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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58화 (158/341)

# 158

레벨이 갑이다

158화

근처 공원에서 몸이 정화되는 상쾌함을 만끽하고는 늦은 오후가 되어 K사로 향했다.

인도를 따라 여유롭게 걷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어, 민수야.”

-야, 너 대박이더라. 고맙다. 이 은혜는 잊지 않으마.

“친구끼리 은혜는 무슨. 만땅으로 걸었지?”

-당연하지. 종명이도 싹 밀어넣었다.

“잘했네. 한데, 그것 때문에 전화한 거냐?”

-그냥 우승의 기쁨을 같이 나누려고 전화했다.

“그것 때문에 목소리가 좋은 게 아닌 것 같은데, 너 요즘 연애한다는 소문 있더라.”

-짜식, 또 어떻게 알아 가지고. 여튼, 남은 두 판도 열심히! 알지?

“걱정 붙들어매셔.”

-나중에 한 턱 제대로 쏘마.

“비싼 걸로 먹어 주마.”

-넌 10만 원 이상 안 돼. 설아 씨는 몰라도.

“야, 나 때문에 돈 버는데 차별이냐?”

-원래 세상은 다 그런 거야.

“지랄도 풍년이네.”

-크크크, 그럼 끊는다.

박민수는 키득키득 웃고는 통화를 끊었다.

박민수와 대화가 끝나자마자 류종명에게도 전화가 왔다.

“오늘 아주 난리네. 너도 베팅 때문에 전화한 거냐?”

-어, 민수 녀석이 먼저 전화했구나.

“방금 전화왔었다.”

-오늘 너 이겼다고 기분 좋아서 놀러간다던데.

“일은 안 하고?”

-너 대결 있는 날은 다 휴무야. 내일 연차까지 내고 놀러가더라.

“1박 2일로?”

-글치. 요즘 연애한다고 어찌나 업이 돼 있는지.

“그동안 연애 못 해서 어찌 살았대?”

-내 말이.

“근데 넌 안 가?”

-가야지. 근데, 소연 씨가 바빠서 일 마치고 저녁때쯤에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 그럼 다녀와라. 난 할 일이 있어서 들어가 봐야겠다.”

-여튼, 덕분에 돈도 많이 벌었으니 나중에 한 턱 쏘마. 먹고 싶은 거 있음 다 말해라. 풀코스로 쏴 준다.

“알았다. 목록을 쫙 만들어 두마.”

이서우는 미소를 짓고는 통화를 종료했다. 바쁜 중에도 항상 신경 써 주는 친구들이 고마웠다.

“두 분 신이 났네?”

“신 날 만도 하지. 그 동안 회사 다니면서 스트레스 엄청 받았나보던데.”

“다행이네. 즐거운 일 하면서 지낼 수 있어서.”

“종명이는 분석하는 걸 좋아하니 딱이지. 민수도 노는 걸 좋아해서 잘 맞고.”

“그러고 보니 오빠랑 오빠 친구분들이 다 사내 연애를 하네?”

“그러고 보니 그러네.”

함께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서로 대화가 잘 통하고 마음이 맞으면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서우와 친구들이 딱 그런 케이스였다.

K사로 들어간 두 사람은 짧게 휴식을 취하고는 곧장 뉴월드에 접속했다.

접속하자마자 이서우는 상태 창을 살폈다.

-이름 : 이서우.

하이 레벨 : 280

칭호 : 전설을 잇는 자.

*제작 성공 시 높은 등급이 될 확률이 증가한다.

*제작 성공 시 숙련도 경험치가 70퍼센트 증가한다.

*제작 시간이 70퍼센트 단축된다.

*다른 생산기술을 습득해도 모든 혜택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생산 기술 레벨에 따라 모든 혜택이 상승한다.

*공격력이 10퍼센트 상승한다.

*방어력이 10퍼센트 상승한다.

명성 : 130,350

직업 : 전설의 약초꾼.

펠른의 후예로 모든 약초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전설의 약초꾼이 되면 죽은 사람도 살려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이 레벨 특성 스킬.

-약초 바르기.

-약초 합성.

-초급 근력 영약 제조.

-초급 민첩력 영약 제조.

-초급 체력 영약 제조.

생명력 : 1,042,234

마나 : 839,790

공격력 : 573,818

물리 방어력 : 470,295

마법 방어력 : 453,198

근력 : 2,013(+1,480)

민첩력 : 2,010(+1,480)

체력 : 2,008(+1,480)

지력 : 380(+200)

정신력 : 960(+680)

통찰력 : 1,212(+680)

잠재력 : 1,310(+680)

보너스 포인트 : 30

‘엄청난 상승을 했네. 하지만 하이레벨 지역도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 막무가내로 갈 수는 없겠지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스텟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특히 펠렌의 방어구를 착용한 뒤 부족한 방어력이 확실히 보강되었다.

‘게다가 하이 레벨 특성 스킬도 추가가 돼서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해졌어.’

하이 레벨이지만 이서우가 약초꾼으로 전직을 하는 바람에 특성 스킬들이 전부 그와 관련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약초 바르기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자 영약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이서우는 약초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약은 순수 스텟을 올려 준다.

순수 스텟이 일정 수치에 다다르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기에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아직 재료를 구하지 못했다.

이서우가 빨리 접속을 하려 했던 것도 바로 영약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란셀 님을 만나러 가야 하나.’

약초에 관한 것은 란셀이 모두 꿰고 있어 그에게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

“설아야, 초보자 마을을 가야 할 것 같은데 사냥 하고 있을래?”

“오빠가 처음 시작한 마을을 가는 거지?”

“응.”

“그럼 나도 같이 가.”

“괴짜 노인네가 있어서 불편할 텐데.”

“어차피 게임인데 뭘.”

“그건 그렇지만.”

이서우는 거르지 않고 내뱉는 란셀을 떠올리며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설아의 말대로 게임이니 별 일이야 있을까 싶었다.

이동수단이 있어 다론 마을로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서우는 일부러 다론 마을의 영웅 칭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물건은 싸게 살 수 있지만 그러면 다들 알아보기 때문에 또 난리가 날 것이다.

물론 칭호를 쓰지 않아도 알아볼 사람은 알아보겠지만, 이서우는 되도록 조용한 길을 선택했다.

“마을에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은데?”

“그러게. 내가 있을 때보다 더 북적거리는 느낌이네.”

사람들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말소리가 크게 들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오호, 이게 누구신가. 요즘 제국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영웅님이 아니신가.”

“어르신 저 놀리니 재미있으세요?”

“그럼. 너 놀리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데. 켈켈켈, 왔느냐.”

“네. 그동안 별일 없으셨죠?”

“나야, 언제나 약초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지. 최근에 신선초도 대량으로 만들어 뒀고.”

“많이 바쁘셨겠네요.”

“나보다 네가 더 바빴겠지. 한데, 이 처자는 누구냐? 아! 요거구나?”

란셀이 새끼손가락을 내밀고 말하자 이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호호호. 할아버지. 재밌는 분이시네요. 맞아요. 저랑 오빠랑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요.”

“부러운 녀석, 이렇게 적극적인 여자를 만나다니. 내가 한 10년만 젊었어도 대시를 해보는 건데 말이야.”

“호호호호, 젊었을 때 인기 엄청 많았을 것 같은데요?”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보는 눈도 있구먼. 젊을 때는 마을에 내가 나타나면 처자들이 아주 그냥 버선발로 나와서 덤벼들었지. 하아, 그때가 좋았어.”

“호호호호, 할아버지 너무 재밌으세요.”

이설아는 배를 잡고 웃었다.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괴짜라고 해서 약간은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유쾌하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그나저나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온 거냐?”

“힘을 증가시켜주는 영약에 대해 알아보려고 온 겁니다.”

“오, 드디어 그 경지에 든 거냐?”

“네.”

“일단 좀 앉거라.”

란셀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의원 밖에 있는 평상으로 두 사람을 이끌었다.

“예쁘고 착한 처자가 왔으니 내 오늘 특별한 차를 내와야겠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네.”

란셀이 의원으로 들어가서 찻잔 세트를 들고 나왔다.

언제 우려냈는지 곧장 잔이 채워졌다.

“와, 할아버지. 향기가 정말 끝내줘요.”

“그럼.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찬데 당연하지.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셔 보거라.”

“네. 할아버지.”

이서우도 향기에 취해 찻잔으로 손을 뻗었다. 귀한 향기에 혹시라도 쏟을까 봐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갔다.

-최고급 신선초차를 복용하셨습니다.

-1시간 동안 모든 스텟이 50씩 상승합니다.

-1시간 동안 공격력이 10퍼센트 증가합니다.

-1시간 동안 방어력이 10퍼센트 증가합니다.

-1시간 동안 100,000의 생명력이 증가합니다.

-1시간 동안 100,000의 마나가 증가합니다.

-1시간 동안 면역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웬만한 독에도 중독되지 않습니다.

“헉!”

“어머!”

마시자마자 놀라는 두 사람을 보며 란셀은 만족스러운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 이건 지난번 신선초차보다 훨씬 뛰어나네요?”

“그것과 비교할 수 없지.”

“와, 할아버지 정말 대단하세요. 어떻게 이런 걸 만드셨어요.”

“오랜 세월의 힘이 아니겠느냐. 더욱 뛰어난 효능을 가진 것들도 존재하지만 내 힘으로는 힘들 것 같구나.”

“이것보다 더 뛰어난 효능을 지닌 것도 있다고요?”

“있지. 그건 그분이나 그분의 힘을 이어 받은 너만이 만들 수 있다.”

“네? 제가요?”

“그래. 싸움박질이나 해서 걱정했는데, 능력을 올려 주는 영약을 벌써 만들 정도가 된 것을 보니 안심이구나.”

장난기 많던 란셀의 표정은 온 데 간 데 없고 인자하고 자상함이 가득 담긴 얼굴로 이서우를 바라보았다.

“이게 빠른 건가요?”

“난 10년이나 걸렸다.”

“헛!”

이서우는 뉴 월드에서 1년 6개월 정도를 보냈다.

전직을 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아 실제로는 1년 정도가 걸렸다.

“그분의 후예라면 당연한 결과니 그리 놀랄 것 없다.”

“펠렌 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시네요.”

“당연하지. 넌 그분의 능력을 1퍼센트도 알지 못한다.”

“…….”

뉴 월드를 주름잡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1퍼센트도 알지 못한다니. 대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이었단 말인가.

“어쨌든 그런 거라면 흔쾌히 도와줘야지. 네가 깨닫게 된 게 정확히 뭐지?”

“네. 근력, 민첩력, 체력을 올려 주는 영약입니다.”

“아직 절반도 채 깨닫지 못했구나. 하긴, 그게 가장 기본이 되는 거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다른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일단 근력은 정력에 좋은 부추, 마늘, 기름 나물 등을 포함한 10가지 재료들이 들어간다.”

“흔한 재료들이네요?”

“그 분은 흔한 재료들로 뛰어난 효과를 지닌 것들을 만드셨다. 그거야 말로 정말 쉽게 이룰 수 없는 경지지. 재료들을 적어주마. 그 재료들과 함께 네 마나를 주입하면 된다. 이제 막 영약 제조를 깨달았으니 마나의 양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10개를 다시 마나와 함께 합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영약이 된다. 숙련도가 올라가면 개수도 줄어들고, 마나 소모량도 줄어들어 편할 것이다. 그러니 부지런히 익히거라.”

“네.”

“할아버지 마나를 주입하는 거라면 저도 되나요?”

“아쉽게도 그분의 후예만 가능하다.”

“그렇군요.”

이설아는 근력, 민첩력, 체력 스텟을 올려 주는 영약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말은 쉽게 했지만 만들어 보면 알 것이다, 영약을 만드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네.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잠시만 기다리거라. 재료를 적어 주마.”

“네.”

란셀이 안으로 들어가자 이설아가 이서우에게 물었다.

“오빠, 스텟 영약도 팔 거야?”

“아니. 왜?”

“그거 팔면 대박이겠다 싶어서.”

“대박은 대박이겠지. 스텟을 올려주는 거니. 하지만 무분별하게 풀어놓으면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으니까.”

“중국과 인도의 반응이 어떨지 모르니 미리 많이 만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건 그렇지. 일단은 쓰든 안 쓰든 틈날 때마다 만들어두긴 해야지.”

대화를 하는 데 란셀이 종이를 들고 나왔다.

“여기 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자주 좀 오거라.”

“네. 그럴게요.”

“할아버지 저도 놀러 와도 되죠?”

“물론이지. 사실 저 놈보다는 네가 더 보고 싶을 것 같구나.”

“네. 오빠랑 같이 종종 올게요.”

“그러려므나.”

이설아는 란셀의 손녀라도 된 것처럼 살갑게 굴었고, 그런 그녀를 란셀은 마음에 들어 했다.

이서우는 인사를 하고 그곳을 벗어났다.

가면서 영약 재료를 있는 대로 긁어모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데, 근력 스텟 영약을 제작하려 했지만 좌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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