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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53화 (53/341)

# 53

레벨이 갑이다

53화

“아웅, 잘 잤다.”

매끈한 돌을 한참이나 쳐다보는데,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이 간 이후로는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돌에서 태어난 펫은 이서우가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알의 크기에 비하면 꽤 덩치가 있었다.

30센티미터 정도 되었는데, 새끼 강아지처럼 귀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용맹한 기운이 풍겼다.

“새끼 백……호?”

“백호는 무슨. 강아지지.”

“뭣이! 어린놈이 어디서 존귀하신 백호 님에게…….”

“뒤에 네 주인 있다.”

“뭐? 그걸 왜 인제 말해! 주인님?”

란셀의 말에 발끈했다가도 주인이 있다는 말에 얼른 몸을 배배 꼬며 애교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새끼 백호는 이서우를 보고는 훌쩍 뛰어 어깨로 올라왔다.

“뭐 하냐. 이제 막 깨어나서 엄청 허기질 테니 줘야지. 네가 허락을 안 하면 먹지 않는다.”

“아, 네. 백호야, 배고플 텐데 얼른 먹어.”

자신의 피를 얼른 먹으라니.

말을 하고 보니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그렇다고 피를 주지 않아서 힘들게 깨운 펫을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잠깐 실례할게요, 주인님.”

앙증맞은 백호가 목에 긴 이빨을 박더니 열심히 피를 빨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어깨에서 피를 빨고 있으니 목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생명력이 50퍼센트까지 쭉쭉 빠져나갔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온몸에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모든 생명력이 회복되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1퍼센트 상승합니다.

-잠재력이 1퍼센트 상승합니다.

‘잠재력?’

이서우는 생소한 말에 캐릭터 창을 열어 보았다.

‘아, 새로운 스텟이 생성되었다고 하더니 이거였구나.’

잠재력 : 50

*잠재력 수치가 높아지면 성장 가능한 한계가 확장됩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진화가 가능합니다.

잠재력뿐 아니라 각종 수치들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엄청난 수치에 이서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전직을 하면 보통 월등히 능력치가 상승하지만 변화 폭이 너무 엄청났다.

“주인님, 많이 아프셨죠? 제가 성장하면 굳이 주인님의 피를 마시지 않아도 되니 조금만 참아 주세요.”

“성장하면 어떻게 달라지는데?”

“그땐 주인님이 성장하면 저도 동반 성장해요. 그리고 일정 단계를 지날 때마다 주인님이 더 큰 혜택을 받게 되죠.”

“그렇구나. 그럼 빨리 성장하도록 열심히 애를 써야겠네.”

“너무 자주 피를 빨지는 못해요. 신경 쓰이실 것 같은데, 배가 고파지면 주인님께 허락 안 받고 바로바로 피를 빨까요?”

“내가 죽을 위기만 아니라면 그렇게 해.”

“당연하죠. 주인님이 죽으면 저도 다시 동면에 빠져요.”

하루빨리 펫이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백호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아주 꿍짝이 잘 맞는구나.”

“주인님과 대화 중인데 끼어들어? 란셀, 너 많이 컸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러기냐?”

란셀과 백호는 마치 아주 오랫동안 사귀어 온 친구처럼 스스럼이 없었다.

백호가 저래 보여도 나이로 따지면 란셀보다 오히려 많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백호는 주인 외에는 다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서로 저런 식으로 지내 온 것 같기는 한데, 이거 족보가 참…….’

이서우는 틱틱거리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대화를 하는 둘을 보며 앞으로 란셀을 만날 때는 시끄럽겠구나 싶었다.

“란셀 님.”

“응? 아, 이거 옛 친구를 오랜만에 봐서 내가 그만 깜빡했구나. 이렇게 빨리 이 녀석을 찾을 줄 몰랐는데, 역시 그분의 후예답구나.”

“테스트도 마쳤으니 그럼 전 이만 물러갈까 합니다.”

“그래야지. 참, 이걸 받거라.”

“이게 뭔가요?”

“그분은 참으로 많은 것을 마스터하셨지. 2차 전직을 이뤘으니 그게 필요할 거다.”

“네. 그럼 유용하게 잘 쓰겠습니다.”

“심심하면 백호랑 같이 놀러 오고.”

“네.”

이서우는 작별 인사를 하고는 란셀 의원을 벗어났다.

걸으면서 란셀이 준 책자를 살폈다.

여러 권이었는데, 숫자 1이라고 되어 있는 책부터 살폈다.

‘연금술? 설마, 2차 전직하고 얻은 기술이 연금술인가.’

얼른 확인해 봤는데, 생산 기술에 또렷하게 연금술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서우는 급히 책을 열었다.

-초급 연금술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초급 연금술 기술을 배우시겠습니까?

‘그래.’

-초급 연금술을 배우셨습니다.

-습득한 기술의 목록은 생산 기술 항목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서우는 내친김에 연금술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연금술

보잘것없는 물건으로도 강력하고 뛰어난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연금술이 발전하면 각종 영약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약초 바르기는 장비에 다양한 성능을 부여할 수 있고, 연금술은 잘만 활용하면 아이템을 다양한 형태로 강화할 수 있겠어. 영약은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목록에 초급 연금술로 만들 수 있는 몇몇 물품이 보였는데, 영약에 대한 것은 없었다.

연금술이 발전을 해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기술 레벨을 올려야 가능하리라.

이서우는 황제 거북이 갑옷을 팔고, 우편함에서 팔린 물건 대금을 정리했다.

‘골드가…….’

3천 골드를 팔고도 다시 9천 골드를 넘게 모았다.

100레벨 방어구와 액세서리를 풀로 샀다면 남아 있지 않을 골드였지만, 이벤트가 있어 굳이 아이템을 살 필요가 없었다.

이서우는 골드 시세를 보았다.

‘내려갈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그 가격을 유지하고 있네.’

대규모 이벤트가 진행되면 골드 획득 2배에, 아이템 드롭율도 2배로 상승하니 골드값이 떨어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누구나 다 이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상위 순위에 오르길 원한다.

특히 2차 전직을 끝낸 유저들은 더 욕심을 내고 있었다.

그러면 뭘 해야 할까.

뻔하다. 이벤트 전까지 미친 듯이 레벨을 올리며 장비를 맞추거나, 맞춘 장비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하루 종일 사냥하려면 전투 보조 아이템만 해도 수백 골드를 사용한다.

레벨이 높은 유저들은 높은 등급을 써야 하니 더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다.

강화는 또 어떤가. 성공 확률이 높지 않으니 그야말로 돈덩어리였다.

평상시보다 소비가 훨씬 커지니 당연히 골드값은 떨어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평균 레벨이 올라가고 영웅 등급 이상의 아이템이 많아지면서 100레벨 이하의 고급, 희귀 장비는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이서우는 기회다 싶어 희귀 등급으로 싹 도배를 했다.

무기와 목걸이에서 돈이 굳으니 상당히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장비를 다 맞추고도 5천 골드 이상이 남아 다 현금화시켜 버렸다.

이서우는 정리를 마치고 게임을 종료했다.

“아, 그러고 보니 장비가 얼마나 진화했는지 못 보고 나왔네.”

시간이 촉박해 정리만 하고 나온다고 몇 가지 빼먹은 게 있었다.

이서우는 재접속하면 확인하기로 하고 식사부터 했다.

잘 먹고 운동도 해야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가만히 누워서 하는 게임이어서 쉽게 여길지 모르지만, 게임도 체력전이었다.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유료 사이트에 접속했다.

각종 정보들이 빼곡하게 떴다.

돈을 아끼려면 뉴스나 블로그 등을 살펴도 되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차라리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시간을 절약하는 게 이득이었다.

“아주 난리가 났군.”

사이트는 이번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각종 분석부터, 어떻게 공략하는 게 좋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조금 더 심도 깊게 들어가는 정보는 전부 유료였다.

사이트 전면에 나온 광고들은 한마디로 미끼였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를 넣어 두고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다.

눈동자를 따라 화면이 내려갔다.

화면이 살짝 내려가자 익숙한 이름이 이서우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내용은 이번 이벤트와 관련된 것인데, 설아의 방송과 관련이 있었다.

“이 여자가 우리 쪽 지역을 맡게 됐다고?”

글을 요약하면, 5대 게임 방송사가 각각 다른 지역을 맡아 방송을 한다는 것이었다.

중소 방송사나 인터넷 개인 방송 등도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여서, 이벤트 때 숨은 능력자들이 많이 발굴되지 않을까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 있게 다룬 것은 바로 설아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부정적인 게 더 많았다.

왜 하필 고레벨도 없는 아르곤 산맥 일대를 맡는다고 했을까.

아르곤 산맥 남쪽은 100레벨 이하가 주로 머무는 곳이고, 산맥 근처의 북쪽 일대는 100레벨 이상도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유저들이 100레벨이 되면 중앙으로 가려 한다.

거대도시들도 많고, 수도가 있어서 다양한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 아르곤 산맥을 막 지나 북쪽에 접어드는 구간은 잠깐 머무는 장소여서 고레벨도 거의 없고, 유저들이 NPC와 굳이 친밀도를 높이려 하지 않았다.

“인기만 쫓는 여자는 아니라는 건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건가.”

이서우는 묘한 시선으로 설아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잘나가는 게임 진행자라면 전신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

인지도가 높으니 글로벌사 측에서도 그녀를 앞세워 홍보에 힘쓰는 게 당연하다.

한데, 가장 이슈가 적은 곳으로 오다니.

이런 상황을 1위 게임 방송사는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광고 수익을 생각하면 최대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는 것은, 이번 결정에 진행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른 글들도 차분히 살펴보았다.

대부분은 이벤트와 관련된 것이었다.

다른 사이트들도 두루 살펴보았는데, 게임과 관련된 곳뿐만 아니라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었다.

“광고비 엄청 썼겠네. 그래도 뉴 월드는 엄청난 이득을 보겠지.”

이벤트 공지 이후 주말 사이에 늘어난 이용자만 500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벤트까지 다시 500만 이상이 늘고, 끝이 나도 이벤트 전보다는 더 빠른 속도로 이용자가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벤트와 관련된 글을 보던 중 한 가지 재미있는 내용이 있었다.

“중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라. 신빙성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현재 뉴 월드는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나라들에 들어가 있다.

중국은 여전히 정부 통제하에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어 뉴 월드가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15년 전과 다를 바 없어, 뉴 월드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어떻게 뚫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중국 시장을 단기간에 뚫기는 힘들 거라 내다봤다.

뉴 월드도 그 조언을 받아들였는지 고민 끝에 해결책을 내놓았는데, 그게 바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정부가 나서서 뉴 월드 오픈을 막고 있어도 세계적인 흐름까지 거스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이벤트가 사실은 중국 시장을 노리고 진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일부에서는 나왔다.

이서우는 몇 가지 정보를 더 살피고는 접속 베드로 갔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끝내고 누웠다.

‘확실히 편하단 말이야.’

접속 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해서, 5~6시간 게임을 하고 나와도 불편함이 거의 없었다.

이서우는 ‘이래서 좋은 걸 쓰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뉴 월드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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