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레벨이 갑이다
123화
“팀장님?”
“네. 오늘도 보니 좋은데요?”
“아, 네. 한데, 무슨 일로.”
“오빠, 일단 앉아 봐. 신경 써야 할 일이 생긴 것 같아.”
아침 일찍 출근해 사무실로 가자 김소연이 있었다.
이서우는 약간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설아를 보곤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며 그녀의 옆에 앉았다.
“팀장님,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
“서우 씨, 어제 제가 자작에게 잡혀갔던 거 기억하시죠?”
“네.”
“그때 서우 씨를 찾으러 온 사람이 있었다고 했던 것도요.”
“네, 기억나요.”
“홍영철이라는 자인데, 혹시나 해서 제가 그 이름을 알아봤거든요. 한데, 좀 질이 안 좋더라고요.”
“질이 안 좋다고 하시면……?”
“전과 7범에, 조직폭력배 생활도 좀 했더라고요.”
“네?”
이서우는 그런 사람이 왜 자신을 찾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해답은 김소연에게서 나왔다.
“처음엔 이자가 왜 서우 씨를 찾나 궁금했어요. 아무리 조사를 해도 연결점이 없었으니까요. 한데, 설아 씨와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왜 이자가 서우 씨를 찾고 있는지.”
김소연은 홀로그램으로 홍영철의 화면을 띄웠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다른 영상도 하나 더 띄웠는데, 이서우는 단번에 누군지 알아보았다.
“권안나!”
“네. 바로 이 여자 때문에 홍영철이 서우 씨를 찾은 거예요.”
“무슨 관계인 거죠?”
“권안나는 홍영철의 전 여자 친구예요. 최근 설아 씨에게 20억에 전장의 지배자에 대한 정보를 팔았죠. 그녀는 돈을 받고 흥청망청 썼어요. 외제 차에, 최하 2천만 원이나 하는 가방, 고가의 화장품 세트 등 단 며칠 만에 10억을 썼더군요. 한데, 그걸 홍영철이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여자가 돈의 출처가 어딘지 불었다?”
“네.”
“오빠, 아무래도 경호원을 붙여야 될 것 같아.”
“경호원?”
“응. 이 인간 진짜 질 안 좋아. 거리에서도 막 여자를 패는 인간이야. 남자들은 거의 반병신을 만들어 놓는다더라고.”
“저도 설아 씨의 생각에 동의해요. 불편하시다는 건 알지만 요즘은 최첨단 장비들을 이용하기 때문에 경호를 받고 있는지도 모르실 거예요.”
이서우는 무슨 경호원이냐며 거절을 하려 했지만 그 동안 이뤄 놓은 것들이 자칫 한순간에 모두 날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망설였다.
“게다가 홍영철은 혼자가 아니에요. 그자가 거느린 사람들도 다들 콩밥 몇 번씩은 먹은 자들이어서 범죄를 저지르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일이 틀어지면 몇 년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할지도 몰라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경호를 받도록 하죠.”
이서우는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는 말에 백기를 들었다.
5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지냈으니 다시는 병원에는 가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이서우가 수락하자 이설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설아 씨도 따로 경호가 붙을 거예요.”
“그럼 이참에 오빠도 여기 들어와서 지내.”
“부모님이 계셔서 안 돼. 내가 위험하면 부모님도 마찬가지겠지.”
“걱정 마세요. 두 분에게는 이미 경호가 붙었어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경호원들로 두 팀이나 붙였으니 아무 문제 없어요.”
“두 팀이나요?”
“네. 서우 씨는 이제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 되신 거예요.”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있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좋은 방법이에요. 경호할 인원이 적을수록 더 완벽하게 지킬 수 있으니까요. 만약 세 분 중 한 분이라도 인질로 잡히면 그게 더 위험해요. 서우 씨가 안전한 곳에 있어야 두 분을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어요. 그건 제가 장담하죠.”
“흠.”
이서우는 미처 그 부분까지 생각을 못 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좋습니다. 일을 한다고 하면 부모님도 납득을 하실 테니 당분간은 이곳에서 지내는 것으로 하죠.”
“잘 생각하셨어요. 곧 서우 씨가 구입한 주택에 부모님이 입주하실 수 있을 테니 훨씬 안전할 거예요. 거기도 따로 보안이 잘되어 있거든요.”
“그거 반가운 소리네요.”
이서우의 굳은 얼굴이 그제야 살짝 풀렸다.
“홍영철에 대해서는 경호 팀에 따로 말해 둘게요.”
“경호 팀요?”
“네. 이번 일로 박 대표님이 두 분을 위해 따로 경호 팀을 꾸리자고 하시더군요.”
“일시적인 게 아니라 계속 유지한다는 뜻인가요?”
“네. 귀찮으시겠지만 서우 씨의 가치가 그만큼 올라가고 있어서 어쩔 수가 없네요.”
“제가 그리 큰 역할을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대우는 거의 10대 기업 오너 수준인 것 같네요.”
“성과가 없다뇨. 서우 씨와 설아 씨가 나오는 영상은 벌써 5억 뷰를 넘겼어요. 최단기간 기록 보유자세요. 이렇게 빨리 조회 수가 늘어난 영상은 아마 향후에도 절대 없을 거예요.”
“그렇게나 많이 봤나요?”
“네. 점점 느려져야 하는데, 오히려 조회 수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요. 다들 빨리 다음 영상을 보고 싶다고 난리예요.”
김소연은 상기된 얼굴로 신나게 이야기했다.
그녀도 이서우와 이설아의 영상이 기록을 세우며 선전하는 게 즐거운 것이다.
“참, 다음 영상 때문에 오빠와 상의를 좀 하려고 했는데, 말 나온 김에 하는 게 좋겠네.”
“다음 영상?”
“응. 영상을 따로 편집하는 팀은 있지만, 어떻게 구성할지는 내 권한이니까.”
“그래서 난 그냥 아무 간섭도 안 하고 싶은데?”
“아냐. 오빠도 대충은 알고 있는 게 좋아. 특히 팀장님이 합류하면서 영상이 더 화려하고 멋있어질 것 같거든.”
“그래?”
“응. 몰랐는데, 소환수 시점으로도 녹화가 가능하더라고. 어제 마을 괴멸시킨 것도 공중에서 다 찍으셨더라. 소환수 몇을 더 불러 가지고 여러 각도에서 찍어서 파일 보내 주셔서 놀랐다니까. 아무래도 앞으로도 팀장님과 함께 파티를 해야 할까 봐.”
이서우는 김소연 팀장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 다급한 와중에도 일 생각을 했다니.
“그건 좋은데, 우리 일정에 맞추려면 팀장님이 일을 제대로 못 하실 텐데.”
“그래서 부팀장을 두려고요. 저는 올라오는 정보만 취합해서 두 분에게 제공하면 되니까요. 그 외의 시간은 같이 뉴 월드를 하는 게 방송에는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저도 크게 반대를 할 수 없겠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이서우도 이번 일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유능한지 잘 알게 되었다.
다양한 소환수를 통해 여러 사람의 몫을 해내니 이서우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참, 근데 그렇게 되면 팀장님도 영상에 참여하는 게 되잖아요.”
“그래서 내 몫의 10퍼센트를 드리기로 했어.”
“너도 얼마 안 되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
“아니야. 오빠의 몫에서 떼는 건 반대야. 솔직히 이 모든 게 가능한 건 오빠가 있기 때문이야. 우리 둘이서는 도저히 불가능해.”
“그 부분 때문에 대표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조건을 조금 바꾸자고요.”
“조건을요?”
“네. 국내에서 얻는 모든 수익은 두 분이 나누는 것으로 하고, 해외 수익에서 15퍼센트를 달라고 하시더군요. 전 그중 1퍼센트만 가지고, 85퍼센트에서 두 분이서 나누시면 되는 걸로요.”
“그러면 회사가 손해 아닌가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슈퍼스타들도 소속사와 9 대 1의 말도 안 되는 비율로 나눠요. 하지만 그들은 아무리 많은 수익을 내도 1년에 3천억 정도 수준이에요. 이권이 걸린 회사들끼리 나누고, 운영비에 이것저것 다 빼면 실제 배우가 가져가는 몫은 400~500억 수준이고요. 톱의 위치에 있는 스타가요. 벌어들인 수익에서 운영비 등이 모두 빠지고 순이익에서 나누는 것이어서 회사는 결코 손해가 없어요.”
“그러면 국내 수익 20퍼센트를 오빠가 가지면 70퍼센트가 돼. 수정된 조건으로 해도 우리가 훨씬 이득이야.”
“네. 맞아요. 그러니 따로 신경 쓰실 필요 없으실 거예요.”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네.”
이서우는 계약 사항을 변경하는 데 동의했다.
그녀가 합류하면서 얻는 이득은 큰 반면, 손해 보는 것은 전혀 없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이제 같은 멤버가 됐는데 계속 팀장님이라 부르는 것도 좀 이상한 거 같은데, 팀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전 두 분처럼 편하게 지내도 괜찮아요. 직함만 팀장이지 이렇게 되면 부팀장이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테니까요.”
“그러면 언니라 불러도 되겠네요?”
“그럼요.”
“에이, 언니도 말 편하게 해야 저도 같이 편하게 하죠.”
“그래. 어차피 나도 그게 편해.”
“응, 언니. 오빠도 누나라 불러.”
“누나?”
“응. 한 살 많으니 누나지. 앞으로 같이 사냥하면서 의사소통하는 데는 편한 게 좋잖아.”
“뭐, 그렇다면야.”
“언니도 오빠 편하게 대하시면 될 것 같아요.”
“네, 그러세요.”
“서우 씨는 제가 불편한가 본데요?”
“아닌데요?”
“말투가 그렇지 않은데요.”
“아, 알았어, 누나.”
이서우는 김소연이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알기에 바로 말을 놓았다.
“그럼 이제 우린 한배를 탄 건가?”
“그러네. 앞으로 잘 부탁해, 언니.”
“내가 잘 부탁해야지. 뉴 월드에서는 내가 좀 터프한 이미지인데, 솔직히 어제는 긴장했다니까. 난 그런 세상이 있는 줄도 몰랐어. 사냥하는데 짜릿하더라.”
“에이, 전혀 긴장한 것 같지 않았는데? 긴장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멋진 영상을 담을 수 있어?”
“그거야 직업 정신에서 나온 거고. 유저 입장이었다면 그런 생각도 못 했을걸.”
김소연은 털털한 성격답게 빠르게 적응했다.
이서우나 이설아도 그녀의 그런 성격이 마음에 드는지 미소를 지었다.
“참, 누나가 된 기념으로 서우에게 조언을 하나 해도 될까?”
“도움이 되는 거라면야 사양 안 하지.”
“피가 되고 살이 될 거야.”
“뭔데?”
“K사 돈 잘 버니까 갑질 좀 해도 된다고. 물론 너무 상식에 어긋나게 하지는 않아야겠지만, 기업 생각 많이 해 줄 필요 없어.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 인기가 영원한 건 아니니까.”
“맞아. 나도 언니 말에 동의해. 오빠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탈이야.”
“내가? 나 별로 안 착한데.”
“아냐. 딱 사기당하기 좋은 스타일이야.”
“그건 나도 인정. 서우는 너무 순진해.”
두 여자가 한마음이 되어 이서우를 몰아붙였다.
‘이 여자들이 나의 실체를 모르네. 내가 엄청 이득을 보고 있다는 걸 모르는군. 뭐, 착각은 자유니까.’
이서우는 지금까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행동했다.
단 한 번도 남을 먼저 배려한 적이 없었다.
일단은 자신부터 챙기고, 그다음이 상대방이었다.
“참, 언니, 언니가 우리랑 같이 뉴 월드 하면 홍영철에 관한 건 어떻게 할 거야?”
“그건 경호 팀에 맡겨야지. 조금이라도 서우에게 해를 입히려 하면 철창신세를 면하지 못할 테니 걱정 마. 아, 내가 말을 안 했는데, 두 사람을 위한 법무 팀도 있어.”
“법무 팀까지?”
“저작권과 관련된 거라든지 기타 법률적인 부분이 생길 소지가 많아서 국내법과 국제법에도 능통한 사람들을 뽑았다. 한 20명쯤 될걸.”
“많네.”
“다들 유능해.”
“진짜 일이 커지네. 법무 팀이라니.”
“그러게. 우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네. 비서팀에 경호 팀, 이제는 법무 팀까지. 다 몇 명이야?”
“서우 부모님에게 붙은 경호 인력까지 포함하면 80명 이상은 될걸. 편집 팀도 있으니.”
“마, 많다.”
방송에 익숙한 이설아도 인원수를 듣고는 놀랐다.
“한 달에 두 사람을 위해서만 쓰도록 책정된 비용이 50억 정도는 될 거야. 아직 절반도 못 쓰고 있어. 그러니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요구해. 너희들이 발전할수록 K사가 지원하는 비용도 늘 테니 눈치 볼 필요도 없어. 너희들이 벌어주는 돈이 그것보다 10배 이상은 많아. 아마 해외에서도 본격적인 광고가 진행되면 정말 돈을 쓸어 담을걸.”
“이제는 조금 익숙해지나 했는데, 갈수록 놀라운 세계가 있네.”
“앞으로는 더 엄청난 세계가 너희들 앞에 펼쳐질 거야. 뉴 월드에서처럼 말이야.”
김소연은 1억 7천만 명이 플레이하는 뉴 월드에서 이서우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녀는 그런 일들이 현실에서도 반드시 일어날 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머리 아프니까 그냥 뉴 월드나 할래. 종속자 녀석을 잡으러 가야지. 한바탕 세게 놀아 볼까나.”
“좋지!”
“나도 환영!”
언제 설치를 했는지, 이서우와 이설아가 쓰는 베드 옆에 김소연의 것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여전히 나란히 누웠고, 김소연은 그 옆에 있는 맞춤형 사양의 접속 베드에 자리를 잡았다.
뉴 월드에 접속하자마자 이서우는 종속자가 다스리는 땅을 살피기 시작했다.
* * *
“설아 씨, 서우 씨 좋아하죠?”
“네? 그건…….”
“여자의 촉은 무서워요.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전 서우 씨를 동생으로밖에 보지 않으니 경계하지 않아도 돼요.”
“경계한 적은 없어요. 단지, 팀장님의 외모가 너무 뛰어나서 살짝 긴장한 정도죠.”
“호호호. 설아 씨는 누구보다 예쁘고 아름다워요. 그러니 긴장조차도 하실 필요 없어요.”
“어쨌든 팀장님은 오빠를 남자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군요.”
“네. 설아 씨가 절 대할 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느껴져서 미리 말씀드리는 거예요. 제가 나이가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경험도 많고, 눈치도 좀 있거든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편하게 대할 수 있겠네요.”
“서우 씨를 좋아한다고 인정하시는 거네요.”
“네. 저 오빠를 좋아해요. 앞으로는 더 많이 좋아질 것 같고요.”
“그럼 빨리 고백해요. 제가 볼 땐 서우 씨는 먼저 말할 스타일이 아니에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 좋은 사이가 깨어질까 봐 쉽게 말을 못 하겠어요.”
“뭐, 연애는 당사자들의 문제니 전 옆에서 응원할게요.”
“우리, 좋은 팀이 될 수 있겠는데요?”
이설아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김소연을 보면서 괜히 걱정을 했는데, 먼저 솔직히 말해 주니 마음이 편했다.
“오빠가 올 시간이 됐네요. 아까 저에게 하셨던 말씀, 한 번 더 부탁해요.”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인걸요. 하지만 절 팀으로 받아들여 주실지 잘 모르겠네요.”
“그건 염려 마세요. 제가 적극적으로 도와 드릴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이번에는 김소연이 밝게 웃었다.
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사라지니 마치 사이 좋은 친자매 같은 분위기가 났다.
서로 편한 관계가 될 수 있었던 건 두 여자의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만약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셋은 서로 말을 높이고 있으리라.
잠시 후 이서우가 들어왔고, 이야기가 잘 풀려 김소연을 동료로 받아들였다.
셋은 뉴 월드에 접속해 종속자를 처치하기 위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