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
레벨이 갑이다
148화
대갈왕자 : 와 씨, 대박. 이거 진짜 실화 맞아?
↳대한민국대표 : 실화 아니라는 데 올인!
↳도박극혐 : 난 실화라는 데 몰표!
↳내가실화다 : 어라 왜 나 찾음? 나 비싼 몸임. 찾지 마삼.
↳천하제일미남 : 또라이들, 머리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걸 좀 해라. 이게 어떻게 실화냐? 편집한 거야, 편집한 거. 편집 안 했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내맘몰라 : 쯧쯧쯧,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설아가 미치지 않고서야 진짜가 아닌 걸 틀었을까. 전장의 지배자는 어떻고? 걔네들 지금 엄청 주가도 오르고, 돈도 왕창 버는데 영상을 거짓으로 틀 리가 있겠냐고.
뉴 월드짱 : 지린다, 지려. 전신이 그렇게 도발하던데, 전신 개발리는 거 아냐?
↳전신쵝오! : 어디 지금 감히 전신 님과 비교를 해? 싸우면 전신님이 무조건 이긴다. 무조건!
↳전장의지배자포에버 : 뭐? 지금 전신 따위가 감히 우리 전장의 지배자 님과 상대가 된다고? 지랄을 쳐 말아 잡수세요. 아그들아, 그럴 일 전혀 없다.
댓글이 방송 2시간 만에 수천만 개가 달렸다.
이번 방송은 시청자도 엄청났다.
생방송은 유료로 진행이 되는데도 천만 단위가 몰려들었다.
유료 방송 수익만 해도 900억 정도가 되었다. 방송 중에는 광고가 없었지만 방송 첫 시작에 나오는 광고 수익도 만만치 않았다.
광고비는 처음부터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숫자에 따라 달라진다. 방송 초반에 광고가 흘러나왔지만 3천만 명 이상이 봤으니 수익이 엄청났다.
단순히 유료 결제로만 계산해도 2시간 이상 영상이니 360억 정도를 벌었다.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나는 액수였다.
이서우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기분 좋은 비명을 질렀다.
방송이 끝나고 이설아가 방으로 왔다.
“오빠, 대박이야, 대박!”
“그래. 나도 봤어. 유료 시청자 숫자가 진짜 엄청나더라.”
“그러니까. 방송을 못 한다고 했다가 다시 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기대를 했더라고.”
“기대한 만큼 반응도 좋았으니 다행이지.”
“진짜 다들 오빠가 미쳤다고 난리였잖아. 하긴 나도 그 전투 영상을 보면서 진짜 넋을 놓고 있었으니까.”
“48시간이나 되는 그 긴 시간을 숫자 하나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 것도 좋았지.”
“사람들이 영상을 잘라 놓아서 편집 아니냐고 했잖아. 그나마 몬스터들이 쓰러진 걸 보고 사람들이 진짜라고 믿기는 했지만.”
“설아야, 그러면 48시간짜리 그거 통째로 올려 놓으면 어떨까?”
“뭐? 그걸 통째로?”
“그래. 어차피 가상 기기로 보면 현실은 8시간 정도니 볼 사람은 보지 않을까? 자꾸 편집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확 올려 버리는 게 낫지 싶어.”
“하긴, 나도 그 소리 들으니 화가 나더라. 알았어. 그럼 지금 당장 영상 올릴게.”
이서우가 뉴 월드에서 느낀 48시간은 실제 8시간이다. 가상 기기를 사용해서 나눠서 봐도 하루 만에 보기는 쉽지 않은 양이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쏟아지는 영상의 진위 여부를 종식시키기에는 더없이 좋은 방법이었다.
이설아도 재미있겠다며 이서우의 말대로 편집 없는 전투 영상 전체를 올려 버렸다.
설마 이렇게 긴 영상을 누가 끝까지 보겠냐며 올린 것인데, 하루 만에 두 사람은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보게 된다.
어쨌든 생방송은 성황리에 마무리가 되었다.
박 대표와 김소연이 와서 두 사람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갈수록 어째 유료 시청자들이 늘어나지? 정말 대단합니다. 방송을 몇 번 안 했는데 이 정도라면 내년에는 초대박이 확실하겠는데요?”
“그러게 말이에요. 진짜 방송이 거듭될 때마다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까요.”
박대표와 김소연은 연신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을 듣고 기분 나빠할 사람이 없듯 이서우와 이설아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참, 잠깐 전신 방송을 보고 왔는데, 널 엄청 의식하더라.”
“전신이?”
“응. 서우 네 영상을 봤는지 몬스터가 밀집된 곳으로 가서 싹쓸이를 하고 있더라고.”
“그 인간, 처음에는 좀 멋있어 보이더니 갈수록 사람이 이상해지네.”
“그건 1인자였기에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대화를 듣고 있던 박 대표가 전신이 왜 그런지 잘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이서우는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기업의 세계도 그렇습니다. 바짝 추격하는 곳이 있으면 신경이 쓰이죠. 게다가 라이벌 관계에 있는 곳이면 더 심합니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도 하게 되는 것이죠. 아마 전신은 자신의 위치가 서우 씨에 의해 위협받는 게 싫을 겁니다. 그래서 더 사람들에게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이고 싶은 거겠죠. 그게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알 것 같은데, 피부로 와 닿지는 않네요.”
“그럴 겁니다. 하지만 대결을 펼칠 때까지는 전신의 그런 행동은 계속될 겁니다. 그냥 신경 쓰지 않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긴 하죠.”
“대표님 말씀도 맞는데, 문제는 전신이 방송을 하면서 서우를 비방한다는 거예요. 전신을 옹호하는 시청자들도 거기에 열심히 동조하고 있는 것도 신경이 쓰이고요.”
김소연은 근거 없이 남을 비방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워낙 뛰어난 재능을 보여 주변으로부터 많은 시기를 받았다.
처음에는 말로 신경을 긁더니 갈수록 심해져 없는 말도 지어 내어 자신을 깎아 내리기 바빴다.
그런 일이 한두 해가 아니었다.
근거 없는 비방을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참아 내며 그녀는 자신의 일을 했다.
그런 아픔이 있기에 전신이 하는 행동이 정말 치졸해 보였다.
“전신의 꼴 보기 싫은 행동을 저지하려면 결국 대결에서 완승을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겠네요.”
“대결에서 네가 이겨도 난 나아지는 게 없다고 생각해. 어쩌면 넌 한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게 될지도 몰라.”
“추악한 짓이라……. 설마 해서는 안 될 짓은 하지않겠지.”
“전신에게 만약 뉴 월드가 전부에 가깝다면 그가 어떤 짓을 할지는 아무도 몰라.”
“언니, 설마 그렇게까지 심하게 망가지겠어? 그자 꽤 부자잖아. 우리나라에서 20위 안에는 들 걸?”
“나도 알아. 하지만 그자는 돈밖에 없잖아. 가족에게 거의 짐짝 취급을 받을 정도니까.”
“누나도 전신에 대해 아는 거야?”
“알지. 대표님도 알 걸?”
“대표님까지?”
“저도 그를 알고 있지요.”
이서우는 갑자기 궁금했다. 대체 전신의 정체가 뭘까.
그의 궁금증을 알았는지 김소연이 말했다.
이설아가 비밀을 지키기로 전신과 개인적으로 약속을 한 것이지 김소연이나 박대표는 아니었다.
김소연이 툭 던지듯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 순위 1위를 20년 이상 지키고 있는 기업의 막내아들이야.”
“뭐?”
이서우는 진심으로 놀랐다. 꽤 빵빵한 집안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대한민국 1등 기업의 막내라니.
“과거 좋지 못한 일로 법의 심판을 받은 뒤 일정 지분만 받고 경영권은 절대로 손을 댈 수 없도록 했지. 그가 아니더라도 경영을 이어 갈 사람은 있으니까. 여튼 그때부터 그는 엇나가기 시작한 것 같아. 처음에는 아예 집 밖에도 잘 나가지 못했으니 이것저것 손을 대다 결국은 게임까지 하게 됐나 봐. 그러다가 뉴 월드를 만나게 됐고 말이야. 손대는 게임마다 돈을 엄청나게 투자해서 늘 1등이었어. 아마 기업을 물려받지 못하게 된 데 대한 보상 심리였을 수도 있지.”
“그렇게 모든 걸 갖고 있으면서 왜 자기가 스스로 뭐라도 해 볼 생각은 안 했는지 모르겠네.”
“온실 속의 화초였으니까. 그런 자들은 스스로 뭔가를 이루려 하지 못해. 도전 정신도 없을뿐더러 고생이라고는 해 보지 못해서 아예 그쪽으로 발을 들이려 하지 않는 거지.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그에게는 가장 쉬운 일이었을 거야.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으니 더 좋았겠지.”
“그럴 수도 있겠네.”
이서우는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전신의 행동이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 문제는 대결로 해결하면 되고, 엘사둔 제국에 대한 정보도 좀 모아 줘.”
“아, 너 거기 정찰하는 퀘스트 받았지?”
“벌써 거기까지 가서 곧 마을에 도착할 예정이야.”
“걱정 마. 어차피 전쟁 문제로 알아보고 있으니까.”
바쁜 중에도 이설아는 이서우가 어떤 퀘스트를 하는지 김소연에게 말해 주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김소연의 성격이라면 밤늦게까지 정보를 찾기 위해 열심히 유료 사이트를 뒤질 것이다.
게다가 무료 커뮤니티도 자잘하게 돌아다니는 정보들이 있으니 그것까지 취합해서 종합적으로 비교를 해 볼 것이다.
이설아는 과거 그 모든 것들을 스스로 했었다.
피디나 방송 관계자를 통해 듣는 것도 있었지만 그녀의 노력이 컸다.
하지만 혼자서 방송까지 하면서 정보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김소연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았다.
“우린 이만 가지.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세요.”
“대표님, 이제는 같은 식구인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아직은 이대로가 좋네요. 차차 바꿔 가도록 해요.”
“뭐 그러시다면야.”
“근데 저한테는 함부로 하시잖아요!”
“넌 내 직원이잖아.”
“원래 직원을 존중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 정도면 엄청 존중하고 있지.”
“피, 퍽이나.”
김소연은 입을 삐쭉 내밀고는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전혀 밉지가 않았다.
박 대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녀의 모습을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어쨌든 고생했으니 푹 쉬어요.”
“네. 대표님도 쉬세요.”
“당분간은 같이 게임 못 하겠네? 하긴, 어차피 나도 바빠서 접속이 힘들긴 해. 여튼, 바쁜 거 좀 해결되고 나면 같이 게임하자.”
“그래. 누나도 고생해.”
“너도. 그리고 설아 잘 보살펴 주고.”
“걱정 말고 얼른 가서 쉬어.”
“알았다, 알았어. 둘이 또 분위기 내려고 그러는 거지? 치사해서 내가 비켜 준다.”
김소연은 그 말을 남기고는 엘리베이터로 가는 박 대표를 쫓아갔다.
“하여튼 종잡을 수 없는 유형이라니까.”
“원래 언니의 성격이 점점 나오는 것 같아서 난 괜찮은데?”
“나도 나쁘지는 않아. 저런 솔직한 모습이 오히려 좋으니까. 사람을 유쾌하게 해 주기도 하고. 그건 그렇고 우리 설아, 오늘 정말 고생했어. 피곤하지는 않고?”
“응. 오히려 기분이 상쾌한 걸?”
“찜질방에서 개운하게 몸이나 풀고 잘까?”
“응!”
없는 게 없다는 말이 실감될 만큼 그들이 지내는 공간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사우나도 그중 하나였다.
이서우는 건식, 습식 사우나를 오가며 몸을 풀었다. 또한 옥으로 된 찜질방에 앉아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안 하던 운동을 해서인지 몸이 피곤해서 풀어 주려는 것이다.
약 1시간가량 사우나와 찜질을 하고 나온 두 사람은 휴게실로 갔다.
“역시, 사우나 뒤에는 이거지.”
“호호호, 오빠도 이거 좋아해?”
“달달해서 맛있잖아.”
단지 모양의 바나나 우유를 꺼내 빨대를 꽂고 쭈욱 빨자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참, 오빠. 오빠한테는 연락 안 왔어?”
“무슨?”
“김승조.”
“아, 아직 안 왔는데?”
“오빠가 뉴 월드에 있어서 못 받았나 보네. 아마 메시지 보냈을 걸?”
“메시지?”
이서우는 몇몇과만 연락을 주고받기에 특별히 스마트 기기에 신경을 잘 쓰지 않았다.
확인을 하니 진짜 메시지가 와 있었다.
“계약 건 때문이네. 내일 보고 싶다라…….”
“응. 오후쯤에 보자고 하던데. 오빠는 어때?”
“오후면 상관없지. 4시쯤에 보자고 해.”
“응. 그럼 그렇게 말해둘게. 가까운 곳에서 보자고 할 거지만 3시 반까지는 종료해야 돼.”
“알았어. 그만 들어가자.”
“응.”
시원한 바나나우유를 비우고는 휴게실을 나갔다.
이설아의 방 앞까지 왔을 때, 이서우는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살며시 다가가 키스를 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밤 인사로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점점 길어져 어느새 10분을 넘겼다.
입이 부르트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두 사람은 입술을 맞대고 떼지 않았다.
30분쯤 되었을 때 겨우 떨어질 수 있었다.
“자, 잘 자, 오빠.”
“그래. 설아도. 오빠 꿈꾸고.”
“응! 꿈에서 만나!”
이설아는 다시 한 번 이서우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두 볼이 살짝 붉게 달아오른 이설아의 모습을 보며 이서우는 작게 중얼거렸다.
“볼수록 귀엽고 예쁘단 말야.”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이서우는 이설아의 방문을 잠시 바라보고는 자신의 방으로 갔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이서우는 무에타이 수련을 마친 뒤 샤워를 하고 접속 베드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