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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15화 (115/341)

# 115

레벨이 갑이다

115화

‘이쪽은 다른 종족들이 사는 구역인데…… 어디로 가는 거지?’

사이먼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종족별로 구역을 나눠서 살도록 했다.

각 구역마다 똑같이 각종 편의 시설을 누릴 수 있도록 해서 다들 불만은 없었다.

다른 종족들도 인간들과 섞여 사는 것보다 그것을 더 좋아했다.

잠시 후, 사이먼의 목적지가 분명해졌다.

‘여긴 엘프 구역인데.’

이서우는 엘프들에게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대체 무슨 일일까?

이곳에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던 그들이다.

접속 종료를 한 지 반나절 만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사이먼 자작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엘프 1명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어디론가 안내했다.

그들이 간 곳은 엘프 대표가 있는 곳이었다.

“저는 여기까집니다.”

엘프가 조용히 사라졌고, 이서우는 통나무집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물의 엘프 대표 피욘이 있었다.

“이렇게 어려운 걸음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오. 같이 살게 되었으니 어려운 일이 있으면 당연히 도와야 되지 않겠소? 서우 군도 그렇게 생각할 거요. 안 그런가?”

“물론입니다!”

이서우는 겸손하지만 당당한 자세를 유지한 채 힘주어 대답했다.

신뢰가 가는 태도였다.

“그러면 믿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이먼 자작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시니, 두 분께서는 부디 오늘 이 자리에서 본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아 주십시오.”

“제 입은 결코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염려 마세요.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이서우와 이설아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잠시 이리로…….”

피욘은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곳 중 한 곳으로 안내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이서우는 나쁜 기운을 느꼈다.

긴 테이블에 흰 천이 씌워져 있는 것이 보였는데, 피욘이 그 앞에 섰다.

잠시 이서우와 이설아를 쳐다본 피욘이 흰 천을 걷었다.

테이블에는 엘프 여성이 나체로 누워 있었다. 하지만 생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이 있었다.

“피부가 검군요.”

“네. 다크 엘프에게 당해서 피부가 검게 변한 것입니다.”

“다크 엘프라고요?”

“네. 어둠의 힘에 먹힌 배반자들이지요.”

이서우는 자연스럽게 이설아를 쳐다보았다.

다크 엘프에 대한 이야기는 얼핏 들었지만 뉴 월드에서 어떤 존재로 등장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건 이설아도 마찬가지였다.

일반 지역에서는 엘프도 볼 수 없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의 궁금증을 피욘이 풀어 주었다.

“이 세계에서는 많은 엘프들이 살아갑니다. 같은 물의 엘프라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공동체가 있지요. 보통은 인간들과 서로 섞이지 않지만, 사악한 인간들에게 이곳이 점령당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때 살기 위해 그들의 노예가 되는 걸 자처한 엘프들이 있었는데, 바로 그들이 다크 엘프가 되었습니다. 종이 되고 어둠의 힘을 받아들이면서 성격부터 모든 게 변해 버렸지요. 그들 중 여성체는 대부분 성 노예가 되었고, 남성체는 살인을 비롯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두 사람은 다크 엘프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동족을 배신하고 동족을 노예처럼 부리는 자들을 따르다니.

두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행위였다.

피욘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지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흥분을 가라앉힌 피욘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엘프들이 지배자의 노예가 되어 더 이상 다크 엘프들이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들은 살기 위해 종속자와 관리자, 심지어는 통치자와 지배자에게까지 찾아갔습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말이죠. 다행히 그들에게도 경쟁 관계에 있는 존재들이 있어 감시자로 쓰기 좋겠다고 판단해 다크 엘프들을 받아 주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다크 엘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요. 감시자는 드러나는 순간 쓸모가 없어지니까요. 하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야 할 다크 엘프가 스스로를 드러냈습니다. 이는 결코 다크 엘프들의 뜻이 아닐 겁니다.”

“피욘 님의 말씀은, 다크 엘프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주인들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는 뜻입니까?”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왜 이들이 나타났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렇게 다크 엘프화가 진행된 동족을 찾게 된 것도 운이 좋았습니다.”

“그렇군요.”

다크 엘프가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일찍 알게 된 것이 물의 엘프로서는 행운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물의 엘프로서는 다크 엘프를 막을 힘이 없다는 것이다.

“부탁드립니다. 부디 우리 동족을 찾아 주십시오.”

물의 엘프 여성들을 찾아라

물의 엘프 대표 피욘은 성 노예로 잡혀간 동족들을 찾기 위해 애를 썼지만, 다크 엘프가 개입되었다는 것을 알고 포기하려 했다. 자칫 남은 동족들까지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족들을 찾는 것을 끝내 포기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그는 다크 엘프에 관한 사실을 털어놓으며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난이도 : B+++

완료 조건 : 물의 엘프 부족 여성들을 구하라. 최소 50명 이상 구해야 완료할 수 있다.

성공 시 보상 : 5레벨 경험치, 100,000골드, 물의 중급 정수 10개, 피욘과의 친밀도 대폭 상승.

실패 시 : 7레벨 다운, 피욘과의 친밀도 대폭 하락.

‘난이도가 비 트리플 플러스? 200레벨이 넘으니까 난이도가 높아져도 레벨 업 경험치는 5 이상 증가하지 않네.’

100레벨 중반대였다면 10레벨도 오를 만큼 높은 난이도다.

하지만 레벨이 높아지면서 비정상적인 레벨 업을 막기 위해 제한이 걸렸다.

경험치로 보면 오히려 이전의 10레벨을 올릴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았기에 이서우는 크게 불만을 갖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그들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피욘은 인간들에 대해 잘 알기에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퀘스트가 떴다는 건, 일단 당분간은 그들이 살아 있을 거라는 뜻이야. 살아만 있으면 충분히 찾을 수 있어.’

넓은 땅덩이에서 물의 엘프 부족을 찾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다고 여겨지지도 않았다.

“참, 이걸 가져가십시오.”

“이게 뭔가요?”

“이 구슬에 마나를 주입하시면 물의 기운을 조금 더 자세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큰 도움이 되겠군요.”

“더 뛰어난 성능의 정수를 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물의 중급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이게 정수구나.’

이서우는 하늘색으로 빛나는 알사탕 크기의 구슬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런 도움까지 있다면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진다.

“참, 이 여성분을 찾은 지 얼마나 지났습니까?”

“이제 하루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렇군요. 다크 엘프에 관해 더 해 주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어둠의 힘을 사용한다는 게 그들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어둠의 힘이라…….”

“각종 질병부터 저주까지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때로는 몬스터를 어둠의 힘으로 굴복시켜 강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둠의 힘에 지배받는 몬스터들은 오직 파괴를 위해서만 움직입니다. 자신의 몸 따위는 돌보지 않고 무조건 돌진을 하지요. 그래서 지배당하지 않을 때보다 2배 이상 강해지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힘이지만 이서우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그냥 그런 게 있나 보다 하는 정도였다.

이서우의 표정이 너무 태연했을까. 피욘이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어둠의 힘의 끝이 어디까지인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곱 지배자들 밑에 있으면서 더 많이 발전했을 거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죄송한 말이지만, 피욘 님과 다크 엘프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차이가 날까요?”

“저는 이미 과거의 힘을 절반 이상이나 잃었습니다. 그러니 저보다 10배 이상 강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서우는 그의 말을 듣고도 그다지 긴장하지 않았다.

솔직히 피욘은 이서우의 한 수도 제대로 받아 내지 못한다.

하지만 피욘의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았다.

“발견된 위치도 가르쳐 주십시오.”

“마을에서 북서쪽 30킬로미터 지점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거리는 꽤 있군요.”

“네.”

-오빠, 나도 궁금한 게 있어.

-그래? 그럼 편하게 물어봐.

-응.

이설아는 이서우가 대화를 끝낼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저도 여쭤볼 게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어둠의 힘을 사용한다고 하셨는데, 마법인가요?”

“마법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그 말씀은…….”

“원래 엘프는 정령 마법을 사용합니다. 그런 그들이 어둠의 힘을 받아들이면서 좀 묘하게 변했습니다.”

“묘하게 변했다고요?”

“네. 분명히 다른 힘을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령 마법의 색깔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러면 그들이 사용하는 질병과 저주는 치유가 가능한가요?”

“평범한 힘으로는 중화시킬 수 없습니다. 물은 치유의 힘을 담고 있지만, 불가능하더군요. 물론 경지가 더 높아진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만 저로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군요. 도움이 되었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분초를 다투는 일이니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물의 정령왕의 가호가 있기를…….”

이설아의 궁금증이 해결되자 이서우는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속도를 높일 테니 빠르면 말해.”

“응.”

이서우가 땅을 박차고 속도를 높이자 이설아도 부지런히 그의 뒤를 쫓았다.

* * *

“미끼는 잘 던졌겠지?”

“네, 주인님.”

“불만인 것이냐?”

“아닙니다.”

“표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만.”

“제가 감히 어찌 주인님께 불만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불만이 아니라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데, 편하게 말해 보거라.”

“단지 존귀하신 주인님께서 그런 하찮은 조무래기들에게 신경을 쓸 이유가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그럽니다.”

“네 말이 맞다.”

“하면…….”

“기억해야 한다, 너처럼 생각하다가 두 종속자들이 죽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들은 주인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합니다.”

“그들은 어둠의 힘을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나보다 약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무릎을 꿇고 있는 검은색 피부의 존재는 바로 다크 엘프였다.

그는 주인인 종속자의 말을 온전히 수긍하지 못했다.

누가 뭐라 해도 그에게는 자신의 주인이 가장 강한 존재였으니까.

“어쨌든 미끼를 던져 놨으니 내가 신경 써야 할 놈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곧 드러나겠지.”

“네. 흔적을 확실히 남겨 뒀으니 빵 부스러기를 따라 쫓아올 것입니다.”

“기대가 되는구나.”

종속자의 눈이 먹물처럼 물들었다.

평소에는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는데, 갑자기 악마에라도 씐 듯 눈자위가 까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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