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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08화 (108/341)

# 108

레벨이 갑이다

108화

“서우 씨, 네, 서우 씨도 잘 잤죠?”

-네. 한데,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약속을 약간만 미루고 싶어서요.”

-아, 그러세요? 몇 시로요?

“사실, PD가 갑자기 찾아서 지금 방송국으로 가고 있어요. 1시간이면 될 것 같으니 10시에 거기서 봬요.”

-네, 그러죠.

전화를 끊은 이설아는 방송국으로 들어갔다.

회의실로 가자 조 PD가 보였다.

“조 PD님,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일단 앉죠.”

“네.”

조 PD는 40대의 평범한 남자였다.

외모도 키도 체격도, 모든 게 평균인 그런 사람이었다.

“왜 설아 씨를 불렀는지 짐작이 되나요?”

“오빠에게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러면 다 알겠네요. 지금 다른 방송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네. 그렇다고 들었어요.”

방송국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서로를 견제하는 것을 넘어 감시하는 수준이었다.

방송의 생리를 너무 잘 알다 보니 어떤 행동을 취하면 어떤 상황이라는 것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이설아도 그것을 모르지 않기에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1등은 견제가 더 심해서, 항상 그녀를 향하는 눈들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모자에 선글라스, 마스크까지 착용할 수밖에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최근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을 전혀 조사하고 있지 않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요?”

“이런저런 정보를 체크는 하고 있어요.”

“결국 맞다는 소리군요.”

“계약 내용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계약 내용이야 잘 이행하고 있지만, 뉴 월드가 이제 그저 그런 게임은 아니잖아요. 그러면 상황에 맞게 행동해야죠.”

“그래서 제게 뭘 말하고 싶으신 건가요?”

“방송 일이라는 게, 한 번만 실수해도 모든 게 무너지는 곳이에요. 설아 씨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요?”

조 PD와는 같이 일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이미 이설아가 인기를 끈 이후에 같이 작업을 하기 시작해서, PD라도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뭐 하는 짓이냐고 고성을 내질렀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 저 대신 다른 진행자를 쓰셨잖아요. 굳이 제게 이런 말씀 안 하셔도 될 텐데요?”

“설아 씨, 그동안 좋은 인연을 이어 와서 편의도 많이 봐주고 했는데, 이런 식이라면 설아 씨에게도 좋지 않아요.”

“저에게 좋지 않다뇨?”

이설아의 목소리가 변했다.

그녀는 협박당하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한다.

이서우처럼 전형적으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스타일인 것이다.

“이슈를 가져와서 방송을 해야죠. 그래야 우리도 먹고살고, 설아 씨도 먹고살 거 아니에요!”

딱딱한 이설아의 말에 결국 조 PD도 살짝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설아는 PD의 말에 피식 웃어 버렸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저 때문에 방송국이 그동안 많은 수익을 얻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네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그냥 넘어갔다면 덜 기분 나빴을 텐데, 이설아가 지금 한 말이 더욱 그를 자극했다.

“이봐, 이설아, 지금까지 비위를 맞춰 주니 네가 무슨 공주라도 되는 줄 알아?”

“말씀이 심하시네요.”

“당장 경쟁사에서는 뭘 물었는지 잔뜩 들뜬 분위기인데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말씀이 심하다고? 만약 대형 이슈여서 우리가 뒤처지면 시청률이 얼마나 빠질 것 같아? 바로 반 토막이야, 반 토막! 그런데 지금 웃음이 나오냐고!”

“그 이슈를 왜 제가 가져와야 하죠? 계약 사항에는 그런 게 전혀 없는데 말이죠. 지금까지 제가 물어 온 이슈만 해도 한둘인가요? 그러면 방송국에서도 뭔가를 해야죠. 언제까지 제가 가져오는 것만 받아먹을 생각이시죠?”

“뭐?”

이설아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솔직히 지금까지 그녀가 모든 것을 다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 방송국은 마치 그걸 권리처럼 생각했다.

이설아는 그런 방송국 시스템에 일침을 가했다.

이런 이야기를 어느 누구도 PD에게 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는 말이어서 조 PD는 일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런 방송사와는 저도 더 이상 같이 방송을 못 하겠네요. 계약 연장할 때 조항 기억나시죠? 제가 원하면 언제든지 계약 파기할 수 있다고요.”

“이봐요, 이설아 씨. 지금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게 아니잖아요.”

“좀 전에 절 협박하실 때 그런 뉘앙스가 다분히 풍겼는데, 제가 잘못 이해를 했나 보네요. 결국 이것도 제 잘못이라는 뜻이죠?”

“아니, 그게 아니라…….”

조 PD는 막상 이설아가 계약 파기에 대해 언급하자 한 걸음 물러났다.

지금까지도 이설아의 비위를 맞춰 준 이유가 바로 언제든 본인이 원하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물론 기분 나쁘다고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었지만, 부당하다 여길 사유가 있으면 파기가 가능했다.

이설아는 조 PD와의 대화를 모두 녹취했기에 당당할 수 있었다.

뉴 월드가 뜨면서 회사를 나와 독립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조 PD와 이렇게 언성을 높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편, 조 PD는 죽을 맛이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살짝 겁만 주려 한 것인데 대화를 진행하다 보니 언성이 높아졌다.

조 PD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얼른 말을 바꿨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 이렇게 절 무시하는 곳과는 더 이상 같이 일 못 해요. 조 PD님과 나눈 대화는 모두 녹취했으니 괜한 생각은 버리세요. 그리고 만약 이미 녹화해 둔 걸 방송에 내보내면 소송을 하겠어요.”

“이설아 씨!”

이설아는 최후 통보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 PD가 붙잡아 보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회의실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조 PD는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래, 새로운 진행자도 꽤 반응이 좋았잖아. 내 입맛대로 부려 먹을 수 있으니, 차라리 저런 독한 년은 버리자. 그래, 차라리 잘됐어.’

조 PD는 현실을 깨닫고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이어 갔다.

하지만 그는 오늘의 이 결정을 평생 후회하게 된다.

매일같이 국장에게 머저리라는 소리를 들으며 입지마저도 좁아지게 되어, 술만 마시면 이설아를 욕해서 결국 고소까지 당하게 된다.

* * *

방송국을 나온 이설아는 약속 장소로 갔다.

“어머, 서우 씨. 일찍 나와 계셨네요.”

“저도 방금 왔어요. 한데, 표정이 별로 안 좋으신데 방송국에서 무슨 일 있으셨어요?”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데도 제 표정이 잘 보이나 봐요?”

“그러게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서……. 일단 마실 것부터 시키세요.”

“네.”

이설아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며칠 남지 않았으니 아마 바쁘게 움직여야 할 거예요.”

“이번 일을 상의하려고 방송국에 가신 게 아닌가 봐요?”

“오히려 반대예요. 방송국에서 너무 갑질을 하려 해서 계약 파기하고 오는 길이에요.”

“네?”

“계약에도 없는 내용을 자꾸 요구하는 것도 이젠 지쳐서요. 게다가 호의를 베풀면 그걸 권리로 아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셨구나. 뭐, 전 충분히 이해가 가는걸요. 저라도 아마 계약 파기를 했을걸요. 어떤 형태로든 갑질 하는 것들과는 진짜 상종하고 싶지 않다니까요.”

이서우에게 벌어진 일도 어찌 보면 갑의 횡포나 다름이 없었다.

약자여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절 이해해 주는 사람이 1명은 있어서 좋네요. 오빠도 제가 미쳤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동안 고생해서 올라간 자리인데 그걸 방치하고 있다고 어찌나 구박을 하던지.”

“누가 뭐래도 본인이 편해야 의미가 있는 거예요.”

“그렇죠?”

“그럼요.”

조 PD에게 갈 때 이미 이설아는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친오빠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일이니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에게 말해 봐야 미친년이라는 소리만 들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자신의 편을 들어 주는 사람이 있으니 기분이 많이 풀렸다.

“차라리 잘됐어요. 어차피 그만둔다고 할 생각이었는데, 알아서 그만두게 만들어 주니 오히려 편하죠.”

“제가 설아 씨의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이서우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 경험이 있었다.

어나더 월드 시절에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까.

처음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을 하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방법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했고, 그때부터 후회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참, 이미 말했던 대로 오늘은 동영상 플랫폼 중에서도 가장 큰 두 곳과 미팅을 할 거예요. 조건을 더 좋게 제시하는 쪽과 계약을 하도록 해요. 계약을 할 때는 서우 씨도 동행해야 되는데, 괜찮으시죠?”

“제가 사인을 해야 되니 당연히 동행해야죠. 하지만 그 전 단계까지는 설아 씨가 좀 진행해 주세요.”

“네. 그럼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방송사가 아니니 다른 방법으로 해야겠죠.”

“구독자가 1천만이 넘으면 플랫폼 측은 20~25퍼센트만 가져갈 수 있도록 할 거예요. 제가 25퍼센트로 하고, 나머지는 서우 씨에게 가도록 할게요.”

“그렇게나 많이요?”

“전 두 가지 방법으로 광고를 할 거예요. 브레이크 타임에 잠깐씩 하는 광고는 기본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대놓고 방송 중에 하려고요. 물론 방송을 해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그걸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전 당당하게 시청자들에게 미리 공지를 할 거예요.”

“정면 돌파군요.”

“네. 어차피 PPL 형식으로 꼼수를 부리는 것보다는 대놓고 하는 게 낫죠. 방송만 재밌으면 시청자들의 반발도 적을 거고요.”

“하긴, 저도 차라리 솔직한 게 좋아요. 요즘은 다 그렇게 수익을 낸다는 걸 아니까요. 뻔히 아는데 꼼수 부리면 뭔가 속은 느낌이 들긴 하죠.”

이서우도 이설아의 제안에 동의했다.

돈을 많이 벌면 그것보다 좋은 건 없겠지만, 즐겁지 않은 돈벌이는 싫었다.

물론 먹고살기 팍팍하면 그런 것을 따지는 것 자체가 사치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서우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상황이기에 우선순위는 확실했다.

“기본적으로 방송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할 거예요. 40분으로 회당 3천만 원 정도를 요구할 거고요. 60분짜리면 5천만 원, 10분씩 추가될 때마다 1천만 원씩 추가하고요. 어떠세요?”

“그 정도면 엄청 좋네요.”

“우리나라 톱 진행자 정도의 수준이에요. 배우들은 드라마 한 편당 2억 이상씩도 받아요. 물론 드라마는 찍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따지고 보면 서우 씨가 훨씬 이득이기는 해요. 그리고 서우 씨의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회당 출연료는 더 올릴 거예요.”

“들어줄까요?”

“서우 씨는 서우 씨의 가치를 잘 모르세요. 지금 서우 씨 팬 카페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팬 카페도 있나요?”

“호호호, 그럼요. 가입자 수도 천만 명이 넘어요.”

“헉!”

“우리나라에서만 그렇다는 거예요. 다른 나라까지 하면 몇 배는 될걸요.”

“엄청나네요.”

“그만큼 서우 씨의 플레이가 압도적이었으니까요. 아마 최근에 찍은 동영상 2개를 공개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거예요.”

“기대가 되네요.”

“이제 서우 씨도 즐기시는군요?”

“이왕 할 거라면 즐겁게 하자는 게 제 지론이에요.”

“어머, 저돈데.”

이서우와 대화를 하고 있으면 이설아는 웃을 일이 많아졌다.

생각도 잘 통하고, 특히 배려를 할 줄 안다는 것이 그녀를 더욱 편안하게 했다.

“그럼 일어날까요?”

“네. 한데, 서우 씨는 어디에 계실 건가요?”

“그 근처에서 기다리면서 밀린 동영상이나 보고 있을게요.”

“사냥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어차피 할 건 다 했어요. 원하는 것도 얻었으니 저도 좀 쉬어야죠.”

“하긴, 진짜 미친 듯이 달리셨죠.”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른 채 바쁜 나날을 보냈기에 이서우도 조금은 쉬고 싶었다.

약속 장소 근처까지 가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열심히 동영상을 감상했다.

다른 플랫폼 대표에게는 직접 근처로 오라고 했기에 이서우가 이동할 필요는 없었다.

대표를 불러내는 것은 이미 계획된 일이었다.

이곳에 동영상 플랫폼 1위 업체가 있다는 것을 분명 알 것이다. 그러니 이곳으로 오면서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이번 기회에 이설아를 잡아서 1등의 자리로 올라서려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이설아는 그 점을 이용해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는 것이었다.

2시간 정도가 지나자 이설아가 돌아왔다.

밝은 표정인 걸 보니 일이 잘 풀렸나 보다.

“일단 배부터 채워요. 실컷 떠들었더니 너무 배가 고프네요.”

“고생하셨으니 제가 맛있는 걸로 쏠게요.”

“호호호, 기대할게요.”

이서우와 함께 식사를 할 때마다 기분 좋은 시간이었기에 이설아는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서우는 조개구이집으로 안내했다.

요즘은 대형 드론으로 운송을 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가장 신선한 재료를 맛볼 수 있었다.

이설아도 만족해하며 조개구이에 이어 매운탕까지 얼큰하게 먹었다.

자리를 옮겨 조용한 룸 형식의 카페로 갔다.

이야기할 내용들이 전부 민감한 것이어서 조심하는 것이다.

“일단 두 곳 다 파격적인 제안을 했어요. 일단 들어 보시고 서우 씨가 판단하세요.”

“네.”

“1위 업체인 A사는 제가 제시한 걸 모두 동의했어요. 오히려 회당 출연료를 2배 높게 부르더군요.”

“돈이 많나 보네요.”

“광고 수익으로 충분히 충당이 되니까요. 거기다 제가 가면 이용자 숫자가 늘어나서 다른 방송에도 도움이 돼요. 그러니 실제적으로 그들이 얻는 수익은 더 많다고 봐야죠.”

“하긴, 대형 오프라인 매장들도 사람들이 어떻게든 나올 수 있도록 돈을 투자해서 편의 시설을 왕창 쏟아붓더군요.”

“네. 도서관에 정원에, 온갖 눈요깃거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오게 만들죠. 실제로 매출도 오르고 있고요. 그러니 서우 씨 1명으로 인해 저들이 얻는 수익은 엄청나요.”

가상현실이 보편화되면서 대형 오프라인 매장들의 고민은 늘어 갔다.

그때 생각한 것이 사람들을 어떻게든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것이었고, 그 방법으로 다양한 편의 시설을 공짜로 제공했다.

그러자 실제로 사람들이 자주 찾으면서 매출도 증가하는 효과를 보게 되었다.

이미 15년 전부터 활성화된 것이어서 지금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큰 틀은 그렇고, 세부적인 건 메모해 뒀으니 직접 보시면 돼요. 그리고 K사는 더 파격적으로 제시했어요. 광고 수익을 A사보다 5퍼센트 낮춰 20퍼센트만 가져가겠다더군요.”

“20퍼센트요?”

“네. 이번 기회에 1위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이 보였어요. 그리고 광고 선정도 우리에게 일임하겠다더군요.”

“진짜 파격적이네요.”

“네. 보통 광고는 돈에 휘둘릴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이득 보는 건 결국 대기업이죠.”

“다른 건요?”

“회당 비용도 오히려 A사보다 많아요.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정말 파격적인 거예요.”

“네. 그래 보이네요.”

“일단 세부적인 내용을 보내 드릴 테니 확인해 보시고 내일까지는 결정해 주셔야 해요. 그래야 늦지 않게 방송을 할 수 있으니까요.”

“네. 그럼 꼼꼼히 확인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근데, 설아 씨는 어디가 좋으신가요?”

“그건 내일 만나서 말씀드릴게요.”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이설아를 보며 이서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이서우는 조건을 꼼꼼하게 살폈다.

“여기가 아무래도 좋겠네.”

결정을 내린 이서우는 부모님과 상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잠이 들었다.

지상 3층에 지하 2층으로 된 신축 건물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급매로 싸게 나와 있었다.

자신의 건물을 얻는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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