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165화 (165/341)

# 165

레벨이 갑이다

165화

골렘 제작자를 제거하는 퀘스트에는 완료 기한이 없지만 전쟁이 끝나고 나면 아무 소용이 없어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골렘 피해가 워낙 커서 당장 엘사둔이 쳐들어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지난 번보다 더 힘들어질 것 같으니 이번에는 300레벨을 찍고 가자. 시간적인 여유도 좀 있으니 그게 낫겠어.’

전쟁 시기와 강자들의 숫자를 알아내는 것도 쉬운 퀘스트는 아니었지만 운이 좋아 생각보다 일찍 끝냈다.

이번에도 그곳을 찾아가 묻게 되겠지만 골렘과 관련된 것은 아무래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닐 것이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라 힘을 더 키울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레벨 업에만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었다. 골렘 제작자를 찾는 퀘스트는 전쟁이 끝나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말이다.

이서우가 굳이 300레벨을 목표로 잡은 것은 빠른 시간에 가능할 것 같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설아를 보면서 뭔가 더 큰 폭으로 강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반 유저도 300레벨이 되면서 강력한 스킬을 얻는데, 하이 레벨 유저라고 그러지 않을까.

이서우는 김소연에게 요청해 300레벨이 된 유저들이 어떤 스킬을 얻었는지 알려 달라고 했다.

힐러는 알고 있어 공격 위주의 캐릭터만 보면 되었다.

그리고 300레벨 이후의 장비들을 일일이 경매장과 거래중개소에서 살펴보았다.

300레벨이 되면 자신뿐 아니라 펠렌의 장비도 더 큰 폭으로 진화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일반 유저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의 변화 폭도 크니 분명 펠린의 장비도 더 많이 성장하겠지.’

이서우가 확인을 하는 동안 이설아는 강화석을 사들였다. 강화석 가격이 나날이 오르고 있어 골드가 구멍난 독에 물 빠지듯 빠져나갔다.

볼일을 다 본 두 사람은 조용한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이서우는 김소연에게서 얻은 자료와 아이템 정보를 살폈고, 이설아는 초월 강화에 매진했다.

아이템 레벨이 높아 돈이 줄줄 샜다. 강화석이 날로 오르고 있어 아이템 하나 25강 만드는 데만 해도 십억 가까이가 소모되었다.

이러니 돈이 있는 사람이 랭커가 된다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수백억 자산가인 이설아도 모든 장비를 강화하는 데 부담을 느낄 정도였으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강화는 좀 어때?”

“겨우 겨우 완성했어. 오빤 원하는 거 다 얻었어?”

“필요한 건 확인했어. 그나저나 갈수록 강화석이 비싸지니 돈 꽤 들었겠네?”

“응. 완전 돈 잡아먹는 하마야. 전부다 강화하려니 진짜 장난이 아냐. 전설 등급도 이 정도인데, 그 위 등급은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까? 갈수록 심해지면 게임을 접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텐데.”

“그것도 아닐걸. 오히려 기회라고 여겨서 더 덤벼들지도 몰라. 운발이 좋은 사람들은 적은 돈으로도 척척 강화를 해 내잖아. 하나만 성공해도 수십억이 남는다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할걸?”

“완전 도박인데, 그래도 그렇게 할 사람들은 많겠지?”

“그렇지. 그나마 이건 주식이나 카지노보다는 잘될 확률이 많으니 더 덤벼들겠지. 솔직히 투자로서는 진짜 나쁘지 않잖아. 그림 같은 건 수십 년이 지나야 가격이 오르지만 뉴 월드는 그것도 아니고, 다른 거에 비해 확률도 높고.”

“그러니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거겠지.”

“맞아.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이서우는 뉴 월드가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림의 경우 한화로 1천억 원이 넘는 게 생각보다 많다. 그림 한 장이 뭐 그리 비쌀까 싶지만 거래된 것 중에 최고가는 이미 5천억에 육박한다.

수백 억 짜리 그림을 너무 많아서 외우기도 힘들 정도다. 하지만 그림 가격이 오르는 데는 최소 수년이 걸린다. 20~30년이 보통이니 오래 묵혀 둔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주식은 일반인이 손대기 너무 힘든 영역이고,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로또인데, 당첨되는 사람은 분명히 있는데 그게 항상 자신은 아니다.

그에 비하면 뉴 월드는 사람들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아이템도 영웅까지는 그런대로 나오고 있었다. 영웅의 가격이 꽤 많이 떨어졌지만 수요가 여전히 많기 때문에 꽤 괜찮은 값에 팔렸다.

최상급 옵션을 구해 풀강화를 시키면 10억 이상은 받을 수 있으니 상당수가 도전했다.

3차 전직만 하면 영웅 무기 몇 개쯤은 기본적으로 보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게다가 돈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은 시작부터 투자를 해서 중위권에 들면 유일 아이템도 간혹 본다. 얻기만 하면 수십억을 벌어들이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누구나 억대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일단 오늘은 종료하고, 내일 사냥하러 가자.”

“응. 나도 괜찮은 영상 뽑았으니 방송에 쓸 준비를 해야지.”

두 사람은 다음 사냥 준비를 끝내고 접속을 종료했다.

“근데 오빠, 괜찮겠어?”

“뭐가?”

“제작자 처치 퀘스트.”

“설아도 이제는 장비가 빵빵하고, 부부로 가장해 잠입하면 되니 괜찮을 것 같은데?”

“부, 부부로?”

“전쟁 중이니 의심이 많을 거잖아. 그러니 확실한 스토리를 만들어야지.”

“그렇긴 하지.”

“다른 스토리로 할까?”

“아, 아니! 부부 스토리가 마음에 들어!”

“그럼 이야기 한번 만들어 보자. 의심받지 않을 거로.”

“응.”

이설아는 이서우와 함께 참여한 전쟁을 편집 팀에 맡겼다. 어떤 식으로 부각시키면 좋을지는 코멘트를 해서 그녀가 할 일은 많지 않았다.

이설아가 편집 팀과 이야기하는 동안 이서우는 김소연에게 전화를 걸어 엘사둔에 대한 정보를 모조리 달라고 했다.

양이 방대했는데 항목별로 잘 정리가 되어 있어 보기는 편했다.

한참 이서우가 정보를 살피는데 이설아가 노크를 하며 들어왔다.

“오빠, 바빠?”

“아, 엘사둔 제국의 정보를 좀 보고 있었어?”

“나도 같이 보자.”

이설아가 이서우의 곁에 앉더니 찰싹 달라붙어 홀로그램을 쳐다보았다.

“엘사둔 제국에 대한 정보를 찾기 힘들다고 하더니 그래도 많이 구했네.”

“하이 레벨 지역으로 오는 유저들이 많아서 그런가 봐.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아, 최근 언니가 하이 레벨 지역으로 정보 팀원들을 많이 심어 놨다고 하던데, 드디어 성과가 있나 보네.”

“성과는 있는데, 인원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던데? 아마 믿을 만한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럴 거야.”

“그렇겠지. 정보가 새어나가면 안 되니 최측근들만 뽑았을 테니.”

이서우는 김소연이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고충이 있을 거라 짐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파티에 합류해 사냥을 즐겼을 것이다.

정보가 핵심이라는 것을 잘 아는 이서우는 중국과 인도가 오픈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아무래도 정보 문제를 개선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그건 그렇지. 앞으로 두 공룡의 오픈에 대비하려면 필수지. 그래서 언니도 팀원들을 계속 충원하고 있고, 대표님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 같더라고.”

“정보 팀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내가 나서 보면 어떨까 싶어.”

“오빠가? 사냥까지 하면서 언제 정보를 모으려고?”

“내가 직접 모으지는 않지. 내 명성을 이용해야지.”

“오빠 명성이라면…….”

“길드를 만드는 거야.”

“길드를?”

“내가 길드를 만들려는 이유는 사람을 모으려는 의도보다 NPC들 때문에 그래.”

“아! NPC들이 길드원들에게 정보를 줄 수 있게 하자는 거구나!”

“그렇지!”

이설아는 그제야 이서우가 갑자기 길드를 왜 만들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 이서우의 명성은 독보적이다. 황제까지 그에게 황금패를 줄 정도였으니 NPC들은 그에게 매우 우호적이었다.

뉴 월드에는 수많은 NPC들이 있다.

그들만 잘 활용해도 엄청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누구도 그런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은 쉽게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서우는 카이젠의 영웅이라는 칭호까지 부여된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으로 길드를 만든다면 NPC들은 길드원들도 신뢰를 할 것이다.

이서우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신뢰만 형성이 되면 정보를 얻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특히 하이 레벨 지역에서는 NPC들도 모험가들과 많이 어울리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가 더 좋았다.

“어떤 길드를 만들 거야?”

“일단 비공개로 해야지. 그리고 정보 팀들을 받고. 넌 되도록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게 좋겠지. 나와 함께 다니는 사람이 설아라는 것을 다 알기 때문에 금방 고미와 설아를 연결시킬 수 있으니까.”

“그래야지. 어차피 오빠 캐릭터랑 현실 모습이랑 다르니 전장의 지배자가 오빠라는 사실은 알지 못할 거야.”

“많이 다른가?”

“응? 아, 외모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분위기랄까. 머리스타일만 달라도 사람을 잘 구별하기 힘들거든. 뉴 월드에서도 멋지지만 당연히 현실의 우리 오빠가 더 멋지지!”

이설아의 칭찬에 이서우는 입을 슬며시 벌리며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웃었다.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길드 마크도 필요하겠고.”

“더 킹The King이나 더 원The One같은 건 어때?”

“나쁘지 않기는 한데, 아! 더 킹이 괜찮겠다. 마크로는 백호로 하고.”

“호호호, 그거 괜찮네. 길드 증표에 백호 그림이 들어가면 꽤 예쁠 것 같은데?”

“귀여운 모습의 백호를 담으면 좀 거시기 하지 않겠어? 길드패 보여 주면서 더킹입니다라고 하면 웃길 것 같거든.”

“하긴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인데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이 툭 튀어나오면 웃기긴 하겠네.”

이설아도 이서우가 말한 것을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름에서는 온갖 포스가 다 느껴지는데, 길드 마크나 패는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우면 자칫 놀림감이 될 수도 있다.

깎아 내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으니 말이다.

“백호가 변신한 모습을 담아서 만들면 돼. 밀림의 왕이라고 불리는 호랑이니 그 모습이라면 간지가 나지.”

“응. 멋있을 것 같아!”

“그래, 그럼 더킹으로 하자.”

“응.”

이서우는 어차피 길드명과 길드 마크는 당분간 비공개로 할 생각이어서 큰 고민을 하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소식을 전해 들은 김소연은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적극 동의했다.

NPC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는 없겠지만 그들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었다.

이서우는 1,000골드를 지불하고 길드 관리소에서 더킹이라는 길드를 생성했다.

마크는 백호의 늠름한 모습으로 했고, 길드를 증명하는 패에도 백호의 그림을 넣었다.

이서우는 이 사실을 조세프 백작을 비롯해 자크 후작에게도 말했다.

그 소식은 황제에게도 들어갔고, 황명으로 황금패를 가진 자에게 적극 협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길드원은 이서우와 이설아를 포함해 17명에 불과했지만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

하지만 누구도 이런 길드가 생성되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더킹 길드원은 길드패만 내밀면 NPC들과 친해질 수 있어 작업 능률이 훨씬 좋아졌다.

길드 문제는 일단락되었고, 이서우와 이설아는 부지런히 레벨을 올렸다.

이설아의 방송이 있는 날 드디어 원하던 레벨을 올렸다. 이제 방송을 끝내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한 뒤 퀘스트를 하기 위해 움직이면 된다.

“곧 방송이네.”

“응. 이번 주도 좋은 소스가 있어서 재밌는 방송이 될 것 같아.”

“전 세계를 통틀어 유료 개인 방송은 처음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따라와 줘서 방송하는 맛이 확실히 있겠지.”

“맞아. 유료라고 생각하니 나도 더 신경 쓰게 되고, 광고 없이 논스톱으로 보여 줄 수 있으니 확실히 더 좋은 것 같아.”

“네가 잘해서 그렇지. 그동안의 노력이 없었으면 이번 방송은 불가능했을 거야.”

“아냐. 오빠가 있기에 가능했어. 난 그저 양념 정도의 역할이지 뭐.”

“음식에 양념 빠지면 꽝인 거 알지? 재료도 좋아야겠지만 양념이 필수라고.”

“호호호, 고마워. 그럼 나 방송하고 올게.”

“파이팅!”

이서우의 응원을 받은 이설아는 신들린 듯 방송을 진행했고, 평가도 무척이나 좋았다.

하지만 이번 방송이 나가고 나서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전신의 팬들이었다.

방송에서 다시 한 번 전신이 전장의 지배자에게 참패하자 편파방송이라며 난리가 난 것이다.

* * *

“저런 개자식!”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 중에 극도로 화를 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당사자인 전신이었다.

전신은 자신은 농락한 전장의 지배자를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평소 험한 말을 잘 쓰지 않지만 잊으려 했던 그 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니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가만, 근데 저게 왜 설아의 방송에 나오는 거지? 설마 그때 같이 있던 힐러가 설아였던 거야?”

화를 겨우 가라앉히고 어떻게 이 상황을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하는데,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방송되는 영상은 전장의 지배자의 시점도 있지만 제 3자의 시점도 들어가 있었다.

“전장의 지배자랑 같이 다니는 힐러도 이설아에게 협조하는 건가. 비밀이 많은 놈인데, 자신의 존재를 다른 힐러에게 드러냈다고? 흠, 이상한데.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전신은 영상을 보면서 전장의 지배자와 함께 활약한 힐러에 대해 집중했다.

그는 곧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인맥과 돈을 총동원해서 전장의 지배자와 함께 동행한 힐러에 대해 조사했다.

그리고 김승조에게서 힐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너희들의 정체, 내가 만천하게 까발려 주지!”

현재 이서우와 이설아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친구 둘과 김소연, 박 대표가 전부다.

괜히 알려져서 사람들이 몰려들면 행동반경이 좁아지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숨긴 것인데, 전신에게 그만 약점을 잡히고 말았다.

전신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전화번호 목록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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