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
레벨이 갑이다
151화
“전 회당 100억, 승리 보상으로 100억을 원합니다.”
“네?”
김승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금액에 깜짝 놀랐다.
회당 100억이라니.
한 달 동안 세 번의 대결이 이어지고, 전부 승리하면 600억을 벌어들인다.
기간은 한 달이지만 세 번의 대결만으로도 상황이 종료될 수 있다.
대결 한 번에 길어야 30분인데, 1시간 반만에 600억을 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저의 지금 몸값이라면 그 정도는 될 것 같은데요? 뭐,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러면 나중에 계약을 하도록 하죠. 하지만 그때는 제 몸값이 얼마나 오를지 저도 장담 못 합니다.”
“자, 잠시만요.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십시오.”
“그러지요.”
김승조는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이서우를 얼른 붙잡았다. 그의 말처럼 오늘 계약을 하지 못하면 몸값이 더 올라갈지도 몰랐다.
물론 향후 두 사람의 방송 상황이나 다른 일 때문에 몸값이 내려갈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걸 기다리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이서우도 그것을 알기에 당당히 100억을 불렀다. 사실 50억 선에서 조금씩 조율을 해 볼까 하다가, 귀찮은 것이 싫어 그냥 질러 본 것이지만 말이다.
“생각하는데 죄송하지만, 이왕이면 몰아서 생각하는 게 좋으실 것 같아서요. 저는 회당 50억으로 맞춰 주세요.”
“…….”
김승조는 어이가 없어 이설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참, 참고로 전 설아와만 방송을 합니다. 다른 사람과는 호흡이 잘 안 맞아서 말이죠.”
“그런…….”
고민 중인데 거기다 돌을 하나 더 얹어 버려서 머리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결국 김승조는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고는 룸에서 나갔다.
“윗 라인에게 전화하려는 거겠지?”
“그럴걸?”
문이 닫히면 밖에서는 대화 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이서우와 이설아는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난 솔직히 거절을 했으면 싶다.”
“몸값 조금 더 올리게?”
“안 될 것도 없지.”
“하지만 이번이 정점을 찍을 걸 수도 있잖아.”
“적어도 나에게 정점은 이 정도 수준은 아냐.”
“와, 우리 오빠 그새 통이 많이 커졌네. 역시 멋지다니까!”
이서우의 단호한 행동에 이설아는 더욱더 그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능력이 없이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라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감 넘치는 말을 하니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10분쯤 지나자 김승조가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너무 금액이 커서 제 선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조금 늦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래, 결정은 내리셨습니까?”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상관없으니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서우 씨와 설아 씨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런가요? 아, 그리고 제가 한 가지 빼먹은 게 있군요.”
“뭔가요?”
이서우가 입을 여니 김승조가 바짝 긴장했다.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어서 혹시라도 다 된 밥에 물이라도 들이부을까 봐 걱정이 되는 것이다.
“광고 건에 대한 겁니다.”
“광고 건이라면?”
“방송이 나가면 당연히 광고가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설마 그걸 그냥 글로벌사에서 홀랑 가져가시려고 생각한 건 아니시지요? 설마, 제가 계약하려는 곳이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는 곳은 아니겠지요.”
“무, 물론 저희는 두 분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에서 의견 조율을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군요. 역시, 대화가 통하는 분이시군요.”
김승조는 죽을 맛이었다. 저런 식으로 말을 하면 그도 거절할 수가 없다.
“어떻게 배분을 하실 생각이신지…….”
“352로 가죠.”
“352라뇨?”
“당연히 제가 5, 설아가 3, 뉴 월드가 2라는 거죠.”
“…….”
이건 숫제 날강도나 다름이 없었다. 주최 측에서 광고 수익을 20퍼센트밖에 못 가져가다니.
하지만 이서우도 할 말은 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늘어날 유저들이 저는 눈에 선하게 보이네요. 5천만, 1억, 2억……. 막 숫자가 올라가는 게 보이는데 김승조 씨는 아닌가 봐요?”
“아, 알겠습니다. 그 부분도 두 분의 의견에 맞춰 드리겠습니다.”
“그 영상에 대한 저작권은 저희에게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하지만 전신 님도…….”
“그러면 전신과 다른 사람과 대결을 하라고 하시면 되겠군요.”
이미 웬만한 건 다 들어주라는 지시를 받은 터라 김승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알았는지 이서우는 폭풍처럼 그를 몰아붙였다.
솔직히 이번 대결의 흥행은 모두 이서우가 담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번 10만 대 1의 전투가 방송되면서 전장의 지배자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서우는 실시간 반응을 통해 그것을 확인했고, 이설아도 그가 뉴 월드에 들어가 있는 동안 충분히 보았다.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는 이서우가 빠져 버리면 모든 것이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영상에 대한 저작권을 충분히 주장할 만했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지 김승조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어차피 전신에게도 지불하는 금액이 있을 겁니다. 그것으로도 충분히 그의 몫은 하는 거라고 봐지는군요. 제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여겼으면 김승조 씨는 벌써 이 자리를 떴겠죠. 아닙니까?”
“…….”
이서우는 김승조가 할 말이 없게 만들어 버렸다.
기업의 최대 목적은 이윤 추구다. 즉, 돈이 안 되는 일은 안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김승조가 머물러 있다는 것 자체가 이번 일에서 누가 갑의 위치에 있는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결국 영상에 대한 저작권마저도 이서우와 이설아가 가져갔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영상과 관련된 2차, 3차 저작물 또혼 영상에서 얻어지는 수익 배분과 똑같이 하기로 결정이 났다.
꼼꼼하게 계약 사항에 대해 확인한 뒤 사인을 했다.
이설아와 이서우는 만족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 반면, 김승조는 축 처진 어깨로 돌아갔다.
“오빠, 언제 그런 기술은 익힌 거야? 완전히 김승조 씨를 휘어잡던데?”
“예전에 내가 흥정을 좀 했었지.”
어나더 월드 시절에 겪은 일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두 사람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고 기분 좋게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은 뭘 먹지?”
“그러게. 메뉴 정하는 게 정말 쉽지 않네. 먹고 싶은 거 있어?”
“오빠는?”
“나야 우리 설아가 좋아하는 거면 다 괜찮지.”
“흙을 먹자고 해도 따라갈 건 아니잖아.”
“왜? 매일 고운 모래를 먹고 있잖아.”
“호호호, 미세먼지? 하지만 요즘은 거의 없잖아.”
“그래도 저기서 아직 날아와. 물론 예전에 비하면 엄청 줄었지만.”
뭘 먹을까로 10분을 고민하던 두 사람은 어렵게 메뉴를 정하고 이동했다.
“이런 것도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왜? 막창 맛있잖아. 나도 가끔 먹어.”
“이번에도 단골집 있는 거야?”
“당연하지. 내가 가는 곳은 다 단골이야.”
“가끔 간다면서.”
“가끔 가더라도 몇 년 동안 가다 보니 단골이 되더라고.”
이설아는 끈덕진 면이 있다. 하나를 해도 허투루 하지 않고 오래, 깊이 한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성격이 식당을 고르는 데도 영향을 미쳐 한 번 마음에 든 곳은 계속 꾸준히 이용했다.
계약을 제대로 성사시켜서인지 막창 맛이 꿀맛이었다.
라면은 셀프로 몇 개라도 끓여 먹을 수 있는 집이어서 식사에 라면까지 곁들어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라면이어서 그런지 면발이 입에 착착 감겼다.
결국은 하나를 더 끓여 먹고는 식사를 마쳤다.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후식까지 제대로 먹고는 K사로 돌아왔다.
“오빠, 내일은 뭐 할 거야?”
“퀘스트 완료하고 상황을 잠시 봐야지. 왜?”
“내일 주말인데, 우리 놀러 갈까?”
“놀러?”
“응.”
“좋아. 아침에 운동하고 잠시 접속해서 퀘스트 보상만 받고 출발하자.”
“와, 정말?”
“정말이지. 10시쯤 출발하면 되겠지?”
“응!”
이설아는 기분이 좋은지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뛰었다.
‘앞으로는 자주 가야겠네.’
사귄지 얼마 안 돼 한창 데이트를 즐겨야 할 텐데 제대로 된 곳을 가 보지도 못했다.
이서우는 괜히 미안해 앞으로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참, 가고 싶은 곳은 따로 있어?”
“응.”
“이런 건 남자가 쫙 스케줄을 짜야 하는데.”
“아냐. 누가 하면 어때? 난 그런 것보다 같이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은걸.”
“그래. 그럼 내일 즐겁게 놀아 보자.”
“응!”
“그럼 오늘은 푹 쉬어. 그리고 고생 많았어.”
“오빠도.”
“잘 자고.”
“그냥 가려고?”
쪽.
이서우는 이설아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진한 키스도 좋지만 이설아는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도 좋아했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편안한 밤을 보냈다.
* * *
“오오, 자네 왔는가. 한데 벌써 온 겐가. 혹시…….”
“아닙니다. 부탁하신 일은 다 마무리하고 오는 길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네, 백작님.”
너무 빨리 돌아온 터라 이서우가 이번 일을 포기하려는 건 아닌가 했는데, 이미 마무리했다니 염려가 가득하던 백작의 표정이 밝아졌다.
“허허, 자네에게 부탁하면 무슨 일이든 마법같이 해결이 되는구먼. 적어도 한 달 이상은 걸릴 줄 알았는데 말이야.”
“운이 좋았습니다.”
“아닐세. 그 운도 다 실력이 있어서 되는 거겠지.”
“이거 받으십시오. 강자들에 대한 것입니다.”
백작은 이서우가 건네는 메모지를 받아서 펴 보았다.
메모엔 20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상당히 자세히 기록이 되어 있었다.
조세프 백작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만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최상급 강화석 10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꼼꼼하구먼. 난 인원만 파악해도 됐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알아봐 주다니. 정말 고맙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참, 그 내용은 며칠 내로 지워질 테니 따로 메모를 해두셔야 할 겁니다.”
“그러지. 참, 그나저나 엘사둔은 언제쯤 쳐들어온다던가?”
“그게…….”
“무슨 일인가? 혹시 심각한 문제라도 있는 건가?”
“그게 아니라, 생각보다 시기가 빨라서 그런 것입니다.”
“빠르다니. 대체 얼마나 빠르기에 자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겐가.”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40일 후면 쳐들어온다더군요.”
“뭐? 40일? 지금 40일이라고 했나?”
“네, 백작 님.”
“정보는 정확한 것인가?”
“80퍼센트 정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거의 정확한 것이겠군. 허허, 어찌 그럴 수가…….”
조세프 백작은 이서우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지금까지 그가 일을 맡아서 한 번이라도 실망을 시킨 적이 없었다.
“아마 최대한 빨리 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
“그래야지. 내 당장이라도 그분들에게 연락을 넣겠네. 어쨌든 고생했네. 정말 고생했어.”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만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 1만이 상승합니다.
-최상급 강화석 5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된 걸 보니 확실히 40일 전후로 일이 터지는 게 맞군.’
이서우는 완료가 되었다는 소리에 안도했다. 만약 날짜라 맞지 않았다면 퀘스트는 실패했다고 떴을 것이다.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러게. 멀리 못 나가네.”
“네.”
이서우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조세프 백작은 서둘러 자신의 거처로 갔다.
어차피 어떻게 대처할지 결론이 나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데이트를 즐길 생각이었다.
이서우는 성 밖으로 나오자마자 접속을 종료했다.
접속 베드를 나오니 이설아가 분주히 움직였다.
“오빠, 일찍 나왔네?”
“퀘만 완료하고 바로 나왔지. 뭐 도와줄 건 없어?”
“응. 괜찮아. 어차피 그리 준비할 것도 많지 않고.”
“그래? 그럼 나도 옷 좀 갈아입고 나올게.”
“응!”
이설아는 수학여행을 처음 가는 학생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이럴 줄 알고 옷을 미리 몇 벌 주문해 놨지.’
이서우는 이설아와 사귀게 되면서 인터넷으로 옷을 주문했었다.
옷을 잘 볼 줄 몰라 이설아와 함께 매장으로 갈까 하다가 요즘 유행한다는 옷들을 모두 주문해 버렸다.
이서우는 깔끔한 댄디룩으로 꾸미고는 거울 앞에 섰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도 가상현실에서 입어 볼 수가 있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었다.
‘이 정도면 나도 꽤 괜찮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만족을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