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159화 (159/341)

# 159

레벨이 갑이다

159화

“무슨 놈의 영약이 하나 만드는데 마나가 이렇게 많이 들어?”

근력 스텟 영약을 하나 만들기는 했다. 한데, 마나 소모량이 상상이상이었다.

란셀이 많이 든다고 해서 처음에는 1천부터 시작했는데 자꾸 실패해서 계속 늘리다 보니 10만까지 다다랐다.

10개를 만들어야 하니 총 100만이 소모되었다.

그걸로 끝났으면 이서우가 투덜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최종 영약을 만드는 단계는 마나가 얼마나 소모되는지 표시가 되었다.

50만.

총 150만의 마나를 쏟아부어야 영약 하나가 탄생하는 것이다.

언제 싸움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데 마나를 전부 영약 만드는 데 쏟아 부어야 했으니 이서우로서는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영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 틈나는 대로 꾸준히 10개의 재료부터 만들어 두면 돼.’

10만의 마나는 틈나는 대로 써도 전투에 지장이 없으니 1단계부터 부지런히 해 두기로 했다.

50만이 소모되는 2단계는 전투가 완전히 끝났을 때 시도하면 된다.

‘영약 1개를 만들면 숙련도가 1퍼센트 올라가네. 100 개를 만들어야 2레벨로 오르니 초급을 뛰어넘으려면 정말 엄청난 시간이 걸리겠구나.’

총 10레벨까지 있으니 엄청난 숫자를 만들어야 중급으로 오를 수 있었다.

란셀이 거의 100년에 달하는 시간을 약초에만 전념한 이유를 이서우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조세프 백작령으로 돌아온 이서우는 다음 행동을 놓고 잠시 고민했다.

“오빠, 시간이 애매한데 사냥 갈 거야?”

“그래서 나도 고민이야. 사냥하기에는 어중간하고, 그렇다고 그냥 나가기에도 너무 이르고.”

“하이레벨 지역에 두고 그냥 종료할까?”

“일단은 백작에게 가서 전쟁에 대한 정보부터 얻은 다음에 생각해 봐야겠어. 같이 갈래?”

“응!”

김소연이 이끄는 정보팀이 전쟁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있지만 엘사둔에 대한 정보는 부족해 대귀족에게 직접 듣는 것이 좋았다.

엘사둔은 모험가들이 하이 레벨 지역으로 많이 빠져나가 혹시라도 카이젠의 모험가들이 전쟁에 참여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이에 엘사둔은 모험가 없이 전쟁을 치루는 것이 긍지 높은 기사들의 태도라면서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쳤다.

자존심이 강한 카이젠 황제는 엘사둔의 여론전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쟁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자 양측은 명성이 높은 모험가들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명성이 높아야 모험가들을 투입할 명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서우도 명성이 높아 참여했었다. 유저들은 갈 수 없었던 최전방에서도 활약을 했다.

하지만 이서우가 전쟁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결국 이서우는 전쟁을 통해 얻을 것이 별로 없다고 판단하고 물러났다.

그런 배경에서 진행되는 전쟁이기에 이서우에게 큰 득이 되지는 않겠지만 정보를 소홀히할 수는 없었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를 해 두는 것이 좋다.

“모험가님!”

백작성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멀리서 한 경비병이 이서우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이시죠?”

“모험가님, 한참을 찾았습니다. 백작님께서 모험가님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백작님께 가는 중이었습니다. 가시죠.”

“네. 모험가님.”

경비병이 친절히 이서우를 백작의 거처까지 안내했다.

‘뭔가 변화가 있나 보구나.’

아무런 일이 없다면 이서우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었다.

이서우의 발걸음에 강한 궁금증이 담겨 있었다.

“어서오게. 그 동안 내가 너무 바빠서 많이 소홀히 했네. 미안하네.”

“아닙니다. 미안하다뇨.”

“아닐세. 도움을 그렇게 많이 받았는데, 필요할 때만 늘 불렀으니…….”

조세프 백작이 굳은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필요할 때만 부른 것이 미안하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뭔가 원하는 것이 있는 얼굴이었다.

대귀족들 중 상당수가 안하무인인데, 조세프 백작은 그렇지 않았다.

이서우와 친밀도가 최고조에 달한 것도 이유겠지만, 부탁하는 것보다 스스로 해결하는 걸 더 좋아했다.

하지만 모든 일을 직접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거 아리따운 레이디를 이렇게 세워 두다니. 일단 좀 앉게.”

“네.”

조세프 백작이 권한 자리에 앉은 이서우는 무슨 일이냐는 눈빛으로 백작을 바라보았다.

“후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먼.”

“무슨 일인데 그렇게 표정이 안 좋으신지…….”

이서우는 조세프 백작이 이렇게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엘사둔 제국과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겠지.”

“네. 서로 소모전을 펼치면서 전쟁이 길게 끌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벌써 6개월을 넘기고 있네.”

“제가 볼 땐 백작님이 걱정하는 건 전쟁이 길어지느냐, 하는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맞네. 전쟁은 얼마든지 길어져도 상관이 없네. 그 동안 워낙 많은 자원이 쌓여 있어서 10년을 끌어도 충분히 버틸 수 있지. 하지만…….”

조세프 백작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도대체 그는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일까.

중요한 말은 자꾸 꺼내지 않고 시간을 끄는 모습이 답답했지만 이서우는 차분히 기다렸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와 백작님은 그동안 함께 많은 일을 해결하지 않았습니까.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도 충분히 해냈습니다.”

“그랬지. 그랬어. 내가 너무 걱정이 앞서 계속 망설인 것 같구먼. 엘사둔 제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네.”

“심상치 않다면……?”

드디어 조세프 백작이 이야기를 꺼내자 이서우는 추임새를 넣듯 되물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고대의 힘을 쓰려고 하고 있다네.”

“네? 고대의 힘이라고요?”

“그렇네.”

이서우는 고대의 힘에 대해 들은 바가 전혀 없었다. 옆에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설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녀는 방송을 위해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

최근에는 K사와 계약을 하면서 방대한 양의 정보들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고대의 힘이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대체 어떤 힘이기에 그리 걱정이 깊으십니까.”

“깨어나서는 안 될 힘이지. 바로 골렘이라네.”

“골렘요?”

“그렇다네.”

이서우는 의아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몬스터 중에서도 골렘이 존재한다. 한데, 왜 저렇게 깊은 염려를 하는 것일까.

“백작님, 솔직히 납득이 안 됩니다. 골렘이 그렇게 위협적인 겁니까?”

“모험가들이 아는 골렘은 당연히 위협적이지 않네. 하지만 탑승용 골렘은 이야기가 다르네.”

“탑승용 골렘이라고요?”

“그렇다네. 마나를 다룰 줄 아는 기사나 마법사들이 골렘을 타면 엄청난 무기가 된다네. 특히 소드 마스터들이 사용하는 골렘은 가히 일인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네.”

“얼마나 강하기에 백작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막 소드 마스터가 된 사람도 중급 이상의 소드 마스터를 이길 수 있고,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된 사람이 타면 8서클의 마법사도 이길 수 있네.”

“그럴 수가…….”

“이제야 알겠는가. 내가 왜 걱정을 했는지.”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7서클 마스터와 동급의 힘을 가진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중급에 들어서면 겨우 8서클 유저와 겨룰 수 있다.

하지만 8서클 마스터를 상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같은 8서클이라도 초급, 중급과 상급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데 이제 막 그랜드 소드 마스터 초급이 된 사람이 8서클 마스터를 이길 수 있다니.

그 말을 듣고 이서우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서우는 현재 그랜드 소드 마스터 중급에서도 초입에 속했다.

하이 레벨이어서 가능한 것이지 일반 유저였다면 영웅 아이템을 착용한다는 조건에서 4차 전직인 500레벨이 되어야 한다.

그 사이에 작은 변화들은 존재하지만 그것으로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중급에 오를 수 없었다.

‘엘사둔에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셋이나 있어. 그들이 골렘이라는 걸 사용하면 몰디나 님과 아리아 님이 나서도 힘들어.’

카이젠 제국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둘이나 있다.

하지만 엘사둔에서 골렘을 사용한다면 한 명을 막아 내기도 벅찼다.

결국 몰디나와 아리아와 나머지 둘을 감당해야 한다는 건데, 소드 마스터까지 골렘을 사용한다면 무조건 패배였다.

“허면, 절 찾은 것이 골렘을 처치하기 위해서입니까?”

“그렇다네.”

“하지만 모험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 두 제국 다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랬지. 그러나 그들이 먼저 선을 넘으려고 하고 있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마다하겠는가.”

서로의 자존심 때문에 지금까지는 모험가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지 않았다.

남의 손을 빌려서 얻는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니니 치욕스럽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전쟁은 이해득실만으로 양상이 변하지 않는다. 명분과 자존심도 중요했다.

특히 두 제국의 황제들은 그것을 더 중요시 여겼기에 치욕스러움을 감당하는 것을 택하지 않았다.

“한데, 카이젠 제국에는 골렘이 없나요?”

“골렘을 조종하는 것은 사실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네. 사용자의 정신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지. 그걸 알기에 골렘과 관련된 정보들은 모두 폐기를 시켰다네. 엘사둔은 그걸 무시하고 다시 복원시킨 것이고. 우리는 아예 그 힘을 쓸 생각 자체가 없었던 거지. 게다가 지금 복원을 시작해도 많이 늦었네.”

강한 힘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

골렘은 과거 저주받은 힘으로 취급받았다.

처음에는 강력한 무기가 생겼다며 다들 좋아했다. 먼저 발견했던 나라가 골렘으로 거의 천하를 통일하다시피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각 나라들은 골렘의 힘을 폐기하기 시작했다.

수백 년이 지나오면서 골렘에 대한 흔적은 사라졌다.

한데, 승리를 쟁취하고 싶었던 엘사둔 제국의 황제는 손대지 말아야할 것에 손을 대고 말았다.

“자존심이 꽤 강한 황제인줄 알았는데, 그런 사악한 힘을 사용하다니.”

“모험가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한 것이지.”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자기 백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그런 짓을…….”

“자네가 한 말처럼 워낙 자존심이 강한 자라서 그렇다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힘으로 우리를 이기고 싶었던 것이겠지.”

이서우는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존심은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그 많은 인원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은 결단코 반대였다.

“백작님. 한데, 아직까지 골렘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곧 나타날 거라는 첩보가 있었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분명 삼사일 내로 나타날 것이네. 염치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 부디 우리 제국을 도와주게.”

-골렘을 막아라.

전쟁이 지속되자 엘사둔 황제는 승리를 향한 집착이 더 강해졌다.

그렇다고 모험가들의 손을 빌려 승리를 하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일이어서 여러 날 고민을 이어 가게 된다.

그때 한 흑마법사가 엘사둔의 황제에게 제안을 하고, 황제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카이젠 제국에서는 뒤늦게 그러한 사실을 알아차리고 준비를 해 보려 했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골렘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때 조세프 백작이 당신을 떠올리고 부탁을 해 보겠다고 황제에게 말했다.

몰디나와 아리아도 당신이 펠렌의 후예라는 것을 알고 적극 나섰고, 황제도 그 의견을 수락하게 되었다.

난이도 : A

완료 조건 : 골렘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라. 당신이 입힌 피해가 골렘에게 입은 피해보다 커야 한다.

성공 시 보상 : 7레벨 경험치. 100만 골드. 고급 강화석 100개. 명성 10만.

실패 시 : 10레벨 다운.

‘헛! 보상이 엄청나네.’

위기에 놓인 제국을 구하는 것이니 보상이 좋은 게 당연하다. 오히려 조세프 백작은 보상이 적은 것 같아 미안한 얼굴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피해 복구에 많은 재정이 투입되어야 해서 더 이상 자네에게 보상을 줄 수 없다네.”

“아닙니다. 저도 카이젠 제국에 신세를 졌으니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고맙네. 역시 자네는 우리를 도와줄 거라 생각했네.”

조세프 백작이 이서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제는 죽었구나, 싶었는데 이서우가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하니 힘이 났다.

“그럼 전 바로 이동을 하겠습니다.”

“내가 몰디나 님에게 통신을 넣겠네.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가세.”

“네.”

이서우는 백작을 따라 텔레포트 마법진이 그려진 곳으로 향했다.

“부디 조심하게. 자네는 우리 카이젠 제국의 보배니까.”

“염려 마십시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러게. 그래야 저 아리따운 처자와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직접 볼 수 있지 않겠나.”

“그, 그게…….”

“백작님은 그 모습을 직접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서우가 머뭇거리자 이설아가 나서서 센스 있게 대답을 했다.

여기서 괜히 결혼할 사이가 아니라면서 얼버무리는 것도 이상하니 그렇게 한 것이다.

이서우와 이설아가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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