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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66화 (66/341)

# 66

레벨이 갑이다

66화

저녁 늦은 시간이 이벤트 시작이어서 첫날은 자정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아고나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9시에 집을 나선 이서우는 병원을 찾았다.

“와, 서우 씨, 요즘 운동 잘 챙겨서 하시나 봐요. 상태가 많이 좋아졌는데요?”

“그런가요?”

“네. 근육량도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처럼만 하시면 금세 예전 모습을 회복하실 거예요.”

이서우는 고개를 돌려 잠시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았다.

확실히 처음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보다는 많이 회복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아직은 정상 체중보다 30퍼센트 정도는 부족했다.

이서우는 40분 정도 운동을 하고는 약속 장소로 갔다.

친구들이 연차를 사용하면서까지 이번 이벤트를 즐긴다고 하니 이서우도 뺄 수가 없었다.

물론 집에서 하는 게 더 편할 수도 있다. 접속 베드도 고급형을 샀으니. 하지만…….

‘역시 게임하는 분위기는 접속 방이지.’

앞으로 혼자 하게 될 날은 많을 것이다.

게다가 이벤트를 자주 하는 것도 아니니 친구들과 즐겁게 논다는 생각으로 임하기로 했다.

자주 가는 카페로 가니 친구들은 미리 나와 있었다.

“빨리도 왔다.”

“궁금해서 집에 붙어 있을 수가 있어야지.”

“궁금? 뭐가?”

“종명아.”

“알았어.”

박민수의 눈빛이 류종명에게로 향하자 바로 동영상 하나가 떴다.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N게임넷 최고 진행자 설아였다.

그녀는 살짝 홍조를 띤 얼굴에 감정이 충만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뉴 월드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흥분되고 가슴이 떨렸던 적이 있었던가요? 심지어 전신 님조차도 절 이렇게 들뜨게 만들지 못했는데 저분은…… 마치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요. 아아!

설아는 거칠면서도 나비가 나풀거리는 것처럼 우아한 움직임으로 몬스터를 파괴하는 한 사내의 모습을 보며 몽롱한 눈빛이 되었다.

주변 일대가 순식간에 정리되면 또 영역을 넓혀 가고, 그렇게 수천 마리의 몬스터들이 쓰러졌다.

사내는 쉬지 않았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해서 힘이 나오는지, 몇 시간이고 대검을 휘두르며 몬스터를 처치해 나갔다.

설아는 온 신경을 그에게 쏟았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때로는 자신이 방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오늘 아침 혹시나 하고 검색해 봤는데, 저런 게 떡하니 돌아다니더라. 그것도 아주 무서운 기세로 조회 수가 상승하면서.”

“나도 이벤트가 어떻게 되고 있나 자료를 살피는데, 네 영상 반응이 장난 아니더라. 댓글이 벌써 수십만 개나 달려서 놀랐다.”

박민수에 이어 류종명까지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이서우는 얼른 동영상을 꺼 버렸다.

드론이 촬영한다고 했을 때부터 예상은 한 일이다.

그래서 이서우도 미친 듯이 사냥에 집중하지 않았던가.

“난 레벨 업 때문에 한눈팔 여력이 없었는데, 쪼렙들이 여유가 많다?”

“아오, 이 자식, 고레벨 됐다고 자랑이냐?”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박민수가 팔로 목을 감싸려 했지만 이서우가 슬쩍 피해 버렸다.

“그나저나 앞으로 너 괴롭겠다.”

“괴롭긴 뭐가?”

류종명은 다시 영상을 틀었다.

설아가 나오는 영상이었는데, 그녀의 프로필이었다.

이서우는 뜬금없이 이런 걸 왜 보여 주냐며 류종명을 쳐다보았다.

“설아 양이 좀 집요하거든. 전신에 대한 것도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많이 알아냈는데, 전신의 요청으로 공개를 하지 않았지.”

“나도 소문으로 들었는데, 비공개 유저들 중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

“그러니까 저 여자가 날 찾아낼 거다?”

“이벤트에서 네가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지.”

“어제처럼 제대로 얼굴만 안 보여 주면 되는데, 뭘.”

두 친구가 한목소리로 말했지만 이서우의 표정은 그다지 걱정이 없어 보였다.

그때 류종명이 안경을 습관처럼 바로잡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넌 어제 치명적인 실수를 했어.”

“실수?”

“그냥 실수도 아니고 치명적인 실수.”

류종명의 단호한 말에 이서우는 떠오르는 게 있었지만 설마 그게 치명적일까, 싶었다.

하지만 류종명은 그가 떠올린 바로 그 부분을 지적해 왔다.

“너도 아마 영상을 보면서 느꼈겠지만, 네 펫이 사람들에게 노출됐어.”

“나도 그 말 하고 싶었어. 뉴 월드 유저 대부분이 보조형 펫을 쓰는데 넌 대놓고 공격형을 썼잖아. 마을에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파티 사냥을 하게 되면 바로 드러날 거야.”

박민수도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류종명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서우도 사실 동영상을 보면서 그 부분이 신경 쓰였다.

백호가 워낙 작아 눈으로 좇기는 힘들지만, 드론의 성능은 생각보다 월등했다.

이서우는 공격 동작으로도 얼굴이 살짝살짝 가려지지만 백호는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작고 빨라 잡기 힘들 줄 알았는데, 이서우의 오산이었다.

“민수 말이 맞아. 흐릿하기는 해도 색깔이 눈에 잘 띄는 하얀색이야. 크기도 다른 펫들에 비해 작고.”

“사람들은 뭐라고 하는데?”

“여자들은 귀엽다는 반응이 많고, 남자들은 자기 비하형 댓글이 많아.”

“자기 비하형?”

“펫보다 못하니 게임 접어야겠다는 식이지, 뭐. 박민수 너, 뭐 찔리는 거 있어?”

“아, 아니.”

류종명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박민수가 애써 시선을 회피하는 것을 보고 지적했다.

“민수가 왜?”

“왜긴 왜겠어. 자기도 거기다 댓글 달았으니까 저러겠지. 사람들이 동영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싶어 댓글들 쭉 살펴봤거든. 근데 민수 댓글이 보이더라고. 뭐라더라…….”

“헉! 쉿! 남의 프라이버시를!”

“프라이버시 같은 소리 하네. 댓글은 공개거든!”

“뭐라고 해 놨기에?”

이서우도 궁금해서 류종명을 재촉했다.

그러자 류종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펫한테 한 대 맞으면 나 같은 쪼렙은 죽는 거 아니냐면서 무슨 놈의 펫이 저리 세냐고, 사기라고 했지, 아마?”

“아, 그랬어?”

이서우와 류종명의 시선이 동시에 박민수에게로 향했다.

“야, 솔직히 조그만 놈이 너무 세잖아!”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박민수는 괜히 엄살스럽게 말했고, 그의 표정을 보며 이서우와 류종명은 소리 내어 웃었다.

뻔뻔한 성격의 박민수라 저렇게 앓는 소리는 잘 하지 않기에 그의 반응이 재미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민수의 투덜거림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서우와 펫의 활약을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갈 정도로 몰입해서 봤지만, 영상이 끝나고 나니 작은 펫보다 못하다는 허탈감이 밀려왔다.

“하긴, 펫이 좀 강하긴 했다. 나도 인정.”

“거봐, 너도 인정하잖아. 근데 너 그런 펫은 어디서 구했어?”

“직업하고 연관 있는 것뿐이야. 나도 우연히 얻게 되었고.”

“하여튼 대단하다니까. 지금 전신보다 네 영상이 조회 수가 더 높아.”

“맞아.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야. 네 정체를 밝혀내면 10억을 준다는 사람도 있어.”

“돈이 주체 못 할 정도로 많나 보네.”

“뉴 월드에 그런 사람들 좀 되지.”

동영상은 설아에서 다시 이서우로 넘어가 있었다.

‘생각보다 멋있게 나왔네. 나라도 반할 만하겠어.’

강력한 힘, 거침없는 행동, 기세만으로도 몬스터들을 압도하는 모습이 충분히 시선을 잡아끌었다.

“아마 오늘 내내 네가 이벤트 첫날 했던 플레이가 업데이트될 거야. 그러니 특히 마을 다닐 때 조심해.”

“언제 유명 인사가 될지 모르는데, 이거 미리부터 사인 받아 놔야 되나?”

“사인은 무슨.”

이서우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사인이라니.

사실 동영상이 화제가 되는 것도 이서우는 어리둥절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어 있다니.

“혹시라도 나중에 설아 양 만나면 사인이나 좀 받아 놔.”

“그놈의 사인 타령은.”

“설아 양 사인 받기가 얼마나 힘든데. 스케줄이 빡빡해서 사인회도 통 없어서 팬들이 불만이 많다.”

“네가 불만이 있는 건 아니고?”

“순전히 팬들이 불만 있는 거라니까!”

박민수는 다시 한 번 ‘팬’을 강조했다.

뻔히 속이 보이지만 이서우는 피식 웃어 버렸다.

“근데 서우, 너 어제 이벤트로 몇 레벨 올렸어? 레벨이 비공개로 되어 있으니 볼 수가 있어야지.”

“들어가서 퀘스트 완료하면 135레벨 돼.”

“…….”

115레벨이라고 말한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18레벨이나 올라 있었다.

이서우가 활약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이제 웬만한 걸로는 안 놀란다 싶었는데, 레벨을 듣자마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특수 퀘지?”

“어.”

“확실히 특수 퀘가 대단하긴 하네. 그렇게 단시간에 레벨을 올리다니.”

“그러게. 나도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 대박이다. 이 기세면 이벤트 끝날 때쯤 전신을 따라잡겠는데?”

“전신은 좀 무리야. 랭킹 갱신된 거 보니 벌써 180 다 됐더라.”

“벌써?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전신도 미친 듯이 광렙 중이구나.”

류종명이야 워낙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니 작은 정보들도 찾아보는 성격이지만 박민수는 이서우의 레벨 업 소식에 자극을 받아 미친 듯이 몰입한다고 평소 즐겨 보던 랭킹 소식도 신경을 쓰지 못했다.

“아마 이번 영상을 보면 더 난리가 날걸.”

“천하의 전신이?”

“공식 랭킹 1위라도 너처럼 강력한 펫은 없거든.”

“하긴, 모든 게 다 1등인데 자기한테는 없는 유니크한 펫을 가진 서우를 보면 질투가 날 거야.”

“랭킹 1위씩이나 돼서 펫 때문에 질투를 한다고?”

박민수의 지원사격에, 이서우는 설마 하는 표정이었다.

랭킹 1위가 뭐가 아쉬워서 펫 때문에 질투를 한단 말인가.

“넌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전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당연해. 하지만 전신은 레이드 몬스터는 무조건 자기가 먼저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을 정도로 1등에 집착해. 아마 네 동영상 조회 수가 자기 것보다 더 많은 걸로도 질투할걸.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하지는 않겠지만. 자존심 때문에.”

“맞아. 처음에는 다들 전신의 멋진 모습만 봤는데, 요즘에는 너무 레이드 몬스터를 독점하려는 게 아닌가 해서 불만이 커지고 있어. 그리고 사람들을 모아서 레이드 진행하는데 전설은 무조건 자기 거라고 말한다는 소문도 있고. 물론 대가를 지불한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전설 장비는 상징성이 있어 다들 가지고 싶어 하니까.”

1등은 어딜 가나 공격을 많이 받는다. 전신도 마찬가지였다.

전신의 팬들은 여전히 그를 옹호하지만, 비판의 여론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쩌면 설아 양과 더불어 널 가장 보고 싶어 할 인물은 전신일지도 모르겠네.”

“에이, 전신이?”

박민수는 이번만큼은 류종명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서우가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전신과의 레벨 차가 무려 40이 넘었다.

저렙에서의 40 차이와 고렙일 때 40 차이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특수 퀘스트를 무한대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앞으로 전신을 쫓아가기가 더 힘들어질 거라는 게 박민수의 생각이었다.

“그건 좀 더 두고 보면 되겠지.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분명 접촉하려 할 거야. 설아 양은 아주 대놓고, 전신은 물밑에서.”

“난 그냥 조용히 게임이나 하고 싶다.”

“야, 게임 얘기하니 얼른 하고 싶다. 빨리 밥 먹고 저녁까지 달려 보자.”

“좋지!”

박민수는 몸이 근질거리는지 친구들을 재촉했다.

11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른 점심을 먹고 저녁까지 풀로 접속하기로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푸짐한 한 상을 즐긴 이서우는 뉴 월드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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