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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25화 (125/341)

# 125

레벨이 갑이다

125화

-오빠, 나왔어.

-알아.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일단 놈들이 멀어질 때까지 기다려야지.

-후방을 치게?

-아니.

-그럼 어떻게 하려고?

-일단 놈들이 멀어지면 말해 줄게.

이설아는 궁금증을 안고 적들이 멀어지기를 기다렸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자 그제야 이서우가 움직였다.

한데, 이설아와 김소연이 생각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오빠, 설마 본진을 바로 치려고?

-응.

-헐, 애초에 그럴 계획이었던 거야?

-집을 잠시 비웠는데 그 틈에 불타 없어졌다고 생각해 봐. 기분이 어떻겠어?

-완전 열 받지.

-돌아오면 아마 놈의 얼굴 볼만할 거야.

이서우는 미소를 짓고는 본거지로 더욱 접근했다.

하지만 300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멈췄다.

-잠시 대기. 본거지를 칠 동안 놈이 돌아오면 안 되니 잠시만 더 기다리자.

-공중감시를 할까?

-5킬로미터 안으로 접근하면 놈이 알아차릴 거야.

-10킬로미터 밖에서도 볼 수 있어.

-그럼 부탁해.

하늘에서 아래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김소연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소환수 중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녀석을 불러냈다.

1시간쯤 지나서 이서우가 물었다.

-어디쯤이야?

-이동속도를 높여서인지 꽤 멀리까지 갔어.

-좋아, 그럼 지금부터 시작할게. 다들 조심해.

-응, 오빠도.

서우를 어찌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이설아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싱긋 미소를 짓고는 이서우가 앞장섰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자 경비병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하지만 강한 존재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역시, 아까 나간 놈들이 이곳에서 가장 강한 녀석들이었네. 이러면 아주 처리하기가 쉽겠어.

-언제 행동할 거야?

-지금. 누나는 소환수를 왕창 불러내.

-알았어. 레벨이 올라서 숫자가 많이 늘어서 유용할 거야.

-그럼 간다!

이서우가 신호를 하자 김소연이 소환수들을 모두 불러냈다.

이서우는 마나를 아낌없이 썼다.

그는 마나 탄을 수십 발을 날리면서 건물을 박살 내 버렸다.

마나 소모가 크지만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해서 마나를 아끼지 않았다.

마나 탄의 위력은 엄청났다.

크기를 꽤 크게 조절했기에 하나만 날려도 건물들이 박살 났다.

이서우는 종횡무진하며 수백 채의 건물들을 순식간에 초토화시켜 버렸다.

마나의 양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자 그는 그때부터 비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시전 시간마다 비약을 먹으면서 계속 마나 탄을 쏘았다.

경비병들이 오면 마나 블레이드로 단숨에 베어 버렸고, 먼 거리에 있는 적은 여지없이 마나 탄으로 처리했다.

수십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축구장 20개 크기의 마을이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어 버렸다.

이서우는 마나를 채우며 계속해서 부수고 또 부쉈다.

지금까지 뉴 월드를 하면서 이렇게 무식하게 건물들을 부순 적은 단연코 없었다.

한창 부수는 재미에 빠져 있는데 김소연이 다급히 말했다.

-서우야, 몇 놈이 빠져나가서 종속자에게로 가고 있어. 곧 이곳으로 들이닥칠 거야.

-오케이. 두 사람은 적당히 이곳에서 휘젓다가 빠져. 난 놈들의 뒤통수를 칠 테니까.

-지금 상황에서 뒤통수를 친다고?

-내가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 잊었어?

-아!

-오빠 진짜 무서운 사람이구나. 이 상황에서도 놈들의 뒤통수를 칠 생각을 하다니.

-여튼, 두 사람은 최대한 위험하지 않게 빠져나가.

-여기는 강한 놈들이 없어서 빠져나가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아. 너나 조심해.

-맞아. 오빠나 조심해.

-말했잖아. 난 지옥에 들어가서도 멀쩡히 돌아올 수 있다고. 위치는 아까 그 방향이지?

-응.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고.

이서우는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의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종속자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기에 쫓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가 도착할 때쯤 마을을 빠져나간 인원들이 종속자를 만나고 있었다.

이서우가 예상했던 대로 종속자는 화를 참지 못하고 힘을 뿜어냈다.

괜히 애먼 전투노예들만 낭패를 봤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종속자는 전력을 다해 본거지로 달렸다.

전투노예들이 깜짝 놀라 뒤따랐지만 그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이서우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나오면 나야 좋지.’

이서우는 재빨리 움직여 종속자를 따라잡았다.

대검을 휘두르며 기습을 펼쳤다.

“이놈, 네놈이구나!”

“화는 몸에 좋지 않다고.”

기습이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종속자는 크게 당황해 제대로 회피를 하지 못했다.

이서우는 그 점을 놓치지 않고 몰아쳤다.

진한 마나 블레이드가 종속자를 압박했다.

“아주 맹물은 아니구나.”

“주둥이 놀릴 시간이 있단 말이지? 아주 곡소리가 나오게 해 주지.”

이서우의 기세가 무섭게 변했다.

마나를 온몸에 두르며 펠렌의 세트에 주입하자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갑자기 이서우의 몸이 사라지자 당황한 종속자는 이서우를 찾으려 했지만 놓치고 말았다.

적을 놓친 대가는 컸다.

“컥. 이, 이놈……. 크악!”

옆구리가 베이고, 다시 등이 찔렸다.

종속자는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이서우에게서 떨어졌다.

하지만 한번 잡은 승기를 놓칠 이서우가 아니다.

끈덕지게 따라붙어 종속자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패색이 짙었다. 이대로라면 종속자는 목숨을 잃게 된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주인님!”

멀리서 전투노예들이 입에 거품을 문 채 달려오고 있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자들은 다급히 공격을 펼쳤다.

“이 멍청한 놈들아, 내가 아니라 이놈을 공격해야 할 게 아니냐!”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다급한 상황에서도 죽을죄를 지었다며 허리를 반쯤 접는 전투노예들이었다.

“저, 저런 멍청한……!”

종속자는 뒤로 물러나며 허리를 굽히는 전투노예들을 똑똑히 보았다.

이곳에서 벗어나면 저놈들부터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서우는 전투노예들이 나타난 것이 약간 귀찮기는 했지만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들을 상대해 나갔다.

종속자가 조금 걱정이 되지만 싸워 보니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전투노예들을 하나둘씩 쓰러트리며 힐끗힐끗 종속자를 관찰했다.

‘힘을 회복하고 있네. 빨리 처리해야겠어.’

종속자의 필살기를 아직까지 보지 못해 완전히 안심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서우는 방심하지 않고 신속히 전투노예들을 모두 처치했다.

다행히 레벨이 올라 마나가 풀로 찼다.

“드디어 방해꾼들이 사라졌구나.”

“멍청한 놈, 넌 저런 쓰레기들이 아니라 날 먼저 처치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기회라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 기회마저도 날아가고 말았어.”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넌 전투노예들과 함께 날 공격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조금이라도 이길 확률이 있었겠지.”

“오만한 놈! 네놈의 목을 잘라 성벽에 걸어 두리라! 나의 공간이여, 저 오만한 자를 가두어라!”

종속자의 외침에 갑자기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이서우의 주변을 덮친 아지랑이가 곧 투명한 벽이 되었다.

-종속자의 영역에 들어오셨습니다.

-시전자의 능력이 2배 상승합니다.

-종속자의 영역 안에 있는 적들의 모든 능력치가 50퍼센트 감소합니다.

-종속자의 영역 안에 있는 적들의 방어력이 0이 됩니다.

‘헉! 뭐 이런…….’

이서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디버프 효과에 헛바람을 삼켰다.

방어력이 0이 되다니.

맞으면 무조건 치명타라는 소리다.

이서우는 바짝 긴장한 채 대검을 움켜잡았다.

“크하하하! 이놈! 아주 똥줄이 타나 보구나.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죽어라!”

2배 상승한 종속자의 속도는 엄청났다.

다행인 것은, 이서우가 레벨 업을 하면서 마나가 가득 찼다는 것이다.

이서우는 곧바로 펠렌의 장비에 마나를 주입해 능력치를 끌어 올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하게 종속자의 검을 피할 수 있었다.

“뭐, 뭐지?”

“멍청한 놈.”

‘젠장. 방어력 제로가 이렇게 불리한 거였다니.’

방어력이 높을 때는 스쳐도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제로가 된 지금은 스치기만 해도 피가 닳았다.

하수에게 스치는 것이야 영향이 없겠지만 고수에게 당하는 것은 달랐다.

‘이렇게 되면 큰 차이로 피해야 한다는 거네. 전투가 끝나는 내내 펠렌의 장비에 마나를 주입해야 하다니. 백호를 소환해야 하나? 아냐, 지금 상황이라면 괜히 백호만 희생돼. 차라리 혼자서 감당하는 게 집중력도 분산되지 않아서 좋아.’

이서우는 백호를 소환하는 것은 포기했다.

하지만 펠렌의 장비에 마나를 끝까지 주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몸에 과부하가 걸리기에, 한 번도 펠렌의 장비에 마나를 끝까지 불어 넣은 적은 없었다.

하나, 지금은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야만 했다.

이서우는 무서운 눈빛으로 종속자를 바라보았다.

“눈빛으로는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다.”

종속자가 다시 움직였다.

이서우는 온 신경을 쏟아 그의 움직임을 살폈다.

하지만 큰 차이로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큭.”

생명력이 순식간에 1만이 빠져나갔다.

1퍼센트에 달하는 것이었다.

적은 수치로 보이지만 스치기만 했다는 게 중요했다.

스쳤는데 1퍼센트면, 제대로 들어가면 얼마나 많은 생명력이 빠질지 알 수 없었다.

종속자의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다행히 공격을 제대로 당하지는 않았지만 피는 조금씩 계속해서 빠져나갔다.

결국 절반 이하가 되자 이서우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마나는 이미 70퍼센트가 빠져나간 상태였다.

펠렌의 장비에 주입하는 마나 소모가 워낙 심해서 그런 것이다.

이서우는 잠시 호흡을 고르며 온 신경을 종속자에게로 쏟았다.

“이제는 운도 다 되어 가는구나. 그만 무릎을 꿇어라!”

“어림없는 소리. 너 따위 놈에게 질까 보냐!”

“크흐흐흐, 어리석은 놈. 패배가 확실한데도 인정을 못 하다니. 뭐, 그러면 이 위대하신 몸이 직접 가르쳐 주는 수밖에!”

종속자의 기세가 무섭게 타올랐다.

“타핫!”

짧은 기합성과 함께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 공격을 피하지 못하면 끝이다.

그것을 알기에 이서우는 정말 솜털까지 바짝 설 정도로 집중했다.

그때였다.

-통찰력이 발휘됩니다.

-상대의 동작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이서우는 갑자기 들린 메시지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종속자가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고 있어 얼른 움직였다.

통찰력이 발휘되자 종속자가 어떻게 공격할지 눈에 훤히 보였다.

“이, 이놈이 어떻게…….”

회심의 일격을 날렸는데 상대가 그것을 피해 버리면 정신적인 대미지가 크다.

지금 종속자의 상태가 그랬다.

“이번에는 내 차롄가.”

통찰력이 발휘되면서 이서우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하지만 마나가 30퍼센트밖에 남지 않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다.

땅을 박차며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당황스러워하는 종속자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서다.

종속자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이서우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통찰력은 회피에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었다.

“커억! 이, 이럴 수가…….”

찰나의 순간이지만 어디로 피할지 눈에 보이는데 그걸 성공시키지 못할 사람이 있을까.

이서우는 그가 피할 곳을 미리 알고 공격 방향을 틀어 대검을 가슴에 박아 넣었다.

-종속자 미발락을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미발락의 검을 획득하셨습니다.

-미발락의 반지를 획득하셨습니다.

-의문의 지도를 획득하셨습니다.

“헉, 헉. 이번엔 진짜 쉽지 않은 싸움이었어.”

종속자의 영역이 사라지자 압박감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이서우는 레벨이 오르면서 생명력과 마나가 모두 차올라 다시 정상 상태가 되었다.

미발락의 검과 반지를 확인한 이서우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문의 지도를 확인했다.

‘이, 이건…….’

이서우는 놀란 눈으로 지도를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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