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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31화 (131/341)

# 131

레벨이 갑이다

131화

K사에서 제공된 최고급 세단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교를 지나 막 강남에 접어드는데, 회사로 가려던 이서우는 이설아가 보지 못하도록 목적지를 변경했다.

“오빠, 우리 회사로 들어가는 거 아녔어?”

“맞아. 근데,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 무슨 일인데?”

“일단 내려 봐.”

“응? 응.”

늘 가던 곳과 다른 방향으로 가자 이설아가 의아해서 물었다.

하지만 이서우는 무슨 일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알려 주지 않았다.

곧 목적지에 도착하자 이서우는 차분히 내렸다.

“예전에는 이곳에 와서 종종 호수를 보면서 미래를 그리곤 했거든.”

“여기서?”

“왜? 안 어울려?”

“아니. 나도 가끔씩 오던 곳이어서.”

그들이 도착한 곳은 석천 호수였다.

가족들과 커플들이 즐겁게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서우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이설아도 그의 곁에 바짝 붙었다.

“예전에 이 호숫가를 걸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무슨 생각?”

이설아는 이서우가 대체 이곳에 왜 데려왔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여기가 1970년대에만 해도 볼품없는 곳이었거든.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에 녹지를 조성하고 산책로와 쉼터가 만들어지면서, 시민들의 쉴 곳이 되어 줬어. 수질 악화 때문에 말도 많았지만 지금은 깨끗해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갖기 위해 오는 곳이 되었지.”

“그렇구나.”

이서우의 이야기를 듣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가 궁금해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서우의 말이 이어졌다.

“1천만 명 가까운 인구가 모여 사는 이 복잡한 도시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맞아. 복잡한 도시에서 안식처가 되어 주는 곳 중 하나니까.”

“점점 기계화되어 가는 세상과 달리 이곳은 오히려 갈수록 자연적인 모습이 강해지는 곳으로 바뀌고 있으니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 그래서 그런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중에 가족 외에 누군가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나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존재가 되겠다고. 설아가 최근 들어 보인 행동, 무슨 뜻인지 바보가 아닌 이상 나도 알아. 오늘 부모님과 하루 종일 같이 지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 그냥 무시하는 건 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곳으로 데려온 거야.”

“그게, 무슨 뜻이야?”

이설아는 이서우가 중요한 말을 하려고 한다는 것은 대충 짐작했지만, 정확히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요구했다, 하고자 하는 말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이서우가 그녀의 의문을 풀어 주었다.

“휴식을 얻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뜻이야. 너 한 사람만을 위한.”

“오, 오빠…….”

이설아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멈추자 이서우도 함께 섰다.

그리고 그 순간, 이설아가 이서우의 품에 안겼다.

혹시라도 거절당할까 봐 노심초사했지만, 계속 바보처럼 주위만 맴도는 게 싫어서 과감하게 행동했다.

그런데 이서우도 똑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확인하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좋은 날에 왜 울고 그래.”

“아, 미안. 난 오빠가 나 별로 안 좋아하나 싶었거든. 아까 아침에 표정도 별로 안 좋았고.”

“아냐. 그땐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그런 거야.”

“그런 거였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최근 내 행동이 너무 오버였나 한참 걱정했었어.”

“바보같이 걱정은 왜 해?”

이서우는 그녀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한참 이서우의 품에 안겨 있던 그녀가 가슴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럼 우리, 오늘부터 1일인 거야?”

“그건 남자가 하는 말 아냐?”

“뭐 어때. 소극적인 오빠는 그런 말 안 할 거잖아. 나라도 해야지.”

“연애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 잘 못해. 아마 답답할지도 몰라.”

“아냐. 조금 전에 멋있었어.”

이설아는 이서우를 바라보다가 다시 그의 품에 안겼다.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이대로 이서우의 품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현실에서 만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뉴 월드에서는 이미 몇 달이나 함께 보냈다.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것이 참으로 변덕이 심해서 한 달만 같이 있어도, 아니 단 하루 만에도 생길 수 있는 법이다.

단지, 어떤 환경이냐가 중요할 뿐.

이설아는 이서우와 함께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편안하고 좋았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편안함이었다.

두 사람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K사로 들어갔다.

가는 내내 손을 꼭 잡은 채 달콤한 대화를 속삭였다.

“잘 자고, 내일 봐.”

“응. 오빠도 잘 자고, 내 꿈 꿔.”

“그래. 설아도 오빠 꿈 꿔.”

이서우는 이설아의 노력이 가상해 맞장구를 쳤지만 영 어색했는지 얼른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이설아는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이설아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주변에 빛이 났고,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지만 안에서는 경치를 훤히 볼 수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데,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그녀는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식당으로 가니 이서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어, 왔어.”

“응. 잘 잤어?”

“꿀잠 잤지.”

“나도 완전 푹 잤어, 헤헤.”

이설아는 이서우의 뒤로 가서 백허그를 했다.

보통은 드라마에서 남자들이 많이 하는 행동이지만 이 커플은 어찌 된 일인지 남녀가 뒤바뀐 듯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설아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했다.

“오늘도 밥 먹고 바로 접속할 거야?”

“그래야지.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근데, 어제 방송 반응을 살펴봤는데, 엄청 뜨겁더라.”

“반응 살펴볼 시간도 있었어?”

“습관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확인하고 있더라고.”

“반응이 어떤데?”

“대부분 자기들도 빨리 던전을 찾아서 가고 싶다는 반응이지. 전설 장비 옵션들도 캡처를 했는지 돌아다니고 난리야. 동영상은 함부로 못 틀지만 캡처는 되거든. 근데 재미난 거 봤어.”

“재미난 거?”

“응.”

“뭔데 우리 설아가 재미나다고 할까?”

“헤헤, 그거 좋다, 우리 설아.”

“하하하, 난 또 뭐라고. 그래서 뭐가 그리 재미난데?”

“전신이 선전포고를 했어.”

“전신이?”

“응.”

이서우는 전신이 무슨 선전포고를 했다는 건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요즘 들어 조용하더니만 무슨 일이래?”

“뉴 월드 측에서 대결의 자리만 만들어 준다면 1대1로 겨룰 용의가 있다고. 근데 전장의 지배자가 무서워서 도망갈까 봐 걱정된다고.”

“뭐? 전신이 그랬다고?”

“응.”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도망가긴 누가 도망간다고?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인간이.”

“꼭 그런 것도 아닌가 봐. 전신이 전설 장비 풀 세트를 맞췄다는 소문이 있어. 그것도 전부 다 최상급 옵션에, 초월 25강을 했대.”

“흠, 전설 풀 세트라. 그 정도면 큰소리를 칠 만하네. 하지만 전설 풀 세트로는 안 될 텐데.”

“진짜? 오빠가 착용한 장비가 그렇게 좋아?”

“응. 내 건 진화하는 장비야.”

“헐, 뭐? 진화?”

“그래. 레벨이 오르면 덩달아 성장해.”

“대박! 그래서 오빠가 아이템 나오는 족족 다 판 거구나. 뭔가 특별한 장비인 줄은 알았지만 진화하는 거였다니.”

“그 정도는 돼야 최상급 전설 옵션 아이템도 대수롭지 않게 볼 수 있지.”

어차피 펠렌의 후예라는 게 이미 밝혀졌기에 이서우는 펠렌 장비에 대해서도 가볍게 이야기해 주었다.

이설아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에고 무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자아를 가진 무기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추측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자아를 가진 무기라는 건 성장을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더 문제는 소문이야.”

“소문?”

“응. 경험치를 밀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레벨까지 빨리 올린다는 말이 돌고 있어.”

“돈이 많은 자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

이서우도 적지 않은 경험치를 얻고 있지만 남들보다 2배 이상 레벨을 올리기가 힘들어 실제 레벨 업 속도는 그리 빠른 편이 아니었다.

레벨 업 속도가 차이 나면 4차 전직 시기도 다를 것이고 아이템에서 얻는 이점도 많이 상쇄될 테니 조금은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설아는 괜히 걱정을 만든 것 같아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전신도 토너먼트 대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1대1 대결에 대해 언급한 걸 거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걸 보면 곧 발표가 있겠네.”

“아마도. 중국과 인도 오픈에 맞춰서 하려는 거겠지.”

“하지만 그에 맞춰서 한다고 중국과 인도가 얻는 이득은 하나도 없잖아.”

“나도 그게 의문이야. 아무래도 뭔가 다른 걸 준비하는 것 같아. 예상치 못한 뭔가를.”

식사를 하면서도 두 사람 사이에서는 뉴 월드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티타임까지 이어졌는데도 여전히 뉴 월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김소연이 들어왔다.

“어라, 너희들 수상하다?”

“응? 뭐가?”

“뭔가 러블리한 냄새가 나는데? 설마……. 맞네. 잤네, 잤어.”

“어, 언니! 자긴 뭘 자.”

“안 잤어? 아닌데, 완전 하트가 눈에서 뿅뿅 나오는데.”

“연애도 안 해 봤다면서 하트가 나오는지 어떻게 알아? 잔 거 아니고, 그냥 그렇게 됐어.”

“에에, 그냥 그렇게 된 게 잔 거지. 요즘은 그런 거 흠 아니다.”

“누나, 쓸데없는 소리 말고 차나 가져와서 앉아.”

“이 녀석, 하루아침에 남자가 됐다고 박력 있는 것 봐.”

“그냥 사귀기로 한 거니 오버 좀 그만하고.”

“아, 그런 거였어?”

이서우는 빨리 불을 꺼야겠다고 생각해서 사실 그대로를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자꾸 잤다면서 놀릴 것 같았다.

“그래, 그런 거야.”

“그런 거면 진즉 이야기하지. 어제 잔 건 아니고, 나중에 자겠다는 말이잖아. 에이, 싱겁게.”

“하루아침에 달라진 건 우리가 아니라 누나네.”

평소 약간 예측하기 힘든 성격이기는 했지만 오늘따라 유달리 들뜬 모습이었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아, 맞다! 내가 그 소식을 전해 준다는 게 깜빡했네.”

“무슨 소식?”

“오늘 뉴 월드에서 발표가 있어.”

“발표?”

“응.”

“토너먼트 대회?”

“그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어.”

“다른 거? 뭔데?”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내년부터 시작하는 유저들은 기존의 마을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뭐? 그게 가능해?”

이설아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들고 있던 음료수를 떨어뜨릴 뻔했다.

기존에 있는 마을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서 시작한다는 말인가.

“그건 오늘 낮 12시에 공지를 할 건가 봐.”

“뉴 월드 오픈했던 시간이네.”

“응. 어쨌든 그때가 되면 알 수 있겠지.”

“예감이 안 좋은데.”

“아마 이번에는 정확하게는 발표하지 않을 거야.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하지만 날짜가 다가올수록 중국과 인도, 새롭게 시작하게 될 유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발표를 하겠지.”

“그럼 발표를 듣고 접속을 해야 하나?”

“2시간밖에 안 남았으니 그러는 게 좋지 않을까?”

“언니는 그 소식 전해 주려고 일찍 온 거야?”

“그것도 있고, 다른 소식도 있고.”

“또 있어?”

“아주 재밌는 소식이 있지.”

김소연은 장난기 가득한 아이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설아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무슨 소식인데?”

“너희들에 관한 소식이야. 첫째는 어제 있었던 생방송과 관련된 거고, 두 번째는 앞으로 너희들이 찍게 될 영상과 관련된 거, 마지막으로는 해외 광고 건에 관한 거야.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연관이 있으니 붙여서 이야기해도 되겠네.”

“그건 다 이미 이야기됐던 거잖아.”

“아냐. 새로운 소식이 있어.”

“그만 뜸 들이고 속 시원하게 말해 봐.”

“어제 우리가 10분 동안 쉬는 사이 사람들이 완전 난리 난 거 알지?”

“알지. 못 기다리겠다고 빨리 틀어 달라고 막 그랬었지.”

“너희가 찍은 동영상을 우리 회사에 올리고 있잖아. 근데 광고가 좀 길거든. 중간에 못 끊는 광고. 사람들이 답답하다고, 유료라도 볼 테니까 광고 좀 없애 달라고 하더라고.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박 대표님이 아예 너희들 동영상은 유료로 보게 하자고 하더라고.”

“헐. 유료로?”

“응.”

이설아는 방금 했던 말이 정말 맞느냐고 되물었다.

개인 방송은 대부분 광고로 수익을 올린다.

다양한 방송국들이 뉴 월드 방송을 많이 다루고 있고 개인 방송도 활발해서, 유료로 본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유료 결제는 발상의 전환을 넘어 상식을 뒤엎는 것이었다.

“더 놀라운 건 본방송도 유료 결제로 진행한다는 거야.”

“헐, 언니, 그게 진짜 될까?”

“된다니까 그러네. 단, 너희 방송만.”

보통 드라마의 경우 다시 보기는 유료로 지원한다.

하지만 본방송을 유료로 결제하게 하는 경우는 없다. 영화라면 몰라도.

“실컷 시도했는데 반응이 싸늘하면 어쩌려고?”

“나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어제 반응을 보면서 확실히 느꼈어. 이건 무조건 대박이라고.”

“개인 방송을 본방이든 다시 보기든 유료로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해 봤어. 근데, 가격은 어떻게 책정하려고?”

“30분 미만은 1천 원, 30분에서 1시간은 1,500원,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은 2천 원, 그 이상은 3천 원으로 하자고 하시더라. 다시 보기는 절반 수준으로 하고.”

“그 정도면 괜찮은 가격 같기는 한데.”

“괜찮은 정도가 아니지. 엄청 싼 거야. 요즘은 1시간짜리 드라마도 3천 원씩 해.”

“하지만 시청자들을 더 많이 끌어모으는 게 낫지 않아?”

“날짜가 좀 지난 영상은 다시 보기에 광고를 넣으면 되니까 오히려 이게 더 이득일 것 같더라고. 본방은 유료 결제하면 다른 사람보다 먼저 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분명 인기를 끌 거야.”

“그러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네. 뉴 월드에서 정보의 가치는 하루만 지나도 완전히 달라지니 생방송은 다들 보려고 애를 쓰겠지.”

“그렇지! 바로 그 점을 이용하자는 거지. 다시 보기도 하루 정도 지나서 업데이트하면 효과도 좋을 거고. 물론 무료 때보다는 인원이 조금 줄어들기는 할 테지만 수익은 훨씬 더 많을 거야. 1천만 명만 봐도 150억이야.”

“일주일에 150억이면 엄청난데?”

“1천만 명만 보겠니? 보통 무료에서 유료가 되면 10분의 1 수준으로 결제를 해. 어제 3억 명까지 찍었으니 450억이라는 소리야.”

“상상 이상인데?”

“당연하지. 한 달이면 1,800억이라는 소린데.”

“막상 액수를 듣고 보니 실감이 안 나네.”

“물론 유료 서비스가 되면 비율 조정은 불가피해. 그래도 너희들에게 훨씬 유리할 거야.”

“박 대표님은 어떻게 제시를 하셨는데?”

비율 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니 이설아의 표정은 더욱 진지해졌다.

서로 좋은 일이 되어야겠지만 절대 손해를 볼 생각은 없었다.

“일단 30퍼센트는 회사에서 가져가야 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대신 지난 방송에 넣는 광고 수입과 옥외광고 수입을 너희들이 다 가져가는 건 변함없어. 그 정도면 오히려 괜찮지 싶은데.”

이설아는 이서우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가만히 듣고 있던 이서우가 입을 열었다.

“그럼 누나는?”

“난 솔직히 너희들에 얹혀서 하는 거라서 따로 받아 가기는 그렇고, 대표님이 수익의 1퍼센트는 주신다고 약속하셨어.”

“그러면 우리 둘이서 70퍼센트를 나누면 된다는 거네?”

“그렇지.”

“그럼 내가 20퍼센트로 하고, 오빠가 50퍼센트 하면 되겠네.”

“그건 아니지. 엄연히 수익이 달라졌는데 그럴 수는 없지. 네가 30퍼센트는 가져간다면 이번 조건은 받아들일게.”

40퍼센트만 해도 이전 계약보다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이서우는 단지 게임만 즐기는 거지만 방송을 재밌게 하는 건 모두 이설아의 몫이었다.

그러니 30퍼센트를 줘도 전혀 손해가 아니었다.

“알았어. 오빠가 그렇게 말하면 그럴게. 대신 지난 방송의 광고 수익과 옥외광고 수익은 오빠가 80퍼센트로 하고 난 20퍼센트만 할게.”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자.”

이서우는 이설아의 눈빛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었다.

서로 합의가 끝나자 이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니, 마지막 해외 광고 소식은 뭐야?”

“중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려고 하더라고. 중국의 동영상 시장이 얼마나 큰지 알지?”

“응. 동영상 시장만 50조 이상은 될걸. 게임, 음악까지 포함하면 엄청나지.”

“거기서 1등이 어딘지도 알고?”

“알지. 바이두에서 내세운 아이치이잖아.”

“거기서 너희들 영상을 틀고 싶어 해.”

“정말?”

“응. 하지만 중국 애들이 가격을 잘 후려치잖아. 판권 가격을 싸게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그러면 못 틀지.”

“당연히 그렇지. 그래서 적정한 가격을 요구하고, 수익에 따른 비율을 받을 생각이야.”

“그게 낫지. 받아들일 수 없다면 중국은 그냥 고립시켜 버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영상을 틀 곳은 많으니까.”

중국에서 무료로 동영상을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유료로 결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했다.

중국 쪽에서 차단을 한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돈이 되는 것은 철저히 관리한다.

그 때문에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아직도 엄청 애를 먹는다.

“반면, 인도는 반응이 좋아. 거기도 뒤늦게 발전했지만 지금은 거의 인구의 70퍼센트가 동영상을 즐겨 보고 있으니까. 그중에서도 1위 기업인 핫스타에서 손을 내밀고 있어. 조건도 파격적일 것 같고.”

“1위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려는가 보네.”

“그렇지. 2위와 3위의 추격이 만만치 않으니까.”

인도 시장이 긍정적이라는 데에 이설아와 이서우는 만족스러워했다.

중국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절대로 고개를 먼저 숙이고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미국과 일본, 유럽 쪽은 알아서 잘 성장하고 있으니 크게 힘이 들지는 않아. 그리고 미국 같은 경우는 이번 토너먼트에서 네가 활약만 제대로 해 주면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거야.”

“지금 미국이 이용자가 제일 많지?”

“응. 7천만 정도 돼.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예상치는 2억 명까지 바라보고 있어.”

“미국은 구매력이 높아서 시장 자체가 크니 그 정도만 해도 엄청난 거잖아.”

“맞아. 일본도 꽤 쏠쏠해. 유럽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편이고.”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모르지만, 상황이 바뀌는 대로 계속 말해 줘.”

“알았어.”

이설아는 시장이 점점 커져 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인기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다.

“일단 우리나라와 일본, 북미, 유럽 쪽에서는 다음 생방송부터 유료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거야. 아마 사람들도 지난번 던전 때 알았을 거야, 광고가 없는 게 더 낫다는 걸.”

“그랬겠지. 한창 긴장된 상황에서 광고가 나가면 판을 다 깨 버리니까.”

“그래도 맥주 광고는 신의 한 수였잖아. 다들 시원한 맥주 먹으면서 구경해서 좋았다고 하더라고.”

“여튼 기존의 시장에서는 다음 방송부터 유료라는 거네?”

“응.”

이설아는 유료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상대에게 확인을 시키는 의미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더 좋은 방송을 하라고 채찍질을 하는 것이다.

“그럼 수익 문제는 그때그때 상황이 변하는 대로 바로 이야기해 줘.”

“알았어. 기대해도 좋아. 대표님이 엄청 애쓰고 계시니까. 너희들은 그냥 방송만 열심히 하면 돼.”

“그게 제일 힘든 거 아냐?”

“그렇긴 하지. 하지만 너희 둘이라면 충분히 잘할 거야. 이제는 호흡도 척척 잘 맞을 테고.”

이서우와 이설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참, 뉴 월드 하는 동안에 두 사람 헤어지면 안 된다. 그러면 우린 쪽박 차는 거야.”

“그럴 일은 없네요!”

이설아가 힘주어 말했고, 이서우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셋은 12시가 되기 전까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조금 더 대화를 나누었다.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그들은 바로 뉴 월드 홈페이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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