캐릭터 창과 기술 레벨, 전투 관련 창을 한번 훑어보았다.
캐릭터 창의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생산 기술과 밸런스 숙련도는 꽤 많이 올라 있었다.
-전직 퀘스트가 있습니다. 퀘스트 창에서 확인하십시오.
거래 중개소나 가 볼까 했는데 반가운 메시지가 들렸다.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다더니 두 번째부터는 퀘스트를 받네. 하긴, 3차, 4차, 계속 혼자 다 찾아가는 건 말이 안 되긴 하지.’
처음 전직이야 찾아가는 과정에서 NPC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지만, 이서우의 추측처럼 모든 것을 홀로 해내는 것은 유저에게 너무 가혹했다.
이서우는 퀘스트 창을 열었다.
2차 전직 퀘스트
란셀을 찾아가 그에게 설명을 들으시오.
‘란셀 님을?’
잠시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아르곤 산맥을 넘어 도시로 가라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서우는 거래 중개소는 다론 마을에서 찾기로 하고 루테인 마을을 나섰다.
란셀 의원으로 가니 평상에 약초를 말리고 있는 란셀이 보였다.
“깜짝이야! 이놈아, 기척이라도 좀 하거라.”
“예전에는 잘만 아시더니.”
“그때야 네놈이 형편없는 실력이어서 그랬지. 지금은 그분의 후예가 되지 않았느냐. 그러고 보니 변했구나?”
“뜬금없이 무슨 소리세요.”
워낙 뜬금없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변하다니 대체 뭐가 변했다고 눈초리가 매서워질까.
“한 단계 더 발전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아!”
이서우는 그제야 변했다는 말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은 몰랐는데. 그분께서 아셨다면 참으로 좋아하셨을 거다.”
펠렌의 이야기만 나오면 항상 회상에 젖는 란셀이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가에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
“험, 험. 그나저나 이번 시험은 참으로 까다로운데, 과연 네가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무슨 테스트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겁부터 주세요?”
“겁을 내야 할 거다. 나도 흔적조차 모르니까.”
“흔적조차 모르다니 무슨 말씀이신지, 자세히 좀 알려 주세요.”
“그분은 이미 하이 레벨의 경지를 훌쩍 벗어났기에 더 이상 필요가 없으셨지만, 그런 그분도 초창기에는 아주 도움을 많이 받았었지.”
“펠렌 님이 도움을 받았다고요?”
누가 있어 전설적인 인물에게 도움을 줬을까.
이서우는 호기심 강한 눈빛으로 란셀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서 사실을 말해 달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모험가들은 펫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동반자라고 하지.”
“펫이라고요?”
이서우는 뉴 월드에 펫 시스템이 있었나 싶었지만, 문득 유료 사이트에서 본 기억이 났다.
펫은 타인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설정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전체 유저의 0.01퍼센트도 안 된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용자가 1억 명이니, 1만 명이 안 된다는 소리였다.
그만큼 사용 조건이 까다로웠다.
“펫이 아니라 동반자다. 어쨌든 그분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다. 좀 싸가지는 없는 녀석이지만, 동반자가 있어야 더 빨리, 더 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하이 레벨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지.”
“그렇군요. 한데 그 동반자라는 존재를 어떻게 찾나요?”
“그거야 내가 어찌 아느냐. 홀로 남게 되어 동면에 빠진 것을.”
“…….”
지금 아무 단서도 없는 동반자를 찾으라는 거냐면서 이서우는 눈을 깜빡거렸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도 이보다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너무 그렇게 좌절하지 마라. 그분께서 이곳에 흔적을 남기셨으니 동반자도 분명 다론 마을 어딘가에 있을 테니.”
“그나마 희망적인 말씀이시네요. 한데,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기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를 하시는 거예요?”
“동반자는 너의 피를 흡수하는 존재다. 핏속에 있는 양질의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성장하지. 물론 네게 다시 피를 돌려준다. 그때 너에게 아주 유용한 물질을 같이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부상조한다는 뜻이군요.”
“그래. 그 과정에서 약간의 고통은 수반되겠지만, 그래도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게 어디냐.”
“피가 빨리는데 약간의 고통이라고요?”
“원래 모든 성장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동반자를 찾아라
펠렌은 하이 레벨일 때 우연히 발견한 동반자로 인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하이 레벨은 일정 수준에 오르면 성장이 극도로 더뎌진다.
성장에 따른 변화 폭은 크지만 너무 느려서, 하이 레벨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펠렌은 이를 알고 동반자를 당신에게 남겼다.
그가 남긴 동반자를 찾아라.
난이도 : -
완료 조건 : 동면기에 든 동반자를 찾아라.
성공 시 보상 : ???
실패 시 : ???
보상과 페널티에 대해 나오지 않자 이서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만약 못 찾으면 어찌 되나요?”
“어찌 되긴 뭘 어찌 돼? 그냥 그대로 쭉 가는 거지.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야 한다. 네가 제대로 성장하고 싶다면 말이다.”
“그렇군요.”
“왜? 할 마음이 안 생기는 것이냐?”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죠. 합니다, 해요.”
“진즉 그럴 것이지. 아마 똥줄 좀 탈 거다, 클클클.”
란셀은 목젖이 들썩일 정도로 좋아했다.
“한데, 어떻게 알아보나요?”
“그냥 평범한 구슬이나 알처럼 생겼을 것이다. 좀 특이하게 생겼으니 아마 알아볼 수 있을……. 헉, 네 이놈!”
이서우는 알처럼 생긴 것이라기에 크기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물어보려 했다.
알도 알 나름이어서 작은 건 엄청 작다.
다론 마을이 아무린 작아도 크기에 따라 찾는 게 힘들 수도 있었다.
한데, 갑자기 란셀이 호통을 치는 게 아닌가.
이서우는 화들짝 놀라 란셀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데 갑자기 소리치고 그러세요.”
“다 찾아 놓고 나에게 와서 모른 척 시치미를 뗀 것이더냐!”
“네? 찾았다니요.”
“지금 그분의 동반자가 너에게서 느껴지는데도 계속 발뺌할 것이냐!”
이서우는 무슨 소린가 싶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눈을 크게 뜨고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달걀 크기의 돌을 꺼내 들었다.
페른을 도와주고 대가로 받은 매끈매끈한 돌이었다.
“설마, 이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맞다! 바로 그거다. 네놈에게 임무를 주기 전까지는 나도 느끼지 못했는데,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퀘스트를 줘야 NPC도 해당 퀘스트 조건을 충족하는 아이템이 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어서 란셀은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었다.
하지만 놀란 것은 이서우였다.
별생각 없이 대가로 받은 것인데, 그게 설마 동반자였을 줄이야.
“이게 그렇게 대단한 물건인지 저도 솔직히 몰랐어요. 보세요. 누가 보더라도 그냥 매끈한 돌이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란셀도 순순히 그의 말을 인정했다.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맞는 말이었다.
“한데, 이걸 어떻게 깨우죠?”
“네 피를 떨어뜨리면 된다. 이걸 써라.”
란셀은 이서우가 대검을 쓴다는 걸 알기에 단검을 꺼내 건넸다.
이서우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기대감이 잔뜩 묻어난 얼굴로 손바닥에 상처를 냈다.
란셀은 동반자라고 했지만 이서우에게는 펫이었다.
펫은 여러 모로 도움이 되는 존재여서 기대감도 컸다.
피가 뚝뚝 떨어지자 매끈한 돌에는 금세 붉은 얼룩이 졌다.
-2차 전직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펠렌의 대검이 한 단계 더 진화합니다.
-새로운 스텟이 생성됩니다.
-새로운 생산 기술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약초를 보는 눈이 더욱 발달합니다.
-모든 스텟이 50씩 상승합니다.
-보너스 스텟 50개를 얻었습니다.
-공격력이 1,000 상승합니다.
-방어력이 700 상승합니다.
-생명력이 10,000 상승합니다.
-마나가 5,000 상승합니다.
-칭호 ‘전설을 잇는 자’가 갱신되었습니다.
실로 엄청난 변화에, 이서우는 석상이 된 것처럼 몸이 굳고 말았다.
증가한 능력치를 확인할 틈도 없었다. 피를 먹은 매끈한 돌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