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
레벨이 갑이다
69화
이름 : 이서우
하이 레벨 : 155
칭호 : 전설을 잇는 자
*제작 성공 시 높은 등급이 될 확률이 증가한다.
*제작 성공 시 숙련도 경험치가 70퍼센트 증가한다.
*제작 시간이 70퍼센트 단축된다.
*다른 생산 기술을 습득해도 모든 혜택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생산 기술 레벨에 따라 모든 혜택이 상승한다.
*공격력이 10퍼센트 상승한다.
*방어력이 10퍼센트 상승한다.
명성 : 6,350
직업 : 전설의 약초꾼
펠른의 후예로 모든 약초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전설의 약초꾼이 되면 죽은 사람도 살려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이 레벨 특성 스킬
-약초 바르기
-???
……
-???
생명력 : 186,300(+20,400)
마나 : 153,600
공격력 : 31,236(+8,098)
속성 공격력 ▼
물리 방어력 : 9,977(+2,587)
마법 방어력 : 8,924(+2,314)
근력 : 476(+92)
민첩력 : 450(+70)
체력 : 390(+90)
지력 : 100
정신력 : 160(+10)
관찰력 : 125(+10)
잠재력 : 210(+10)
*관찰력 : 약초꾼이 가져야 할 기본 능력이다.
*관찰력이 일정 경지에 이르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잠재력 : 수치가 높을수록 성장 가능성의 폭이 커진다.
보너스 포인트 : 200
뉴 월드에 접속한 이서우는 캐릭터 창부터 살폈다.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마을에 두고 바로 접속을 종료한다고 습득 아이템이나 캐릭터 창도 살펴볼 틈이 없었다.
레벨은 틈나는 대로 봤으니 대충 감을 잡고 있었지만, 정확한 수치를 보는 것은 이벤트 종료 후 처음이었다.
‘잠재력을 300까지 끌어올릴 걸 그랬나.’
몇십 마리 차이로 1등을 놓치니 남은 보너스 포인트가 눈에 밟혔다.
나중을 위해서 아껴 둔 것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밸런스 숙련도 : 6레벨 17퍼센트
밸런스 숙련도가 상당히 많이 오른 덕분에 마나 효율 역시 덩달아 좋아졌다.
‘아이템 지급은 내일이라고 했지? 어떤 게 올까.’
이서우는 아쉬움을 털어 버리고 보상으로 받을 아이템을 떠올렸다.
‘이럴 게 아니라 중개소부터 가 보자.’
이서우는 발걸음을 거래 중개소로 옮겼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벤트가 끝나서 각자 레벨에 맞는 도시로 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북적북적했다.
“야, 진짜 여기서 플레이하다 보면 전장의 지배자를 볼 수 있을까?”
“계집애, 당연하지. 날 못 믿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여태 본 사람이 없잖아.”
“이벤트로 전체 평균 레벨이 10 이상 올라갔잖아. 그러니 아직은 이곳에서 사냥을 할 수밖에 없어. 이 마을에서 놀다 보면 분명 나타나.”
“그랬으면 좋겠다. 만나면 사인도 받고, 사진도 한 장 찍어 달라고 해야지.”
“퍽이나 잘 찍어 주겠다. 그럴 거 같았으면 진즉 모습을 드러냈지.”
“하긴, 설아가 그렇게 호소를 하는데도 안 나타는 걸 보면 수줍음이 많은 사람인가 봐.”
“귀찮은 걸 싫어하는 걸 수도 있고.”
지나가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무시하려 해도 자연스럽게 들렸다.
두 여자만 그런 대화를 하는 게 아니었다. 가는 곳마다 전장의 지배자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진짜 미친 듯이 사냥하길 잘했구나.’
레벨을 올리지 못했다면 계속 이곳에 있어야 했을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린 이서우는 서둘렀다.
거래 중개소 창을 열고 이것저것 검색했다.
‘일반이랑 고급 장비는 진짜 잡템 수준이 됐네. 희귀도 엄청 떨어졌고.’
내일이면 고급과 희귀 아이템은 우르르 쏟아진다. 그러니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갈 수밖에.
하지만 반대로 영웅 이상의 아이템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2배 이벤트로 돈도 엄청 모았을 테니 영웅 이상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겠지.’
사려는 사람은 몰리고 아이템 수량은 적으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갔다.
이벤트 보상으로 주어지는 아이템이 풀려도 수량이 많지 않아 계속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적당히 올린 사람들은 급매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서우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골드도 대박이네.’
이서우의 인벤토리에는 13만 골드 이상이 모여 있었다.
이벤트로 워낙 골드가 많이 쏟아져 가격이 반 토막 났지만 이서우가 획득한 골드는 랭커들보다 몇 배나 많은 수준이었다.
이서우만큼은 아니지만 평범한 유저들도 돈 잔치를 했다.
저녁에만 3~4시간씩 하는 유저도 이벤트 기간 동안 3천 골드 이상을 얻었고, 하루 8시간 이상씩 꼬박 게임을 한 유저들은 1만 골드, 풀 타임으로 즐긴 유저들은 2만 골드 이상을 모았다.
어디 그뿐이랴. 아이템도 풍성했다.
+12강 영웅 아이템 2개와 무강이지만 영웅 아이템 2개까지 인벤토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영웅 장비는 너무 올라서 그냥 현금화한 뒤 빚부터 갚는 게 낫겠어.’
무기를 제외한 장비들은 레벨에 맞춰 바꿔 줘야 하는데, 영웅 아이템 가격이 지나치게 뛰어 버렸다.
중급 옵션만 해도 상당한 값에 거래가 되고 있으니 상급 이상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지만 이서우는 실망하지 않았다.
‘뭐, 팔 때는 좋으니까.’
그가 팔 아이템은 무려 유일 등급이다.
내일 받게 될 이벤트 아이템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강화만 잘하면 꽤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50레벨 유일 최상급 옵션이면 200레벨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130~140레벨대가 이벤트 전보다 몇 배나 늘어나서 수요도 많다.
게다가 최상급 유일 옵션 아이템은 거의 보기 드물었다. 희귀성이 높으니 분명 좋은 값에 팔리리라.
이서우는 랭킹 창을 열어 보았다.
‘185레벨이라. 40 차이였는데, 많이 쫓아왔네.’
전신의 레벨을 확인한 이서우는 10만 골드를 현금화했다.
접속을 종료하고, 잔고를 확인한 뒤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고객님, 이렇게 전화를 다 주시다니. 좋은 소식이 있나 봅니다?
“남은 빚 3억 맞죠?”
-정확합니다.
“이자랑 원금까지 싹 갚을 테니 뒤탈 없게 처리해 주세요.”
-뉴 월드가 연일 대박을 터트리더니 보상을 많이 받으셨나 봅니다.
“처리 안 해 주실 건가요?”
-아, 물론 처리를 해 드려야죠.
대부업체 사장이 처리를 하는 동안 이서우는 1회 이체 한도를 최대로 높였다.
가상현실을 이용해 은행을 이용할 수 있어 매장으로 갈 필요는 없었다.
가려 해도 매장이 많이 사라져 직접 가서 처리하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이서우는 3억과 이자까지 모두 납부하고, 법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확실히 처리했다.
가상현실을 이용하면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처리가 가능해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늘은 일찍 모셔 오자.’
이서우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로 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빚을 갚아야 된다는 일념으로 뉴 월드와 관련된 것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빚도 다 갚았으니 여유를 부려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밤 9시가 넘어, 공기가 쌀쌀했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운동 삼아 걸었다.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공기도, 밤하늘도 오늘따라 새로워 보였다.
이서우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거의 매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야, 진짜 되네?”
“당연하지. 신고한다고 하면 저런 꼰대들은 벌벌 떤다니까.”
“공짜 술 생각나면 자주 가야겠는데?”
“크크크, 간식거리 생각나면 아침에 찾아가도 있어. 돈에 환장한 것도 아니고, 아침 일찍 나와서 밤늦게까지 하더라.”
“자식새끼들한테 버림받았나? 나 같으면 저런 짓 절대 못 한다.”
“돈도 굳었는데 맥주 한 잔 더 빨러 가자.”
“좋지.”
3명의 사내가 자기들끼리 히히덕거리며 지나갔다.
그러나 이서우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아무래도 조치를 취해야겠어요.”
“그렇다고 둘 중 하나를 접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소.”
“하지만 요즘 들어 자꾸 신고를 하겠다면서 돈도 안 내고 가는 사람들이 늘잖아요.”
“흐음.”
이서우는 안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잠시 멈춰서 귀를 쫑긋 세웠다.
‘대체 무슨 일이지?’
“여보, 그냥 아침에 하는 건 접읍시다.”
“하지만…….”
“괜히 신고 들어가서 조사 나오면 손해예요.”
“일단 이것부터 치웁시다. 손님들이 올지 모르니.”
“……네.”
두 분의 대화를 들으며 이서우는 조금 전 지나친 젊은 사람들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가게와 떨어진 곳에서 나눈 대화여서 신경 쓰지 않았는데, 부모님의 대화를 들으니 무슨 이야기인지 그제야 깨달았다.
‘개자식들!’
이서우의 얼굴에 분노가 서렸다.
아침에는 분식, 저녁에는 맥주 장사를 하는 부모님의 약점을 가지고 무전취식을 하다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그들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제가 꼭 호강시켜 드릴게요.’
이서우는 조용히 속으로 다짐했다.
지금까지는 막막했지만, 이제 그에게는 무기가 있었다. 뉴 월드라는 무기가.
두 분의 대화가 끝나고 5분 정도 기다린 이서우는 그때서야 가게로 들어갔다.
“어머니, 아버지.”
“아이고, 이 녀석, 밤공기도 찬데 집에서 쉬지 왜 나왔어?”
“아들이 가게 나오는 게 뭐 이상하다고요.”
“그래도 피곤할 텐데.”
“두 분이 더 피곤하시죠.”
이서우는 테이블을 치우다 말고 달려온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았다.
“참, 오늘은 일찍 문 닫으세요. 제가 꼭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응? 하지만 아직 2시간은 더 남았는데…….”
어머니가 말끝을 흐리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버지가 묵직한 음성으로 물었다.
“중요한 일이냐?”
“네. 중요한 일이에요.”
지금은 문 닫고 갈 수 없다는 걸 돌려서 한 말인데, 이서우는 물러서지 않고 대답했다.
이서우의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꾸나.”
이서우는 부모님을 도와 가게를 정리했다.
15평 정도의 작은 매장.
인테리어도 별로였고, 기기들도 많이 낡았다.
테이블은 여기저기 긁힌 흔적들이 많았고, 집기들도 색이 이미 바랜 상태였다.
이서우는 묵묵히 청소와 정리를 도우면서 이제는 모든 걸 새롭게 바꿔 나갈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 * *
“이건…….”
이서우가 내민 것은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는 완납 증명서와 서류 접수할 때 작성한 원본, 그 외 몇 가지 확인서였다.
서류가 점점 전자화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전자 문서로 받아서 인쇄를 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친구들과 만나고 돌아오면서 미리 준비했었다.
이서우는 빚을 갚았다는 말을 최대한 늦게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부모님도 곧 알게 되겠지만, 자연스럽게 알려지길 원했다.
하지만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에, 생각을 바꾸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사실…….”
이서우는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 중 중요한 것만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모님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두 분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침묵했다.
하지만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고생했다. 하지만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나도 네 아버지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여보, 하나는 접읍시다.”
“그렇지 않아도 그 말을 하려 했소.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자거라. 내일 이야기하자.”
“네, 아버지.”
이서우는 옅은 미소를 띠며 인사를 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서우는 그 어느 때보다 해맑은 얼굴을 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