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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83화 (183/341)

# 183

레벨이 갑이다

183화

“냉혹한 살인자라고 불리는 검은 장미군요.”

“절 아시네요? 전장의 지배자 님께서 알아봐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350레벨대의 암살계의 1인자를 모를 수가 있을까요.”

이서우는 175센티미터가 넘는 늘씬한 몸매의 여성을 보며 김소연이 준 정보를 떠올렸다.

여성으로서는 암살계에 몸담아 빠르게 성장한 인물로, 능력이 탁월했다.

암살자 집단을 이끌면서 어떤 살인 의뢰도 마다하지 않는 집단. 그 집단을 이끄는 검은 장미.

이서우는 그녀가 나타나자마자 이번 일의 배후가 누군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안개 길드의 의뢰를 받은 것 같은데, 그만두는 게 좋을 겁니다.”

“지금 절 협박하시는 건가요?”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검은색 옷에, 검정 립스틱을 한 모습이 섹시하면서도 도발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짓는데, 마치 이서우를 유혹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협박이든, 충고든, 뭐라 생각하든 그건 자유지만 거기서 한 발짝이라도 움직인다면 당신이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게 날아간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런가요? 그럼 어디 전장의 지배자의 능력을 좀 볼까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속에서 수십의 암살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서우는 작정을 한 듯 초반부터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육체에 마나를 한계까지 쏟아붓자 주변이 느리게 변했다.

이서우는 마치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는 영화 속 인물이 된 것처럼 적들에게 다가가 대검을 휘둘렀다.

이서우와 일행을 압박하던 여덟 명의 암살자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이서우는 검은 장미까지 노리며 다가갔다.

검은 장비는 부하들이 순식간에 죽는 것을 보며 얼른 자리를 벗어났다.

후웅!

이서우의 대검이 허공을 갈랐다.

목표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검은 장미는 안개가 되어 사라져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서우는 감각을 극대화시켰다.

평소와 달리 필살기를 쓴 상태여서 극도로 예민해졌다.

검은 장미는 이서우의 능력을 제대로 몰랐기에 50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은신하면 괜찮을 거라 여기고 안심했다.

이서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러고는 이내 그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강한 살기를 느낀 검은 장미는 다시 검은 안개가 되어 사라지려 했다.

하나, 이서우가 더 빨랐다.

서걱!

“아악!”

검은 장미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들렸다.

검은 장미가 위기에 처하자 이설아와 김소연을 공격하려던 암살자들이 목표를 바꾸었다.

하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푹!

-검은 장미를 처치했습니다.

-4억의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전설의 암살자의 단검을 획득하셨습니다.

-현상금 10만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 1만이 올랐습니다.

검은 장미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암살자들이 일제히 모습을 감추었다.

“오빠, 괜찮아?”

“난 괜찮아. 암살자들의 신경을 분산시켜 줘서 상대하기 편했어.”

“우린 한 것도 없는데, 뭘.”

“아냐. 암살자들 모두가 한꺼번에 덤볐다면 검은 장미를 놓쳤을지도 몰라.”

검은 장미를 살리기 위해 다른 암살자들이 희생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안개 길드가 암살자들에게 의뢰를 한 것 같네.”

“그러게.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앞으로 조심해야겠어.”

“나 없을 때 두 사람 조심해.”

“당분간은 너 없이 사냥 갈 일은 없으니까 괜찮아. 그동안 레벨 올려서 대비하면 되고.”

벌써 이서우와 함께 있으면서 7레벨이 오른 김소연이다.

이벤트 기간 동안에 350레벨을 충분히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설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360레벨에 육박해 랭킹 300위 안에도 들었다.

힐러로서는 최초였고, 아이템도 전설 최상급으로 도배를 하고 있어 암살자들도 쉽게 그녀를 죽일 수 없었다.

선공을 당해도 힐을 할 여력이 있으니 금세 회복하고 반격할 수 있었다.

“일단 놈들을 확실히 밟아 줘야겠어. 적으로 인식되는 자들은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바로 베어 버려.”

“안개 길드의 뜻에 동참하거나 동맹을 맺은 곳은 쉽게 드러나니 네 말대로 해야지. 암살자들이 약간 걱정되기는 해도 당분간은 같이 있을 테니 그동안 익숙해지면 나중에도 대처하기는 쉽겠지.”

김소연은 이서우와 있는 동안 그들의 특징을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볼 생각이었다.

“던전 쓸러 가자.”

또 한 번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100레벨 이상 던전 입구로 오는 안개 길드원들은 이서우의 서슬 퍼런 칼날을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300레벨 이상의 고레벨 던전은 초주검이 되었다.

안개 길드원들을 처치하는 게 익숙해지자 이설아와 김소연은 100~280레벨 던전을 맡았고, 이서우는 그 이상의 고렙 던전을 지켰다.

하루 종일 오는 족족 처치했고, 다음 날은 하이 레벨 지역을 쓸면서 안개 길드를 압박했다.

안개 길드원은 이미 전장의 지배자가 도발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처음 몇 번 당하자 자기들끼리 힘을 합쳐서 열 파티가 넘게 몰려갔지만 1분도 버티지 못하고 모두 몰살당했다.

그 뒤 300레벨 이하의 유저들은 수백 명이나 몰려다녔지만 이설아와 김소연도 당해 낼 수 없었다.

단 하루 만에 3만 명이 넘는 인원이 죽었고, 다음 날에는 5만 명이 죽었다.

하다 보니 익숙해져, 어디에서 사냥하는지 다 알게 되어 속도가 빨라졌다.

안개 길드와 전쟁을 선포한 지 뉴 월드 시간으로 사흘째.

셋은 개척자 도시에 있는 이서우의 집에서 모임을 가졌다.

“오빠, 반응이 아주 격렬한데?”

“그러네. 도발은 지들이 먼저 해놓고 여론전을 엄청 펼치네. 안개 길드 마스터와 나눈 대화가 있으니 일단 그거라도 풀어야겠어.”

“응. 오빠가 캡처한 거 받아 놨으니 내가 바로 올릴 게.”

“그래도 이번에 8레벨이나 올라서 난 만족.”

“나도 6레벨이나 올랐어.”

이서우도 3레벨이나 올랐다.

이제 7레벨만 오르면 순수 스텟을 모두 500까지 찍을 수 있었다.

‘과연 어떻게 변할까?’

순수 스텟이 모두 증가하면 능력치 변화가 있을 거라는 것은 지력이 100이 되었을 때 알 수 있었다.

순수 스텟이 100밖에 되지 않아 마나 효율이 증가하고, 공격과 방어, 생명과 마나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500은 다르다.

변화 폭은 분명 엄청날 것이다.

이서우는 전체 능력의 10퍼센트 이상만 발전해도 만족이었지만 내심 그 이상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안영훈과 조동찬은 어째 한 번도 안 걸리네.”

“그러게. 이놈들은 대체 어디서 사냥하고 있는 거지?”

“NPC들을 활용해야 하나?”

“아무래도 마을 곳곳에 NPC들이 존재하니 그게 편하지 않겠어?”

“오랜만에 황금패 좀 써야 되겠네.”

“그 둘을 잡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위치 파악부터 하는 게 중요하지. 근데 그놈들도 참 이상해. 뻔히 길드원들이 죽을 걸 알면서도 싸움을 왜 걸었을까?”

“아마 이렇게까지 밀릴 거라고는 생각 못했을 거야. 백 명 단위로 몰려다니면 어느 정도 시간을 끌 수 있다 생각했겠지. 그 틈에 주변에 있는 길드원들 충원해서 인해전술로 힘을 빼놓으려 했을 테고. 힘만 빠지면 자기가 와서 직접 처리할 수 있다 여긴 거겠지.”

“그럴 수도 있겠네.”

김소연도 이서우의 추측에 동의를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안영훈은 이서우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이서우는 황금패를 이용해 NPC들에게 안영훈과 조동찬의 얼굴을 보여 주었다.

나타나면 반드시 알려 달라고 하자 다들 흔쾌히 수락했다.

이동수단이 있어 반나절 만에 전 마을에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돌아올 때 또 반나절을 소비해야 해서 결국은 하루 종일 사냥을 하지 못했지만 안영훈과 조동찬은 잡는 게 우선이었다.

연속 접속 시간이 다 되어 접속을 종료했다.

이설아와 김소연도 점심을 건너뛰어서 같이 나왔다.

“이벤트 때문에 강제 다이어트 되겠는데?”

“언니가 뺄 살이 어딨다고.”

“하긴, 종명 씨는 제발 살이 조금 붙었으면 하는 눈치더라.”

“요즘 엄청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언니는 확실히 처음 볼 때보다 살이 더 빠진 느낌이야. 언니는 하루 5끼는 먹어야 되겠는 걸?”

“먹는 것보다 운동이 더 중요하지. 이참에 나도 너처럼 요가나 해 볼까?”

“괜찮지. 나도 요가 하고부터 몸이 탄탄해지는 느낌이야. 강사분이 빠르게 볼륨감이 생긴다고 부러워하던걸?”

“너야 워낙 몸매 관리를 잘해서 그런 거고. 난 아마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거야.”

“에이, 아냐. 오히려 나보다 언니가 더 몸매가 좋은 걸.”

“여튼, 나도 내일부터 운동 시작해야겠다. 요가 강사분 좀 소개시켜 줘.”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해.”

“그러면 나야 좋지. 아무래도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덜 심심하니까.”

“언니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니 1시간씩만 해도 돼.”

“그럼 내일부터 같이 하는 걸로. 오케이?”

“응!”

김소연은 이설아가 요가를 하루 1시간 꾸준히 석 달 정도 해서 건강미 넘치는 몸매를 만들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녀의 변화가 부러워 요가를 하고 싶었지만 워낙 바빠서 하지 못했는데, 갈수록 살이 빠지니 더 이상 운동을 미룰 수가 없었다.

“아니면 두 사람 다 요가하면서 웨이트까지 곁들여 봐. 가볍게 하면 더 효과가 좋을 거야.”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체력이 돼야 게임도 해. 특히 누나는 곧 서른을 바라보고 있잖아.”

“서럽게 나이 가지고 그럴 거야?”

“뭐, 어때. 서른이면 아직 쌩쌩할 땐데.”

“됐고, 밥이나 드셔.”

누가 그랬던가. 여자의 나이는 비밀이라고.

김소연은 입을 삐죽거리고는 식사에 매진했다.

티타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즐겁게 대화를 했는데, 안개 길드에 대한 대책 회의로 이어지자 셋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 * *

쾅!

“이놈이 아주 발악을 하네. 그래서, 길드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거야?”

“네, 마스터님.”

“다른 길드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검은 장미가 허무하게 죽었다는 소문이 나자 다들 꼬리를 마는 분위깁니다.”

“뉴 월드에서 최고라고 그렇게 입을 털더니, 그년 때문에 이게 뭐야?”

안영훈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지 못한 채 모든 책임을 검은 장미에게로 돌렸다.

“길드 자금 상황은?”

“넉넉합니다.”

길드 자금은 오직 길드 마스터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부마스터도 확인은 가능해서 얼마나 있는지 항상 체크를 한다.

“일단 며칠 더 두고 보고, 안 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지.”

“어떻게 하시려고…….”

“어떡하긴 뭘 어떻게 해. 돈을 쳐 발라야지.”

안영훈의 눈빛이 번뜩이자 조동찬은 차마 길드 자금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벌써부터 길드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데, 거기다 길드 자금까지 손을 대서, 실패하면 모든 게 끝장이었다.

하지만 안영훈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안영훈과 달리 조동찬은 약간 회의적이었다.

물론 그것을 절대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 안영훈이 눈치채면 불호령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저 인간은 너무 독선적이야. 내 주머니는 내가 알아서 챙겨야겠군.’

동상이몽이라 했던가. 안영훈과 조동찬의 머릿속에서는 서로 다른 생각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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