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2
레벨이 갑이다
142화
‘빙 둘러 가려는 건가?’
이서우는 수만에 달하는 적을 한참이나 쫓고 있었는데, 방향이 개척자 도시가 아니었다.
‘아주, 조심성 하나는 알아줘야겠네. 이렇게 먼 거리에 합류 지점을 두다니.’
이서우와 견줄 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이서우가 따라가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한참을 따라가는데, 이설아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빠, 사이먼 자작님께 전달했어.
-뭐라고 하셔?
-위성 도시로 인원을 많이 보내신다고 했어. 개척자 도시는 안전하니 위성도시 위주로 방어선을 구축한다고 하셔.
-유저들은?
-대규모 퀘스트가 떴어. 워낙 규모가 큰 퀘스트여서 보상은 생각만큼 좋지는 않아. 한데, 사이먼 자작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람들이 대거 몰렸어.
-자작님이 하이 레벨 지역을 관리하고 있으니 잘 보이고 싶겠지. 유저들까지 나섰으면 큰 문제는 없겠네.
-응. 빠른 대처 덕분이야.
이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했다.
-오빠, 어디쯤이야?
-다른 세력과 만나기 위해 움직이는 것 같아. 아직은 개척자 도시로 방향을 잡지는 않고 있어.
-시간적인 여유는 확실히 있네.
-그렇지.
이서우의 말에 이번에는 이설아가 안도했다.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면 한창 확장해 가는 상황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일단 난 오빠와 합류할게.
-아니야. 어차피 그쪽으로 갈 테니 위성도시에서 기다려.
-응. 알았어.
당장 전투를 할 거라면 이설아가 도움이 되지만, 적들을 쫓는 일은 혼자 움직이는 게 편했다.
한데, 한참을 쫓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공기가 갑자기 변했어. 뭐지?’
3차 전직을 하고, 펠렌의 장비를 풀 세트로 맞추면서 이서우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에게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바로 관찰력이었다.
관찰력이 500이 되면서 통찰력으로 변했고, 그러면서 이서우의 감각이 놀랍도록 발달하게 되었다.
물론 마나가 기초가 되어야 하지만 마나를 끌어올리지 않더라도 동물보다 더 뛰어난 감각을 얻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느껴지는 공기의 변화를 이서우는 간과하지 않았다.
차갑게 변한 공기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이서우는 보았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엄청난 인원을.
“언제…….”
이서우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귓말을 하고 있어 정신이 분산된 상태라지만 이렇게 많은 인원이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뭔가 특수한 능력을 써서 기운을 지운 거겠군.’
이서우는 자신의 능력을 믿었다. 그렇지 않다면 적이 특수한 능력을 썼다는 걸 확신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하하하, 드디어 네놈을 만나게 되는구나. 어떤 놈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만, 이렇게 멍청한 놈일 줄은 몰랐구나. 한편으로는 내 계획에 딱딱 맞춰서 움직여 주니 고맙기는 하다만.”
“네놈은…….”
“나? 이미 이름을 들어 봤을 텐데.”
“설마 제스터냐?”
“그래도 아주 멍청하지는 않구나.”
“그러면 나 하나를 잡기 위해 이 모든 계획을 꾸몄다는 것이냐?”
“그렇다. 이번 문제의 핵심을 너로 봤기에 너 하나만 잡으면 된다고 판단한 것이지.”
“어디부터 네 계획인지 궁금하군.”
십만이 넘는 인원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어 크게 당황했지만, 지금은 평정심을 되찾은 상황이었다.
평온을 되찾자 궁금해졌다. 대체 어디서부터 이번 일이 준비된 것인지 말이다.
“슬라임 존부터다.”
“슬라임 존부터? 그러면 마을도 다 네 작품이라는 거냐?”
“그렇지. 그 마을도 꽤 공을 들였는데 마음에 들었나?”
“그 큰 마을을 나 하나 잡자고 만들었다고?”
“너무 그렇게 감동하면 널 죽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미안해지잖아.”
“어이없어서 그런 거다. 그냥 마을로 들어왔을 때 잡아다 두면 됐을 텐데, 왜 이런 귀찮은 일을 했는지 모르겠네.”
“귀찮은 일이라……. 너 따위의 존재니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 나 같이 위대한 존재는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아주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여기지.”
“큭, 예술이라고?”
이서우는 코웃음이 나왔다.
이런 걸 예술이라고 하다니.
이건 예술이 아니라 미련하고 무식한 생각에서 오는 낭비였다.
“아직도 네 위치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군. 넌 10만이 넘는 전사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네가 준 잘못된 정보로 네 신뢰도마저 흔들리게 되었지.”
“그래서 네 뜻대로 모든 게 될 것 같아?”
“이 예술 작품의 마무리는 바로 네놈의 피를 허공에 뿌리는 거다. 그것을 위해 내가 직접 온 것이고.”
“그래?”
이서우의 입꼬리가 길게 말려 올라갔다.
“네 덕분에 아주 멋진 영상이 나올 것 같아.”
“맞아. 내 덕분에 아주 멋진 작품이 나올 거야.”
이서우는 이미 이 모든 과정을 녹화 중이었다. 방송 모드가 되어 있기 때문에 멀리서도, 이서우의 시점에서도 영상을 담고 있었다.
이서우가 대검을 뽑았다.
그러자 제스터가 뒤로 빠지면서 소리쳤다.
“놈을 쳐라!”
이서우는 제스터를 먼저 노리려 했지만 이미 그의 의도를 알고 제스터는 뒤로 빠르게 빠졌다.
결국 이서우는 10만이 넘는 엄청난 인원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설아야, 모든 게 다 함정이었어.
-함정? 설마 오빠 함정에 빠진 거야?
-난 괜찮아. 이 정도는 충분히 뚫고 갈 수 있어. 어쨌든 그곳으로 적들이 몰려갈 일은 없으니 긴장을 풀어도 돼.
-내가 지금 갈게.
-아냐,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
-하지만…….
-걱정할까 봐 이야기를 안 하려 했는데, 너무 걱정 마. 백호가 있으니까.
-알았어. 위험하면 바로 빠져야 해.
-그래.
수많은 적들이 이서우에게 달려왔지만 그는 오히려 안정적인 모습으로 이설아에게 현 상황에 대해 말해 주었다.
이서우는 백호를 소환했다.
“헛! 주, 주인님?”
“좀 많지?”
“아뇨. 기분이 좋아서요.”
“하하하, 역시 백호야! 그럼 누가 많이 처치하나 내기할까?”
“그것도 좋은데, 이렇게 많을 때는 합체가 나아요.”
“합체?”
“네. 펠렌의 장비와 제가 힘을 합칠 수 있어요.”
“오, 그래?”
“네. 그러면 주인님은 마나를 극한으로 끌어올리지 않아도 그 힘을 낼 수 있고요.”
“좋은데? 그럼 합체하자.”
“네, 주인님.”
백호의 몸에서 갑자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100미터 밖에서 이서우를 치기 위해 다가오던 자들이 멈칫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많은 인원이 있었기에 기세 좋게 이서우에게 덤벼들었다.
그들이 10미터 안쪽까지 다가왔을 때쯤 합체가 끝이 났다. 이서우의 대검과 갑옷에서 번쩍번쩍 빛이 났다.
-주인님, 합체는 저의 마나가 다 소모되면 끝이 나요. 주인님의 마나가 일정 부분 주입되면 지속 시간이 조금 더 유지되고요.
-그래? 어느 정도면 돼?
-펠렌의 장비에 보낼 때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도 됩니다.
-꽤 오래 유지되겠네.
-네.
-그럼 백호의 능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한번 확인해 볼까.
-네!
이서우는 지척까지 다다른 적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나가 펠렌의 세트에 주입되자 빛이 더욱 강해졌다.
그가 극한으로 펠렌의 장비에 마나를 주입했을 때보다 훨씬 강한 빛이었다.
빛이 번쩍이는 동시에 이서우의 대검이 움직였다.
10만 대 1.
17대 1은 만화나 소설에서 많이 나오지만, 지금 이서우가 상대하는 인원은 누구도 도전하지 못한 엄청난 숫자였다.
무려 48시간 동안 이어진 이 전투는 엄청난 피해를 낳았다.
또한 이서우는 뉴 월드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들을 세웠다.
한 인간이 가장 많은 적과 싸운 전투.
한 인간이 가장 많은 적을 쓰러뜨린 전투.
뉴 월드에서 가장 오래 싸운 전투 등등.
시간이 지나면 이서우의 힘이 대부분 빠질 거라 여겼는데,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가 예상보다 더 많아 결국 제스터가 직접 나섰다.
“힘이 빠진 걸 보고 이제야 나온 거냐?”
“내 계획의 일부지. 하지만 놀랐어. 네가 이렇게 강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거든. 데이터 오류가 난 건 처음이야.”
“데이터라…….”
“난 모든 일을 데이터화시켜. 그리고 그 데이터에 맞는 계획을 세우지. 하지만 이번에는 약간의 오류가 있어서 너라는 존재에 대해 꽤 놀랐다고 해야 할까. 기뻐해. 내가 놀라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놀라긴 일러. 더 놀랄 일이 아직 남았거든.”
“난 오류마저도 미리 계획하지. 그러니 앞으로 더 이상 놀랄 일은 없을 거야. 자, 이제 그만 모든 걸 끝내자고.”
제스터가 무기를 꺼냈다.
그의 무기는 특이하게 지팡이었다.
“마법사였어?”
“무식하게 검이나 쓰는 놈과 비교를 했나 보군. 잘 가라, 블리자드!”
제스터의 외침과 함께 거센 눈보라가 몰아쳤다.
이서우는 무릎을 굽히고는 땅을 힘껏 박찼다.
하지만 거센 폭풍까지 불어 닥쳐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앱솔루트 템퍼러쳐!”
이서우가 머뭇거리는 틈에 제스터는 다시 주변을 절대 온도로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마법을 시전했다.
엄청난 마나가 느껴져 이서우는 벗어나기 위해 마나를 쥐어짜 냈다.
48시간을 싸우면서 마나가 몇 번이나 바닥이 났는지 모른다.
레벨업을 통해 겨우 버텨 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미 백호와의 합체도 사라졌고, 육체의 힘만으로 버티다가 비약 쿨타임이 돌아오면 바로 사용했다.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버텨 낸 것이어서 마나를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서우는 이런 폭풍 따위는 충분히 극복했을 것이다.
“큭!”
제스터의 추가 마법에 이서우는 뼈가 얼어 버릴 것 같았다.
뇌를 보호하기 위해 전투 중 통증은 크게 느껴지지 않도록 세팅이 되어 있는데도 절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험을 통해 뇌가 반응하는 것이기에 고통스러울거라는
더 버티다가는 생명력이 밑 빠진 독에 물이 빠져나가듯 순식간에 사라질 것 같아 얼른 마나 비약을 털어 넣었다.
전체 마나 양에 비하면 한 줌밖에 안 되는 마나였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이서우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마나를 끌어올리자 굳어 있던 육체가 제 모습을 찾았다.
펠렌의 장비에서 빛이 났고, 이서우는 땅을 더욱 힘껏 박차며 제스터에게 접근했다.
비약으로 채울 수 있는 마나의 양이 그리 많지 않아 펠렌의 장비를 극한까지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제스터는 이서우의 그런 상태를 잘 알기에 앱솔루트 템퍼러쳐를 쓴 뒤 블링크를 이용해 옆으로 크게 벗어나 있었다.
‘이렇게 계획을 짠 이유가 있었네. 하필이면 마법사라니.’
이서우는 마나만 소모한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보너스 스텟을 마나에 찍어야 하나.’
관찰력을 500까지 만들고 보너스 스텟은 남겨 두었다.
남은 보너스는 156개.
‘50개만 더 올리면 정신력도 순수 스텟이 300이 돼. 그러면 100퍼센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
이서우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정신력을 올렸다.
한데, 정신력 스텟 1당 오르는 마나가 기존보다 많았다.
‘3차 전직 때문에 더 오른 건가 보네. 운이 좋은데?’
이서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가 원하던 메시지가 들려왔다.
-정신력 순수 스텟이 300에 도달했습니다.
-마나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마나 효율이 상승합니다.
-정신력 스텟 1당 증가하는 마나의 수치가 상승합니다.
이서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 정도라면 30분 정도는 펠렌의 장비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낼 수 있다.
이서우는 멀리 떨어져서 자신을 비웃고 있는 제스터를 보았다.
그리고 마나를 담아 순간 이동과 맞먹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으로 그에게 접근했다.
“헛!”
마나가 곧 사라질 거라 예상하고 있어 안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서우가 사라지자 제스터는 심장이 떨어질 것처럼 깜짝 놀랐다.
모든 것이 자신의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그만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그 대가는 컸다.
“컥! 이, 이놈이! 브, 블링크.”
제스터는 다시 블링크를 시전에 멀리 떨어졌다. 그리고는 곧바로 강력한 마법을 시전했다.
“휴즈 어스 퀘이크!”
크게 분노한 제스터는 앞뒤 가리지 않고 막강한 마법을 시전했다.
엄청난 대지진이 주변을 강타하자 멀리 떨어져 있던 그의 전사들까지 영향을 받았다.
다행히 워낙 멀어서 사망자는 없었지만, 가까이에 모여 있었다면 모두가 생매장을 당했을 만큼 큰 지진이었다.
이서우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온 몸이 휘청거려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그때 또 한 번 제스터가 소리쳤다.
“헬 파이어!”
거대한 불구덩이가 이서우를 덮쳤다. 균형을 잡고 있지 못해 고스란히 공격을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이서우는 마나를 대검으로 힘껏 밀어 넣어, 직경 30미터나 되는 불덩어리를 갈랐다.
콰콰콰콰콰콰쾅!
거대한 화염구는 반으로 쪼개졌지만 그 힘을 모두 죽이지는 못했다.
반으로 잘린 불덩어리가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큭.”
이서우도 그 여파를 모두 피하지는 못했다.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그는 얼른 제스터가 있는 곳을 찾았다.
‘없다?’
감각을 극대화시켰다. 그러자 뒤에서 다가오는 힘이 느껴졌다.
이서우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본능적으로 대검으로 옆구리를 찔렀다.
푹!
“커억. 어떻게…….”
제스터는 마나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직접 타격을 위해 이서우에게 접근했다.
헬파이어로 마나를 탈탈 털어 냈기에, 원거리에서는 결정적인 한 수를 펼칠 수 없어 손바닥에 불꽃을 담았다.
등을 태워 재로 만들어 버릴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긴 대검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제스터는 구멍이 난 복수를 불신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털썩!
제스터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마나도 거의 바닥인 상태에서 당한 공격이어서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서우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세상에는 말이야 데이터로 판단이 서지 않는 존재들이 있어. 죽어서라도 잘 알아 두라고.”
서걱!
-통치자 제스터를 처치했습니다.
-100억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제스터의 지팡이를 획득하셨습니다.
-2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제스터가 죽자 남은 전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털썩.
모두가 사라지자 이서우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어떤 전투보다 짜릿했어.”
기운이 바닥을 치고 있었지만 이서우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승부만이 아니라 성과도 좋았다.
6레벨이 올랐고, 제스터에게 전설 무기까지 얻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10만 명중 도망간 몬스터를 제외하고 그가 처치한 수만 명의 적들 중에서 중간 보스급 몬스터가 있었는지 유일 무기가 5개나 들어와 있었다.
획득한 아이템을 확인하자 절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템도 좋고, 옵션은 더더욱 좋고. 이 정도면 다들 발광하겠는 걸? 게다가 주변 일대를 싹 정리했으니 앞으로 영역 확장도 수월할 거고. 함정에 한번 빠졌더니 일이 술술 풀리네.’
힘은 들었지만, 이 정도 이익이라면 언제든 함정에 빠질 용의가 있었다.
이서우는 마나를 회복한 뒤 서둘러 위성도시로 갔다.
적들이 오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를 했는데도 경비병들이 긴장한 채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병사들에게 가자 사이먼 자작이 이곳에 있다고 해서 얼른 그에게로 갔다.
“자네 왔군. 적은 어디쯤인가?”
사이먼 자작은 이서우가 모든 적들을 홀로 무찔렀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틀 동안 요리조리 적의 포위망을 피해 도망쳐 온 것이라 여겼다.
한데, 이서우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대답이 나왔다.
“적은 돌아갔습니다.”
“뭐? 설마 자네가…….”
“네. 제가 힘을 좀 쓰기는 했습니다. 이제 확장은 편하게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정말인가?”
“네.”
“오빠, 괜찮은 거야?”
“어, 난 괜찮아.”
이서우가 온 것을 알고 이설아도 달려왔다.
사이먼 자작과 대화를 나누고 있어 잠시 기다렸지만, 이서우의 상태가 걱정되어 실례를 무릅쓰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사이먼 자작도 그녀가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 알기에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게. 자네 말이 맞나 확인을 해야 하니.”
“네.”
사이먼 자작은 즉시 병력을 이끌고 직접 움직였다.
그리고 이서우의 말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
접속 제한 시간이 다 되어서 이서우와 이설아는 종료를 했다.
퀘스트 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갔지만 접속하면 받을 수 있기에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이설아는 이서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이틀 동안 있었던 일을 말하려는 찰나, 이설아에게 전화가 왔다.
“응? 김승조 책임자네.”
“김승조?”
“응. 뉴 월드를 세계에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야. 무슨 일이지.”
“일단 받아 봐. 자세한 이야기는 통화 끝나고 하면 되니.”
“응.”
이설아는 이서우가 곁에 있어 음성 모드로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