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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62화 (162/341)

# 162

레벨이 갑이다

162화

“후작님이 응답을 안 해. 전력을 다해 달려야겠어.”

“응!”

이서우는 제트엔진을 단 것처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렸다.

달리면서도 마나를 보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서우는 뉴 월드를 하면서 마나를 이렇게까지 쥐어짜 내 본 적이 없었다.

‘다섯 기는 처치했지만 아직 남은 게 더 많아. 전쟁에서 패하지 않고, 퀘스트까지 완료하려면 서둘러야 해.’

타핫!

묵직한 해머로 있는 힘껏 내리친 것처럼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로 힘을 주어 달렸다.

이설아도 스킬까지 동원해 힘겹게 이서우를 쫓았다. 하지만 갈수록 거리가 벌어졌다.

“이봐, 안주인.”

“응? 나?”

“주인님과 결혼할 사이 아녔어?”

“그, 그게 왜?”

“그러니 안주인 맞잖아. 속도가 쳐지는 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그래? 그럼 좀 도와줘.”

“알았어. 잠시만.”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는데 백호가 말을 걸자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최대한 차분히 대꾸했다. 안주인이라는 말이 기분 좋은 것이다.

하지만 앙증맞을 정도로 작은 백호가 대체 어떻게 자신을 태운다는 걸까.

곧 백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작고 귀여운 백호가 호랑이보다 2배나 커졌다.

“얼른 타.”

“응? 응!”

이서우와 100미터 이상 떨어지자 이설아도 망설이지 않고 백호의 등에 올라탔다.

타핫!

백호가 땅을 박차자 금세 이서우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라, 백호, 너 덩치 커졌네?

-네. 주인님. 변신이 가능해졌거든요.

-설마, 나도 탈 수 있는 거야?

-그럼요.

-그런 건 진즉 말해 줘야지!

-안 물어보셔서 필요 없는 줄 알았죠.

-그럼 설아는 왜 태웠는데?

-그거야 주인님의 여자니 힘들까 봐서 그런 거죠.

-…….

이서우는 주인으로서 자존심이 있어 ‘난 안 힘들어 보이냐?’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금은 그것보다 한시라도 빨리 목적지까지 가는 게 중요했다.

이서우는 마나를 절약하기 위해 사뿐히 백호의 등에 탔다.

이설아 앞에 자리를 잡자 그녀는 이서우의 허리를 감쌌다.

“백호야, 속도 더 높일 수 있어?”

“네. 가능해요.”

“그럼 최고 속도로 달려!”

“네!”

마나가 거의 바닥이어서 이서우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는데, 백호는 마나가 한참이나 남아 신나게 달렸다.

멀게만 느껴지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달리는 동안 열심히 비약으로 마나를 회복했다.

한참을 달려 후작이 있는 곳으로 왔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오빠, 벌써 황궁으로 갔나 봐.”

“그러게. 백호야 저쪽으로 전속력으로 달려.”

“네, 주인님!”

백호는 달리는 게 좋은지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열심히 달렸다.

황궁까지는 꽤 거리가 있지만 이 속도라면 1시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분초를 다투는 일이어서 시속 2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인데도 이서우에게는 느리게만 느껴졌다.

비어버린 마나가 점점 차오르고 있는데도 이서우의 걱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길게만 느껴졌던 거리가 드디어 좁혀졌다.

‘이 정도 마나라면 충분히 싸울 수 있어.’

희망적인 상황도 잠시, 멀리 보이는 황궁이 용광로처럼 타오르는 것을 보며 이서우는 좌절했다.

‘아냐, 아직 퀘스트 실패 메시지가 뜨지 않았어. 그래. 아직까지는 괜찮아!’

이서우는 백호의 등에서 내려왔다.

“설아야, 먼저 갈 테니 백호와 함께 와.”

“응, 오빠! 걱정 말고 가서 쓸어 버려. 나도 곧 가서 보조할게.”

이서우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땅을 박차더니 점이 되어 사라졌다.

* * *

“황제폐하, 어서 서두르셔야 합니다.”

“적이 이미 이곳을 포위했는데, 어디로 간단 말이오.”

“은신처가 있으니 그곳에서 버티시면 공작과 후작의 병력들이 올 것입니다.”

“폐하, 이곳은 저희가 어떻게든 막아 볼 테니 얼른 벗어나세요.”

“괜찮겠소?”

“물론이죠. 이런 위기는 과거에도 많았어요.”

“알겠소. 하지만 난 이곳을 떠나지 않고 은신처에서 기다리겠소.”

“아니에요. 폐하가 이곳에 있으면 저희가 불편해요.”

“아니오. 그대들을 두고 이곳을 떠날 수는 없소. 어차피 제국 최고의 강자 둘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소.”

“알겠어요. 그럼 저희만 믿고 기다려 주세요.”

“알겠소.”

황제는 기사단장의 호위를 받으며 지하 깊숙이 마련되어 있는 은신처로 갔다.

허락되지 않은 사람은 온갖 함정에 빠져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황제가 대피한 것을 확인하자 몰디나는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죽도록 놀아 보겠네.”

“죽도록 놀기만 하고, 죽지는 마.”

“당연하지. 내가 널 두고 가겠냐.”

“말이나 못하면. 난 괜찮으니 살아서 시집이나 가.”

“시집 같은 소리하네. 그놈에게 버림받은 것도 서러운데, 무슨 남자냐, 남자가? 너나 가라.”

“난 이미 순결은 그분께 바쳤잖아. 다른 사람이 들어올 자리는 없어.”

“그놈의 순결 타령은.”

“시끄럽고, 가자.”

“그래, 가자 가.”

몰디나는 투덜거리면서도 입가에 진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거대한 폭발 소리가 들렸다.

콰콰콰콰콰콰쾅!

“언놈이 감히 마법을 쏴 대? 이 개자식들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보호 마법이 걸려 있어 한 번에 깨지지는 않았지만 이어진 공격에 보호 마법이 사라지고 말았다.

몰디나는 자신이 직접 친 마법이 파괴되자 화가 나서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올랐다.

“그래, 네놈이구나. 하찮은 마법사나부랭이 주제에 힘이 안 되니 그딴 멍청한 걸 이용해? 어디 진짜 마법사가 어떤지 똑똑히 봐라. 메가 헬파이어!”

몰디나의 악에 받친 외침과 함께 거대한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헬파이어보다 적어도 3배는 큰 크기였다.

지금은 황궁이 무너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적을 무찌르는 게 우선이었다.

이십여 기의 골렘들은 엄청난 크기의 메가 헬파이어가 날아오자 피할 타이밍을 놓쳐 서로 힘을 합쳤다.

마나가 증폭되기 때문에 보호 마법을 펼치자 메가 헬파이어를 버텨냈다.

물론 그들도 피해는 있었다. 스톤 골렘 다섯 기가 파괴되었다.

하지만 아이언 골렘 10기와 은색의 빛이 감도는 것 같기도 하고, 은은한 붉은 빛이 비치는 것도 같은 5기의 골렘은 멀쩡했다. 묘한 빛이 감돌며 특별해 보이는 5기의 골렘은 바로 특수합급으로 만들어진 타이탄 골렘이었다.

결국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몰디나도 5기의 골렘이 심상치 않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리아!”

“알았어!”

한 번에 강한 힘을 써버렸기에 뒤로 빠져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동안 아리아가 15기의 골렘을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아리아는 당황하지 않고 둔기와 방패를 앞세운 채 골렘에게 덤벼들었다.

그녀가 나타나자 타이탄 골렘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다른 10기의 아이언 골렘들은 몰디라를 상대하기 위해 옆으로 빠졌다.

아리아가 막아 보려 했지만 타이탄 골렘들의 속도는 가히 전광석화였다.

엄청난 빠르기로 아리아가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텅! 텅!

아리아가 한손 둔기로 타이탄 골렘을 쳐 보았지만 흠집하나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후퇴를 해야겠는데?

-그렇게 세?

-어, 보통의 힘으로는 안 되겠어. 최후의 힘을 써야만 겨우 상처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가 불리해.

-그건 그렇지만…….

몰디나는 자신에게 덤벼드는 아이온 골렘의 공격을 피하며 힘겹게 대화를 이어 갔다.

하지만 곧 목소리가 끊겼다. 회피하는 것도 벅차 응답할 틈이 없었다.

몰디나도, 아리아도 힘겹게 공격을 피하며 대화할 틈을 노렸다.

-우리가 도망가면 저들은 황제가 이곳에 없는 줄 알 거야. 이곳을 뒤진다고 해도 비밀 장소는 절대 찾을 수 없으니 서두르자!

-그냥 갈 수는 없지. 오른쪽으로 100미터 정도 벗어나.

-뭐 하려고?

-시간 없으니 빨리 비켜.

-알았어.

몰디나가 급히 피하자 아리아는 신성력을 둔기에 가득 담아 자신들을 향해 접근하는 타이탄을 향해 휘둘렀다.

펑!

강력한 폭발음이 들렸다. 대미지가 꽤 컸는지 공격을 당한 타이탄이 움찔했다.

다른 타이탄은 아리아가 재차 공격할 줄 알고 대비했다. 한데, 몰디나가 아리아를 감싸더니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닌가.

“블링크! 텔레포트!”

그들이 사라지자 타이탄의 가슴이 열리며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교활한 년들. 황제가 피신할 시간을 번 것이었어. 하지만 우리는 황궁을 접수했다. 후방에 있는 지원군을 불러라!”

“네!”

10여기의 스톤 골렘과 100명의 병력을 호출했다.

모험가로 가장하고 들어오느라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스톤 골렘 10기만 해도 엄청난 전력이었다.

소드마스터를 탈탈 털어서 골렘에 앉혔기에 스톤 골렘 10기의 파괴력은 수십만 명의 병력과 비등했다.

카이젠 제국의 황궁이 불타올랐다.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전력 일부를 이곳에 두고 동쪽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거대한 힘이 느껴졌다.

“후작 각하!”

“나도 느꼈다. 강한 녀석 뒤에 수많은 무리가 있다는 것도. 다들 전투를 준비해라!”

“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제1 사령관인 카이젠의 자크 후작이었다.

이서우를 기다리던 자크 후작은 황궁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고 급히 달려온 것이었다.

“이놈들 감히 황궁을 이 모양으로 만들다니!”

“그놈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우리 작전이 성공한 것이로군.”

“이놈들, 비겁한 수를 쓰다니.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

“가만 안 두면 어쩔 거지?”

타이탄에 타고 있는 엘사둔의 반다이젠 후작은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수십만의 적을 눈앞에 두고도 이런 여유라니!

그런 반다이젠 후작의 여유가 싫었을까.

자크 후작은 코웃음을 치며 소리쳤다.

“황궁을 이렇게 만든 적들이다. 모두 쓸어 버려라!”

“와아아아아아!”

자크 후작의 명령에 수많은 병사와 기사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반다이젠 후작이 왜 그토록 자신감에 차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강한 기사들이라고 할지라도 골렘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결국 5만이 희생되었다.

스톤 골렘 10기와 아이언 골렘 2기가 완전히 파괴되었지만 자크 후작이 훨씬 많은 피해를 입었다.

타이탄은 한 기도 부수지 못한 자크 후작은 더 이상의 전투는 의미가 없다 여기고 후퇴 명령을 내렸다.

“멍청한 놈들, 우리가 미끼를 덥석 물 거라 생각했나 보군. 다들 동쪽으로 간다. 대공작가만 무너뜨리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

“네!”

13기의 골렘으로 충분히 공작가 하나 정도는 파괴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려 할 때였다.

“멈춰!”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그들 앞에 한 인간이 나타났다.

“설마, 네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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