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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14화 (114/341)

# 114

레벨이 갑이다

114화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변했다는 말, 영화에서나 볼 법한 말인 줄 알았는데 이서우는 그것을 직접 실감했다.

K사로 가는 동안 이서우는 온 사방에서 어제 방송했던 동영상이 플레이되는 것을 직접 보았다.

각 빌딩마다 광고를 위해 대형 홀로그램을 활용한다.

한데, 그중 절반이 넘는 비율로 이설아와 이서우가 나오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는 뉴 월드 측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글로벌 마케팅 부서의 책임자인 김승조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성사시킨 것인데, 반응이 뜨거웠다.

전국적으로 빌딩 광고를 이용하자 지나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자율 주행 자동차 안에서도 연결시켜 출근하는 내내 그 영상을 보았다.

뉴 월드는 이 영상을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 방송하는 데 엄청난 돈을 들였다.

영상에 대한 저작권은 당연히 이서우와 이설아가 가지고 있다.

누구도 함부로 그들의 영상을 쓸 수 없었다.

함부로 갖다 쓰다가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액을 지불해야 한다.

손해배상액은 이서우와 이설아가 만든 제작물의 가치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쉽게 감당할 수 없는 액수가 책정될 것이 뻔하기에, 아무도 그들의 영상을 함부로 쓰려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 대여에 관한 것을 K사에 맡겼다.

개인보다는 기업이 훨씬 더 관리하기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단,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후려치려는 곳과는 아예 상종도 하지 않았다.

공익을 위하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어 영상을 활용해야 할 상황에는 반드시 이서우와 이설아에게 동의를 구해야 했다.

‘아주 난리가 났네. 진짜 내가 인기인이 된 거구나.’

방송 중에 시청하는 인원은 확인했지만 숫자만 올라가는 것으로는 인기인이 되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되니 그제야 가슴으로 확 와닿았다.

K사로 들어가니 이설아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빠, 일찍 왔네.”

“응. 집에 틀어박혀서 하는 것보다는 여기 오면 일하는 느낌이 나잖아.”

“탁월한 선택! 그나저나 아침은 먹었어?”

“어.”

“안 먹었으면 같이 먹으려 했는데 아쉽네.”

“미리 전화를 하지 그랬어.”

“헤헤, 아침부터 전화하면 방해될까 봐 그랬지. 참, 오빠, 오면서 봤지?”

“빌딩을 가득 채운 영상?”

“응. 직접 말해 주려고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어. 뉴 월드에서 활약하는 오빠의 모습을 대형 화면으로 본 느낌이 어때?”

“엄청 어색하더라.”

“자주 겪다 보면 금세 익숙해질 거야. 나도 처음 인기를 끌고 밖에 나갔을 때 완전 당황했잖아. 사람들이 몰려올 때 너무 놀라서 도망까지 쳤다니까. 그때 방송에서 막 사과하고 그런 걸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려.”

“하하하, 상상이 간다.”

이서우는 이설아가 놀란 얼굴을 하고 도망가는 모습을 떠올렸다.

안 그래도 하얀 피부가 새하얗게 질렸을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서우가 웃는 동안 이설아는 밥을 먹는다며 얼른 식당으로 갔다.

두 사람만을 위한 식당이 있었는데, 원하는 음식을 기록해 두면 식사 때에 맞춰 그 음식이 나온다.

박 대표가 특별히 그들을 위해 뛰어난 주방장을 구해 놓아서 음식은 어떤 호텔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음식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니 사람들과 대면할 필요가 없어 편했다.

이설아가 식사를 할 동안 이서우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와 카페 등의 글들을 보고 있으니 그 양이 너무 엄청나서 다 찾아보는 것이 불가능했다.

댓글들도 장난이 아니었다.

대부분 좋은 반응이었지만, 간혹 부정적인 내용도 있었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오빠, 뭐가?”

“응? 아, 왔어?”

“응. 이거 마셔.”

“고마워.”

이설아는 테이크아웃 잔에 아이스 토피넛 라테를 가져왔다.

카페인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고 뭘 좋아하는지 물었고, 그중에 하나를 주문해서 받아 온 것이었다.

과거에는 일회용 줄이기 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플라스틱 처리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어 더 이상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서우의 곁에 앉은 이설아는 그가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확인했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었던 거야?”

“응.”

“좋은 이야기가 많더라고. 부정적인 것도 있는데, 그건 내가 충분히 설명을 안 해서 그런 거니 오해는 금세 없어질 거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아.”

“오빠는 진짜 대단해. 난 사람들 이야기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는데.”

“사람인 이상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 하지만 사람들 말 신경 쓰다가 스트레스만 받으니까 애써 지워 버리려고 노력하는 거지.”

“응, 맞아.”

이설아는 이서우가 혹시라도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너무 태연해서 놀랐다.

대스타라도 악플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잘 대처하는 사람도 있지만, 영향을 크게 받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처음에는 유명하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행동했지만 갈수록 고소, 고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악플러들에게 대응하는 추세로 바뀌어 갔다.

지금은 법이 엄격해진 만큼 심한 악플러들이 기승을 부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악플이 줄었다고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이럴 때는 어나더 월드에서 별의별 NPC들을 다 상대해 본 게 도움이 되는구나.’

이서우는 피식 웃고는 홀로그램 창을 닫았다.

“참, 오빠, 이번에 광고비로 꽤 들어왔던데. 확인했어?”

“아직 확인 안 해 봤는데.”

“바로 입금했을걸.”

“그래?”

“응. 확인해 봐.”

“나중에 확인해 보지, 뭐.”

“아냐. 지금 확인해 봐. 돈 관계는 그때그때 확실히 하는 게 좋아. 앞으로도 광고 수익은 미리 지급되거나 광고 나가고 다음 날 바로 지급될 테니 수시로 확인해 봐.”

“알았어.”

돈 문제에서만큼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대응은 절대로 금물이었다.

이설아도 초반에는 괜히 돈 이야기 꺼내는 게 미안해서 망설이다가 몇 번 골치를 썩이고는 이후부터 태도를 고쳤다.

“헉!”

“왜? 너무 적어?”

“아니, 그 반대인데? 뭐가 이리 많아? 어제 영상 해 봐야 광고 몇 개 안 나갔잖아. 오늘 빌딩 광고 며칠 동안 하기로 한 거야?”

“아니. 뉴 월드에서 홍보하려고 4시간 동안만 틀기로 한 거야.”

“4시간?”

“응. 가격 대비 홍보 효과를 보면 싸게 먹히는 거지.”

“…….”

이서우는 몇억 정도 들어왔겠거니 싶었는데 잔고에 100억이 늘어나 있어서 깜짝 놀랐다.

“오빠, 슈퍼볼 시즌에 30초 광고에 수십억이 들어. 4시간에 100억이면 진짜 저렴한 거야.”

“그렇게 따지면 또 그렇기도 하네.”

“그럼. 4시간 동안 뉴 월드가 얻는 이득은 최소 수백억이야. 아마 이번에 효과가 괜찮으면 전 세계적으로 광고를 하려고 할 거야.”

“헐. 전 세계적으로?”

“그럼. 우리나라는 이제 거의 포화 상태야. 그러니 당연히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 다른 나라에서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여서 광고가 더욱 간절할걸.”

이설아의 추측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많은 사람들이 봤다지만 보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다.

뉴 월드가 이 기회만 잘 활용해도 이용자 수를 더 늘릴 수 있었다.

1명이 뉴 월드를 하면 보급형 접속 베드가 500만 원에, 한 달 계정비가 20만 원이다.

10만 명이 접속 베드를 구입하면 5천억이라는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접속 베드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과 그 외 다른 비용을 빼더라도 2천억 정도는 남는다.

이는 고급형과 최고급형을 제외한 것이다.

만약 보급형 외의 접속 베드까지 다 포함하면 영업이익률이 매출의 50퍼센트가 넘는다.

영업이익률이 매출의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곳이 많은 걸 감안하면 엄청난 수익이었다.

그러니 광고비로 100억을 쓰는 건 글로벌사로서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왜 K사는 그렇게 가격을 싸게 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아직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으니 한번 맛이나 보라고 그런 것이다.

맛있는 걸 한 번만 먹는 사람은 없듯 사람들은 계속 찾게 될 것이고, 그 효과로 점차 세계시장을 가져오기 위해 시도한 것인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제 상황이 역전되어 글로벌사로서는 무조건 K사와 광고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설아는 5년 동안이나 해 온 일이어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지만 이서우는 이제 입문자다.

광고효과가 크다는 것은 막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엄청난 부를 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뭐든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진짜 돈 걱정 없이도 살 수 있구나.”

“그럼. 현재의 게임 산업 규모는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 접속 베드 부품을 만드는 곳만 해도 셀 수가 없어. 거기다 전국을 커버해야 하니 서비스 센터도 장난 아니고, 그에 따른 직원들도 엄청나. 뉴 월드 하나로 수백만 명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거지.”

“수백만 명?”

“가족들까지 다 포함해야지.”

“하긴, 요즘은 집집마다 아이를 둘 이상은 낳는 추세니까.”

“복지가 유럽 부럽지 않게 잘되면서 혼자 벌어도 충분히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으니, 혜택은 갈수록 많은 사람에게 돌아갈 거야.”

이서우는 뉴 월드라는 게임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데 큰 일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참, 오빠. 뉴 월드에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 같던데.”

“또?”

“당장은 아니고, 내년 초반이나 올 연말에 할 생각인가 보더라고.”

“그래도 얼마 안 남았네. 근데 무슨 이벤튼데?”

“토너먼트 대회인 것 같더라고.”

“토너먼트 대회?”

“응.”

“랭커들의 잔치겠네.”

“두 종류로 나눠서 하려나 보더라고. 장비의 능력치를 100퍼센트 활용할 수 있는 대회와, 모두가 다 균등한 능력치를 가지고 싸우는 대회.”

“뉴 월드에서 또 머리 썼네.”

“그러니까. 근데 아직 정확하게는 몰라. 그냥 넌지시 이야기는 하더라고. 방송에서 잘 부탁한다는 거겠지.”

“방송을 하니 정보도 미리 얻고, 좋네.”

“뉴 월드도 인기 방송 진행자들에게는 편의를 꽤 봐주는 편이야. 홍보에 큰 도움이 되니까.”

“사람들이 알면 불만을 가지겠는데?”

“아냐. 아이템을 얻거나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정보 같은 것들은 일절 알려 주지 않거든. 시청자들도 더 나은 방송을 보기 위해 어느 정도 그런 건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이야.”

“그렇구나.”

이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에 지장을 줘서 형평성에 어긋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선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설아를 만나 방송을 하게 된 게 정말 신의 한 수구나.’

이서우는 유료 사이트를 뒤지며 정보를 알아내려고 했던 과거가 참으로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 당시에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니.

물론 정보 때문에 이설아와 함께 일하게 된 것은 아니다.

방송을 하는 게 훨씬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상황이 변하는데 내 고집만 내세우지 않아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거야. 역시 고집도 피울 때나 피워야 된다니까. 그나저나 토너먼트 대회라…….’

이서우가 고민하는 것을 알았을까?

이설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빠가 안 내키면 굳이 나가지 않아도 돼.”

“일단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엄청난 상금에 전설급 아이템이 걸려 있는 거지만 오빠는 아이템 욕심은 없는 것 같으니까, 뭐.”

“꼭 나가라는 소리같이 들린다?”

“헤헤, 들켰네.”

그의 말에 이설아는 애교를 부리며 윙크를 했다.

방송에서 가끔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이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말했다.

“일단 난 뉴 월드 접속할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불러.”

“나도 접속할 생각인데?”

“바쁜 일 없나 봐?”

“일 열심히 해야지. 이제는 마음껏 게임할 수 있잖아.”

“하긴, 그게 우리 일이긴 하지. 그럼 갈까?”

“응!”

이서우는 이설아와 함께 나란히 접속 베드에 누웠다.

몇 번 같이 게임을 하다 보니 이제는 같이 눕는 것에 익숙해졌다.

게임에 접속하니 사이먼 자작이 급히 달려왔다.

“이보게!”

“사이먼 자작님, 무슨 일이시기에 그리 급히 오시는 겁니까?”

“말도 말게. 큰일 났네.”

“큰일이라고요?”

“그렇다네. 일단 나와 잠시 같이 가세.”

“네.”

이서우와 이설아는 다급히 달려가는 사이먼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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