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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63화 (163/341)

# 163

레벨이 갑이다

163화

“네놈이 이곳에 온 걸 보니 놈이 주둥이를 놀렸나 보군. 이래서 모험가 놈을 믿으면 안 되는 건데.”

“아주 재미난 장난을 쳤더군. 비겁하게 말이야.”

“전쟁은 원래 냉혹한 법이지.”

“냉혹이라. 잔대가리를 굴린 자에게서 나올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우리 쪽으로 합류하면 목숨만은 보장해 주마.”

“하하하하하, 감히 날 전신 따위와 동일시 여기다니. 난 너희들을 모두 박살내러 왔다!”

“크하하하하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방금처럼 웃긴 말은 처음 듣는다. 이 상황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다니. 어디, 한번 해 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이서우였다.

이서우는 반다이젠 후작의 반응에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부족한 마나를 채우기 위해 대화를 유도한 것인지도 모르고 승리감에 취해 있는 꼴이라니.

하지만 이서우도 걱정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저건 다른 골렘과 다른데. 설마 타이탄? 분명 타이탄은 없을 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서우는 특수하면서도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골렘을 바라보며 인상을 잔뜩 썼다.

‘이렇게 되면 그 힘을 쓸 수밖에 없어. 문제는 몇 마리를 처치할 수 있냐는 거야.’

지금 가진 마나로는 적을 다 쓰러트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서우의 눈빛은 승리에 대한 확신이 가득했다.

대체 이서우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서우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 힘을 사용했다.

“저, 저놈이! 다들 조심…….”

펑! 펑! 펑!

이서우는 적이 방심하는 틈을 타 순식간에 3기의 아이언 골렘을 처치했다.

강력한 힘을 내기 위한 준비 과정만으로도 40만의 마나가 소모되었고, 추가로 10만을 써서 얻어 낸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 이서우에게 남은 마나는 겨우 10만.

마나가 사라지면 이서우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겠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남은 마나를 쏟아 아이언 골렘을 쳤다.

또다시 3기의 아이언 골렘이 거의 빈사상태에 이르렀다. 이서우는 대검으로 약해진 아이언 골렘을 하나씩 찔러 갔다.

-아이언 골렘을 처치하셨습니다.

-20억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아이언 골렘 거대 파편 1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4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렇지! 20억이면 남은 녀석들로 충분해!’

일그러졌던 이서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서우는 대검을 멈추지 않고 찔러넣었다.

-아이언 골렘을 처치하셨습니다.

-20억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아이언 골렘 거대 파편 1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4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이제 곧이다!’

이서우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마지막 공격을 펼쳤다.

이제는 비약으로 채운 마나도 거의 바닥을 치고 있어 이번 공격을 끝으로 강력한 공격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간절함을 담은 이서우의 대검이 빈사상태에 빠진 아이언 골렘의 심장에 꽂혔다.

-아이언 골렘을 처치하셨습니다.

-20억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이언 골렘 거대 파편 1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4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됐다!”

이서우는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시 마나가 모두 차올랐다.

이서우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퍼졌다.

반다이젠 후작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황했지만 이서우의 동작을 잡아 내고 공격을 펼치려 했다.

한데, 갑자기 이서우의 모습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강력한 공격을 한 터라 마나가 바닥을 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어, 어떻게…….”

반다이젠 후작은 이서우의 강함에 몸을 흠칫 떨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두려움이라는 것을 가져 본 적이 없는 그다. 한데, 모험가 하나 때문에 떨고 있는 모습이라니.

“후, 후작 각하.”

“모두 후퇴한다!”

“네? 그게 무슨…….”

“시끄럽다. 다들 후퇴하라!”

“어라, 설마 도망가려고? 어림없지.”

호흡도 돌아왔고, 마나가 가득 찼으니 다시 한 번 필살기를 펼칠 때다.

이서우의 마나가 다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모습은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에 반다이젠 후작은 발악했다.

“피해라! 피해! 피하란 말이다!”

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남은 2기의 아이언 골렘이 순식간에 죽어 버렸다.

10만의 마나를 써서 만들어 낸 일이었다.

‘마나는 충분해.’

적이 큰 혼란에 빠졌고, 남은 마나도 충분하니 이서우는 거침없이 몰아쳤다.

후퇴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다면 이서우는 전력을 쏟아붓지 않았겠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후환을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 몰아쳐야 했다.

-후, 후작 각하, 제가 저놈을 붙잡아 두겠습니다. 피하십시오.

-…….

반다이젠 후작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후작 각하! 시간이 없습니다!

-네 희생을 결코 잊지 않으마. 그리고 복수는 내게 맡겨라.

-엘사둔에 영광 있으라!

-엘사둔에 영광 있으라!

궁지에 몰린 반다이젠 후작은 타이탄 한 기의 희생으로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쥐도 궁지에 몰리는 무는 법이다. 이서우는 아직 남은 마나가 있었지만 그들을 뒤쫓지 않았다.

“후아! 두 번은 이 짓 못 하겠네.”

마치 땀으로 샤워를 한 듯 온몸에 땀범벅이었다.

그때 마침 이설아와 백호가 나타났다.

최대한 속도를 내 쫓아온 것인데도 이서우가 워낙 빨리 달려와 시간이 걸렸다.

“오빠, 괜찮아?”

“괜찮아. 힐 한 번만 해 줘.”

“응.”

이설아의 힐을 받으니 생명력이 가득 찼다.

이서우가 무리하면서까지 사용한 힘은 생명력도 갉아먹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히 사용해야 했다.

물론 100만이 넘는 생명력 중에 20만 정도가 빠진 것이어서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정도는 아니었다.

“완전 엉망이 됐네.”

“그러게. 골렘이 정말 무서운 존재인가 봐.”

“아이언 골렘은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았는데, 타이탄이 문제였어. 추가 병력이 올까 봐 지레 겁먹고 도망치지 않았다면 힘든 싸움이 됐을지도 몰라.”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했었는데, 타이탄까지 나타나다니. 앞으로 골치 아파지는 거 아닐까?”

“4기가 도망갔으니 카이젠으로서는 골치가 아파지겠지. 일단 몰디나 님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어. 그래야 대비를 하지.”

“응!”

통신구로 몰디나에게 연락을 하려는데, 굵직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혹시 자네, 내 목소리 들리는가?

-후작님?

-맞네. 자네 지금 어딘가?

-황궁에 와 있습니다.

-뭐? 자네가 거길 어떻게…….

-당연히 타이탄 녀석들을 처치하기 위해 온 것이죠.

-자네가 지금 나와 통신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을 물리쳤다는 뜻인가?

-아이언 골렘 8기와 타이탄 1기를 처치했지만 아쉽게도 4기의 타이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헛! 그, 그게 정말인가?

-네.

후작이 놀란 것은 이서우가 그 짧은 시간에 낸 성과 때문이었다.

무려 5만 명을 잃었는데, 단 한 사람이 그보다 더 큰 성과를 올렸다.

후작은 모험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도, 그렇다고 긍정적인 생각도 가지지 않았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대가를 지불하고 도움을 받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한데, 이번 기회를 통해 후작은 모험가를 잘 활용하면 희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한데 후작님은 어디십니까?

-난 근처에 있네. 놈들에게 절반의 병력을 잃고 후퇴를 했다네. 지금 가겠네.

-네, 후작님. 저는 황궁을 정리하고 있겠습니다.

-아닐세. 잠시만 기다려 주게. 곧 도착한다네.

-네.

이서우는 마나를 회복하며 후작을 기다렸다.

곧 도착한다고 했지만 후작은 30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고생했네. 고생했어. 자네가 우리 카이젠을 살렸네.”

“아닙니다. 모두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닐세. 아니야. 자네가 아니었다면 주변 일대는 쑥대밭이 되었을 거야.”

자크 후작의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모두 국경선 근처에 포진을 하고 있어 황성은 비교적 방어가 취약했다.

물론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철저히 지키고 있었지만 골렘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추가로 병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골렘들이 절대로 국경선을 함부로 넘어올 수 없을 거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이 빗나가고 말았다.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움직였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그나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크 후작이 약간의 시간을 벌어서 이서우가 막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황궁이 이렇게 되어서야…….”

“괜찮네. 황제폐하는 무사하시네. 몰디나 님께 연락을 받았다네.”

“다행입니다!”

“이게 다 자네 덕분이네. 정말 고맙네.”

한창 대화를 나누는데, 의외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보게!”

“조세프 백작님?”

“그래. 날세. 후작 각하께서도 계셨군요.”

“그렇다네. 한데, 후방에 있는 자네는 이곳까지 어쩐 일인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기사들을 이끌고 텔레포트로 왔습니다.”

“몇 명 오지도 못할 텐데 무리를 했구먼.”

“저라도 와야지요.”

“황제폐하께서 기뻐하시겠구먼.”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어쨌든 자네들 덕분에 오늘의 위기를 막을 수 있었네.”

자크 후작은 조세프 백작과 이서우에게 진심을 전했다.

이서우의 첩보로 엘사둔이 언제쯤 쳐들어올지, 강자들은 얼마나 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경계를 더 철저히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엉망이 된 황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서우가 딱히 도울 것은 없었기에 조세프 백작과 잠시 따로 자리를 가졌다.

“이곳이 정리가 될 때까지 귀찮겠지만 자네가 좀 머물러 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네.”

-‘골렘을 막아라.’를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0만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고급 강화석 10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 10만이 상승합니다.

‘나이스. 이제 300레벨까지 얼마 안 남았어!’

상황이 상황인지라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기분이 좋은 것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편하게 승리를 만끽해도 되네. 피해는 다소 컸지만 골렘을 거의 괴멸시키지 않았나.”

“그렇긴 하지만 가장 강력한 타이탄이 4기가 남은 게 걱정입니다.”

“아닐세. 타이탄이 강력하지만 4기로는 카이젠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네.”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리 될 테니 너무 걱정 말게.”

“네.”

이서우는 자크 후작과 조세프 백작에게 타이탄의 존재를 말해 주었다.

후작은 이미 상대를 해 봐서 알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는 눈치였는데, 백작은 꽤 놀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서우의 활약으로 무난하게 한 기를 처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걱정을 내려놓았다.

“여기 있었구나.”

“몰디나 님?”

“그래. 조세프 백작도 있었군. 쟤랑 할 말이 있으니 자리를 좀 비켜줘.”

“네. 몰디나 님.”

소식을 전해 들은 몰디나가 급히 달려왔다.

이서우에게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황궁을 지켜 줘서 고마워.”

“네?”

이서우는 잘못 들었나 해서 다시 한 번 되물었다.

몰디나의 입에서 고맙다는 말이 나오다니!

어쩐지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넨다고 했는데 고맙다는 말이 쑥스러워서 그런 것이리라.

괜히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몰디나는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황궁을 지켜 줘서 고맙다고! 이게 다 들었으면서 못 들은 척 하기는.”

“몰디나 님이 고맙다고 할 줄은 몰랐거든요.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요.”

“이게 좀 세졌다고 막 대드네.”

“전 그런 적 없습니다.”

“어쭈, 한판 뜨겠다 이거지?”

“원하신다면요.”

“돼, 됐거든!”

강하게 나가면 이서우가 물러설 줄 알았는데, 대검을 뽑으며 대결을 준비하자 몰디나가 오히려 당황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카이젠이 무사할 수 있었어. 혹시라도 우리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 줘.”

“네, 아리아님.”

“야, 아리아한테는 싹싹하게 굴면서 나한테는 왜 그래?”

“저는 상대방이 주는 대로 돌려주는 성격이라서요.”

“잘났다, 잘났어. 가자, 가.”

몰디나는 씩씩거리면서 아리아를 잡아끌었다.

두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이서우는 피식 웃어 버렸다.

“참 재밌는 조합이란 말이야.”

“그러게. 한 명은 천방지축이고, 한 명은 종잡을 수 없고. 그나저나 여기서 계속 있을 거야?”

“아, 그러네. 어디서 머물러야 하는지 못 들었네.”

이서우의 걱정을 알았는지 조세프 백작이 나타나 그들을 이끌었다.

두 사람은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다음 날, 자크 후작이 직접 이서우를 찾았다.

“황제폐하께서 자네를 보고 싶어 하시네.”

“황제폐하께서요?”

“그렇다네. 두 사람 다 보고 싶어 하시니 가세.”

“네.”

아침 일찍 일어난 이설아는 이서우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후작이 찾아오기에 현재의 상황을 알려 주려는 것인가 했는데 황제가 보고 싶다니.

두 사람은 차분히 후작과 함께 황제를 알현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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