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
레벨이 갑이다
93화
거대한 석판으로 만든 탁자에 거인이 앉아 있었다.
앉은키가 3미터 이상이었는데, 특이한 것은 눈이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외눈박이 몬스터는 바로 우두머리 사이클롭스였다.
얼굴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 눈을 껌뻑이며 바닥에 엎드려 있는 미노타우로스를 쳐다보았다.
“설치고 다니던 인간은 어떻게 되었느냐?”
“사냥감이 없어서인지 주변만 훑어보다가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년들의 소식은 없고?”
“네. 아직 약발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한번 확실히 밀어야 하나?”
“그렇게 되면 인간들이 응집하지 않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인간들은 뻑 하면 뭉쳐 대니까.”
사이클롭스의 거대한 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결계를 조금 더 건드릴까요?”
“그년들 외에는 그 결계를 보강할 수 없는 게 맞겠지?”
“네. 그 점은 확실합니다.”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데 웬 미친놈이 나타나서 귀찮게 하네.”
“그놈 때문에 전대 킹께서도…….”
“네가 남은 미노타우로스를 잘 이끌어. 이곳에 사냥감이 없다는 걸 알면 더 이상 안 나타날 테니.”
“여부가 있겠습니까. 인간 놈들은 탐욕이 강해서 이득이 될 게 주변에 없으면 다시는 안 올 겁니다.”
“그래야지.”
새롭게 미노타우로스들을 이끌게 된 킹의 말에 사이클롭스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밖이 소란스럽더니 오우거 킹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주인님, 그년들입니다.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쾅!
거대한 석판으로 만든 탁자가 부서졌다.
돌로 만든 거대한 둥근 의자에 앉아 있던 자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미노타우로스 킹과 오우거 킹이 그의 앞에 얼른 납작 엎드렸다.
“정녕 그년들이 맞더냐!”
“네, 주인님. 그년들의 힘을 저는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렇겠지. 그놈과 그년들 때문에 너희들과 내가 이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지.”
우두머리 사이크롤프스의 말에 두 킹은 부들부들 떨었다.
숨죽이며 지내면서 힘을 키웠다.
다행히 많은 기운이 모여 있는 지역이어서 힘을 키우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강한 힘이 생기니 점점 복수심이 불타올랐다.
오랜 세월을 그렇게 복수만 꿈꾸며 기다렸는데,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
“모든 인원을 모아라!”
“네, 주인님!”
미노타우로스 킹과 오우거 킹이 우렁차게 대답하고는 그곳을 벗어났다.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겠다.”
우두머리 사이클롭스의 눈에서 강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 * *
“서우 씨, 저놈은 사이클롭스예요. 육체의 힘이 엄청나고 번개까지 다루는 녀석이어서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에요. 아마도 저들을 모두 통솔하는 것이 바로 저놈일 거예요.”
“저놈만 처치하면 오합지졸이 된다는 뜻이군요.”
“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아요.”
그녀의 말처럼 미노타우로스와 오우거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족히 1천여 마리는 되어 보였다.
“오빠, 저 많은 인원이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일단은 놈들부터 처치하고 생각하자.”
“네, 오빠.”
“힐러들은 일단 최대한 뒤에서, 몬스터들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힐을 하도록 하세요.”
“네!”
워낙 몬스터들이 많아서 몇 마리쯤 힐러들에게 갈 수 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실력들은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힐을 너무 자주 해서 몬스터들을 자극하면 위험할 수 있다.
“백호야, 잘 부탁해.”
“네, 주인님, 저만 믿으세요.”
이서우는 반지 세트를 착용하면서 엄청난 능력치 향상을 얻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백호도 능력이 상승해, 홀로 수십 마리의 오우거나 미노타우로스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스러워 스텟을 투자했다.
가장 효과가 높은 스텟은 바로 잠재력이었다.
-잠재력 순수 스텟이 400에 도달했습니다.
-기본 스텟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기에 잠재력으로 인한 공격력, 방어력, 생명력, 마나가 10퍼센트 상승합니다. 이로써 잠재력 증가로 인한 능력치 향상은 총 4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잠재력의 한계가 더욱 증가합니다.
-마나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서우는 바로 캐릭터 창을 살폈다.
이름 : 이서우
하이 레벨 : 163
칭호 : 전설을 잇는 자
*제작 성공 시 높은 등급이 될 확률이 증가한다.
*제작 성공 시 숙련도 경험치가 70퍼센트 증가한다.
*제작 시간이 70퍼센트 단축된다.
*다른 생산 기술을 습득해도 모든 혜택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생산 기술 레벨에 따라 모든 혜택이 상승한다.
*공격력이 10퍼센트 상승한다.
*방어력이 10퍼센트 상승한다.
명성 : 7,350
직업 : 전설의 약초꾼
펠른의 후예로 모든 약초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전설의 약초꾼이 되면 죽은 사람도 살려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이 레벨 특성 스킬
-약초 바르기
-???
……
-???
생명력 : 336,400(101,400)
마나 : 182,000
공격력 : 80,571(28,590)
속성 공격력 ▼
물리 방어력 : 16,123(+5,721)
마법 방어력 : 11,411(+4,049)
근력 : 680(+291)
민첩력 : 554(+170)
체력 : 532(+229)
지력 : 110(+10)
정신력 : 200(+50)
관찰력 : 169(+50)
잠재력 : 450(+50)
*관찰력 : 약초꾼이 가져야 할 기본 능력이다.
*관찰력이 일정 경지에 이르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잠재력 : 수치가 높을수록 성장 가능성의 폭이 커진다.
보너스 포인트 : 140
‘공격력이 3만 이상이나 증가했네. 이 정도면 할 수 있어!’
이서우는 엄청나게 향상된 능력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200레벨이 되기 위해선 어차피 몬스터들을 찾아다녀야 했는데 알아서 와 주니 더없이 기뻤다.
“인간들을 말살하라!”
쿠오오오오오!
우두머리 사이클롭스의 외침에 오우거와 미노타우로스가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대장씩이나 되는 녀석이 숨어 있겠다?”
이서우는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거리는 대략 50미터.
힐러들의 힐 사정거리가 그리 넓지 않아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이서우는 개의치 않았다.
-피가 빠지면 알아서 뒤로 빠질 테니 그때 힐을 해 주시고, 사이먼 자작을 부탁해요.
-네.
-네, 오빠.
“자작님, 뒤를 부탁드립니다.”
“알았네. 마음껏 휘저어 보게.”
사이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이서우가 더욱 강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볼수록 대단한 젊은이야. 어떻게 한순간에 강해질 수가 있을까? 이크, 정신 차리자.’
이서우가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 수에는 한계가 있다.
사이먼은 뒤로 빠질 몬스터들을 바로 응징하기 위해 유심히 전방을 살폈다.
하지만 당장 그가 나설 기회는 없었다.
이서우가 몬스터들 사이에 뛰어들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서걱, 서걱, 서걱.
쿠오오옹!
크헉!
비명 소리가 온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몬스터들이 단칼에 죽지는 않았지만 큰 대미지를 입고 뒤로 주춤 물러났다.
이서우와 전투를 해 봤던 미노타우로스는 너무 놀라 재차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기 바빴다.
“물러서지 마라! 놈은 혼자다. 쳐라!”
우두머리 사이클롭스가 발악하며 소리쳤지만 쉽게 나서는 이들이 없었다.
이서우는 1천여 마리나 되는 몬스터들이 주춤거리자 씨익 미소를 짓고는 다시 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후퇴하는 녀석은 내 손에 죽을 것이다!”
몬스터들이 우왕좌왕하자 우두머리 사이클롭스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효과가 있었다.
그의 외침을 들은 오우거와 미노타우로스가 다시 이서우에게 덤벼든 것이다.
하지만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희생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우거 셋과 미노타우로스 둘이 일어나지 못했다.
너무 빨리 피해가 생기자 사이클롭스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놈을 에워싸라!”
“크오오오오오!”
다섯이 순식간에 죽자 두려움도 생기는 반면, 분노도 치밀어 올랐다.
숫자가 이렇게나 많은데 한 인간을 두려워해서 피해를 입다니.
우두머리 사이클롭스 덕분에 공포를 떨친 오우거와 미노타우로스는 더욱 거세게 이서우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우두머리 사이클롭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이서우를 에워쌌다.
겹겹이 에워싼 것을 본 우두머리 사이클롭스는 그제야 미소를 짓더니 큰 소리로 명령했다.
“오우거 킹과 미노타우로스 킹은 뒤에 있는 인간들을 처치하라! 저년들이 결계를 완성하기 전에 쳐야 한다. 서둘러라!”
우두머리 사이클롭스의 명령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뒤에서 두 무리가 달려왔다.
에워싼 이서우를 그냥 지나쳐 사이먼과 힐러들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
500마리 정도의 몬스터가 달려오자 사이먼의 낯빛이 변했다.
“백호야!”
“네, 주인님!”
이서우의 외침에 백호가 앞으로 나섰다.
백호는 이서우의 능력치의 70퍼센트까지 힘을 낼 수 있다. 사이먼 자작과 싸워도 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크항!”
백호가 포효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모든 아군의 방어력의 10퍼센트 증가합니다.
-모든 적의 방어력이 10퍼센트 하락합니다.
‘헐, 백호도 기술이 더 생긴 건가? 하여튼 이놈은 변화가 생겨도 말을 안 하니, 원.’
이서우는 앞으로는 수시로 확인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신이 나서 몬스터들을 몰아붙였다.
힐러들과 사이먼 자작도 백호의 능력에 힘을 얻어 긴장감을 많이 떨칠 수 있었다.
한편, 이서우는 무난하게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주위를 둘러싸도 어차피 공격할 수 있는 숫자는 한정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지직!
퍽!
“큭.”
이서우의 가슴으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젠장, 번개를 다룬다고 했었지.’
하늘에서 내리치는 번개를 피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명력이 순식간에 3만 이상이 빠져나갔다. 총생명력의 거의 9퍼센트에 이르는 엄청난 수치였다.
방어력이 전체적으로 낮은데, 마법 방어력은 물리 방어력보다도 많이 낮았다.
이서우의 동작이 둔해졌다.
아무래도 번개가 언제 날아올지 알 수 없으니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저놈, 저거 진짜 거슬리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뒤에서 느껴지는 우두머리 사이클롭스의 기운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저놈부터 처치하면 좋은데, 이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이놈들을 다 처치하고 대장을 상대하려니 번개에 죽을 판이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반대로 오우거들과 미노타우로스들은 신이 났다.
움츠러든 이서우를 몰아붙이며 계속 압박을 가했다.
파직!
또다시 번개가 내리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간발의 차이로 피할 수 있었다.
공격을 피했음에도 이서우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번개 공격 이후로 한 놈도 처리를 못 했네. 이러다가 마나가 먼저 바닥나겠어.’
5마리를 죽여 4퍼센트 정도의 경험치를 얻었다.
앞으로 120마리만 더 잡아도 레벨이 오르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는 레벨이 오르기 전에 이서우가 먼저 지치고 말 것이다.
‘백호를 뺄 수 있으면 좋은데, 그것도 힘들고. 결계는 아직이고.’
이런저런 방법을 다 궁리해 봐도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그때였다.
이서우의 머릿속으로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어쩔 수 없이 그 방법을 써야겠다.’
이서우는 결정을 내리고 대검을 힘껏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