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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10화 (110/341)

# 110

레벨이 갑이다

110화

이서우는 방송 준비를 하면서 이설아가 소개해 준 사람을 만났다.

그다지 큰 사무실은 아니었는데, 혼자 일하기에는 넓고 깔끔했다.

“안녕하세요. 주선용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이서웁니다.”

주선용이 홀로그램 명함을 내밀자 이서우가 그것을 자신의 스마트 워치로 가져왔다.

최근 최신형으로 구입했는데, 가까이 가져가기만 해도 명함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자동으로 저장하는 기능이 있었다.

“설아 씨에게 들었습니다. 같이 사업을 하신다고요?”

“거창하게 사업이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겸손하시네요. 앞으로 엄청난 재력가가 될 거라고 하시던데.”

“저에 대해 이야기를 했나요?”

“구체적인 건 아니고, 그냥 설아 씨보다 더 큰 부자가 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랬구나.”

이서우는 다시 한 번 이설아가 입이 무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서우가 소개를 받기로 했으니 어느 정도는 설명을 해 줘도 될 법한데, 달랑 이름밖에 알려 주지 않다니.

이서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럼 일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요?”

“네. 그러죠.”

“상가 건물을 구입하실 생각이라고요?”

“네.”

“부모님께서 직접 주거하시면서 운영하시길 원하신다고 했는데, 맞나요?”

“네. 아무래도 그게 편하실 것 같아서요.”

“건축법이 바뀌어서 중심 상업 지구라도 자신의 건물이라면 제약 없이 주거 공간을 만들 수 있기는 하지만, 시끄럽지 않을까요? 게다가 비싼 곳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주거가 편리한 곳을 따로 구입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그게 더 효율적이기는 하겠네요.”

이서우는 미처 그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중심 상업 지구에서 24시간 운영을 할 계획이니 주변이 시끄러울 것이다.

땅값이 비싼 곳이라면 차라리 한 층을 더 접속 베드로 채우고 따로 집을 마련하는 게 나았다.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도 많으니 같이 보시죠.”

“괜찮은 물건이 있나요?”

“어떤 업종인가요?”

“카페와 접속 방을 같이 할 생각입니다.”

“운이 좋으시네요. 그렇지 않아도 그런 매물이 마침 하나가 있습니다. 규모나 가격이 맞을지 모르겠네요.”

“신축 건물인가요?”

“네. 최근 새로 건축한 건물입니다. 건축주가 사정이 생겨서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되어 급히 내놓은 물건이고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320억입니다.”

“그러면 충분하겠네요. 급매로 내놓은 거라 조금 저렴하게 나왔거든요. 한데,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규모가 좀 크다는 겁니다. 각 층이 130평 정도 되거든요. 괜찮으시겠어요?”

“오히려 제가 바라던 겁니다. 너무 좁은 건 원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면 직접 한번 보시고 결정하시죠.”

지나치게 넓은 매장은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서우는 누워서 편하게 게임할 수 있도록 꾸밀 것이기에 넓은 게 좋았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서우는 직접 건물까지 살펴보았다.

확실히 주선용이 말한 대로 건물이 상당히 크고 아름다웠다.

보자마자 첫눈에 ‘이거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계약금까지 받으면 이서우에게 무려 320억이 생긴다.

그 외 몇십억 정도를 더 현금화할 수 있어 돈은 부족하지 않았다.

“꽤 비쌀 것 같은데, 정확히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위치도 위치여서 값이 꽤 나가지만 그만큼 값어치를 하죠. 지하 2층에 지상 5층으로 대지 면적은 190평이고 건폐율이 80퍼센트입니다. 용적률은 1천 퍼센트고요. 건축미를 살리기 위해 층당 높이를 조금 더 높게 잡아서 5층까지만 올렸습니다. 가격은 300억이고요.”

“제가 감당할 수준은 되네요.”

“건물의 모든 관리는 월 500 선에서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 부분은 제가 직접 관여하니 불만 사항은 저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한 다리 거치면 아무래도 신속히 처리가 안 되니 그게 낫더군요.”

“그리 비싸지 않네요.”

“네. 이 정도 규모에 그 가격이면 저렴한 편입니다.”

“손해 보는 거 아니세요?”

“저야 서우 씨 같은 분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게 이익이니까요.”

“솔직하시네요.”

“부자들은 솔직한 걸 좋아하거든요.”

“그것마저도 솔직하시네요.”

갑자기 부자의 반열에 올랐지만 이서우는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괜히 겉멋만 들 것 같아 경계를 하는 것이다.

이미 이서우는 다른 많은 상가 건물들을 보았는데, 그 어떤 것도 이것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돈이 부족했다면 깔끔하게 마음을 접었겠지만 가격도 충분히 지불할 여력이 되어 더더욱 마음이 끌렸다.

“인테리어는 어떻죠?”

“이민을 가시는 바람에 거기까지는 손을 대지 않으셨습니다.”

“잘됐네요. 친환경에 최고급으로 꾸미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그럼요. 국내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가격이 조금 있지만 여력이 되시니 가능할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1층과 2층은 카페나 다른 편의 시설을 하시고, 3층부터 5층까지는 원하시는 접속 방을 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건물은 이걸로 하면 될 것 같고, 이왕이면 집도 보여 주시죠.”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집은 최고급 빌라부터 아파트, 단독주택 등이 있습니다.”

“텃밭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보여 주세요.”

“이곳에서 1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괜찮은 곳이 있습니다. 가사 도우미부터 기사까지 지원되는 곳이죠.”

“가격은요?”

“150평형이고, 60억 정도 됩니다. 거기도 뛰어난 건축디자이너가 참여해서 디자인상도 받았습니다.”

“일단 한번 보여 주시죠.”

“네.”

주선용은 이서우를 데리고 집을 보여 주기 위해 이동했다.

상가 건물과 마찬가지로 이서우는 보자마자 매료되었다.

결국 두 곳을 모두 계약하기로 했다.

금액이 조금 오버되었지만 부모님 집은 당장 이사할 게 아니어서 계약금만 지불했다.

K사에서 계약금이 들어온 날 이서우는 빌딩의 등기 이전을 마무리하고 인테리어를 의뢰했다.

이서우는 원하는 것을 꼼꼼하게 이야기했다.

며칠 동안 새벽까지 어떻게 꾸밀까 고민한 보람이 있었다.

그 외에 세금부터 모든 일을 주선용이 깔끔하게 처리해서 이서우는 크게 신경 쓸 게 없었다.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은 방송이었다.

이서우는 다시 이설아와 만났다.

이서우가 건물을 볼 동안 그녀는 어떤 식으로 방송을 할지 계획을 세웠다.

오랜 경험이 있어 머릿속에 착착 그려졌지만 이서우가 합류하면서 추가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생겼다.

하지만 그건 단지 형식일 뿐이다.

이서우와 이설아는 자유롭게 방송을 하자는 데에 동의했다.

“설아 씨가 고생이 많네요.”

“아니에요. 이제 남은 시간은 내일밖에 없잖아요. 그다음 날이면 다른 사람도 보게 될 테니 서둘러야죠. 그것보다 서우 씨가 게임에 접속을 많이 못 하셔서 어쩌죠?”

“아니에요. 틈나는 대로 접속해서 사냥도 하고, 사이먼 자작과 대화도 하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괜히 일이 바빠져서 방해를 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거든요.”

“방해라뇨. 너무 많이 도와주셔서 오히려 제가 미안한걸요.”

“참, 건물 문제는 잘 해결되셨어요?”

“네. 덕분에 아주 좋은 곳을 구했어요.”

“어딘지 나중에 꼭 데려가 주세요.”

“그럼요. 당연하죠!”

이서우는 흔쾌히 대답했다.

“방송은 내일 오전 9시에 할 거예요. 괜찮으세요?”

“네. 빨리 할수록 좋죠. 과연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마 당분간 난리가 날 거예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말이죠. 제가 예상하기로는 이벤트 때보다 훨씬 더 큰 이슈가 되지 않을까 해요.”

“이벤트 때보다 더요?”

“네. 이벤트는 랭커들의 잔치였다면 하이 레벨 지역은 모두의 잔치일 테니까요.”

“하긴, 아이템뿐만이 아니라 경험치까지 대박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네. 150레벨부터는 진짜 레벨 업이 힘들었는데, 하이 레벨 지역에서라면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을 테니까요. 풀 파티 보너스까지 하면 엄청날 거예요. 잡템이라도 아이템 드롭도 훨씬 좋은 편이고, 더 중요한 건 던전이 하나도 발견이 안 됐다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제가 한 군데 발견한 곳이 있기는 한데, 거긴 은막의 지배자가 아니면 갈 수가 없는 곳이니.”

“지금 은막의 지배자라고 하셨나요?”

“네.”

“헐. 은막의 지배자는 희귀 직업에 속해요.”

“하지만 숫자가 많지 않잖아요.”

“다른 많은 직업과 비교하면 그런 것이죠. 은막의 지배자는 암살자 계열이어서 꽤 숫자가 많아요.”

“암살자라면 굳이 알려 줄 필요는 없겠네요.”

“아니에요. 은막의 지배자는 좋은 암살자에 속해요.”

“좋은 암살자요?”

이서우는 의아했다.

암살자라는 직업 자체가 유저들을 죽이는 것인데 어떻게 좋을 수가 있단 말인가

“물론 은막의 지배자도 유저들을 죽이기는 해요. 하지만 이유 없이는 행동하지 않아요. 그게 그들의 속성이거든요. 또한 암살자들을 죽이는 암살자들이어서 환영을 받는 편이에요.”

“암살자들을 죽이는 암살자라고요?”

“네. 암살자들이 유저들을 죽이면 은막의 암살자들에게 의뢰를 넣어요. 그러면 그들은 의뢰비를 받고 암살자들을 처치하죠.”

“듣고 보니 괜찮은 자들인 것 같기는 하네요.”

함부로 유저들을 죽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서우는 그들이 마음에 들었다.

“암살자들도 그렇지만 은막의 암살자들도 따로 길드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어요. 하지만 암살자라는 직업 자체가 PK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것이어서 갈수록 은막의 암살자들이 밀리고 있죠. 이러다가 암살자 집단에 먹히는 게 아닐까, 사람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면 확실히 괜찮은 집단이 맞기는 하네요. 뭐, 일단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죠. 자기들이 직접 찾아낼 수도 있을 테고.”

“네. 우린 방송에만 전념해요.”

이설아는 화수분처럼 어떤 정보도 막힘없이 쏟아 냈다.

이서우의 궁금증을 풀어 준 이설아는 또다시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몰입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바로 박원식이 제공한 장소였다.

운동기구에 사우나, 심지어는 찜질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있었다.

방송으로 쌓인 피로를 편하게 풀라는 의미였다.

드레스 룸까지 개인별로 제공되고 옷도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어 정말 둘은 몸만 왔다.

방송 준비를 위해 이설아는 이곳에서 상주했다.

하지만 이서우는 집이 준비될 때까지 출퇴근하기로 했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사우나실로 갔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요즘 무리하기는 했지. 그래도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해져서 다행이야.’

최근에는 근심 걱정이 사라져서인지 몸이 예전보다 훨씬 가뿐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항상 운동을 하며 관리를 했다.

이설아와 이서우가 생활할 공간은 따로 잘 갖춰져 있어 불편하지는 않았다.

이서우는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이설아에게로 갔다.

“어머, 서우 씨, 사우나 하고 오시나 봐요?”

“네. 몸이 엄청 개운해지더라고요. 설아 씨도 이용해 보세요.”

“전 찜질까지 하는걸요. 사우나랑 찜질 시설 때문에 여기를 못 벗어날지도 모르겠네요.”

찜질방은 같이 이용해야 하지만 사우나는 시설이 따로 되어 있어 언제든 서로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제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서우 씨는 오늘 푹 쉬시고 내일 일찍 오시면 돼요.”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자려고요.”

“그래요? 저도 당분간은 여기 있을 생각인데, 그럼 나중에 저녁 같이 먹어요.”

“네. 그래요. 그럼 방해꾼은 물러가겠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이서우에게 미소로 화답하는 이설아였다.

이서우는 접속 베드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일도 대충 마무리됐으니 이제 지르러 가 볼까?’

두 번째 종속자를 처치하고 얻은 전설 무기.

이서우는 그 무기를 7강까지 해 놓고 일이 바빠 보류했었다.

이제 가서 풀 강화까지 할 생각이었다.

접속 베드에 누운 이서우는 뉴 월드에 접속했다.

* * *

“마스터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준비는 잘되고 있느냐.”

“네. 당장이라도 출발할 수 있습니다.”

“내일이면 출발할 테니 너무 안달하지 마라.”

“네, 마스터님.”

“참, 너 이번에 얼마나 벌었지?”

헤라클레스 길드의 마스터 배상철은 부길드 마스터 장길수를 불렀다.

내일 드디어 조세프 백작령으로 가기 때문에 확인차 부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장길수가 이번 일로 인해 얼마를 벌어들였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장길수는 머뭇거리다가 솔직히 털어놓았다.

괜히 어설프게 거짓말을 했다가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다.

“전 100억 정도 벌어들였습니다. 방송에 내보내면 50억 정도 더 들어올 예정이고요.”

“10퍼센트만 내.”

“네?”

“내 덕분에 150억이나 벌었는데, 10퍼센트도 안 내놓으려했어?”

“아, 아닙니다. 당연히 마스터님께 은혜를 갚기 위해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계좌 번호 알지?”

“……네.”

“출발하기 전에 쏘는 거 잊지 말고.”

“네, 마스터님.”

“그럼 가 봐.”

“네.”

장길수가 나가자마자 배상철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른 사람이 찾아왔다.

“마스터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내일 출발 준비는 잘돼 가지?”

“네. 철저히 준비를 마쳤습니다.”

“참, 이번에 얼마 벌었어?”

“네?”

“거기 데려가 준다고 돈 받았잖아. 받는 건 좋은데, 그냥 입 싹 닦으려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마스터님께 드릴 건 따로 빼 놨습니다.”

“10퍼센트야.”

“네? 네.”

그렇게 간부들 모두가 배상철에게 찾아와 10퍼센트씩 토해 내겠다고 했다.

자신도 엄청난 돈을 챙겨 놓고 10퍼센트씩 다시 뜯어내다니.

하지만 배상철은 그 어떤 미안한 마음도 가지지 않았다.

“내 덕분에 벌어 놓고 어디서 입을 싹 닦으려고? 이것들이 점점 호의를 권리로 안단 말이야. 이참에 물갈이를 싹 해?”

배상철의 머릿속은 돈 벌 궁리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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