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
레벨이 갑이다
133화
2033년의 팬 문화는 과거와 많이 달라서 스타의 개인적인 공간은 절대 침범하지 않았다.
집으로 찾아간다거나 외출을 할 때나, 일을 못할 정도로 방해하는 등의 경우 말이다.
귀찮게 하는 존재가 있다면 기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스타들도 팬들이 아니라 그들을 피하는 것이고.
팬들은 대부분 방송이나 행사 등이 있으면 찾아가서 환호하고, 축하해주는 분위기가 잘 정착되어 있었다.
K사도 이설아와 이서우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편의를 제공했는데, 자동차도 그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이번에 진행되는 이설아의 사인회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방송을 위해서는 사인회도 하고, 여러 행사도 진행했지만 접속 방 오픈 이벤트로 이설아가 움직인 경우는 단연코 없었다.
그래서 대체 누구의 빌딩이기에 이설아가 움직이는지 여러 추측들이 난무했다.
일가친척 중 한 명일 거라는 말이 대부분이었지만, 더러는 애인이 생긴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설아는 그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에 방송으로 공지가 나간 이후 말만 무성하게 떠돌았다.
그리고 드디어 사인회 당일이 되었다.
이설아가 사인회 같은 행사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인지 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를 미리 예상했는지 이서우의 부모님은 새벽부터 1층과 2층 카페 문을 열었다.
굳이 사람이 상주해야 하는 카페는 아니지만 첫날부터 기계가 손님을 맞는 걸 원하지 않았기에 직접 주문을 받았다.
이서우도 나와서 행사 준비를 도왔다.
행사라고 해서 딱히 별다른 것은 없고, 카페에서 이설아가 사람들에게 몇 마디 하고 차례로 사인을 하는 게 끝이었다.
이날을 위해 특별히 액자와 머그컵을 준비했다. 즉석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완성이 되었다.
사진을 찍자마자 수정을 통해 액자로 나왔고, 머그컵은 3D프린터를 통해 완성이 되었다.
흔히 파는 캐릭터 상품과는 달리 희귀성이 높아 소장 가치는 더 컸다.
단, 이런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회원 가입과 동시에 50만 원 이상 선불로 결제를 해야 했다.
그래야만 이설아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이서우의 접속 방은 인테리어에 들어간 재료들 모두를 친환경으로 했고, 편하게 누워서 할 수 있도록 세팅을 했다.
화장실 공간도 상당히 넓었고, 각 층마다 간단히 쉴 수 있는 휴게실도 갖추고 있었다.
누워서 할 수 있도록 세팅한다고 각층마다 100평이 넘는 엄청난 크기의 매장임에도 300대 정도밖에 놓지 못했다.
그에 비해 이용 요금은 상당히 저렴했다.
고급형은 5시간 이상, 최고급형은 3시간 이상 사용하는 사람에게 음료 1잔을 무료로 제공했다.
주문을 하면 1층 카페에서 바로 각 층으로 올려 직원이 직접 서빙까지 해 주니 이용자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회원들은 5만 원 적립 시마다 음료 1잔 무료 이용권을 제공했는데, 계정에 이용 횟수가 저장이 되어 있어 간편하게 쓸 수 있었다.
사람들이 몰렸을 때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이설아와 사진을 찍을 사람들을 미리 정해 놓았다.
회원 가입을 하고, 50만 원을 선불로 적립한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부여해 순서를 정했다.
각자가 가진 스마트 기기를 통해 알람이 전달되기 때문에 진행은 복잡하지 않았다.
한데, 생각보다 선불로 적립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전 10시에 사인회를 하기로 했기에 9시30분에 마감을 했는데, 놀랍게도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을 했다.
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아 건물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이설아는 이서우의 가족이 이용하는 전용 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있어 곧장 사장 전용 휴식 공간으로 들어갔다.
각 층마다 직원 휴식 공간이 있고, 5층에는 이서우의 부모님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오빠, 사람들 엄청 많더라.”
“건물 안에도 아주 꽉꽉 들어찼다. 역시 우리 설아 인기가 장난이 아니란 만야.”
“이런 행사 자체를 별로 안 해서 그럴 거야. 접속 방에 대한 반응은 어때?”
“저렴하면서도 시설이 최상급이라 다들 만족해하더라고. 시간 다 됐으니 가 보자.”
“응.”
이서우는 이설아를 안내했다.
이설아가 1층에 나타나자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성비는 7 대 3으로 남자가 확실히 많았는데, 이설아가 나타나자 환호하는 소리는 여성이 더 컸다.
몸매와 외모가 되니 남성 팬이 많았지만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 때문에 여성들도 좋아했다.
물론 이서우와 있을 때는 천생 여자지만 말이다.
자리를 잡고 간단히 인사말과 참석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지인이 하는 곳이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 이곳에 와서 아르바이트도 할 거라고 하자 다들 눈빛이 반짝였다.
이설아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라니!
이서우는 계획에도 없던 그녀의 말에 살짝 놀랐다.
‘알바비가 너무 센데. 적자 보는 거 아냐?’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인회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3억을 약속했으니 시급으로 1억이지만 이설아의 이름이라면 얼마든지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사실 그녀의 이름값에 비하면 높게 책정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 20년 전에도 톱스타들은 분당 1천만 원을 받기도 했으니까.
지금은 그보다 2배 이상을 받는 사람도 있으니 이설아의 몸값은 결코 과하지 않았다.
최근 그녀의 입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월드 스타와 비견될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지만, 아직은 그들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에 뉴 월드가 오픈이 되고 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벌써부터 두 국가에서 그녀의 인기가 수직 상승을 하고 있어, 최고의 몸값을 예약해둔 상태였다.
그러니 웬만한 곳에서 그녀를 알바로 쓴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더니 참 묘해.’
일상생활을 겨우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을 때는, 이러다간 밥이나 제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다.
한데 지금은 1시간에 1억을 지불해야 하는 아르바이트를 쓰는 일에도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새삼 자신의 위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깨달았다.
사인회는 예정된 시간을 넘어 일정보다 더 길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몰린 것이었다.
한 팬은 이설아와 사진을 찍고 나자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았다.
여성이어서 이설아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몇 발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이서우도 이설아를 많이 좋아하는 팬인가 보다 하며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몰려 결국은 점심시간 이후까지 늦어졌고,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마칠 수 있었다.
이서우는 고생했다며 이설아를 집으로 초대해 다과를 준비했다.
부모님은 손님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어 이서우가 직접 대접했다.
“바쁜데 괜히 나 때문에 올라온 거 아냐?”
“다 자동화가 되니 그다지 바쁘지는 않아. 직원들도 충분히 뽑았고.”
“그러고 보니 층마다 직원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부모님이 옛날 스타일을 좋아하셔서 웬만하면 알바를 쓰려고 하셔. 카페에 음료 만드는 것도 기계와 사람이 반반씩 하고.”
“그렇구나. 근데 요즘은 다 기계로 해서 사람 구하기가 의외로 힘들지 않아?”
“그럴 줄 알았는데,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활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아마도 취미 생활로 자격증을 따 놓고 방치해 둔 거겠지.”
“요즘은 다 기계를 써서 자격증을 따는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네.”
레시피대로 만들면 되는 일이어서 대부분의 카페는 기계화되었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들어 업주들에게는 이익이었다.
기계화가 생활 전반으로 퍼질수록 사람들은 굳이 힘들게 자격증을 따지 않았다.
벌써 10년 전부터 벌어진 현상이어서 당연히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사람도 찾기 힘들 줄 알았는데,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직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손님들의 취향을 골고루 잘 맞추기 위해 사람과 기계를 적절히 잘 섞었다.
24시간 운영되니 3교대를 해야 해서 인건비가 많이 들지만 장점이 더 많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음료를 만드는 사람 외에도 서빙에 필요한 인력도 구했다.
주말만 일을 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니 40명이 넘어갔다. 그나마 청소는 관리비 500만 원만 지불하면 깔끔하게 처리해 준다고 해서 인력을 줄일 수 있었다.
이런 결정을 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누구보다 이서우가 부모님 마을을 알기에 적극 지지해 주었다.
“언젠가 그러셨어. 작은 가게를 하더라도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을 만들고 싶다고. 나도 그게 좋고.”
“그러셨구나. 하긴, 요즘은 정말 사람 냄새 나는 곳이 너무 없어.”
“직원들이 농땡이 치고, 지각에 결근하는 문제가 있겠지만, 노력한 만큼 월급을 받을 수 있으면 열심히 하겠지.”
“너무 퍼주지는 마. 잘해 주면 호구가 되는 세상이니까.”
“알아. 그래서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은 애초에 빨리 끊어 내려고.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지.”
“맞아. 그게 서로를 위해서도 좋아. 나도 초창기에는 정 때문에 우유부단하게 행동을 했었는데, 그러니까 오히려 서로 관계만 안 좋아지더라고. 독하게 할 때 독하게 하니 사람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
“값진 경험이었네.”
“응. 처음에는 마음도 많이 쓰이고, 내가 너무 독하게 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대우를 확실히 해 주고 그렇게 행동하니 오히려 좋아하더라고.”
“그렇지. 잘해 줄 때는 잘해 줘야 반발이 적어.”
이서우도 어나더 월드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그런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정에 이끌려 많이 도와주고 했지만 그게 계속 반복되니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이서우를 이용하려 했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 이서우는 무조건 좋게만 대해 주는 게 인간관계에선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는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했고, 기본 상식을 깨트리는 사람들에게는 냉정하게 대했다.
그러자 오히려 사람들은 그를 따랐다.
보통은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깨닫는 것이지만 아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이설아와 이서우가 가능했던 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인원이 꽤 많으니 그래도 인건비가 좀 걱정이 되지 않아?”
“월 임대료가 안 나가는 것만 해도 남는 장사지.”
“그런가?”
수백억이나 하는 빌딩을 통째로 쓴다면 임대료만 억 단위다. 그 돈이면 인건비를 다 충당하고도 충분히 남는다.
“일단 3개월 동안은 최저 시급으로 수습 기간을 거치려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계속 쓰고, 3개월 단위로 시급도 올려 줄 생각이시더라고.”
“쉽게 그만두는 사람은 없겠네.”
“단순히 알바로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일 잘하면 정식 직원으로 쓰고, 명절이나 휴가비, 연말에 보너스도 신경 써서 챙겨 줄 생각이야. 월급도 연차가 쌓이면 일정 수준은 올려 줄 거고. 물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같이 일하는 건 힘들겠지.”
“오빠 말 듣고 보니 조금 비싸도 상가 건물을 사길 잘한 것 같네.”
“진짜 비싼 데는 살 엄두를 못 내지. 나중에는 모르지만.”
“나중에 꼭 사게 될 거야.”
“말만 들어도 좋네.”
대한민국 서울에서 상가 중 가장 임대료가 비싼 곳은 1평당 500만 원 선이다.
상당히 높은 금액이지만 약 20년 전에 이미 명동 상권 중 가장 높은 곳이 평당 300만 원이 넘었다.
사실 그 당시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비싼 곳이 평당 1천만 원에 육박했으니 지금의 서울은 비싼 편도 아니었다.
20년의 세월 동안 임대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은 것은 배터리와 드론이 발전하면서부터다.
가볍고 오래가는 배터리가 등장하자 더 많은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되었고,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 배송 시간이 단축될 수 있었다.
서울, 경기권은 주문과 동시에 배달이 되는데 아무리 먼 곳도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지방은 소비 패턴을 미리 분석해 도시 주변 물류 창고에 두기 때문에 늦어도 2시간이면 배달이 가능했다.
물론 주문 즉시 배달은 고가의 제품이 아닐 경우엔 따로 배송비가 붙는다.
하지만 일반적인 배달 서비스조차 아무리 늦어도 8시간 안에는 소비자의 손에 물건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람들은 큰 불만이 없었다.
이러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가 많았다. 상인들은 물론이고 건물주마저도 앓는 소리를 했다.
임대료를 낮춰 10년 동안 유지해 주겠다는 계약까지 써 가며 버텨 봤지만 아무리 건물주라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이 멈춰 가던 건물주와 상인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홀로그램으로 다양한 광고를 할 수 있게 되면서 큰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가상현실이 아무리 발달을 했다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도시에서 살아간다.
과거에는 옥외 광고 효과를 내려면 유동인구가 중요했는데, 지금은 홀로그램 광고를 몇백 미터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상권이 살아나고 있었다.
어쨌든 이서우는 주요 상권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건물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났다.
“인테리어도 꽤 신경 썼던데?”
“그렇지 않아도 인테리어로 50억 이상이 추가로 들었어.”
“와, 어쩐지 엄청 고급지더라.”
“그나마 급매로 사서 그렇지. 디자인상을 받을 정도로 잘 지어진 건물이어서 지금 당장 팔아도 400억 이상은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축하해, 오빠.”
“주인이 급했나 보더라. 돈을 바로 지불한다고 하니 고민도 안 하고 팔던데? 운이 좋았어.”
“그런 운도 아무한테나 오는 건 아냐. 여튼, 사업이 왠지 잘될 것 같아.”
“그래야지. 그나저나 벌써 저녁때가 됐네. 고생했으니 오늘은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
“와, 정말? 그럼 당장 가야지. 참, 오빠 부모님은?”
“바쁘다고 따로 드시겠다고 하셨어.”
“아, 아쉽네.”
“네가 나보다 더 아쉬워하냐?”
“좋은 분들이시잖아.”
“다음에 또 기회가 오겠지. 오늘은 우리끼리 먹자.”
“응!”
이설아는 미소로 화답하고는 이서우의 손을 얼른 잡았다.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안전하게 지하로 내려갔다.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있는 걸 보니 원주인이 좀 예민했나 봐?”
“톱스타였다고 하던데? 자기 사무실 겸 임대를 주려고 했나 보더라고.”
“그러면 이런 공간이 이해가 되네.”
이서우는 차에 올라 목적지를 말했다.
“호호호, 샤또브리앙이 마음에 들었나봐?”
“어.”
“그럼 오빠 덕분에 마음껏 썰어 보실까.”
“설마 두세 덩이씩 먹으려는 건 아니지?”
“왜 아니겠어. 공짜니 실컷 먹어야지.”
차량이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둘은 여느 커플처럼 알콩달콩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5분쯤 갔을까. 차가 살짝 덜컹거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공중으로 둥실 떠올랐다.
“꺄악! 오, 오빠!”
“설아야, 괜찮아. 경호원들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갑작스러운 일에 이서우도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당황했지만, 같이 혼란스러워하면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이서우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공포에 젖은 이설아를 달랬다.
* * *
-형님, 추적 장치와 전파 차단기 확실히 달았습니다.
“그래? 설아에게 그거 단 년 입 잘 막아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미 조치를 취했습니다.
“단 한 번의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걸 잊지 말고 실수 없도록 해라.”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그래. 성공하면 같이 이 나라를 뜨자.”
-네, 형님!
홍영철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려고 했다.
이번 납치 사건의 주범이 그라는 것이 알려지면 감옥에서 몇 십 년을 썩어야 한다.
그동안 지은 범죄가 있어 가중처벌을 면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일을 감행했다.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은행 잔고가 비면서 하루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돈이 없으면 비참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삶을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일을 칠 거라면 확실한 한 방이 나아.’
다시 한 번 다짐을 하며 허름한 창고에서 목표물이 오기를 기다렸다.
-형님, 잡았습니다! 지금 바로 그쪽으로 보낼 테니 처리해 주십시오.
“그래. 너도 서둘러 약속 장소로 와라.”
-네, 형님.
통신이 끝나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터보 라이터에서 송곳 같은 불꽃이 올라왔다.
깊이 담배를 빨더니 크게 내뱉었다.
“역시 이 맛이야.”
그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티, 팀장님, 그게 화물용 드론이…….”
“그러니까 왜 그게 지금 여기에 나타난 거냐고!”
“그게…….”
“됐고. 빨리 경찰에 연락하고 뒤쫓아!”
“네!”
이서우와 이설아를 경호하던 1팀 팀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고함을 질렀다.
박 대표가 특별히 신경 써서 1팀에 10명을 배치했다.
그 중 팀장은 대통령 경호원 출신으로 아주 특출난 인물이었다.
모든 상황에 대응하도록 훈련을 받았고, 준비도 철저히 했지만 설마 화물용 드론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부에서 아주 깐깐하게 공중 비행 드론을 관리했기에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리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 내야 해!’
차에 올라탄 1팀장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