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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78화 (178/341)

# 178

레벨이 갑이다

178화

이서우와 이설아는 몰디브에 가서도 하루에 2시간 정도로 짧게 뉴 월드를 즐겼다.

박 대표의 배려로 접속 베드가 준비되어 있어 낮에는 실컷 놀고, 해가 지면 뉴 월드를 한 것이다.

여행을 오면 쉴 법도 한데, 뉴 월드를 하지 않으니 몸이 근질거려서 퀘스트는 진행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냥만 했다.

그때 이서우는 이설아와 함께 던전도 구경했다.

퀘스트가 없으니 레벨은 많이 오르지 않아 335에 머물렀지만 충분히 만족했다.

하지만 역시 던전과 필드 사냥은 이서우에게 맞지 않았다.

그때 백호가 지나가는 투로 드래곤 숲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었다.

이서우는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펠렌의 흔적이 드래곤 숲에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드래곤 숲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 봐. 레벨이 엄청 높을 것 같은데?”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최소 300레벨 이상이고, 400레벨 이상의 몬스터들도 있을 거야.”

“방송 영상 제대로 된 거 뽑겠네. 몇 주 방송을 못했더니 좀이 쑤시는 것 같아.”

“직업병이네. 신혼여행 가서도 방송하는 거 아냐?”

“피, 오빠야 말로 신혼여행 가서도 뉴 월드 접속할 걸?”

“하하하, 그런가.”

“내기도 할 수 있어.”

“난 지는 내기는 안 해.”

이설아는 신혼여행이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몰디브에서도 신혼여행 기분이 나서 며칠 동안이나 설렜다.

그때의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설아야!

-깜짝이야. 언니가 웬일이야?

-어라, 반응이 수상한데. 너, 서우랑 키스하고 있었지?

-아, 아냐!

-근데, 뭘 그리 놀라고 그래.

-갑자기 소리치니 그렇지!

-뭐, 됐고. 너희 지금 어디야?

-오빠 저택에 와 있어.

-그래? 잠깐만 기다려.

-응.

김소연에게 귓말이 온 것을 이서우에게 말했다.

무슨 일로 그런 건지 궁금해 몇 마디 나누는데 김소연이 나타났다.

“너희들 오늘부터 사냥 시작할 거지?”

“이벤트니까 그래야지. 일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마침 인원이 더 충원이 돼서 내가 할 일은 많이 줄었거든. 부팀장도 이제는 빠릿빠릿 알아서 잘하고.”

“이제는 팀 규모가 아닌 것 같은데?”

“뭐, 어때? 쭉 팀으로 가지, 뭐.”

“박 대표님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던데?”

“여튼, 사냥할 것 같아서 왔어. 너희들 몰디브 가 있는 동안 300레벨 넘기느라 고생했다.”

“그러고 보니 언니 레벨 갑자기 올라서 놀랬어.”

“잘난 동생들 때문에 진짜 힘들었지. 근데 사냥 어디로 갈 거야?”

“오빠가 드래곤 숲에 볼일이 있대.”

“드래곤 숲?”

“응.”

김소연도 많은 정보를 모았지만 드래곤 숲에 대해서는 처음 들었다.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곳 같은데?”

“최소 300레벨 이상일 것 같아. 400이상도 있을 테고. 물론 추측이지만.”

“뭐, 아이템은 짱짱하게 맞춰 놨으니 충분히 버티겠지. 근데, 위치는 알아?”

“내가 알고 있어.”

이서우는 이미 펠렌이 남긴 기록에서 그 위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찾아가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참, 민수랑 종명이는 레벨 좀 어때?”

“둘 다 풀 접속이어서 벌써 200레벨 찍고 3차 전직까지 마무리했어. 걔들 이 파티에 끼어 보려고 풀파티로 쉬지 않고 사냥하고 있거든.”

“정보 모으는 일을 하면서도 광렙이 되나 보네?”

“되지. 네가 길드를 만들면서 NPC들이 퀘스트를 잘 줘서 조금씩 올라오고 있더라고. 나도 그 덕 좀 봤고.”

김소연은 무려 310레벨을 찍었다.

일주일을 쉬었지만 11일이면 뉴 월드에서는 2개월이 넘기 때문에 이서우와 차이는 꽤 나지만 홀로 노력한 것 치고는 상당히 빠른 진전이었다.

이서우는 개척자 도시를 빠져나가 루테인으로 갔다.

이동 수단은 자신이 가 본 곳만 갈 수 있어 아르곤 산맥 중앙 북쪽에 있는 자유 도시로 향했다.

“예전에는 그렇게 사람이 많더니 완전 썰렁하네.”

“그러게. 여긴 그래도 꽤 사람이 있었는데.”

“아마 하이 레벨 지역으로 수천만 명이 몰려갔을 거야. 수용 인원은 전체 마을에서 최대 1,500~2,000만 명 정도까지 되겠지만 마을은 잠깐만 이용하는 용도여서 사냥터에 더 많이 몰려 있을 테니 엄청나겠지.”

“그렇겠지. 북적거리는 마을에서 죽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 엄청난 인원이 몰려갔을 거야. 개척자 도시에서 수백 킬로미터까지 영역도 확장했으니 사냥터도 풍족하고.”

이서우도 맞장구를 쳤다. 지금 상황에서 하이 레벨 지역으로 가지 않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물론 그런 짓을 지금 세 명이서 단체로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잘 아는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방송만 아니면 혼자 가도 되는데.”

“에이, 그냥 경험치만 먹자는 사냥은 아무런 재미가 없어. 난 새로운 모험이 좋아.”

“그건 나도 설아 말에 동의! 여기서까지 노가다 하면 너무 비참하잖아. 현실에서도 죽을 맛인데!”

김소연은 그동안 쉴 틈 없이 일을 한다고 쌓인 게 많았는지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래, 언니도 이제는 좀 쉬면서 해. 어느 정도 틀도 잡혔을 테니 괜찮잖아.”

“그렇긴 하지. 그래서 나도 합류하려고. 레벨이 더 처지면 같이 하고 싶어도 못하니까.”

김소연은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서 무던히 두 사람의 레벨을 쫓아갔다.

시간을 쪼개 써야 할 정도였지만 그녀는 뉴 월드를 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정보를 다루는 일은 스트레스도 꽤 많아서 뉴 월드를 하면서 날려 버리니 힐링이 되었다.

“둘 다 백호를 타고 와. 누가 소환수보다는 빠를 거야.”

“백호도 탈 수 있어?”

“응, 언니, 아주 빨라.”

이서우가 백호를 소환했고, 곧 거대한 몸집으로 변신했다.

“주인니이임, 왜 이제야 불러 주시는 거예요. 너무 안 불러 주셔서 털이 윤기를 잃어버렸다고요!”

“반짝반짝하는데?”

“어흥.”

오랜만에 나온 백호가 앓는 소리를 했지만 그의 털은 윤기가 나다못해 눈이 부실 정도였다.

백호도 자신의 엄살에 민망한지 울음소리를 짧게 토해 내며 시선을 돌렸다.

“호호호. 백호야, 오랜만이야.”

“오, 많이 늠름해졌네.”

“다들 모인 걸 보니 재밌는 일이 벌어지겠네는데? 주인님, 어디 가는 거예요?”

“드래곤 숲.”

“드래곤 숲이요? 와, 오랜만에 몸 제대로 풀 수 있겠는데요?”

“그래?”

“그럼요. 거기 진짜 재미난 곳이거든요.”

“재미 보기 전에 이동하다가 시간 다 보낼지도 몰라.”

“걱정 마세요. 달리는 데는 자신 있으니까.”

백호는 앞발로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설아와 김소연은 그 모습이 귀여운지 백호를 쓰다듬기 바빴다.

그것도 잠시 이서우의 말에 표정이 굳어졌다.

“2천 킬로미터는 넘게 가야 할 거야. 그러니 등에 가죽이라도 깔아.”

“헐. 2천 킬로?”

“넘게.”

“…….”

“제국 동쪽 끝에 있어서 시간이 좀 걸려. 백호야 잘 따라와.”

“네, 주인님!”

최근 들어 백호의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내 본적이 없어 이서우는 속도를 높였다.

전속력을 다하자 거리가 자꾸 멀어져서 적당히 따라올 수 있게 했다.

숲이고, 강이고 거침없이 달렸다.

숲에서는 나무 사이를 누볐고, 강에서는 판자 몇 개로 건너는 신기를 보여 주었다.

백호조차도 이서우와 비슷한 역량을 보이자 이설아와 김소연은 달리는 내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백호가 엄청 세네. 원래 이렇게 강했나?”

“우리도 성장하는데, 당연히 백호도 성장해야지.”

“하긴, 네가 소유한 펫이니까 가능한 거겠지.”

김소연은 스스로 펫이 성정한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직업이 소환사거나 조련사라면 가능하지만 기타 직업은 불가능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이 버퍼 역할을 하는 펫을 선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서우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가 하는 거라면 간단한 칼질도 최고 레벨 유저가 펼치는 강력한 스킬 공격에 버금갔다.

“일단 오늘은 야영하자.”

“짜잔! 이런 날을 대비해 야영 세트를 준비했지. 오늘은 독수공방 좀 해. 아차, 뉴 월드에서는 소용없구나. 그럼 둘이 같이 자. 서우 고문 좀 시키게.”

“언니, 우린 그냥 껴안고도 잘 자거든?”

“윽. 한 방 먹었다.”

김소연은 배를 붙잡고 충격을 받은 것처럼 허리를 숙이더니 텐트로 가 버렸다.

김소연이 하도 직설적인 표현을 잘 하다 보니 이설아도 적응이 됐는지 이제는 곧잘 받아치곤 했다.

그리고 이서우와의 관계도 깊어졌고, 당당하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면서 마냥 부끄러운 표정만 짓지는 않았다.

“오빠, 이제 얼마나 가야 해?”

“하루 정도만 더 가면 될 거야.”

“2천 킬로미터 넘는 거리를 이틀 만에 가다니, 대단해.”

“가서 뭐라도 건져야지. 일단 자자.”

“응.”

이서우는 그녀와 함께 잠자리에 누웠다.

뉴 월드에서는 육체적인 관계는 키스밖에 허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손을 잡고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이른 새벽. 이서우는 조심스럽게 텐트에서 나왔다.

‘혹시 모르니 지도라도 좀 살펴보자.’

백호가 드래곤 숲에 대해 언급을 하고 미리 확인을 했지만 혹시나 싶어 살펴보았다.

‘드래곤 숲 중앙에 있는 ‘다스리는 대지’. 이곳에서 펠렌은 대체 뭘 했을까?’

이제 조금 알았다 싶으면 또다시 펠렌에 대한 정보들이 나왔다.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대륙을 떠돌며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빠?”

“잘 잤어?”

“응. 오빠는 잘 잤어?”

“나도 잘 잤지.”

둘은 가볍게 모닝 뽀뽀를 했다.

“그림 참 좋다?”

“하여튼 눈치도 없어요. 언니, 그럴 땐 말없이 조용히 행동하는 거야.”

“누구 좋으라고?”

“일찍 도착하려면 빨리 서두르자.”

이서우가 얼른 백호를 소환했다.

“어서 타.”

이설아가 먼저 올라탔고, 김소연이 그녀의 뒤에 바짝 붙었다.

찰싹!

“백호야, 달려!”

백호의 엉덩이를 가볍게 치자 포효하며 달렸다.

이서우도 그 뒤를 빠르게 쫓았다.

그들은 밤이 늦어서야 드래곤 숲 초입에 도착했다.

“오늘도 천생 야영을 해야 하는 건가.”

“그래야지.”

이서우의 대답에 김소연은 텐트 2개를 쳤다.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나뭇가지를 모으던 이서우는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

“오빠?”

“쉿!”

이서우는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뭔가 일이 생겼구나 싶어 이설아는 조용히 기다렸다.

김소연도 차분히 상황을 주시하며 언제든 소환수를 부를 준비를 했다.

-둘 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

-오빠?

-혼자 움직이려고?

-이럴 땐 혼자 움직이는 게 좋아.

-응. 오빠, 조심해서 다녀와.

-알았어.

파티 채팅 창으로 짧게 대화를 나눈 뒤 이서우는 발소리를 죽인 채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서우 녀석, 확실히 강해졌네. 난 뭐가 이상한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난 심지어 오빠보다 레벨이 더 높은데도 못 느꼈는걸?

두 사람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귓말로 대화를 나누었다.

한편, 이서우는 어둠속에서도 정확하게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건 분명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야. 근처에 부상자가 있는 건가.’

이서우는 소리를 따라 거리를 좁혔다.

‘갈수록 소리가 옅어져. 서둘러야 해.’

누군지는 모르지만 생명의 기운이 꺼져 간다는 것을 알고는 더욱 서둘렀다.

그러기를 잠시, 이서우는 고개를 들었다.

‘나무 위군.’

사뿐히 점프한 이서우는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10미터쯤 올라가자 굵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여성이 보였다.

한데,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 당신은 엘프가 아닙니까.”

“으흠.”

이서우의 목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렸지만 눈을 뜨지는 못했다.

이서우는 서둘러 약병을 꺼내 입안으로 흘려 넣었다.

고통이 조금 사라지는 일그러진 얼굴은 살짝 펴졌지만 여전히 깨어나지는 않았다.

이서우는 그녀를 안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오빠!”

“서우야,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엘프야.”

“엘프가 여길 왜…….”

“그게 나도 이상해. 온갖 몬스터가 다 있다고 하지만 설마 엘프가 있을 줄이야.”

“근데 안 깨어나네?”

“그러게. 꽤 효능이 좋은 치료약을 먹였는데도 정신이 안 들어. 아무래도 피욘 님께 데려가 봐야겠어.”

“지, 지금 피욘 님이라고 하셨나요?”

정신을 차리지 않던 엘프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이서우의 팔을 붙잡았다.

이서우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엘프를 진정시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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