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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72화 (72/341)

# 72

레벨이 갑이다

72화

“오빠, 자료 좀 살펴봤어?”

“몰라. 나 피곤하다. 찾지 마라.”

“피곤하긴 뭐가 피곤하다 그래? 이벤트 때문에 실컷 쉬었으면서.”

“그 이벤트 때문에 나 1년 연봉이 날아갔는데, 일할 맛이 나겠냐.”

“이건 직무 유기야, 직무 유기!”

“직무 유기 같은 소리 하네. 직원이라고는 달랑 나밖에 없는데.”

이준민은 마실 것을 가지러 나왔다가 톡톡 쏘아 대는 동생을 피해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

이벤트가 성황리에 끝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글로벌사다.

그건 당연한 것이고, 그 외에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바로 설아였다.

그녀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져서 절대적인 위치까지 올라갔다.

이벤트 이후 그녀는 두 번의 방송을 더 진행했는데, 시청률이 40퍼센트 중반대였다.

그 어떤 프로그램도 그녀의 시청률을 따라올 수 없었고, 당연히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그녀의 주가도 수직 상승했다.

특히 그녀는 N게임넷에 소속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눈독을 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그녀가 이벤트 기간 내내 매달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전장의 지배자에 대한 것이었다.

이번 이벤트에 비록 2등을 했지만, 누구도 그가 2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설아는 정말로 전장의 지배자를 꼭 만나고 싶어 새벽같이 그에 대해 조사를 했다.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이준민에게도 부탁을 했었는데,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상하네. 파티는 분명 했을 텐데 왜 이렇게 정보가 없지.’

뉴 월드는 파티 사냥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 누구나 파티를 한 번쯤은 해 보게 된다.

전신조차도 초반에는 파티에 적극 참여했고, 지금도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파티를 꾸린다.

한데, 전장의 지배자와 파티를 한 사람을 찾는다는 글에 누구도 이렇다 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보상을 무려 10억이나 걸었는데도 말이다.

“그만 쉬고 빨리 나와서 좀 도와줘. 그 사람 찾아야 할 거 아냐?”

“찾긴 뭘 찾아. 흔적도 없는데. 아무리 뒤져도 정보 하나 없잖아. 티끌 같은 정보라도 찾은 게 있으면 말해 봐.”

“그건…….”

거칠게 방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때 설아의 전화가 울렸다.

“네. 네? 네, 알겠어요.”

“무슨 일인데?”

“전장의 지배자의 물건이 올라왔대!”

“뭐?”

이준민은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급한 대로 여기서 생방송 들어갈 테니까 준비해.”

“돈 쓴 보람이 있네. 역시 우리 동생이 이런 쪽으로는 감각이 좋다니까.”

“돈질한다고 구박한 게 누구더라.”

“험, 험. 바쁜데 빨리 내려가지?”

이준민은 겸연쩍은 표정을 짓고는 얼른 지하로 내려갔다.

이설아는 대저택에 살고 있었는데, 지하에 방송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사람이 조작하면 로봇 팔을 이용해 알아서 움직이고, 사람이 조작하지 않더라도 상황에 맞게 다양한 각도에서 잡아 주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히 조작할 수 있었다.

크로마키 촬영과 이미지 합성까지 가능해 활용 범위가 넓었다.

그 밖에도 이설아의 방송 진행을 위해 편리하도록 맞춤형 접속 베드가 있었는데, 가격이 엄청났다.

지하에만 수십억 원이 들어갔기에 이준민이 처음에 극구 말렸지만, 설아는 미래를 보고 투자를 했다.

덕분에 빠른 대처가 가능해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었다.

-N게임넷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갑자기 제가 나타나서 놀라셨죠? 하지만 이렇게 예정에 없던 방송을 하게 되면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아요. 자, 그럼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나 알아볼까요? 아 참, 오늘은 뉴 월드에 접속을 해야 한답니다. 그럼 바로 들어가 볼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는 거 아시죠?

설아는 윙크를 하고는 접속 베드로 갔다.

게임에 접속하면 마이크 장치나 기타 장비들이 필요 없다.

-제가 오늘 이렇게 여러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설아의 말이 끝나자 유저들에게 익숙한 창이 떴다.

바로 경매장 메뉴 창이었다.

-네. 여러분, 이벤트 기간 내내 우리를 놀라게 하고, 흥분하게 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만든 유저가 있죠. 그 유저가 아이템을 경매장에 올렸다는 따끈한 소식을 가져왔어요. 아마 뉴 월드가 시작되고 경매장에 올라온 최고의 아이템이 아닐까 하는데요. 궁금하다고요? 그럼 확인해 보시죠!

아이템의 옵션과 경매 현황이 떴다.

-와우, 경매 시작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가격이 35억까지 올라갔다니. 이 기세라면 전신 님이 쓰던 아이템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리겠네요. 제가 대검을 썼다면 참여했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목걸이가 나오지 않은 건 정말 아쉽네요. 아마 전장의 지배자 님이 직접 쓰시려는 거겠죠? 만약 그런 것이라면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기는데요. 과연 그분께서 지금 사용하시는 무기는 어떤 걸까요?

설아의 멘트에, 시청을 하던 사람들도 강한 호기심이 생겼다.

전장의 지배자의 방어구가 희귀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

무기도 희귀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아 이번 이벤트로 받은 것을 쓸 줄 알았는데, 과감하게 내놓았다.

사람들은 궁금했다.

대체 얼마나 강한 무기이기에 유일 최상급 옵션 아이템을 경매에 올린 것일까.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열심히 인터넷에 글을 올려 본인의 추측을 피력했다.

의견이 분분했다.

누군가는 전장의 지배자가 무기에 연연하지 않는 강함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아주 특별한 무기를 얻었을 거라고 주장했다.

어떤 걸 주장하든 공통된 의견이 있었는데, 바로 전장의 지배자가 무시무시하게 강하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있었고, 전설의 무기 제작자를 고문해서 얻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기 제작자 고문설에 달린 댓글이 가관이었는데, 1평도 안 되는 방에 가둬 두고 만두만 먹이며 닦달했다고 주장하거나, 그 무기 제작자가 사실은 외계인이라는 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그냥 재미로 말한 것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딱 맞아떨어진다며 실제로 믿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었다.

긍정적인 의견이든 부정적인 주장이든, 중요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전장의 지배자가 사용하는 무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 * *

새벽 여명이 밝아 올 때쯤 이서우는 뉴 월드에 접속했다.

접속하자마자 그가 찾아간 곳은 바로 경매장이었다.

사흘 동안 잊고 퀘스트에만 매진하려 했지만, 먼 길을 가야 하니 확인을 해 보고 싶었다.

“헉!”

경매장에 도착해 창을 열어 본 이서우는 깜짝 놀랐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았는데도 가격이 35억을 넘어가고 있었다.

대박일 줄을 알았지만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서우는 혹신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무기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확인해 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진행 상황은 확인했으니 퀘스트에 집중하자.’

아직 시간은 있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면 자꾸만 가격에 집착하게 될 것 같아 성에서 가까운 카페로 갔다.

남은 시간은 차를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려는 것이다.

창이 뚫려 있어 마을을 감상하기에는 참으로 좋은 장소였다.

페퍼민트 차를 가지고 3층 창가에 앉았다.

밖에는 이른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이는 마을 사람들과 유저들이 보였다.

‘같이 어울리는 듯 보이면서도 각자의 삶이 있구나.’

가만히 행동을 관찰하니 유저는 유저끼리, NPC는 NPC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간혹 섞이는 경우가 있지만 아마도 퀘스트를 위해서 그런 것이리라.

‘현실은 한 달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곳에서 지낸 시간은 벌써 몇 달이나 되는구나. 시간 참 빠르네.’

지난 일을 돌아보며 차를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민트의 독특한 시원함이 코끝과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 주었다.

‘너무 권위주의적이지만 않으면 되는데.’

이서우는 조세프 백작이 루테인이나 베손과 같은 부류이기를 바랐다.

모험가라고, 작위가 없다고 무시하고 배척한다면 퀘스트를 이어받기는 힘들다.

베손의 말처럼 강한 능력을 보여 백작의 마음에 들 수도 있지만, 그가 모험가를 배척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쉽게 다가갈 수는 없었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이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덧 날이 밝아 7시를 넘기고 있었다.

30분 일찍 도착한 이서우를 맞이한 것은 바로 베손이었다.

베손은 상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 워낙 물건들이 많아서 마차 20대분이나 된다네. 백작님의 영지에 풀리면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거야.”

“양이 꽤 많네요.”

“그렇지. 하지만 너무 걱정 말게. 내가 가지 않고 자네를 보낸다고 하니 알아서들 용병을 구했더군.”

“잘됐네요.”

대형 마차 20대를 혼자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이서우는 베손의 말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베손이 도착하자 상인 대표가 얼른 나와서 반겼다.

“아이고, 영주님, 영주님께서 직접 이렇게 찾아오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귀한 사람을 배웅하는데 직접 나와야지. 여기는 내가 가장 아끼고 신뢰하는 모험가일세.”

“네? 아,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상인 프랑드입니다.”

“허허, 겸손하구먼. 이 친구는 대상인으로 불려도 마땅할 정도로 뛰어난 수완을 가진 상인이네. 자네도 알아 두면 좋을 거야. 아, 그리고 이 친구도 모험가네.”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이서우입니다.”

같은 유저여서 이서우도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영주에게 신뢰를 받는 유저라……. 상인으로서의 직감이 말하고 있어, 저 사람은 돈이 된다고.’

영주가 직접 아낀다는 표현과 신뢰라는 말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유저에게는 말이다.

한데, 영주의 입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그 말이 나왔다.

지금까지 뛰어난 감각으로 장사를 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던 프랑드는 촉이 왔다.

‘베손 님이 직접 칭찬을 할 정도라면 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상인이겠군. 가는 동안 이런저런 정보도 얻을 수도 있겠는데.’

이서우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정보였다. 현실에서든 가상 공간에서든 말이다.

물론 정보의 가치가 귀한 만큼 쉽게 말을 해 주지는 않겠지만, 알아 둬서 나쁠 건 없다는 게 이서우의 판단이었다.

“참, 프랑드는 백작님이 계신 성 근처까지는 갈 수 없으니 영지에 들어서면 바로 헤어져야 할 것이네. 그때까지만 잘 부탁하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안전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역시 든든하구먼. 용병대장은 프랑드가 소개를 해 줄 것이네. 그럼 조심하게.”

“네. 베손 님. 좋은 소식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허허허, 자네가 하는 일이니 분명 좋은 결과를 내겠지. 믿고 있네.”

이서우는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했고, 베손도 만족했는지 미소를 지었다.

베손이 물러가고 이서우는 프랑드와 둘만 남게 되었다.

“대단하십니다. 영주님께서 저렇게 칭찬하는 유저는 없는데 말입니다.”

“그냥 운이 조금 좋았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참, 이럴 게 아니라 용병대장부터 만나 보죠. 유저여서 대화는 잘 통할 겁니다.”

“아, 그렇군요. 가시죠.”

프랑드는 운이 좋았다는 이서우의 말을 결코 믿지 않았다.

운만으로는 절대 영주와 가까워질 수 없다.

프랑드는 혹시 이서우가 뭔가 숨기는 게 있나 싶어 간파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상인은 상대방의 말에 숨겨진 의미나 의도를 간파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내가 영주와 거래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운? 운 따위로는 어림없지. 대체 어떻게 영주와 가까워졌을까?’

강한 호기심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당장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알아낼 수 없었다.

지금은 용병대장을 소개하고, 조세프 백작령으로 최대한 빨리 가는 게 급선무였다.

‘괜히 급하게 서두르면 일을 그르쳐. 천천히 알아 가면 돼.’

프랑드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서우는 차분히 그를 따라 용병대장에게로 갔다.

그런데 한 사람이 아니라 둘이었다.

“워낙 물건도 많아서 두 용병대를 모셨습니다. 이쪽은 영주님께서 아끼고 신뢰하시는 분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이서웁니다.”

“안녕하시오, 차돌풍이오.”

“반가워요, 유세나예요.”

차돌풍이라는 이름에서도 느껴졌지만 188센티미터의 장신에, 체격이 좋았다.

거의 100킬로그램에 육박할 정도였는데, 대부분이 근육이었다.

다른 한 사람은 여자였고, 차돌풍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미지였다.

가녀린 체형에 늘씬한 키를 가지고 있어 모델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외모는 평범했다.

이서우가 그들을 살피듯 두 용병대장도 이서우를 유심히 살폈다.

프랑드가 일부러 영주가 아낀다는 말과 신뢰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먼 길이니 서두르시죠.”

“아, 네.”

셋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지만 이서우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뚫어져라 쳐다본 것이 미안했는지 두 용병대장은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고는 짐마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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