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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58화 (58/341)

# 58

레벨이 갑이다

58화

“내가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인간이네.”

“네? 인간이 문제라고요?”

몬스터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서우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궁금했다.

왜 여기서 인간이 등장하는 걸까.

“이 주변에는 산적이나 도적단 같은 백해무익한 인간들이 많네. 사람들을 약탈해서 이득을 취하지. 하지만 최근 내가 강해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더니,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네. 마을 근처까지 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야. 단언하건대 내가 이곳에 온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네.”

이서우는 그제야 베손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다.

몬스터들도 지능이 있지만 인간처럼 복잡한 생각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산적 같은 인간형 몬스터는 다르다.

그들이 무리를 지으면 마을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그런 집단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됩니까?”

“산적들도 종류가 여럿이네. 잘난 것도 없는 놈들이 앞에 자기 이름을 붙여서 최고입네 하는데 우습지. 하지만 그들 중에서 몇몇은 꽤 강한 우두머리가 있다네. 강한 자들은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을 거느리고 있지.”

“한 집단이 그렇다는 겁니까?”

“그러네. 한 집단의 숫자네. 그런 집단이 최소 백 군데가 넘네.”

“엄청나네요.”

“그래서 걱정일세. 지금까지는 자기들이 최고라고 떠들어 대면서 서로 싸움을 했는데, 최근 뭔가 기류가 달라진 것 같네.”

“단독 행동을 하던 몬스터가 뭉치듯 그들도 서로 힘을 합치고 있다는 뜻이겠군요.”

“맞네! 아직 확인된 바는 없지만 난 그렇게 보고 있다네.”

베손의 말이 맞는다면 그의 염려가 이해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몬스터 대규모 침공이 눈앞에 닥쳤는데 인간형 몬스터가 힘을 합쳐서 지능적으로 나온다면 마을에 아무리 많은 유저들이 있어도 방어하기 쉽지 않았다.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그게 좀 애매해.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분명 그 어떤 단체에도 나를 능가하는 자가 없었네. 하지만 최근 들어 나와 비슷한 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네.”

“베손 님과 겨룰 수 있을 정도라고요? 도적이 말인가요?”

“그렇다네.”

“직접 보지는 못하신 겁니까?”

“최근 무리를 지어 마을까지 온 적이 있는데, 멀리서나마 그자의 존재를 느낀 듯했네.”

“그렇다면 거의 확실한 거겠군요.”

이서우는 베손의 감각을 믿었다.

‘뱀파이어처럼 특수한 직업으로 전직한 유저겠군. 베손과 비슷한 정도라면 꽤 고렙일 것 같은데.’

이서우가 최근 전신의 레벨을 확인했는데, 벌써 170을 훌쩍 넘겼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사람들은 전신의 레벨을 두고 놀라워한다.

하긴, 이서우가 게임을 시작할 때만 해도 130 정도였으니 사람들이 놀랄 만했다.

물론 이서우의 레벨 업 속도는 그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 사람들이 알았다면 버그를 썼다며 뉴 월드에 따졌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전신이 최고 레벨을 매일같이 갱신하면서, 그를 따르는 2위 그룹에도 변화가 왔다.

레이드 몬스터를 잡아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다소 느린 움직임을 보이다가, 1등이 치고 나가니 그들도 미친 듯이 레벨 업에 매달린 것이다.

하지만 1위와 2위의 차이는 20레벨.

생각보다 차이가 커서, 전신이 그만큼 더 사람들에게 대단한 존재로 각인이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자네를 따로 보자고 한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네. 난 자네가 이번 일을 조사해 줬으면 좋겠네.”

베손의 부탁

베손은 10년 이상 아고나 마을에서 지냈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상황에서 많은 위로를 받은 마을이어서 이곳에 가지는 애정이 남다르다.

하지만 최근 몬스터들의 이상행동과 인간들의 변화로 베손의 걱정은 점점 깊어만 갔다.

특히, 산적과 도적단이 마을을 넘본다는 소문을 듣고 난 뒤에는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하고 있다.

직접 움직이고 싶지만 자리를 비운 틈에 마을이 침략당하기라도 하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그때 마침 당신이 베손의 앞에 나타났다.

베손은 당신과의 대결에서 이번 일을 맡겨도 괜찮겠다는 확신을 품었다.

난이도 : B

완료 조건 : 경쟁 관계이던 산적과 도적단, 습격단, 약탈단 등이 연합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베손과 대적할 정도의 강자가 있는지도 확인하라.

성공 시 보상 : 5레벨 경험치, 500골드, 중급 강화석 5개, 명성 300.

실패 시 : 7레벨 다운, 명성 500 하락, 베손과의 친밀도 하락.

‘확인만 하면 되는군. 이 정도면 그리 어렵지 않지.’

이서우는 그 많은 인원을 다 쓸어버리라는 퀘스트가 아니라서 안도했다.

만약 그들 중 핵심이 되는 집단을 처치하라는 퀘스트였다면 꽤 애를 먹었을 것이다.

“제가 말씀하신 일을 맡겠습니다.”

“역시, 자네라면 들어줄 줄 알았네.”

이서우는 ‘뭐, 이 정도야.’ 하는 마음이었지만, 베손의 다음 말은 안도하는 이서우의 급소를 가격했다.

“참,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이 있네.”

“한 가지 더요?”

“왜? 힘든가?”

“아닙니다. 이왕이면 몰아서 하는 게 낫죠.”

“그럼 내가 말했던 그 강자를 처치해 주게.”

“…….”

바로 조금 전에 처치 퀘스트를 받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힘든가?”

“아닙니다.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네. 나를 압도한 실력자이니 충분히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네.”

“……네.”

베손의 부탁 2

베손은 자신과 비견되는 실력을 가진 자가 산적들 중에 있는 것을 느끼고 불안해했다.

마을을 비워야 할 일이 있어도 절대 나서지 않고 지켰다.

경비병들을 데리고 그를 잡을까도 했지만, 그 틈에 다른 산적들이 오면 손해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는 일.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당신을 만난 베손은 쾌재를 불렀다.

특히 대결을 통해 당신이 강한 힘을 보였을 때는 그동안 가졌던 불안감이 씻은 듯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이에 베손은 당신에게 그의 처치를 부탁하게 된다.

난이도 : B

완료 조건 : 베손이 느낀 존재를 처치하라.

*힌트 : 베손이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강한 도적이다.

성공 시 보상 : 5레벨 경험치, 500골드, 중급 강화석 5개, 명성 300.

실패 시 : 7레벨 다운, 명성 500 하락, 베손과의 친밀도 하락.

이서우가 곤란해한 것은 그 많은 도적 중에 누가 베손이 신경 쓰는 실력자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실컷 베손과 비견되는 인물을 처치하고서도 퀘스트를 완료 못 하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한데 힌트에 그가 누군지 찾을 단서가 있어 안도했다.

‘가장 강한 자라면 오히려 편하지. 실력이 비슷한 자가 다 해당되면 고생깨나 했겠어.’

“휴우, 이제는 조금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겠구먼. 형님께서는 그 옛날에도 날 도와주시더니 이렇게 또 좋은 인재를 보내 주시다니.”

흐뭇해하는 베손을 보니 이서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전 이만 맡기신 일을 하러 가 보겠습니다.”

“참, 이걸 가지고 가게.”

“이건…….”

“지도라네. 우리 부하 녀석들이 열심히 만든 것이니 유용하게 사용하게.”

“네!”

이서우는 산적이나 도적단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나와 있는 지도를 보며 활짝 웃었다.

지도가 있으면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다.

‘잘하면 이벤트 전에 퀘스트를 완료할 수도 있겠는걸.’

이서우는 베손과 인사를 하고 성을 빠져나왔다.

두 퀘스트가 하나로 엮여 있어서 한 번에 10레벨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두 퀘스트를 다시 한 번 확인하던 이서우는 한 가지 그 동안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강화석을 계속 받아 놓고 쓰지도 않고 있었네.”

쓰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검색하는 것도 소홀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아이템을 알아보면서 가격이 어떤지 확인했지만 최근에는 살펴보지 못했다.

이서우는 이벤트에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무기를 강화하기로 했다.

-강화할 수 없는 장비입니다.

“엥? 강화가 안 돼?”

혼잣말을 할 때보다 목소리가 컸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 돌아보았다.

“등급에도 안 맞는 강화석 쓰고 강화가 안 된다고 하나 봐. 이곳에 왔으니 2차 전직 유저라는 건데, 그런 기본 상식도 모르나.”

“그러게. 이번 이벤트 때문에 무리해서 온 것 같은데, 장비를 좀 더 맞춰야 할 것 같은데, 그치?”

“내 말이. 딱 봐도 희귀 장비인 것 같은데, 저래서야 몬스터 1마리라도 잡겠어?”

파티로 보이는 무리들이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했다.

이서우는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으로 가서 중급 강화석으로 다시 한 번 강화를 시도해 보았다.

-강화할 수 없는 장비입니다.

“안 되네. 진화가 가능한 장비라서 그런가.”

이서우는 다른 장비를 강화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목걸이의 경우에는 강화를 해도 손해는 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다른 장비들은 강화석이 아까웠다.

거래 중개소에서 강화석 가격을 확인했다.

‘하급은 개당 10만 원이고 중급은 30만 원이네. 이벤트 다가오니 가격이 오르네.’

강화석은 등급에 상관없이 다 사용할 수 있지만, 하급으로 4강까지 가려면 몇 개나 사용해야 해서 차라리 중급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급은 3강까지, 중급은 7강까지만 사용했다.

그 이상 강화에서 쓰는 건 오히려 실패가 많이 떠 더 손해였다.

현재 강화석은 최상급까지 나왔는데, 개당 무려 100만이나 했다.

7강부터는 실패 확률이 높아 풀 세트를 전부 다 최고 단계까지 강화하려면 수억이 들어간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번쩍번쩍 빛을 내는 장비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아마 그런 효과 때문에 사람들은 더 강화에 목을 매는지도 몰랐다.

강화석을 팔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나중에라도 강화가 가능한 아이템을 구하면 그때 쓸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다.

거래 중개소에서 볼일을 끝낸 이서우는 지도에 나와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을 목표로 삼았다.

“가까운 곳도 몇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네. 다 돌아보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는걸.”

이벤트까지는 게임 시간으로 이틀 정도가 남았다.

그 안에 살펴보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마을을 쭉 둘러보면서 산적이나 다른 몬스터 처치 퀘를 받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보상 경험치는 증가하지만 레벨이 오르면서 10퍼센트를 넘는 퀘스트가 거의 없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두 퀘스트에 집중하는 게 나았다.

아르곤 산맥에서 올라왔기에 아고나 마을 남쪽부터 살펴보기로 하고 남문으로 갔다.

남문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 되자 유저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땅덩어리가 워낙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머물러 있어도 뿔뿔이 흩어지니 갈수록 유저들이 보이지 않았다.

보는 사람이 없으니 이서우는 속도를 높였다.

첫 지점은 대략 50킬로미터다.

마나를 담은 속도라면 1시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힘껏 땅을 박차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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