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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66화 (166/341)

# 166

레벨이 갑이다

166화

“이 정도면 전신도 꽤 큰 타격을 받겠는데?”

“응. 벌써 팬들의 이탈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니까.”

“골수팬들은 역시나지?”

“응. 오히려 나나 오빠를 비난하고 난리도 아니지.”

“보니까 방송에 내보냈다고 너 협박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걱정 마. 도를 넘는 사람은 신고하고 있으니까.”

“그래. 그런 자들은 애초에 잡아야 해. 절대로 봐주지 마.”

“응, 오빠.”

방송 이후의 반응은 거의 핵폭탄급이었다.

주로 전신을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엘사둔을 위해 그런 짓을 할 수 있냐며 성토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전신의 골수팬들은 오히려 전장의 지배자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설아와 손을 잡고 전신을 흠집 내기 위해 공작을 펼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전신을 지지하던 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힘을 잃어 갔다.

영상에서 어떤 조작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번 방송 조회 수는 지금까지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것 같던데?”

“응.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박 대표님의 표정이 얼마나 밝은데.”

이설아는 본방송의 조회 수뿐 아니라 다시보기 조회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싱글벙글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노력한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네가 방송에 최선을 다해서 그래. 영상을 부각시킬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방송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큰 성과는 없었을 거야.”

“고마워, 오빠. 하지만 내 노력보다는 오빠가 좋은 영상을 줘서 성적이 좋은 거야.”

“나야 뭐 그냥 레벨 업 하는 과정에서 담은 것뿐인데, 뭘.”

“아냐. 오빠가 아니었으면 이런 성적은 절대 안 됐을 거야.”

두 사람은 활짝 웃으며 서로를 칭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때였다.

“누구지?”

“없는 번호야?”

“응. 잠시만.”

이설아는 혹시 자신이 지운 번호 중에 해당 번호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스마트 기기에 기록이 되었다가 지워진 번호는 다시 확인이 가능했다.

번호가 있었다.

한데,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의 전화였다.

이설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누군데?”

“전신이야.”

“전신?”

이서우도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언급되자 깜짝 놀랐다. 그가 왜 이설아에게 전화를 한단 말인가.

짐작은 된다. 방송이 나갔으니 그와 관련해서 연락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영상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단지 불만만 토로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일까.

“응. 전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내 번호가 그 사람에게 노출이 된 적이 있었거든. 이번 방송이 나가고 따지려고 전화했나 봐.”

“일단 한번 받아 봐.”

“응.”

이설아는 스피커 모드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설아 씨, 오랜만이네요.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이거 섭섭한데요? 절 그렇게 쫓아다니시더니.

“그거야 전신 님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그런 거였지요. 공개하는 게 싫다고 하셔서 전 분명 전신 님의 의견을 존중한 걸로 아는데요?”

이설아의 목소리는 이서우와 대화할 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누가 들으면 냉랭해서 아주 차가운 사람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건 그렇다 칩시다. 한데, 오늘 방송은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되다니요? 그냥 방송을 한 겁니다만?”

-그런가요? 그러면 설아 씨는 기존의 방송용 캐릭터가 아니라 다른 캐릭터를 사용하셨겠네요?

“그게 무슨 말이죠?”

-그날 저와 전장의 지배자가 싸울 때는 우리 둘 말고 딱 한 사람밖에 없었거든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이설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지만 눈빛은 이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오빠, 전신이 혹시 고미가 나라는 걸 알아낸 거 아닐까’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설아의 부정에 잠시 침묵을 하던 전신이 말을 이었다.

-시치미를 떼신다는 건가요? 그날 전장의 지배자와 싸우면서 저도 영상을 저장했습니다만? 설아 씨의 방송용 캐릭터와 다르고, 장비로 가리고 있어 잘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자세히 뜯어보니 전 누군지 알겠더라고요.

“…….”

이설아도, 통화내용을 듣고 있던 이서우도 표정이 변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설아가 음소거 모드로 전환한 뒤 말했다.

“오빠, 어쩌지?”

“어쩔 수 없지. 놈에게 휘둘리는 것보다 마음대로 하라고 큰소리 치는 게 차라리 나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오빠의 정체가 탄로날 수도 있어. 전신의 재력이라면 분명 빠른 시일 내로 밝혀지게 될 거야.”

“어차피 영원한 것은 없어. 언젠가는 알려져야 한다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나아. 아니면…….”

“아니면?”

“아냐. 일단 전신과 대충 마무리하고 끊어.”

“응.”

이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소거 모드를 해제했다.

-전장의 지배자와 연락이라도 하셨나 보군요.

“그건 전신 님이 상관할 바는 아닌 것 같네요. 어쨌든 전 더 이상 할 말이 없네요. 그럼…….”

-지금 통화를 종료하시면 제 방송에서 설아 씨의 정체를 까발려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제 정체라……. 제 정체가 대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뭐, 전 상관없으니 마음대로 하세요.”

-설아 씨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전장의 지배자도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그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런가요? 뉴 월드 수사대가 보통 유명한 게 아니던데. 현실까지 다 까발리던데, 정말 괜찮으세요? 전장의 지배자의 현실 모습이 드러나면 인기가 싹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말이죠.

“지금 협박하시는 건가요?”

-협박이라기보다 충고죠. 전장의 지배자의 지질한 현실의 모습이 드러나서 그동안 쌓아 올렸던 명성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 먹고살 걱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걱정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꺼 주시죠. 그럼 이만.”

-오늘 일을 반드시 후회…….

이설아는 뒷이야기는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옆에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서우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진짜 아주 막장으로 나오네.”

“나도 전신이 이렇게까지 엉망이 될 줄은 몰랐어. 초창기에 랭킹 1위를 찾는다고 전신에 대해 파헤칠 때는 꽤 멋진 사람이라 생각했거든.”

“나도 랭킹 1위라는 걸 알고 동영상을 보면서 멋진 남자구나 싶었지. 최근 좀 실망을 했지만 이렇게까지 쓰레기일 줄은 몰랐네.”

“아마 오빠에게 1위를 빼앗겼다고 생각해서 그런 걸 거야. 전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1등을 놓쳐 본 적이 없거든. 딱 한 가지,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형들에게 밀린 것 빼고는. 아마 그것 때문에 더 1등에 집착하는지도 몰라. 태어나는 순서는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의 것들은 마음만 먹으면 1등을 쟁취할 수 있거든. 그래서 1등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게 생긴 걸지도 몰라.”

“난 1등을 그다지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따위 생각을 이해는 못하겠네. 뭐,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전신을 어떤 식으로든 처리할 필요가 있겠어.”

“어떻게 하려고?”

“확실히 응징을 해야지.”

“전신은 다른 길드들을 동원해서 우리를 무한 PK하려고 할지도 몰라. 어쩌면 척살령이 내려질 수도 있고.”

“그런 짓을 했다가는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거야.”

이서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걸어 오는 싸움은 거부하지 않는다.

만약 전신이 그런 행동까지 취하게 되면 이서우는 철저하게 응징을 할 생각이었다.

이설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도울게.”

“전투 힐러 출동인가?”

“호호호, 오빠가 다 알아서할 건데, 뭘. 난 살짝살짝 힐만 해 주지 뭐. 신경만 조금 분산시켜도 도움이 될 테니까.”

무거운 분위기가 이서우의 농담으로 살짝 풀어졌다.

하지만 이설아는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게임에서는 걱정이 없는데, 문제는 현실이야. 전신이 오빠를 찾아낼 것처럼 말했잖아. 그자는 돈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이미 그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으니 괜찮아. 위기 순간에 작동시킬 수 있는 위치추적기도 몸에 있고.”

“그건 그렇지만…….”

지난번 납치 사건 이후로 두 사람은 나노로봇을 삼켰다.

평소에는 작동하지 않지만 명령어를 말하거나 뇌파를 읽어 임의로 작동시킬 수 있었다.

어떤 방해 전파나 장치로도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했다.

하지만 이설아는 전신이 어떤 인물인지 이서우보다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걱정되는 것이기도 했다.

“오빠, 전신이 어떤 그룹 아들인지는 알지?”

“알아. 그리고 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지만 괜찮아. 요즘 세상에 기업 오너가 횡포를 부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그게 비록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라도 말이야.”

“알지. 그래도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많으니까, 난 그게 걱정돼.”

지금은 과거처럼 정격유착이나 대기업 횡포 따위가 통하는 시대가 아니었다.

괜히 어설프게 이서우와 이설아를 건드렸다가는 되레 전신이 당할 수 있었다.

물론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서우와 이설아의 인기라면 충분히 전신을 견제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직 상승하고 있었다. 지금의 가치만으로도 조 단위는 가뿐히 넘기 때문에 그들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내년이 되면 그들의 가치는 더 올라간다.

그때가 되면 대통령이라고 해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오빠, 차라리 우리가 전신보다 먼저 밝혀 버릴까?”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긴 한데, 최대한 늦게 드러내는 게 좋지. 사생활이 방해받을 테니까.”

“그건 그렇지.”

“일단 그 자도 당장은 우리에 대해 알지 못하니 조금만 더 시간을 갖자. 우리가 해야 될 일을 하다 보면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를지도 모르니까.”

“응.”

이서우는 머릿속에 정리가 끝나서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지만 이설아는 잠이 오지 않는지 한참이나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이서우가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나와 이설아에게로 가려는데 김소연과 박 대표가 나타났다.

“주말에 웬일이세요?”

“서우야, 어제 자정부터 우리 회사에 해킹 시도가 있었다.”

“네?”

“일단 설아와 같이 이야기하자.”

“네.”

이설아가 사용하는 작업실로 가자 그녀는 동영상을 돌려보며 일에 몰두해 있었다.

“설아야.”

“응? 아, 오빠 왔어. 한데, 언니랑 박 대표님은 어쩐 일이세요?”

“어제 회사에 해킹 시도가 있었어.”

“뭐? 해킹 시도?”

“일단 앉자.”

“응.”

네 사람은 작업실 한쪽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해킹 시도라니 대체 무슨 말이야. 피해는 없고?”

“응. 다행히 박 대표님이 보안에 워낙 신경을 많이 써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어. 하지만 여러 차례 시도가 있어서 또 다시 공격을 해 올 것 같아.”

“그러면 심각한 문제잖아.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고?”

“프로 중에서도 아주 뛰어난 솜씨야. 흔적을 안 남기더라고. 그래서 우리 쪽에서도 유명한 해커를 영입할까 생각해. 근데 그쪽에서 전장의 지배자를 만나고 싶어 하더라.”

“날?”

“응. 널.”

이서우는 뜬금없이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하필 해커가 자신을 만나자고 하는 것일까.

이서우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켰다.

납치 사건 이후 이서우는 사소한 일이라도 평상시와 다른 것에는 강한 의심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해커가 자신을 보자고할 이유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왜 오빠를 보자는 거야?”

“왕팬이라고 하던데. 이번에 설아가 한 방송 때문에 더 서우를 좋아하게 됐나 보더라고.”

“좋아한다고?”

“아, 해커가 여자거든.”

“박 대표님, 공격을 계속 받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이번에도 마지막 방어벽까지 와서야 포기하고 돌아갔으니 반복되면 아무래도 위험하겠죠.”

“그러면 그 해커의 조건에 동의할 수밖에 없겠네요?”

“지금 상황으로는 어쩔 수가 없네요.”

이서우는 회사가 어려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뜬금없는 해킹 사건이어서 자꾸만 거슬렸다.

“왜 해킹을 시도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건가요?”

“1천억.”

“1천억? 해커가 원하는 게 1천억이야?”

“응.”

김소연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1천억이라면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해커가 원하는 걸 함부로 들어주면 다른 해커들도 기승을 부릴지 몰랐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돈을 주고 싶지만 자칫 다른 기업들이 피해를 볼까 봐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어. 보안을 철저히 해서 방어를 확실히 해야 나중에 입을 피해도 막을 수 있어.”

“전신이 귀찮게 하더니 이제는 해커가 난리네.”

“전신? 전신이 왜?”

이설아는 자신도 모르게 전신에 대한 이야기를 토해 냈다.

어차피 두 사람에게도 의견을 구할 생각이어서 자연스럽게 대화는 전신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사실, 어제 전신에게 연락이 왔었어.”

“전신에게?”

“일단 이것부터 들어 봐.”

이설아는 혹시 몰라 다 녹음을 해 두었던 것을 플레이했다.

대화 내용이 이어지자 김소연과 박 대표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모든 대화가 끝이 나자 김소연이 흥분하며 말했다.

“이거 완전 쓰레기잖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지저분한 행동까지 할 줄은 몰랐군.”

박대표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재벌들의 생리를 잘 안다. 그는 자수성가를 했지만 사업이 성공하고 나서 대기업 관계자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들 중에서는 재벌 2, 3세도 포함이 되어 있었는데, 다들 자존심이 상당히 강했다.

특히 10대 기업의 오너들은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1등 기업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기업은 그 자리를 빼앗기 위해서.

“해커 문제야 서우가 허락만 해주면 금세 해결될 일이지만 이 쓰레기는 답이 없겠는데? 차라리 그냥 너희들이 먼저 나서서 정체를 밝히는 건 어때?”

“그것도 생각은 했는데, 당장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어.”

“한 번 생각해 봐. 공격이 최선의 방어가 될 수도 있어.”

“알아. 하지만 난 현실이 침해받는 건 별로 원하지 않거든. 아직까지는 전신도 나에 대해 알지 못하니 그 전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지.”

“그래. 그렇다고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그건 걱정 말고. 영입하려는 해커가 날 만나서 대체 뭘 어쩌려고 그러는 건지나 알아다 줘.”

“이미 뭘 원하는지 알아.”

“그래? 뭔데?”

“너와 하루 동안의 데이트.”

“뭐?”

“언니, 지금 데이트라고 했어?”

이서우도, 이설아도 너무 놀라서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설아는 마지막 말에 고음이 너무 심해서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그럴 수밖에. 버젓이 애인이 있는데, 데이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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