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160화 (160/341)

# 160

레벨이 갑이다

160화

“와아, 이거 안 보는 사이에 엄청나게 강해졌네. 이제는 짐작도 가지 않을 정도야. 역시 그 자식의 후예라는 건가?”

“몰디나, 넌 어떻게 나이를 처먹는데도 입이 그렇게 거칠어?”

“사돈 남 말 하네.”

“하여튼, 입조심해. 어서와.”

몰디나와 또 입씨름을 한 아리아는 언제그랬냐는 듯 미소를 지으며 이서우와 이설아를 보며 인사를 했다.

“그나저나 그새 애인 생겼나봐? 예쁜데?”

“안녕하세요. 고미라고 해요.”

“고미? 이름이 뭐 그래.”

“나름 의미가 깊은 이름이에요.”

“뭐, 그건 그렇고. 두 사람이 같이 갈 거야?”

“네. 일단은요.”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는데? 차라리 우리가 같이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우린 다른 곳을 맡아야지. 전선이 한 군데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이설아가 못미더운지 몰디나가 우려를 표했지만 아리아는 단칼에 잘라 버렸다.

“설명은 다 들었지?”

“네. 충분히 들었습니다.”

“그러면 따로 할 말은 없겠네. 아직 등장하려면 시간이 좀 있으니 전방으로 가서 좀 쉬어.”

“거리가 어느 정도죠?”

“그리 멀지 않아. 네 속도라면 몇 시간, 아니, 1시간이면 충분하겠네. 문제는 네 애인이겠지만.”

“달리기는 자신이 있으니 괜찮아요.”

“그래? 뭐, 여튼 네가 알아서 해. 우린 그럼 간다.”

“네.”

이설아는 제국에서 엄청난 배려를 해 줄 줄 알았는데, 두 사람이 나와서 몇 마디만 하고는 사라지자 당황했다.

“저 사람들 지난번에 나 분명히 본 것 같은데, 모르는 것 같네.”

“우리 같은 모험가는 신경도 안 쓰는 성격들이니까.”

“근데, 전방으로 가라고만 하고 별다른 말이 없네? 전방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를 알아보라고 그러는 거지?”

“아마 가면 알아볼 거야.”

“하긴 오빠가 활약을 꽤 하기는 했지.”

두 사람은 빠르게 이동해 전방으로 갔다.

이설아는 이서우와 함께 사냥을 하면서 300을 찍었다. 경험치 분배를 이서우가 훨씬 많이 했는데도 레벨 업 속도는 오히려 이설아가 더 빨랐다.

300레벨이 되면 꽤 강력한 스킬들이 많이 생긴다.

전신처럼 특수한 곳에서 특수한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독특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힘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었는데, 힐러에게 부족한 힘과 스피드를 습득할 수 있었다.

물론 강력한 회복 계열 마법과 각종 디버프 마법들이었다.

300이 되면 힐러도 버프 스킬이 몇 개 생성된다.

버퍼와 비교하면 정말 조족지혈鳥足之血이지만 파티원들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는 기술이었다.

이설아는 이동하면서 습관적으로 버프를 넣었다.

그러자 이서우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증가했다.

버퍼는 기본이 15퍼센트고 레벨이 증가하면 20퍼센트 이상도 가능했지만, 힐러는 10퍼센트가 한계였다.

특수한 기술을 익히게 되면 더 강한 버프 스킬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은 점쳐지지만 이설아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전방과 가까워지자 경계가 심했다. 10명이 조를 이뤄 주변을 물 샐 틈 없이 지키고 있었다.

“누구냐!”

“몰디나 님께서 보내서 왔다.”

이서우의 당당한 모습에 병사들이 유심히 관찰했다.

이미 이서우는 칭호를 카이젠의 영웅으로 바꿔둬서 그들도 쉽게 알아보았다.

“카이젠의 영웅이십니까?”

“그렇게 불리고 있죠.”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따라오시죠.”

이서우가 안내된 곳에는 제1 전장의 사령관이 있었다.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얼굴이 많이 수척해지셨습니다.”

“적들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어찌 마음이 편하겠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골렘을 이용할지도 모른다고요?”

“그렇네. 아직 병사들은 이 사실을 모르네.”

“숨기실 생각입니까?”

“아닐세. 자네가 도와주기로 한 이상 말을 해야지. 그래야 더 큰 피해가 없을 테니 말일세.”

“현명하신 판단이십니다.”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중요한 일을 병사들에게 숨기는 지휘관이 있다.

이서우도 중요도에 따라 잠시 동안은 숨길 수 있다고 여기지만 병사들의 생명이 오가는 상황에서까지 비밀로 하는 것은 반대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목숨을 잃는다면 누가 그 나라를 신뢰할까.

어차피 제국을 지키기로 맹세한 이상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도망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설사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미리 걸러 내는 게 낫다. 괜히 전쟁에 참여해 봐야 방해만 될 뿐이다.

제국이 먼저 병사들에게, 백성들에게 신뢰를 보이지 않는 다면 누가 과연 제국을 위해 목숨을 걸겠는가.

“한데, 이번에도 같이 참여할 생각인가?”

“네. 오히려 둘이 함께 하는 게 더 좋습니다.”

“뭐, 자네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겠지.”

뉴 월드와 유사한 게임을 해 본 사람은 안다. 힐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이서우는 힐러가 없어도 될 정도로 강하지만 수십, 수백만이 부딪치는 전쟁에서는 다르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힐러가 함께하는 것이 더 안전했다.

이번 전쟁에서 핵심 사령관을 맡게 된 후작도 이서우의 의견을 존중했다.

총사령관인 공작도 그를 잘 챙기라고 했으니 쉽게 수긍하는 것이다.

“참, 후작님, 급히 오느라 골렘에 대해 정확히 듣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조세프 백작이 마음이 급했나 보구먼.”

“아마 제가 일반적인 골렘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셔서 빠트린 것 같습니다.”

“그럴 테지. 일반 골렘과 비슷하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종류가 많네.”

“어차피 인간이 탑승하는 거면 본인이 가진 힘을 증폭시켜서 사용하는 거 아닌가요?”

“마법사가 골렘을 사용할 때는 자네 말처럼 그런 식으로 활용을 한다네. 하지만 기사들이 사용할 때는 많이 다르다네.”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마나를 사용하는 건 똑같은데, 마법사와 달리 골렘의 특성에 따라 힘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네. 예를 들어 골렘이 강한 힘을 내도록 만들어졌다면 사용자에 따라 힘 위주의 능력들을 쓰게 되네. 스피드도 빠르니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되어 버리지. 탑승자가 힘 위주의 기사가 아니라도 말일세.”

“그런 식이라면 그다지 특징적이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닐세. 이걸 확대시켜 보게. 마나 탄을 전문적으로 쓴다면 어떻겠나? 그리고 소드 블레이드를 쓰도록 집약되어 있다면? 그렇게 각자의 특징을 살린 골렘이 셋 이상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

이서우는 그제야 후작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골렘을 절대강자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힘이면 한 가지 힘을 극대화시키는 일은 충분히 가능했다.

단점 같아 보이겠지만 이 힘들이 합쳐지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작의 이어진 말에 이서우는 더 놀랐다.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골렘을 사용했을 때네. 워낙 오랜 세월을 수련했기에 마나의 양도 많고 활용도도 다양하지. 엘사둔에는 3명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존재하지만 그들만으로도 제국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네.”

“그렇군요.”

“크기도 다양한데, 가장 강한 골렘은 5미터 내외로 생각보다 크지는 않네.”

“마나의 낭비를 최대한 막겠다는 뜻 같군요.”

“바로 맞혔네. 너무 크면 마나가 극도로 빨리 소모되지. 그렇다고 너무 작으면 강력한 힘을 낼 수 없다네.”

“골렘에 대해 알아야 할 건 그게 끝인가요?”

“아닐세. 자네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게 하나 더 있다네.”

골렘에 대해 전부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알아야 할 게 남았다니.

전투에 필요한 지식이니 이서우는 후작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골렘은 돌로 만든 것과 강철로 만든 것, 그리고 특수한 합금으로 만들어진 것이 있네. 돌과 강철은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특수 합금은 이야기가 다르다네. 타이탄이라고 불리는 이 골렘은 어쩌면 자네의 마나 탄이나 마나 블레이드로도 자를 수 없을지 모른다네.”

“…….”

이서우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후작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마나 블레이드로 자르지 못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말게.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타야 그런 능력을 발휘한다네. 사람은 있지만 타이탄을 만들 기술은 없을 것이네.”

“만약 적들이 그 점을 노리고 준비했다면요?”

“그럴 수는 없을 게야. 타이탄은 그리 쉽게 만들 수 없거든. 그저 골렘에 대한 정보를 알아 두라는 차원에서 말해 준 것이라네.”

“그렇군요.”

“너무 걱정 말게나. 타이탄 골렘은 그 옛날에도 아주 희귀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이거 피곤할 텐데 내가 너무 붙들고 있었구먼. 아직 골렘이 나타나지는 않을 테니 며칠 쉬게나.”

“네, 후작님.”

이서우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안내를 했던 병사가 이서우를 막사로 이끌었다.

두 사람만을 위한 것이었는데, 그 크기가 상당했다.

안에는 샤워를 할 수 있는 마법적인 시설부터 침대까지 모든 것이 잘 갖춰져 있었다.

두 사람이 연인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침대는 하나였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종료를 하자.”

“응, 오빠.”

두 사람은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병사에게 이틀 정도는 방해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는 접속을 종료했다.

이서우는 마나 소모가 큰 영약 제조를 잊지 않았다.

“휴우, 골렘이라……. 괜찮겠지?”

“몇 단계 실력을 뻥튀기하는 힘을 지닌 것 같지만 그다지 걱정되지는 않아. 문제는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타이탄 골렘인데…….”

“그건 만들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항상 변수가 생기니 이번에도 혹시나 해서 그렇지.”

“하긴,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간 경우가 많이 없기는 했어.”

“어차피 당장은 정보를 뒤져도 알아 볼 수 없으니 고민은 그놈들을 만나고 하자.”

“응. 그래도 혹시 모르니 소연 언니에게 말해 둘게.”

“그래.”

이설아는 김소연에게 급히 전화를 넣었다.

뉴 월드에서 있던 일을 간단히 말해 주자 김소연은 큰 호기심을 보였다.

“맞다. 언니, 지금 데이트 중이었지.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 내일 와서 천천히 알아봐.”

-알았어. 지금까지 정보망에도 걸리지 않은 거니 아주 새로운 개념이겠지. 나중에 정보 얻게 되면 바로 알려 줄게.

“응. 재미있게 놀아.”

-그래. 너도 데이트 잘하고. 참, 빨리 자빠뜨려라. 남자는 확 덮쳐야 해.

“어, 언니도 참. 끊어!”

이설아는 얼굴이 달아올라 진정시킨다고 전화를 끊고 나서도 이서우를 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데?”

“아, 아니. 알았다고 하네.”

“그래? 괜히 노는 데 방해한 거 아닌가 몰라. 나도 너무 집중한 나머지 둘이 놀러갔다는 것도 깜빡했네.”

“아냐. 지금까지의 정보 중에서는 아예 그에 대한 게 없어서 당장은 힘들다는 걸 언니도 모르지 않으니까.”

“하긴, 무슨 힌트라도 있어야 찾아보기라도 하지.”

“그러니까. 이번에 골렘에 대해 나오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하나둘씩 알려지겠지.”

“근데, 엘사둔 쪽 정보는 여전히 구하기가 힘든가 봐?”

“유료 사이트 가입 자체가 엘사둔 제국에서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만 허용이 돼서 힘든가 봐. 아무래도 서로 완전히 경쟁관계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더 그렇겠지.”

“걔들도 웃기네. 하이 레벨 지역은 죽어라 이용하려 하면서 자기들 건 또 지키겠다고 난리네.”

“좋은 건 갖고 싶고, 자기건 뺐기기 싫은 거지.”

“이기주의의 극치네.”

이서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라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정도가 있는 법이다.

자신의 것은 죽어도 내놓지 않으려 하면서 좋은 게 있으면 악착같이 가져가려는 심보를 이서우는 좋아하지 않았다.

“일단 오늘은 저녁 먹고 푹 쉬자. 내일 아침부터 바빠질 테니까.”

“응.”

간단히 식사를 끝낸 두 사람은 각자의 방으로 갔다.

평소보다 더 이른 시간이었지만 내일을 위해 두 사람은 일찍 잠이 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