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레벨이 갑이다
61화
택시에 앉아서 대박 사고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최근 한 일이라면 접속 베드를 산 것과 식기세척기와 로봇 청소기를 산 것, 재활 훈련을 한 정도다.
그 외에는 가벼운 운동과 뉴 월드를 한 게 전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게 없는데. 설마 내가 레벨을 너무 빨리 올려서 그런 건가?”
현실에서 사고를 쳤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였다. 그렇다면 남은 건 뉴 월드다.
한데, 뉴 월드에서 그가 한 것이라고는 레벨 업밖에 없었다.
퀘스트 열심히 하고 사냥에 매진해서, 초단기간에 115레벨을 찍었다.
뉴 월드를 이용하는 1억 명 이상의 유저들 중에 단연코 가장 빠른 속도였다.
현재 공식 랭킹 1위인 전신조차도 이서우의 레벨 업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가 보면 알겠지.’
이서우는 해답도 없는 문제를 오래 고민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대신 가는 동안 펫에 대해 검색했다.
‘주로 보조형을 많이 쓰는구나. 그래서 노출이 안 되는 거였고. 아무래도 백호는 공격형 같은데.’
펫을 가진 사람도 많지 않을뿐더러, 소유하고 있어도 대부분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올려 주는 보조형이었다.
보조형은 공격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경험치를 주지 않아도 된다.
그에 반해 공격형은 최하 10퍼센트는 반드시 경험치를 분배해야만 해서 갈수록 레벨 업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았다.
게다가 보조형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 투명화를 유지할 수 있어 죽을 일이 없었다.
얻는 과정도 힘들고 돈도 많이 들기에, 쉽게 죽는 것을 아무도 바라지 않았다.
펫에 대한 정보를 살피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이벤트 시작 전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룸 형식의 공간을 미리 예약했다.
음료를 주문한 뒤 직접 가지고 약속된 공간으로 갔다.
“야! 너…….”
“아까 전화로도 그러더니, 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냐?”
“난 민수의 심정 이해한다.”
이서우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두 친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일단 영상 하나 보고 시작하자.”
“영상?”
“그래. 그걸 봐야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까.”
이서우는 대체 무슨 영상이기에 이렇게 호들갑을 떠나 싶었다.
박민수는 탁자에 있는 홀로그램 시스템과 자신의 스마트 워치를 연동시켰다.
곧 탁자에서 28인치 정도 되는 홀로그램이 솟아올랐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설아예요! 드디어 오늘 이벤트 날이 다가왔네요. 우리는 뉴 월드 측의 배려로 하루 전 드론들을 테스트할 기회를 얻었답니다. 그래서 오늘 미리 우리가 방송하게 될 지역을 살펴볼 거예요. 생방송으로 진행 중이니 끝까지 따라와 주세요. 참, 그리고 제가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도 풀어놓도록 할 테니 기대해 주세요!
익숙한 목소리와 비주얼에, 이서우는 가만히 영상에 집중했다.
설아의 말이 끝나자 영상은 뉴 월드로 옮겨 갔다.
이서우는 화면에 비친 곳이 어딘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세 마을이 한 번에 다 나오네.’
한 화면을 3개로 나눠 각각 따로 마을을 보여 주고 있었다.
화면에 뜨는 마을은 다론, 포르틴, 루테인이었다.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 주는 걸로 봐서는 여러 대의 드론이 각각의 마을을 찍고 있는 것 같았다.
이어 화면은 아고나로 향했다.
-이렇게 네 곳이 우리가 이번 이벤트 때 살펴볼 곳이랍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활약…….
환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하던 설아의 멘트가 갑자기 중단되었다.
그러고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방송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 죄송해요. 갑자기 소식이 들어왔네요. 지금 한 유저가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니 잠시 그곳으로 가 보도록 할게요!
이서우는 드디어 친구들이 말한 대박 사고에 대한 이유가 나올 것이라 여기고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화면이 바뀌었다.
이서우는 바뀐 화면을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헉, 저건 나잖아!’
드론이 잡은 화면은 바로 이서우가 한창 산적들과 싸우는 장면이었다.
-어머! 벌써 저렇게나 진행이 됐다니……. 시청자 여러분, 지금 아고나 마을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산적과 도적, 약탈꾼이 한 유저에 의해 초토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시고 계십니다. 과연 저 유저는 누구일까요?
진행자의 말에 화면이 점점 확대되었다.
뉴 월드 측에서 특별히 준비한 것이어서 줌을 엄청나게 당겼는데도 화질에 손상이 없었다.
하지만 워낙 스피드가 빨라서 서우의 얼굴은 뚜렷하게 확인할 수가 없었다.
-대단하네요. 뉴 월드 측에서 꽤 공을 들여 드론을 준비했는데도 저 유저의 스피드를 잡아내지 못하다니! 뉴 월드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을 방송했지만, 저렇게 뛰어난 유저는 처음 봐요. 아! 수백 명이나 되는 몬스터들이 쓰러졌네요. 아마 저 중에는 특수 직업을 선택한 유저도 있겠죠. 이제 전투가 끝나려는 것 같으니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앗! 사라졌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설아의 목소리에 당황스러운 감정이 역력히 드러났다.
하지만 영상을 보고 있는 이서우의 얼굴은 그보다 몇 배나 놀란 모습이었다.
-찾았습니다! 현재 의문의 유저는 빠르게 서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하네요. 그럼 따라가 보겠습니다. 저 유저가 대체 뭘 하려는지 끝까지 보여 드릴게요. 설아의 이름을 걸고, 제가 반드시 저 유저의 정체를 밝혀내겠어요!
화면이 반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설아가, 다른 쪽은 이서우를 힘겹게 따라가는 드론이 찍는 화면이 나왔다.
거기까지 방송이 나오자 화면이 꺼졌다.
아니, 박민수가 껐다.
“저거 너지?”
“…….”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랑 종명이는 안다. 친추 목록에 네 모습이 3D 영상으로도 나오는 거 알지?”
“와, 침묵하는 걸 보니 맞나 보네. 대박!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저 정도면 전투 능력은 전신과 비견될 것 같은데.”
듣고 있던 류종명은 확신하듯 말했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으니 표정만 봐도 다 아는 것이다.
박민수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이틀 겪은 사이도 아니니 지금 표정이 뭘 뜻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너 렙 몇이야?”
“115.”
“헐, 대박! 벌써 2차 전직 끝냈겠네?”
“그래. 끝내고, 아고나 마을로 가서 받은 첫 퀘스트가 저거였다.”
“지금 저 영상에 대한 관심이 장난이 아냐. 드론이 번갈아 가면서 영상을 찍고 바로 올리고 있는데, 6시간 정도 된 첫 영상의 조회 수가 벌써 1천만을 넘겼어. 지금 저기 나온 사람이 누구냐며 난리다, 난리.”
“저게 뭐 그리 난리 칠 일이라고.”
“와, 얘가 벌써 어깨에 힘 들어갔네. 종명아, 네가 설명 좀 해라.”
박민수는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이서우를 한번 쳐다보고는 아이스커피를 길게 한입 빨았다.
“저기 나온 산적, 도적, 약탈꾼 같은 인간형 몬스터들은 같은 레벨이라도 일반 동물형보다 상대하기가 까다로워. 지금 얼핏 보니 130레벨 초반대까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몬스터들도 픽픽 쓰러지니 당연히 놀라지.”
“전신도 저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잖아.”
“당연히 할 수 있지. 전신은 이미 170레벨을 넘겼으니까. 게다가 이번 이벤트 때문에 무기는 초월까지 했더라.”
“초월?”
“어. 유일은 15강이 최고인데, 초월을 하면 20강까지 가능하거든. 근데, 초월 강화는 아이템이 파괴될 염려가 있어서 웬만해서는 잘 안 해. 보호 주문서가 있긴 한데 너무 비싸서 아무나 쉽게 쓰지도 못하고.”
“돈을 갖다 발랐네. 발랐어.”
“당연하지. 초월석을 써야 해서 아마 엄청나게 발랐을 거야. 강화석은 또 어떻게 구했는지. 하여튼 대단한 사람이야. 재벌 3세나 4세라는 소문도 있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뉴 월드를 즐기고 있다.
재벌들도 꽤 있다는 소문이 있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금전적인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1차 전직 이후로는 거의 영웅 이상의 아이템을 맞춘다.
2차 전직부터는 아예 강화가 되어 있는 걸 풀 세트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톱 랭커들 중에 부자가 많다.
이벤트 공지가 떴을 때도 상당수의 유저들은 우려를 표했다.
뉴 월드 측에서는 자신들만의 공정한 점수 체계를 가지고 채점을 한다고 했지만, 장비가 좋은 유저들이 유리한 게 아니냐며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하여튼 어딜 가나 돈질하는 사람들은 있네.”
“당연하지. 몇억 우습게 쓰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냐? 대한민국 1퍼센트 안에 드는 사람들은 몇천만 원 쓰는 건 우습지. 높은 등급의 아이템은 가격도 잘 안 떨어지니 손해도 별로 없고.”
연봉 2억이 넘어야 대한민국 소득 1퍼센트 안에 든다.
자영업자와 프리랜서까지 포함하면 3억 이상은 벌어들여야 했다.
그런 사람들은 모아 둔 자산까지 있어 1억 정도는 큰 고민 없이 쓴다.
그들은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투자가 필수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야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시간의 중요성도 알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더라도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어쩔 거냐?”
“어쩌긴 뭘 어째. 그냥 열심히 이벤트 참여해야지.”
“너 설아 씨가 얼마나 집요한지 모르는구나.”
“얼굴도 제대로 안 잡혔잖아.”
최종 영상까지 보지 못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신원이 확인되었다면 미리 말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안심하긴 일러. 이벤트 때 네가 활약을 하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어.”
“가면이라도 써야 하나?”
“그러면 더 의심받지. 차라리 산적들과 싸울 때처럼 쉬지 말고 열심히 움직이는 게 나아.”
“그럼 그렇게 해야겠네. 어차피 1등을 노리고 있으니 부지런히 움직이지 뭐.”
이서우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지만, 두 친구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친구가 엄청난 활약을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영상이 나가자마자 너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서 혹시라도 피해를 입을까 걱정이 되었다.
뉴 월드가 스타를 낳고는 있지만 사생활이 다 까발려지면서 고통을 받는 사람도 꽤 있었다.
처음에는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자신을 드러내지만, 과거의 행적들이 밝혀지면서 피해를 입는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연락 한번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관심을 보이고 귀찮게 하니 잠수를 타는 사람도 있었다.
박민수와 류종명은 이미 그런 사람들을 수차례 봤기에 염려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난 이 영상 때문에 온 관심이 아고나 마을 쪽으로 쏠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저 정도 플레이어가 나타났으니…….”
“다들 이벤트 한다고 바쁠 텐데 관심 가질 틈이 있을까?”
“네가 뭘 몰라서 그래. 이벤트니까 더 많은 관심을 가지지.”
“맞아. 다들 전신이 1등 할 줄 알았는데 강력한 경쟁자가 나왔으니 당연히 더 관심을 가질 거야.”
“영상을 찍어서 소장하려고 아주 난리도 아닐 거다.”
“그뿐이겠어. 당장 네 팬 카페부터 생길걸. 회원 수는 하루 만에 10만 정도 예상해 본다.”
박민수와 류종명은 죽이 척척 맞았다.
하지만 이서우는 약간 다른 생각이었다.
“너희들 말대로 전신이 있잖아. 이런 영상이 나돌았으니 그 사람도 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려 하지 않겠어?”
“그건 그렇지. 하지만 전신이 가지지 못한 걸 네가 가지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그걸 물어보려 했는데, 깜빡했네.”
“뭔데?”
“너 쉬지 않고 40시간을 싸우더라?”
“쉬기는 했지. 이동하면서.”
“이동도 그래. 근접 계열은 보통 그렇게 빠르게 이동 못해. 스킬을 연속해서 쓸 수도 없으니 그것도 불가능하고. 원거리 계열 중에서 이동속도를 빠르게 해 주는 직업도 있기는 해. 하지만 지속적으로 마나가 소모되기 때문에 전투까지 이어서 하는 건 불가능해.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마나가 얼마나 되기에 그렇게 펑펑 써 대도 남는지 이해가 안 돼.”
“그냥 조금 특수한 기술을 익힌 거야.”
자세히 말해 줄 수 없어 이서우는 대충 넘겼다.
친구들도 그런 그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비단 마나에 대한 것만 아니라 그들은 궁금한 것이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이서우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이벤트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셋은 자리를 파하고 접속 방으로 향했다.
* * *
“오빠, 강적이 나타났는데?”
“강적은 무슨. 고작 100레벨에서 130레벨 몬스터를 처치한 것뿐인데.”
“하지만 난 랭커 중에 저런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 오빠는 들어 봤어?”
“내가 그런 데 신경 쓸 만큼 한가해 보이냐?”
“피. 맨날 나 끌고 다니면서 노가다나 시켜 놓고!”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사내는 바로 전신이었다.
그에 대한 것은 상당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그를 보며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전신의 친동생, 박효주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어릴 때부터 예뻐해 주었기 때문인지 그를 잘 따랐다.
“그래서 너도 레벨 많이 올랐잖아.”
“그러면 뭐 해? 비공갠데.”
“공개돼 봐야 좋을 것도 없어.”
“그래서 오빠는 그렇게 대놓고 공개한 거야?”
“나야, 뭐…….”
전신은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걸 드러내는 편이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활동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은근히 자신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이벤트는 오빠 혼자 하는 게 낫지 않겠어?”
“마나 때문에 안 돼.”
“내가 무슨 마나 채워 주는 사람이냐?”
“어.”
“우, 씨!”
박효주는 콧등을 씰룩거렸지만, 이내 ‘흥’하는 소리를 내며 전신에게서 고개를 돌려 버렸다.
하지만 박효주는 전신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결국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음을 이번 기회에 똑똑히 보여 주마.’
전신도 이서우의 동영상을 보았다.
사람들의 반응도 살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자신과 비교하며 곧 전신을 능가할 거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전신은 자존심이 상했다.
쉼 없이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 조금 특이하다 여겼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가 누구든 결코 자신의 라이벌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강자가 누구인지 보여 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를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전신은 이번 이벤트를 위해 준비했던 것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을 다짐하며 마을로 향했다.
* * *
“설아야, 대박이다. 대박!”
“아직 멀었어.”
“야, 조회 수 1천만 넘은 지 10분도 안 돼서 200만 명이 또 봤어. 이 정도면 최단 기간 1억 조회 수도 거뜬해. 광고만 해도…….”
게임 진행자들의 수입원 중 하나가 바로 광고였다.
진행자들은 프로그램 출연료를 받지만, 인기가 높은 사람들은 광고 수익 중 일부를 받을 수 있다. 그렇게라도 인기 진행자를 잡으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니까.
설아는 이쪽 업계에서는 독보적인 1위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 대박을 터트렸다.
만약 동영상의 주인공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그녀의 연간 수익은 수백억을 넘길 수도 있었다.
아니, 영상에 나온 주인공과 계약해서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생산해 낼 수만 있다면 그녀는 한 번 출연에 수백억을 받는 할리우드 톱 배우들처럼 엄청난 수익을 낼 수도 있었다.
“돈은 이미 많이 벌고 있잖아.”
“돈은 많을수록 좋은 거야.”
“오빤 그 사람의 플레이를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았어?”
“뜨거워졌지. 돈줄이 생겼으니.”
“됐어. 말을 말아야지. 어떻게 그런 전투 장면을 보고 그따위 생각을 해? 난 그 사람이 싫다면 대중에게 알릴 생각 전혀 없으니 그 사람 덕에 이득 볼 생각은 버려.”
“네네, 알았습니다요.”
이설아는 웬일로 오빠가 자신의 말에 쉽게 수긍하냐는 표정이었다.
‘넌 너무 순진해서 안 돼. 이런 기회가 평생 또 올까? 이번 기회에 그 유저를 이용해 확 벌어들여야지. 너도 늙으면 이 바닥에서 밀려. 나중에 그걸 깨닫게 되면 내게 고마워할 거다.’
이준민은 설아의 말을 수긍하는 척하며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